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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나나 님의 서재입니다.

검사딸살인사건

웹소설 > 자유연재 > 추리, 중·단편

배나나
작품등록일 :
2017.06.26 11:21
최근연재일 :
2017.07.24 07:01
연재수 :
38 회
조회수 :
6,213
추천수 :
254
글자수 :
154,888

작성
17.07.03 10:41
조회
248
추천
5
글자
8쪽

돌아온 여고생

DUMMY

장기자는 여태까지 취재한 학교들을 거꾸로 취재하기 시작했다. 이번엔 꽃순이들의 행방을 중심으로......


장기자의 감이 맞았다. 여덞학교 중 여섯 학교 꽃순이들 행방이 묘연했다. 아까 울었던 선생님네 꽃순이까지 합하면 일곱이다.


나머지 학교도 꽃순이 했던 학생이 몸이 아파 죽었다고 했다. 일단 이름과 집주소를 받아 적어왔다.


' 아직 부모가 그 집에 살고 있어야할텐데... '


장기자는 급하게 여덞번째 학교에 다시 갔다. 선생님들 퇴근시간에 맞춰 오느라고 서둘렀다.


다행히 늦진 않았다.


다른 선생님들 눈에 띄지 않으려고 길 건너 2층 찻집에 올라가서 창가에 앉았다.


" 뭘로 주문하실래요 ? "


" 아무거나.. "


" 네 ? "


" 아뇨... 여기서 제일 많이 먹는 걸로. 아무거나 "


정신은 온통 창문 너머에 가있고 자신은 쳐다도 안보는 손님 태도가 맘에 안들었는지... 다방 아가씨는 대답도 안하고 가버렸다.


나중에 차를 가지고 왔는데 가장 비싼 쌍화차를 가져왔다. 날달걀까지 띄워서.. 그냥 쌍화차보다 더 비싸다.


' 헉.... 이런 거... 어... '


따뜻한 엽차를 한 모금 넘겼다. 아직 여선생님이 교문에 안나타났다.


' 늦으시네... '


드디어 여선생님이 교문에 나타났다. 다행히 일행은 없었다. 장기자는 쌍화차 값을 테이블위에 올려놓고 급하게 뛰어나갔다.


선생님은 집까지 걸어다니는지 버스정류장을 그냥 지나쳤다. 혹시 미행했다고 오해할까봐 선생님 앞으로 빨리 걸어가서 인사를 했다.


장기자가 생각했던거보다 선생님은 더 크게 놀랐다. 확실히 선생님은 겁먹고 있었다. 그게 무엇인지 장기자는 더 궁금해졌다.


' 선생님 너무 무서워하지 마세요. 사필귀정입니다. 나쁜 것들은 반드시 벌을 받아요. '


선생님은 두번째 보니 장기자 눈빛이 선량해 보였다. 생긴 거에 비해 다구진 면도 보였다.


" 선생님 걱정되서요. 저번에 너무 우시길래.. 식사라고 같이 하실까요? "


" 아뇨.. 저 집에 가봐야해요.. "


" 아~ 네 그럼 제가 집까지 모셔 드릴께요. 이 근처신거 같은데.. "


장기자는 손가락으로 걸어가는 모양새를 해보였다. ' 선생님이 버스를 안타고 걸어가시는 걸 보니 이 근처가 집이군요 '라는 뜻을 담고 있었다.


선생님은 생각보다 쉽게 장기자의 수신호를 알아들었다. 잠시 망설이다. 선생님은 같이 가면서 물어볼 게 있다고 말했다.


한참을 그냥 걸었다. 주변이 한적해지자 선생이 입을 열었다.


" 혹시 다른 애들 근황은 취재해 보셨어요? "


" 아~ 네.. 지금 하고 있습니다. "


" 잘 있나요? 행방불명되진 않았어요? "


" 네... 학교에 없는거 같아요 "


" 선생님 학생도 ? 혹시 .... "


" 저 이 골목으로 들어가면 집이에요. 안녕히 가세요. "


선생님은 대답없이 고개를 돌렸다. 그리고 좁은 골목으로 들어갔다. 파란대문집 쪽문을 열자 왠 젊은 여자가 밖으로 나왔다.


선생님은 여자의 팔을 붙잡더니 황급히 안으로 들어갔다. 장기자는 선생님이 들어간 집 앞으로 걸어가서 한참 서있었다. 그리고 천천히 골목입구로 걸어나왔다.


장기자는 골목길 입구에 서서 오랜만에 담배를 한대 피웠다. 부슬부슬 비가 내렸다. 애인한테 차인 것도 아닌데 왠지 마음이 슬펐다.


지금 장기자는 남의 아픔을 직감하고 있었다. 동시대를 살면서 분명 일어났던 일들이다. 이 끔찍한 아픔을 담고 있는 비밀을 어디까지 파헤칠 수 있을까? 그리고 어디까지 알릴 수 있을까?


' 아니... 보도는 할 수 있을까 ? '


장기자는 머리가 복잡했다.



" 이걸 보도할 수 있을까요? 접대받은 정관계인사가 한 둘이 아닐텐데.."


" 대통령도 접대받았어 ? "


" 예? ... 그건 ... 모르죠 "


" 간단해, 대통령이 안받았으면 깔 수 있고.. 받았으면 못 까고.. "


" 대통령 연류되서 못 까더라도 중정에 정보보고는 할 수 있지... 니가 만들어주면 내가 들고 들어갈께 "


여자 변사체 추가 취재를 안해왔다고 자기를 죽이려드는 부장에게 장기자는 안산에 있는 선교원 이야기를 살짝 흘렸다.


나나사건과 연관있다는 말은 빼고.. 사이비 종교집단이 정관계로비를 위해 색시집을 운영하고 있다고... 그 정도만 흘렸다.


부장은 쇼킹해하며 ' 이거 그림 나온다 '고 좋아했다. 장기자는 부장의 이런 태도를 접할 때마다 정말 책방을 내서 살고 싶었다.


문학도였던 장기자는 글을 써서 밥 먹고 사는 직업을 찾다 기자가 됐다. 기자 외엔 글로 밥먹고 살 수 있는 직업이 없었다.


' 아.. 국어선생님은 할 수 있겠다. '


그런데 선생님은 싫었다. 16년이나 학교 다녔는데 이제는 다른 곳에 다니고 싶었다.


장기자는 일단 시간을 좀 벌었다. 그리고 취재비도 받았다. 주머니가 든든해진 장기자는 저녁 때 차반장하고 같이 고기 먹자고 하려했다.


' 형님 좋아하겠다.. 소고기로.. 꿀꺽 '


꽃순이 중 아파서 죽었다는 여학생 집에 찾아갔다. 다행히 이사는 가지 않았다. 부모님이 작은 구멍가게를 하고 있었다. 장사를 안하는 지 가게에 물건이 거의 없었다.


처음엔 여학생 할아버지인 줄 알았다. 촛점없는 눈 빛이 무기력해보였다. 죽은 여학생은 이 집 둘째 딸이었다.


여학생의 아버지는 장기자가 따님을 취재하러 왔다고 하자.. 도리어 장기자를 붙잡고 물어봤다.


" 우리 딸이 어쩌다가 그리 됐을까요? "


" 왜 죽은 걸까요 ?


" 다 죽어서 왔어요. 숨만 겨우 쉬는 시체로.. "


" 어디있다 왔을까요? 누가 데려갔을까요 ? "


" 기자 양반...알면 말 좀 해주시오 ! "


" 우리 딸을 누가.. 어떤 것들이..."


얼마나 답답했으면..... 장기자는 가슴이 답답해졌다. 잘 알지도 못했지만 아는 것도 말해줄 수 없었다.


꼭 다시 찾아 뵙겠다는 말을 건네고, 가게에 있는 과자 몇개를 봉다리에 담았다. 여학생 아버지께 돈을 넉넉히 계산해서 드렸다. 뭐 좀 드시라고..


물건엔 먼지가 수북하게 쌓여있었다. 유통 기간도 훨씬 지난 듯 했다. 버릴까 하다 그냥 가지고 다녔다.


죽은 여학생은 꽃순이를 한 그날 저녁부터 집을 나갔다고 한다.


몇달째 소식이 없다가 어느날 가게 앞에 딸이 다 죽어가는 채로 놓여 있었단다. 병원으로 옮긴 딸은 그 다음날 숨을 거뒀다.


무슨 일이 있었는지 캐 물었지만 딸은 말을 할 수 있는 상태가 아니었다. 숨만 겨우 붙어있었다.


몸에 염증이 많이 퍼져 있어서 항생제 처방을 했지만 별 차도가 없었다고 의사는 이야기했다.


병원에서는 딸이 왜 죽었는지 분명하게 말해주지 못했다. 자세히 알아보려면 부검을 해야한다고 했다.


실종신고를 했던 경찰에서는 아이가 돌아왔다는 신고를 받고 별 반응이 없었다고 여학생의 아버지는 울분을 토했다.


죽은 딸 몸에는 멍이 많았다고 했다. 얼마나 맞으면 사람이 이렇게 될까? 딸이 많이 맞아 몸에 병이 든거 같았다고 아버지는 말했다. 가슴이 아픈지 괴로워 하며 눈물을 흘렸다.


장기자는 죽은 여학생 아버지와의 인텨뷰를 수첩에다 다시 정리해서 적었다. 아까는 말이 두서가 없어 메모가 불가능했다.


메모 맨 마지막에 요점을 적어 넣었다.


' 선교원에서 홍등가 일을 하다 몸에 병이 들자 집으로 보냄 '


장기자는 담배 한대를 꺼내 물었다. 한자리에서 연거퍼 세가치를 피웠다. 독한 담배가 땡겼다. 독한 술도 땡겼다.


몸에 끓어 오르는 독한 기운을 좀 빼기위해 종로에서 서대문까지 걸었다. 땀이 나도록 걷다보면 머리까지 올라왔던 열이 쭈욱 가슴까지 내려가는 게 느껴진다.


' 가슴은 뜨겁게, 머리는 차갑게 '


기자로 밥 먹고 살면서 단명하지 않으려고 장기자 나름대로 선택한 취재 원칙이다.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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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은폐 +6 17.06.27 354 7 7쪽
1 시체 +6 17.06.26 599 7 9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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