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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나나 님의 서재입니다.

검사딸살인사건

웹소설 > 자유연재 > 추리, 중·단편

배나나
작품등록일 :
2017.06.26 11:21
최근연재일 :
2017.07.24 07:01
연재수 :
38 회
조회수 :
6,206
추천수 :
254
글자수 :
154,888

작성
17.06.30 11:49
조회
216
추천
6
글자
8쪽

홍등가

DUMMY

' 태극선교단 '


요상한 깃발이 꽂혀있는 건물 앞에 섰다. 교회인지 절인지 분위기가 애매하다.


' 아니면 짬뽕인가? '


주차장에 트럭이랑 버스가 몇 대 서 있다. 주차장 관리하는 분께 여쭤봤다.


" 여긴 언제 사람들이 오나요 ? "


" 주중엔 근처 안산에 있는 선교원에서 교육을 해. 여기는 주말에 예배 때나 사람들이 모여 "


' 아~ 교회구나 '


" 선교원은 안산 어디 쯤 있어요 ? "


" 등산로에서 조금 오른쪽 길에 있어, 산 입구라서 금방 보여 "


말이 어눌하고 다리를 저는 주차장 관리인은 상세히 그림까지 그려주며 선교원 위치를 알려줬다. 그리고는 종이 한장을 줬다. 깃발에 찍혀있는 문양이 찍혀있다.


" 이거 우리 교주님 나와있는 주보야.. 좋은 말씀도 많이 담겨있으니 읽어봐요 "


" 저녁 때 다 됐는데 밥 먹고 가요. 내 특별히 줄 안서서 먹게 해드릴께. "


아직 저녁 먹기는 이른 시간이었지만 장기자는 딱잘라 사양할 수도 없었다. 주차장 아저씨가 너무 친절하게 선교원 위치도 알려주셨고 또 부탁할 것이 생길 수도 있었기 때문이다. 교회도 둘러볼겸해서 아저씨를 따라갔다.


무료급식을 하는 식당은 교회 1층이었는데. 족히 백명은 한꺼번에 밥을 먹을 수 있을 정도로 컸다. 주차장 아저씨는 매끼 무료급식을 한다고 했다. 엄청나게 많은 사람들이 여기서 공짜로 밥을 먹는다며 자랑스러워했다.


밥은 정말 맛이 없었다. 하지만 장기자는 별 티내지 않고 밥 한그릇을 다 비웠다. 장기자는 어머니께서 ' 밥 앞에 두고 맛이 없다고 투정부리면 밥이 도망간다. 그래서 굶어죽어.. ' 라고 밥상 예절을 가르쳤기 때문에 평소에도 음식 놔두고 별 타박은 없다.


게다가 이곳이 밥 한끼 제대로 먹지 못해 굶주림을 달래러 오는 무료급식소라는 생각을 하니 음식 맛이 없다고 불평을 해서는 안될 것 같았다. 이건 교회에 대한 미안함이 아니라, 이곳에 밥을 먹으러 오는 궁한 처지의 사람들에 대한 미안함 때문이었다.


장기자는 밥을 먹으면서 좀 지루하고 장황했지만 주차장 관리 아저씨가 말하는 이야기를 다 들어줬다. 주로 교주가 설교시간에 하는 이야기였다. 황당한 말들이었지만 이런 말들로 여기 모인 사람들을 현혹했구나 생각하면서 고개를 크게 끄덕여 보이며 열심히 경청했다.


" 자리를 오래 비워둘 수 없네..다음에 오면 더 알려드릴께.."


다행이었다. 신나게 떠들던 주차장 아저씨는 바쁘다면서 자리에서 일어났다. 장기자는 안산에 있는 선교원을 찾아갔다.


선교원은 꽤 컸다. 이곳에도 요상한 깃발은 꽂혀있었다. 궁전 같았다. 담이 높아서 안을 볼 수가 없었다. 드나드는 사람도 없고..


근처에 있는 산으로 올라갔다. 다행히 앞마당이랑 건물이 보였다. 3채의 건물이 보이는데 끝 건물은 수리 중이었다. 뒷마당에 철거된 문짝과 건축자재들이 쌓여있었다. 시커멓게 탔다. 건물에 화재가 났던 것 같았다. 담벼락까지 그을린 자국이 있었다.


내려가는 등산객들이 있었다. 아주머니들이다.


" 저기 선교원에 불이 났었나봐요? "


" 뭔 선교원? 저기 색시집이여... 밤되면 휘황찬란해져.. 큰 요정이라는 데 "


' 뭐 ? 색시집 ? '


어두워지려면 아직 시간이 있었다. 청계천으로 빨리 가봤다. 미군 중고물품 가게에 가서 망원경과 손전등을 사고, 비상식량으로 먹을 빵도 샀다.


정말 어두워지니 선교원에 불이 켜지기 시작했다. 조용했던 건물에 생기가 돌더니 일하는 사람들이 분주위 움직였다. 선교원은 불이 밝혀진 홍등가 같았다. 망원경은 중고지만 성능이 좋았다. 사람 얼굴까지 식별할 정도였다.


큰 대문으로 자가용들이 들어왔다. 차가 무척 좋은 걸로 봐서는 한자리 하는 사람들 차였다. 군용 지프차도 보였다. 차가 들어올 때마다 한복 입은 색시들이 마중을 나갔다.


' 낮에는 선교원, 밤에는 홍등가.. 아니지 선교원으로 위장된 색시집이네 '


젊은 여자들, 변사체, 화재, 선교원, 사이비종교, 황검사, 나나, 담장에 그려진 문양, 깃발.. 퍼즐을 맞추던 장기자는 등골이 오싹해졌다.


' 뭔가 있다.. 정말 있다... '



차반장이 청자다방에 와 보니 쇼파에서 웅크려 자는 놈이 있다. 장기자다. 살짝 발소리 죽이고 지나가는 데 벌떡 일어난다.


" 형! 홍등가 찾았어 "


" 뭔 소리야? "


장기자는 자신이 생각하고 있는 퍼즐들을 차반장에게 펼쳐 보이며 오늘 취재한 것들을 이야기했다. 놀라웠다.


" 형... 같이 알아봐 줄꺼죠 ? "


차반장은 목구멍으로 나오는 말을 삼키려고 물을 한 모금 넘겼다.


' 아직은 말할 때가 아니지.. '


" 형... 그냥 이건 감인데요. 나나 사건과 연관 있는 거 같아.. 아무래도 이쪽 태극 어쩌고 하는 종교집단쪽이 이상해.. 나나네 집 담벼락에 여기 깃발이 그려져 있는 것도 우연은 아닌 것 같고... "


" 운전 기사 김씨가 희생양이 된 것 같아.. 그치? "


황반장을 떠본다. 답을 기다리는 데 말이 없다.


" ................ "


황반장은 담배 하나 꺼내 문다.


" 오늘 경찰서로 황검사 집에서 일한다는 아주머니가 한 분 오셨어.. 날 찾아왔더라구.. 앞면이 있거든.. 나나 찾으러 다닐 때 집에서 만났거든.. 밥도 몇 번 차려 주시기도 했고... "


장기자는 자기가 원하는 답은 아니지만 그래도 말을 자르지 않고 끝까지 들었다. 대답하기 껄끄러운 질문에 대부분의 사람들은 즉답을 못한다. 대신 둘러서 말을 해주는 경우가 종종 있다. 기다려야 한다. 말이 나올 때까지...


" 아주머니가 김씨 죽었다는 소식을 듣고 오신거야 장례를 치루시겠다고... 자식도 없으니.. 화장해서 절에 올려놓으신다고... "


" 아주머니가 운전기사 아저씨랑 친하셨나보네요. 참 좋은 분이에요. 주인집 눈치 보일 텐데.. "


" 아니.... "


담배를 하나 더 찾아 문다. 벌써 세가치째다.


" 황검사가 시켰데.... 장례 좀 치뤄달라고.. "


" 예 ? 그럼 나나 아빠도 운전기사 김씨가 범인이 아니라고........ ? "


차반장은 즉답을 피한다.


" 황검사가 굉장히 샤프한 사람이고 수사 잘하기로 소문난 사람이었는데... 자식일이라 영... 평소 같지가 않아... "


" 중이 재 머리 못 깎잖아요. 남이 해줘야하지.. "


" 응.. 그렇긴 하지.. 김씨일은 안됐지만 지금 장례를 치뤄 버리면 안 되지... "


" 왜요 ? "


" 왜긴... 증거를 없애는 거잖아.. 강압수사로 죽었다고 말하려면 증거가 있어야 하는데 화장을 해버리면 끝나는 거지 "


" 그래서요 ? 아주머니한테 뭐라고 하셨어요? "


" 좀 기다리라고 말했어.. 조금만 더 기다려보자고.. 무연고자로 대학병원에 해부용으로 기증되지 않게 연고자 사인만 받아놨어.. "


" 형님... 혼자 뭐 하는 거 있어요? 뭘 기다려요? "


기자는 기자다. 장기자가 핵심을 찔렀지만 아직은 말할 수 없었다.


" 됐고... 태극선교단쪽 일은 내가 도와 줄께.. 같이 파보자."


" 대신 부탁이 있어.. 최대한 조용히 조사해야해.. 상대방이 눈치 채지 않게.. 내가 신호를 보낼 때까지는 절대 외부에 알리면 안 돼... "


장기자는 자기가 원하는 대답을 대충 들은 데다가 같이 태극선교단 사건도 알아보자는 말에 기분이 좋았다.


내일은 토요일이다. 차반장은 저녁 때 산에 올라가서 선교원을 감시하고, 장기자는 태극 선교단 교주에 대해 취재하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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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 여고생 납치 +4 17.07.03 204 6 7쪽
» 홍등가 +4 17.06.30 217 6 8쪽
7 담배 +4 17.06.30 203 6 8쪽
6 사망 +4 17.06.29 161 6 8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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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고통 +6 17.06.28 306 8 8쪽
2 은폐 +6 17.06.27 354 7 7쪽
1 시체 +6 17.06.26 599 7 9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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