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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나나 님의 서재입니다.

검사딸살인사건

웹소설 > 자유연재 > 추리, 중·단편

배나나
작품등록일 :
2017.06.26 11:21
최근연재일 :
2017.07.24 07:01
연재수 :
38 회
조회수 :
6,208
추천수 :
254
글자수 :
154,888

작성
17.06.28 12:12
조회
306
추천
8
글자
8쪽

고통

DUMMY

"아가가 배 고파요. 엄마가 밥 먹여 줄께요"


나나가 인형을 가지고 엄마 놀이를 한다. 아빠 넥타이로 인형을 어부바했다. 지 엄마가 하는 목소리를 똑같이 흉내 낸다. 녹음기 같다. 뜻을 아는 지 모르는 지 제법 감정처리까지 능하다.


엄마 말고도 주변에서 들리는 말은 일단 녹음기처럼 재생한다. 애 앞에서는 정말 함부로 말하면 안 된다.


"땟지! 우리 아빠는 나쁜 사람들을 혼내주는 사람이에요. 아빠 최고에요"


엄지척....


손이 넘 작다. 가느다란 손가락이 다섯개씩 붙은 게 넘 신기하다. 움직이는 것도..

참 귀엽다.


가족들이 현관 앞에 쪼로록 썼다. 황검사 출근하는 시간이다. 앞 라인은 나나, 태경, 그리고 순희. 한 걸음 뒤엔 아버지, 어머니, 그리고 동생 정식이..


" 안녕히 다녀오세요 "


순희가 허리를 숙여 인사하면 애들이 따라 복창하면서 같이 허리를 숙인다. 꽤 공손하다. 이런 인사를 받고 나면 밖에 나가서 골리앗이라도 때려 잡고 와야할 것 같은 책임감과 자신감이 생긴다. 왠지 반듯해야 할 것 같기도 하고..


' 순희.. 그녀는 내게 그런 존재이다 '


그래서 대공수사국 제안을 해오는 하늘같은 선배의 제안도 정중히 거절했다. 다 국가를 위해 하는 일이라고는 하지만 민주화 외치는 대학생들 줄줄이 잡아들이고, 일본 유학생들 간첩 만들어 연일 발표해대는 그곳에 가는 것은 싫었다.


' 금나와라 뚝딱 ! 은나와라 뚝딱 ! ' 처럼 하룻밤 사이에 없는 죄도 잘도 만들어내는 곳이었다. 수사관들 외에 전문 고문 기술자들이 상주한다는 말이 있었다.


국가에 충성했고 더 나은 미래를 만들기 위해 정의사회를 구현해야한다는 투철한 사명감을 가지고 있는 그였지만 대공수사국은 답이 아닌 것 같았다.


대공수사국이 있는 중앙정보부는 권력의 핵심이었다. 출세와 양심 중 황검사는 양심을 택했다. 그리고 고심 끝에 독일 연수를 지원했다. 피해가기로 한 거다.


또 시집살이로 고생하는 순희를 조금 쉬게 해주고도 싶었다. 첫 아이를 낳고 몸조리를 하러간 친정에서 순희는 하루 종일 잠만 잤다. 세끼 식사하는 시간과 아이 젖먹이는 시간 외에는 2주내내 깊은 잠을 잤다. 황검사는 그제서야 알았다.


' 순희가 그간 시집살이하면서 힘들었구나. 잘해준다고 해줬는데 밖에 나가있는 남자는 모르는 일이 많나보다 ' 하며 미안한 마음이 들었다.


나나가 태어난 이후에는 어머니 유씨의 지나친 간섭이 황검사 눈에도 보였다. 그래서 이러저러한 이유로 독일연수라는 카드를 준비해놓고 있었다.


아침 인사를 하던 맨 앞줄 나나가 황검사에게 묻는다.


" 아빠는 왜 내 키를 몰라? 몸무게는 알아? "


" 어떻게 생긴 게 기억이 안나? 나 추워~ 언제까지 이렇게 추워야해? "


" 맞아, 공부 헛했지.. 대체 할 수 있는 게 뭐야 개 폼만 잡지.." 아버지다.


" 근본없는 애 데리고 올 때부터 알아봤어 " 어머니다.


" 정의를 지켜 ? 집안이나 잘 지켜 " 또 아버지다.


가족들 눈이 무섭다. 노려본다. 황검사는 뭐라고 변명을 하고 싶은 데 말이 안 나온다. 사랑한다고 용서해달라고 하고 싶다. 그런데 자꾸 멀어진다. 늪에 빠지고 있다. 손을 내미는 데 아무도 구해주지 않는다.


'이대로 죽는구나 '하는 순간 번쩍 눈을 떴다. 황검사 방이다.


시간은 멈췄다. 오늘이 언제인지 알 수 없었다. 무언가 해야 하는데.. 아무 것도 판단할 순 없었다. 나나를 찾은 날 집에다 둘 순 없었다. 그래서 세브란스 병원 냉동시체보관실에 두었다. 가족이 신원확인을 해야 하는데.


옷, 팔찌..좀 탔지만 나나께 맞다.

키, 몸무게 모른다.

얼굴, 불에 타서 윤곽만 보인다. 동그랗다.

이마, 앞짱구였는데 함몰돼서 확인 불가다.

점, 발 뒷굼치에 점이 한 개씩 있었다. 불에 타서 확인 불가다.

치아상태, 지문, 기록된 게 없다. 역시 확인불가다.


형사소송법에 의해 범죄와 관련있는 시체에 대해 부검을 통한 사인 규명을 해야한다.


언제 죽었는지, 어떻게 죽었는지, 불에 타서 죽은 건지, 죽은 다음에 태운 건지, 성폭행은 당했는지...


이렇게 무시무시한 단어들을 그간 아무렇지도 않게 피해자 가족들에게 말했구나 싶다. 황검사는 죄책감이 든다. 업보인거 같다.


' 너도 한 번 당해봐.. 그럼 우리 심정 알꺼야. '


수많은 얼굴들이 황검사 주변을 맴 돈다. 바들바들 떨며 매달리던 사람들 모습이 파노라마처럼 지나간다. 범죄를 확인하기 위한 당연한 절차인데 함부로 말해선 안 되는 말들이었다.


' 부검, 시체를 갈기갈기 찢어야 한다. 아플텐데.. 아니 내 가슴이 너무 아파서.... 그래서 할 수가 없다 '


' 이대로 있으면 안 된다.. 뭔가를 해야만 한다 '


황검사는 옆에 있는 권총을 만지작거렸다. 느낌이 차갑다. 실전에서 쏴 본적은 없지만 황검사는 명사수였다. 사격장에서 백발백중, 권총사격의 정수를 보여줬었다.


황검사는 뿌옇게 흐려진 눈을 크게 떠보았다. 정신을 차려 볼려고 애쓰고 있었다. 어두운 방을 밝히려고 커튼을 걷어냈다. 창밖에 비가 억수같이 퍼붓는다. 한강 물이 흑탕 물이 되어 넘실거린다. 이번에도 큰 홍수가 날 것 같았다.



옥희다. 한참 그렇게 서 있었다. 미동 없이 입원실 입구에 서 있었다. 옥희는 순희 고향친구다. 생긴 게 비슷해서 보통 자매간인 줄 안다.


순희는 주사바늘을 좀 빼달라고 간호사를 부르고 있었다. 집에 가봐야 했다. 아무래도 무슨 일이 있는 것 같았다. 그냥 느낌이 그랬다. 일어서던 순희는 유리 창문에 비친 옥희를 봤다. 순희는 고개를 돌려 옥희와 눈이 마주쳤다.


" 안돼.. 아.. 안돼 "


" 아니지? 아니야! 그러면 안돼 "


처참한 표정으로 울고 있는 옥희 모습에서 순희는 안 좋은 소식을 알아냈다. 그리곤 울음을 터트렸다. 옥희가 순희를 안았다. 순희는 옥희가 밉다. 이런 소식을 전하는 옥희가 너무 밉다. 옥희를 붙잡고 흔들었다. 화를 냈다.


" 아니라고 말해.. 어서 아니라고 말하란 말이야 "


" 거짓말이지 아니라고 말해 "


" 제발 부탁해 아니라고 말해줘.. 내가 잘못했어. 옥희야 아니지.. 아니라고 말해봐 제발..."


애원했다.


우는 것도 화내는 것도 애원을 해도 안통하자 순희는 자기 머리카락을 쥐어뜯기 시작했다. 주사 바늘이 빠지면서 피가 났다. 온 몸을 긁으면서 손톱으로 살점을 뜯어내고 있다. 자해를 하는 거다. 옥희는 간호사를 불렀다. 피가 나오는 손목부터 수건으로 감싸본다. 소용없다.


순희는 한참을 이리저리 몸부림치며 입원실 바닥에 피를 뿌렸다. 숨이 가빠지면서 눈에 흰자위가 보였다. 빨리 진정시켜야했다. 의사, 간호사 몇 명이 더 왔는지 모른다. 호흡이 돌아오게 응급조치를 했고 진정제를 놓았다. 환자 상태를 잘 지켜보라고 하면서 따뜻한 수건으로 몸을 마사지 해주라고 했다.


순희는 다음날도 일어나지 못했다. 말도 못하고 움직이지도 못했다. 눈만 겨우 깜빡였다. 촛점은 없었다. 병실을 정신과로 옮겼다. 정신과 중환자실에는 보호자가 함께 있을 수 없었다. 시간 맞춰 면회만 가능했다. 의사가 일주일은 경과를 봐야한다고 했다.


순희는 지금 암흑 속에 있었다. 옥희는 기도했다.


'' 하나님.. 우리 순희 좀 살려주세요 "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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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고통 +6 17.06.28 307 8 8쪽
2 은폐 +6 17.06.27 354 7 7쪽
1 시체 +6 17.06.26 599 7 9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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