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쪽지대 수비 (2)
검푸른 마물들은 동료들의 시체를 넘어서며 방어선의 목책을 기어 올라오고 있었다. 아무리 궁합을 맞추며 마물들을 지워나가던 드루이드들이었으나 사라지지 않는 마물들을 보며 조금씩 평정심을 잃어가고 있었다. 나는 그들을 최대한 북돋아보며 웨이브를 향해 외친다.
“평소에도 이렇게 수가 많습니까?”
“아닙니다! 확실히.. 수가 많을 거라고는 예상했지만 이 정도일 줄은..”
겉으로는 침착해보이지만 당황한 기색이 웨이브의 표정에 비친다.
라엠 기사단이 공격을 시작한 틈에 마물들이 빈틈을 노릴 것이라고 작전회의에서 충분히 예상했던 일이었으나 예상을 뛰어넘는 바글바글한 마물들의 파도는 어느새 목책을 넘어서 드루이드들에게로 향하고 있었다.
“하아압!”
기합을 모으고 마물들을 향해 도약하는 샤프, 드루이드들에게로 달려드는 마물들을 하나씩 때려눕힌다. 하지만 쏟아지는 마물들을 샤프 혼자서 감당해낼 수는 없었다.
“키에에에에에엑!”
“으.. 으아아악!”
드루이드들은 당장 눈앞의 마물들을 상대해야 할지, 물밀 듯 밀려오는 마물들을 상대해야할지 갈팡질팡해하고 있었다. 드루이드들이 혼란에 빠져감에 따라 유지되고 있던 마법의 진들이 깨어지기 시작한다.
“도..! 이거, 이러다가는..”
‘안되겠다.’
“설향! 따라 오거라!”
나는 목책을 뛰어넘으며 뒤편의 사람들에게 소리친다.
“최대한 막아볼 테니 내부의 혼란부터 잠재우십시오!”
목책을 넘어선 나와 샬롯을 향해 검푸른 마물들의 이목이 집중된다. 나는 뒤늦게 목책을 넘어서는 설향을 향해 외친다.
“설향! 수련이다! 최대한 막아보자!”
한쪽 손에는 타오르는 섬광이, 다른 한쪽 손에는 자줏빛의 묵직한 구체가 생겨난다. 그것을 흘깃 보더니 마물들을 향해 던진다. 섬광에 직격한 마물들은 고통에 몸부림치며 타들어가고, 던져낸 구체는 순간적으로 부풀어 오르더니 마물들을 가두고 이내 하나의 점으로 압축되어 사라진다. 하지만 동료들의 죽음에 전혀 아랑곳하지 않고 나를 향해 계속 달려드는 검푸른 마물들.
마물들의 공격들을 피하며 설향과 함께 연계마법을 펼치본다. 긴박한 상황에 생각을 머리에 담을 겨를이 없다. 그저 몸이 따르는 대로, 감각이 부르는 대로, 화려히 신체를 놀리며 거듭하여 마법의 진을 펼쳐낸다.
혼돈의 중앙에 본능의 냄새만이 가득하다.
“대지여, 춤추어라!”
지면의 조각들이 부력을 받아 허공에 띄워진다. 그리고는 그것들을 타고 올라가며 따라 올라오는 마물들을 쾌속의 바람으로 밀쳐내어 전부 지면으로 돌려보낸다.
대지를 이루고 있었던 파편들이 응집되어 생성된 하나의 거대한 원형의 덩어리. 그것에 올라타 아군의 진형을 살펴보는 나. 다행히도 드루이드들은 목책을 넘어온 마물들을 처리하고 퍼져나갔던 혼돈을 어느 정도 정리해나가고 있었다.
- 작가의말
오랜만에 집에 와 데스크탑으로 작업을 해보았습니다. 뭔가 느낌이 색다르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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