함정 (2)
“으음..”
문득 잠이 들었나보다. 시계를 바라보니 어느덧 새벽 3시를 가리키고 있었다.
샤프 또한 잠의 유혹을 이길 수 없었는지 새근새근 숨소리를 내며 샬롯을 안은 채 달콤한 잠에 빠져 들어있었다. 샤프를 깨우려다 그냥 내버려두기로 한다.
따스한 잠자리를 벗어나 천막 밖으로 나온다. 시원한 밤공기가 몸을 훑고 지나간다. 바람을 느끼며 조용히 천막에 붙은 새벽의 이슬을 손으로 훔쳐낸다. 손에 올라탄 물방울들을 옷에 대충 닦아내고 목책으로 걸어가 산책한다.
군데군데 망가져 무너져 내린 망루와 목책들, 나는 파랜드가 잘 보이는 언덕에 앉아 그곳을 바라본다.
“참 아름다운 도시죠?”
웨이브다. 조용히 옆에 앉은 그는 들고 있던 잔을 나에게 건넨다. 김이 모락모락 올라오는 따스하고 달달한 차.
웨이브와 나는 차를 마시며 밤의 장막에 쌓여있는 파랜드를 묵묵히 바라본다.
“분명 활기차고 생동감이 넘치던 큰 도시였습니다만.. 지금은 이렇게 아무런 불빛도 새어나오지 않는군요.”
잔에 담겨있던 차는 바닥 난지 오래였지만 우리는 그저 말없이 비어있는 잔에 시선을 고정하고 있었다.
“기운내세요, 금방 저들을 몰아낼 수 있을 것입니다.”
기운 없이 쳐져있는 웨이브의 어깨를 토닥여준다.
“...”
묵묵히 고개를 숙이고 있던 웨이브는 이내 허리를 피며 기지개를 편다.
“읏-차! 그렇지요, 희망을 가져야지요. 이제 조금씩 반격을 시작해나가고 있으니까요”
스스로 기운을 차려보는 웨이브는 시선을 들어 다시 도시를 바라본다.
"저기, 저기를 보십시오"
나는 도시의 구석을 손가락으로 가리킨다. 그저 어둡기만 했던 도시의 끝자락에 조그마한 불빛이 꿈틀거리는 것이 보인다. 라엠 기사단의 전초기지다.
그것을 바라보는 나와 웨이브. 절망의 구덩이 속에 한 줄기의 희망이 느껴진다.
“저 불빛이 파랜드에게 빛을 되찾아줄 것입니다.”
그 말을 듣고 입가에 자그마한 미소를 띠우던 웨이브는 나에게 감사의 인사를 건넨다.
“밤공기가 춥습니다. 이만 들어가시죠.”
자리에서 일어나 웨이브에게 잔을 돌려주고 인사를 건넨다. 그리고는 천막을 향헤 다시 조용히 걷는다.
‘레스페베르에서 가져왔던 책이나 읽어볼까..’
딱히 졸리지가 않아 뭘 하며 시간을 때울까 이런저런 고민을 하는 와중에 어디선가 갑자기 커다란 굉음이 울린다.
‘뭐야?’
대지의 진동과 함께 퍼져나가는 불길한 폭발음. 곧바로 소리의 근원을 향해 뛰어가기 시작한다.
“무슨 일입니까?”
망연자실한 표정으로 파랜드를 바라보고 있는 웨이브와 이리저리 바쁘게 뛰어다니는 병사들. 나는 웨이브의 시선을 따라 파랜드를 쳐다본다.
절망 속에 피어났던 희망이 불씨, 그것이 조금씩 어둠속에 집어삼켜지고 있었다.
- 작가의말
장마가 시작됬다고 퍼붓다 그치기를 반복하네요. 이거 왠지 우산을 들어도 나가기가 겁나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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