퀵바

배나나 님의 서재입니다.

검사딸살인사건

웹소설 > 자유연재 > 추리, 중·단편

배나나
작품등록일 :
2017.06.26 11:21
최근연재일 :
2017.07.24 07:01
연재수 :
38 회
조회수 :
6,218
추천수 :
254
글자수 :
154,888

작성
17.07.04 12:22
조회
241
추천
6
글자
8쪽

집안의 우환

DUMMY

" 꽹꽹.... "


" 꽹꽹.... "


나나네 집이 시끄러웠다. 황검사 어머니 유씨가 무당을 불러 굿을 하고 있었다. 아버지 황씨는 가타부타 말이 없이 부모님 산소에 간다고 아침에 집을 나갔다.


황씨는 유씨에게 정이 완전히 떨어졌다. 말을 안 한지 꽤 되었다. 이젠 얼굴도 마주치기 싫었다. 저 입에서 또 어떤 말이 나올까 매일 두려웠다.


황검사 어머니 유씨는 서울시내에서 용하다는 무당을 찾아갔다. 대뜸 무당은


" 집안에 우환이 있네.. 터가 잘못됐어 "


라고 찔러보며 유씨를 확 휘어잡았다.


무당을 찾아가는 사람들이 대부분 우환이 있으니 가지 속 편한 사람이 왜 무당을 찾아가겠는가..


허나, 무언가 자기를 잡아 줄 데를 찾던 유씨는 ' 올커나 여기가 제대로 됐네 ' 하며 무당에게 엎어지며 돈을 갖다 바쳤다.


" 집 터가 잘못됐어, 거기 있음 다 죽어.. 어서 나와야해... "


" 아이가 못 떠나고 있네, 빨리 장례를 치뤄야지.. "


" 허어, 만나서 안 될 사람들이 서로 만났네...결혼이 잘못됐어 "


" 어머니 덕으로 여태, 아들이 잘 풀렸네.. 어머니가 계속 아들을 돌봐야해.. 그래야 잘 돼.. "


" ㄱ ㄷ ㅇ ㅅ 이런 글자가 이름에 있는 사람이 집 안에 들어오면 안돼.. "


" 어디보자... 며느리 이름에 ' ㅅ ' 이 두번이나 들어가는구나 "


무당은 유씨가 듣고 싶어하는 말들만을 골라서 해줬다. 유씨는 가뭄에 논에 물이 들어가듯 무당에게 완전히 빠져들었다.


" 신령님전에 크게 상을 차리고 제를 올려야해.. "


" 내 부적도 써줄께.. 집 곳곳에 붙이고... 나중에 아이 장례 치룰 때 화장터에서 다 같이 태워.. "


무당는 신령님 기력이 딸린다며 설악산에 올라가서 큰 제를 지내야 한다고 했다. 돈 달라는 소리다.


유씨는 집에 있는 현찰을 싹싹 긁어서 무당에게 안겨주며 최대한 영빨을 끌어올려 자기 집에 씌운 불행을 없애달라고 애원했다.


유씨는 무당이 죽으라면 죽는 시늉이라도 할 수 있을 정도로 맹신했다.


유씨를 상대해 주는 사람은 지금 무당밖에 없었다. 그리고 유씨가 마음을 의지할 곳도 그곳뿐이었다.


언니들에 두 명 있었지만 나나 일이 있은 후 언니들 조차도 만나기 싫었다. 속이 상했다. 자기 꼴이 이 모양인 것도 속이 상했고 손녀가 그리 된 것도 속이 상했다. 아들이 검사인데도 '감히' 이런 꼴을 당한 게 너무 창피할 지경이었다.


딸만 셋인 집안에서 언니들은 아버지 사학을 물러 받아 대학 총장이 됐다. 유씨는 공부에 취미가 없었다. 그렇다고 예능을 잘 하는 것도 아니었다. 겨우 고등을 졸업하고 대학은 기부금으로 들어갔다.


아버지는 응석받이로 자란 철없는 막내딸 대신에 똑똑한 사위를 데릴사위로 삼아 총장감으로 키워야겠다고 생각했다.


아버지는 사위가 총장이 되는 것을 보지 못하고 갑자기 돌아가셨다. 두 언니들은 아버지 유언이라며 사학을 나눠가졌고 막내에게는 아버지 집과 산을 물려줬다. 황검사가 지금 살고 있는 집이 유씨가 물러 받은 집이다.


두 언니에게 뭔가 당한 것 같았지만 유씨는 재산 분배에 관여해서 자기 몫을 요구 할 만큼 똑똑하지 못했다. 두 언니 특히 큰언니에게 대항할 엄두가 나지 않았다.


언니들에게 어릴 때부터 밀렸던 유씨는 서울대학을 나와 검사가 된 아들이 최고의 자랑이었다. 그런 아들이 배경없는 며느리감을 데려왔을 때 유씨 프라이드에 스크래치가 갔다.


순희는 자기와는 달리 집안은 없지만 애가 똑똑하고 이뻤다. 자기는 집안배경은 좋지만 똑똑하지 않다는 열등감이 있던 유씨는 괜시리 심술이 났다.


혼수도 그랬다. 가난한 순희네를 배려했던 황검사와 아버지 황씨는 혼수를 안해와도 된다고 했다. 대신 함은 최대한 후하게 해서 보냈다. 유씨 시집 갈 때는 반대였다. 함은 없었다. 황씨가 몸만 유씨네 집으로 들어왔다.


함이 들어오는 날 순희 사는 동네는 완전 잔치 분위기였다. 온 동네 사람이 와서 먹고 놀고 축하해 주고 갔다.


하지만 순희 아버지는 딸 시집가는데 혼수도 못해주는 게 가슴 아팠다. 이 때 옥희가 순희네를 찾아왔다. 옥희는 양공주다.


옥희랑 순희는 어릴 적부터 동네 친구다. 옥희 아버지는 공구 도매상을 하면서 부를 키웠는데 사기를 당해서 하루 아침에 거리로 내앉았다.


이 때가 순희와 옥희가 10살 정도 되었을 때다. 순희 아버지가 아직 고등학교 선생님을 하고 있어서 순희네는 다소 유복했었다.


순희 아버지는 오갈 데 없는 옥희네를 아랫방에서 그냥 살게 해주었다. 그리고 옥희네가 시내로 나갈 때는 집 구할 돈을 마련해주기도 했었다.


옥희 아버지는 어머니와 옥희에게 술만 먹으면 주먹질을 해댔다. 의처증이 있었다. 부엌칼을 쥐고 미쳐 날뛰는 아버지를 두 모녀가 상대하는 것은 역부족이었다. 그럴 때면 모녀는 순희네로 도망 가곤했다.


시내로 이사한 지 한 달쯤 되는 날이었다. 그 날도 옥희 아버지는 술이 취해서 들어왔고 옥희랑 어머니 옷을 벗기기 시작했다. 이렇게 시작하면 결국엔 두 모녀가 홀딱 옷이 벗겨졌고 아버지는 힘이 없어질 때까지 주먹질을 해댔다. 병이었다. 정말 두 모녀는 참을 수 없었다. 이제 도망갈 순희네도 없었다.


집 밖으로 도망 나온 모녀를 잡으러 아버지가 나타나자 옥희 어머니는 아버지를 개천으로 밀어 버렸다.


어머니는 다음날 아침, 옥희를 이모집에 맡기고 도망갔다. 옥희 어머니는 지금 어디 있는지 모른다. 죽었는지 살았는지


이모집에서 살던 옥희는 결국 이모집을 나와 유흥가로 갔다. 입을 열진 않지만 이모집보다 차라리 유흥가가 나았던 거 같다.


그 후 양공주가 된 옥희는 처음엔 고생했지만 다행히 수단이 좋았다. 미군 장교랑 사귀더니 달러 장사를 해서 돈을 많이 벌었다.


옥희는 어릴 적 은혜를 갚겠다고 순희 아버지께 부탁드렸다. 꿔주신 돈을 부모님이 갚지 못했으니 이제라도 자기가 갚겠다고


미군 부대내에는 미군들이 물건을 살 수 있는 마트가 있었다. 다양한 생활용품을 판매했는데 특히 용산부대에 가면 전자제품도 팔았다.


옥희는 미군 장교에게 부탁해서 용산에서 생활용품과 전자제품을 사달라고 했다. 순희는 황검사 어머니께 옥희가 사주는 물건을 갖다드렸다. 순희 아버지가 사주시는 거라며,,,, 황검사 어머니는 순희 앞에서 냉랭한 표정으로 혼수를 받았다.


하지만 정작 꾸러미를 열어본 유씨는 눈이 휘둥그래졌다. 반짝반짝한 미제 그릇들이 너무 예뻤다. 장미문양이 그려진 찻잔 세트는 유씨 언니들 몫으로 두 셋트가 더 들어있었다.


“ 땟깔이 너무 좋네요 ”


서산댁이 그릇들을 닦으면서 이제까지 보지 못한 색깔과 모양에 감탄했다.


“ 어머, 이건 뭐에요 사모님.. ”


“ 글쎄... 흑설탕인가..... 맛을 한번 봐 볼까 ? ”


“ 흑설탕이 알이 굵네요.. ”


“ 뭐야...퉤 ! 맛이 뭐 이래 싸구련가, 상했나 ”


“ 왜 그래 ? 뭐 ? ”


황씨가 인상쓰고 있는 유씨에게 말을 건넸다.


“ 이게 이상해요. 흑설탕인데 맛이 너무 없어... 싼 거라서...그런가 ”


“ 이거 커피야 !.. 커피도 몰라.. 흑설탕이 아니라.. 사람 참..... ”


깔끔한 유리 병에 담긴 미제 커피를 처음 본 유씨는 커피를 흑설탕으로 착각했다. 유씨는 그렇게 단순하고 어린애 같은 사람이었다.


이제는 더 이상 인품있는 황씨가 유씨를 챙기면서 도닥거려주지 않았다. 고삐풀린 망아지 처럼 유씨의 경망스러움은 점점 도를 더해갔다. 무당 말에 휘둘리며 나나 장례를 치룰 준비를 하고 있었다. 집도 팔 생각이었다.


이 작품은 어때요?

< >

Comment ' 4


댓글쓰기
0 / 3000
회원가입

검사딸살인사건 연재란
제목날짜 조회 추천 글자수
9 여고생 납치 +4 17.07.03 206 6 7쪽
8 홍등가 +4 17.06.30 218 6 8쪽
7 담배 +4 17.06.30 203 6 8쪽
6 사망 +4 17.06.29 162 6 8쪽
5 사랑 +4 17.06.29 187 7 10쪽
4 순희 +6 17.06.28 287 8 10쪽
3 고통 +6 17.06.28 308 8 8쪽
2 은폐 +6 17.06.27 354 7 7쪽
1 시체 +6 17.06.26 600 7 9쪽

구독자 통계

신고 사유를 선택하세요.
장난 또는 허위 신고시 불이익을 받을 수 있으며,
작품 신고의 경우 저작권자에게 익명으로 신고 내용이
전달될 수 있습니다.

신고
비밀번호 입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