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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나나 님의 서재입니다.

검사딸살인사건

웹소설 > 자유연재 > 추리, 중·단편

배나나
작품등록일 :
2017.06.26 11:21
최근연재일 :
2017.07.24 07:01
연재수 :
38 회
조회수 :
6,197
추천수 :
254
글자수 :
154,888

작성
17.06.26 11:34
조회
597
추천
7
글자
9쪽

시체

DUMMY

" 찾았어요. 찾았어요. 나나 찾았어요! "


다급한 목소리였다.


대문으로 황급히 뛰어들어오는 이는 운전 기사, 김씨였다.


' 뭐! 우리 나나 공주 찾았다고? '


황검사는 나나란 말이 들리자 몸을 크게 휘청거리며 밖으로 나갔다. 이미 형사들이 와있었다.


대문밖으로 다급하게 달려나오는 황검사를 보자 굳어있던 그들의 얼굴이 더 파랗게 질렸다.


' 저게 뭐야! '


그건 분명 바구니에 담긴 아이 시체였다. 그것도 새까맣게 얼굴이 탄,


황검사는 잠시 멈칫했다. 놀라기도 했지만 순간 무서웠다.


저 아이가 실종됐던 자기 딸일지 모른다는 사실에 황검사는 분명 겁먹고 있었다. 아마 형사들이 없었다면 뒷걸음쳤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도망칠 순 없었다. 다가가서 바구니를 확인해야만했다. 그는 아빠였고 대한민국의 검사였다.


황검사는 직업상 변사체를 많이 보고 다녔다. 한 달 전에도 암매장된 20여구의 여자 변사체를 검시했었다. 그는 직업상 숙련된 프로였다. 냉철한 지식과 경험은 현장에서 빛났고 신속하게 일을 진행시켰다.


하지만 지금 작은 바구니 안을 주시하고 있는 그는 평범한 아빠였다. 처음이었다. 자식이 죽은 것도 처음이었고, 주변에 가까운 사람이 죽은 것도 이번이 처음이었다.


소름이 끼쳤다. 부들부들 떠는 그의 손이 바구니를 잡았다. 감정을 억누르며 바구니 안을 살폈다. 탄 냄새와 함께 역한 냄새가 났다. 그건 분명 죽은 지 얼마 안 된 작은 여아였다.


이마 중앙이 함몰된 것으로 봐서 둔기로 세게 맞아 사망한 것 같았다. 그리고 그 아가는 딸 나나가 실종 당시에 입고 있었던 하늘색 원피스에 분홍 팔찌를 끼고 있었다.


' 아냐 우리 나나일 리가 없어.... '


아기 바구니 앞에서 황검사는 주저앉았다. 그리고 눈물, 콧물을 쏟아내더니 이내 구토를 했다. 먹은 게 없었지만 목구멍으로 헛구역질과 함께 신물이 넘어왔다. 괴로웠다. 멈추지 않는 헛구역질이 아니라 나나를 이렇게 다시 만난 게 너무 괴로웠다.


' 일주일이다. 일주일 만에 만난 딸이다. 그런데 아빠는 첫인사로 구토를 하는 구나 '


땅바닥에 고개를 처박고 쓰러지는 그를 부축한 건 아까부터 옆에 와 있던 아버지였다. 아버지 신음 소리가 들렸다. 곰인지 소인지 짐승이 내는 소리를 그는 내고 있었다.


' 순희, 순희가 보면 안 되는데... '


순희는 나나 엄마다. '다행히도' 어머니와 순희는 병원에 갔다. 순희가 어젯밤에 계속 하혈을 해서 세브란스 병원 응급실에 갔고, 아직 그곳에 입원해있다.


나나는 황검사와 부인 손순희 사이에 얻은 둘째다. 첫째는 올해 5살 아들 태경이다. 나나는 아직 3살밖에 안 된 아가지만 둘째이기도 하고 엄마 머리를 닮아서 천재라 뭐든지 빠르게 익히고 영민했다.


6개월부터 엄마아빠를 하루 종일 입에 달고 다니더니, 돌 때는 손님들 앞에서 애국가도 불렀다. 생긴 것도 예뻤지만 세상 이쁜 짓은 혼자 다 하고 다니는 집안의 귀염둥이였다.


그런데 그렇게 예쁘고 귀한 나나가 차디찬 길바닥에 새까맣게 얼굴이 탄 채 버려져 있었다. 실종 7일만이었다.


황검사 어머니 유씨는 한 달 전부터 집을 고치기 위해 대대적인 공사를 시작했다. 정확히 말해 어린 손녀를 위해 집을 예쁘게 단장하는 공사였다.


유씨는 아들만 둘을 키워서 딸 있는 집이 부러웠었다. 예쁜 옷이며 구두, 인형 같은 걸 보면 늘 사고 싶어 안달이었다. 나나가 태어난 이후, 원을 풀 듯 온갖 것을 다해주며 키웠다.


이런 유씨의 호들갑은 나나 엄마에게는 무척 피곤한 일이었다. 나나와 관련된 일에는 일일이 간섭했고 유난을 떨었다.


얼마 전 손녀가 현관 계단에서 굴러 떨어진 날, 다행히 별로 다친 데가 없었지만, 어머니 유씨는 십년감수했었다. 그 날로 바로 유씨 큰언니네 전화를 걸어 집 고칠 사람을 소개받았다. 그리고 얼마 지나지 않아 계단을 없애고 거실 창문을 넓히고 마당에 장미꽃을 심는 공사를 시작했다. 마당 테마는 장미정원이었다.


공사하는 사람들이 하루에도 몇 십 명씩 들락거렸고 소리도 시끄러웠다. 먼지가 많이 나서 운전기사 김씨는 마당에 호스로 물을 뿌리며 하루를 보냈다.


나나 엄마는 집을 고치는 게 맘에 들지 않았다. 그냥 살아도 불편한 점이 별로 없었고 공사 소음과 먼지가 너무 많이 나서 괴로웠다.


게다가 아직 부모님께는 말하지 않았지만 황검사는 독일 연수를 준비하고 있었다. 대공수사국 제안도 있었지만 ' 부족한 점이 많다 '고 고사한 후 아이들과 함께 외국 생활을 할 계획이었다. 그래서 더더욱 집을 고치는 것이 불필요했다.


하지만 유씨는 늘 그렇듯 극성맞게 집을 수선했다. 마치 아들 내외의 분가를 눈치 채기라고 한 사람처럼..


나나가 실종된 건 마당 공사가 한 참 진행되던 때였다. 분명 아이 방 침대에서 자고 있었는데 없어졌다. 아이가 없어진 걸 발견한 사람은 운전기사 김씨였다. 뒷마당에 담배 피러 가다가 나나 방에 창문이 열려있는 걸 보고 닫으러 갔다가 아이가 없는 걸 발견했다.


집에 돌아온 나나를 처음 발견한 사람도 공교롭게 김씨였다. 나나네 집으로 들어서는 골목 입구에 전봇대와 우체통이 있는데 그 사이에 나나를 담은 바구니가 담요로 덮어 놓여있었다. 골목 앞 구멍가게에 심부름 갔던 김씨는 바구니를 발견한 후 집 앞에 대기 중이던 형사들에게 알렸다.


형사들은 몇 가지 물을 게 있다며 그날 오후 운전기사 김씨를 경찰서에 데려갔다. 김씨를 왠지 느낌이 좋지 않았지만 안가겠다고 할 수 있는 처지도 아니었다. 홀홀단신 김씨를 배웅해주는 사람은 집안일을 돕던 서산댁 뿐이었다.


" 점심도 못 먹었는데 어쩌나.. 별일이야 있겠는가.. 다녀와요 "


" 잉~ 내 후딱 댕겨올께요 "


사람 좋은 김씨는 경찰차가 어색한 지 엉거주춤 뒷 자석에 앉은 채로 곧 돌아온다는 인사를 남기고 그렇게 집을 떠났다.


다음날 서대문 경찰서장을 실은 차가 나나네를 찾아왔다. 어머니와 순희는 아직 없었다. 응접실에는 아버지와 황검사, 그리고 황검사 남동생이 앉아있었다.


박서장은 아이를 살아있는 채로 찾지 못하고 죽은 채로 발견한 점을 사과하며 용서를 구한다고 했다.


그리고 운전기사 김씨가 형사들 심문 도중에 사건 일체를 자백했다고 말했다. 일상적인 업무보고였다면 서류를 바쁘게 넘기면서 몇 가지 주요 수사 포인트에 대해 날카로운 질문과 지시를 던졌을 황검사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하늘이 무너져 내렸다. 어떤 굉음보다도 더 큰 요란한 소리가 들렸다. 세상이 지옥으로 빨려 들어가고 있었다.


박서장의 말은 계속 됐다. 옆에 서 있는 차반장은 고개를 떨군 채 말이 없었다. 나나 찾으려고 가장 열심히 뛰었던 사람이다.


박서장은 형식적이긴 하지만 아이에 대한 신원확인과 부검을 진행해야하니 유족들께서 최대한 협조해 달라는 말을 남겼다. 그리고 수사기관에서 일하는 황검사를 최대한 예우하겠다는 말도 전했다.


박서장 일행이 나간 후 응접실에 있는 누구도 말을 하지 않았다. 아니 어떤 말도 하지 못했다. 그들은 한참을 그렇게 있었다. 정적을 깬 건 황검사 동생 정식이었다. 울먹이면서 정식은 형을 흔들었다.


" 형 ! 아니잖아 뭐라고 말 좀 해봐~ 혀~ 엉 “


" 어떻게 좀 해 봐.... "


그러고는 어린 아이처럼 운다. 엄마 젖을 빼앗긴 아이처럼 숨이 넘어가게 울었다. 황검사도 그러고 싶다. 투정부리며 보채며 누군가에게 탓을 돌리며 그렇게 울고 싶다.


' 단장이 끊어진다 '


황검사는 지금 슬픔 때문에 단장이 끊어지고 있다. 비통함이 극에 달해 머리가 터질 것 만 같았다.


보물같던 아이였다. 사랑했고 소중했다. 고물고물한 아주 작고 약한 아이, 이쁘고 착하고, 아빠가 세상에서 가장 힘이 센 사람이라고 아는 아이이다.


' 그런데 그런 너를 아빠는 지켜주지 못했구나 '


' 이렇게 무능할 수 가 ... '


그 어떤 것도 할 수 없었다. 권력도 재력도 지식도... 자식이 죽었다는 상황 앞에서 그 잘난 그 무엇도 모든 게 멈춰버렸다. 그저 새끼 잃은 짐승이 다 그러하듯 울부짖을 뿐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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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지 검사딸살인사건 작품 소개 17.07.12 224 0 -
38 생명을 살리는 힘 +4 17.07.24 141 5 12쪽
37 각설탕 +4 17.07.21 123 7 9쪽
36 펜은 칼보다 강하다 +4 17.07.20 115 7 7쪽
35 박선택의 몰락 +4 17.07.20 114 7 7쪽
34 개과천선 +6 17.07.19 118 7 9쪽
33 장기자와 예선이 +4 17.07.19 107 7 8쪽
32 공개수사 = 사냥 +4 17.07.18 139 7 13쪽
31 뒤집기 +4 17.07.17 113 6 14쪽
30 증거인멸 +4 17.07.14 110 6 14쪽
29 불안한 동업 +4 17.07.13 103 6 11쪽
28 협박전화 +4 17.07.13 92 7 10쪽
27 더러운 거래 +4 17.07.12 95 6 10쪽
26 실종 D-day +4 17.07.12 90 7 11쪽
25 음모 +4 17.07.11 100 7 8쪽
24 해결사 +6 17.07.11 91 7 9쪽
23 집안의 보물 +4 17.07.10 95 7 9쪽
22 한끼 식사 +4 17.07.10 115 7 10쪽
21 갓난이 +4 17.07.09 114 7 9쪽
20 혈액형 +4 17.07.09 98 7 7쪽
19 상희와 옥희 +4 17.07.08 115 7 10쪽
18 가족 +4 17.07.08 107 7 9쪽
17 암살 +4 17.07.07 152 7 11쪽
16 복수 +4 17.07.07 129 6 9쪽
15 사이비 종교 +4 17.07.06 123 7 9쪽
14 탈출 +4 17.07.06 114 8 9쪽
13 예선이의 고백 +4 17.07.05 227 7 7쪽
12 천도제 +4 17.07.05 138 6 7쪽
11 집안의 우환 +4 17.07.04 241 6 8쪽
10 돌아온 여고생 +4 17.07.03 248 5 8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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