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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가™ 님의 서재입니다.

이세계 최강 파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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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가™
작품등록일 :
2019.01.02 23:52
최근연재일 :
2020.03.13 18:00
연재수 :
297 회
조회수 :
50,767
추천수 :
1,118
글자수 :
1,796,506

작성
20.01.03 18:00
조회
37
추천
2
글자
12쪽

제258화 형님의 푸념, 아우님의 조언

DUMMY

“자, 별로 차린 건 없지만 많이 먹어.”

“감사합니다. 형님도 많이 드세요.”


소주와 컵라면 두 개가 술상을 구성하는 전부였지만 휘수와 리스는 그것만으로도 충분하다며 만족감을 드러냈다.


“리스 너, 너의 독특한 식성을 최대한 존중해주겠지만, 우리 집에서만큼은 제발 참아줘. 무슨 말인지 알지?”


아무리 고치려 해도 고쳐지지 않던 리스의 컵라면 먹는 버릇. 종이 재질인 컵라면 용기에 국물이 스며들어 훌륭한 건더기가 되었다고 판단하는 리스는 늘 거대한 히드라로 변신하여 통째로 씹어 먹기 일쑤였다.

대한민국인 이곳에서는 집안에서는 거대한 체격에 살림살이가 몽땅 망가질 테고, 밖에서는 곳곳에 설치된 CC-TV에 찍히게 될 테니 변신은 절대 금물이다!

“형님도 참. 이곳이 아르피아 대륙이 아니라는 사실을 잘 알고 있는데 설마 그런 최악의 사고를 칠 리가 있겠어요?”


능구렁이가 상태라 손이 없어 손사래를 칠 수 없으니, 대신 고개를 세차게 저어 보였다. 이곳이 낯선 세계에서 기다란 몸뚱이 쭉 뻗고 잘 수 있는 유일한 안식처인데 내가 아무렴, 원망스러운 눈초리로 휘수를 살짝 흘겨보는 리스.


“농담이야, 농담. 자, 한 잔 하자.”


분위기가 너무 우울한 것 같아 농담 한 번 해본 건데, 괜히 리스의 마음만 상하게 했나? 휘수는 일부러 허리를 굽실거리고 어색한 웃음도 함께 지어 보이며 소주 한 잔을 따라주었다.


“크으으.”


손이 없는 능구렁이와 술잔을 나누는 거라 건배는 생략. 휘수가 종이컵 절반 이상을 차지하고 있던 소주를 단숨에 털어 넣고, 리스도 주둥이를 처박은 채 빠른 속도로 후루룩 빨아들였다.


“하아아······.”


휘수는 면이 퉁퉁 불고 있는데도 젓가락에는 눈길 한 번 주지 않고 다시 종이컵 안에 소주를 가득 채웠다. 그리고 또 다시 쭉 넘기고 또 소주를 따르고, 총 네 번이나 똑같은 행동을 반복했다.

소주를 넘길수록 표정은 어두워지고, 입에서는 한숨이 흘러나온다.


“······.”


리스 또한 그토록 좋아하던 컵라면에는 관심도 없이 오직 휘수만 걱정스럽게 바라볼 뿐이다. 이대로 가만히 두면 혼자 소주 왕장 들이켜고 곧바로 뻗어버리고 말 텐데.


‘아르피아 대륙에서 술 드시는 형님을 몇 번 봤지만, 결코 술에 센 인간이 아니야. 적당히 이야기라도 꺼내지 않으면······.’

“갑자기, 아르피아 대륙에 처음 떨어졌을 때가 떠올라.”


휘수도 먼저 술 마시자고 해놓고 혼자 벌렁 자빠지는 꼴사나운 모습은 보여주기 싫었던지, 벌써 한계가 느껴지는 위장 상태를 파악하고 조용히 입을 열었다.


“신나게 해안도로를 달리는데 느닷없이 나타난 너구리 가족. 보통은 내 목숨을 보존하기 위해서라도 못 본 척 치고 가라고 하는데, 그 말똥말똥한 눈동자와 마주치니 절대 그럴 수 없어 결국 핸들을 확 돌리고 말았지.”


천근만근 무거워지는 머릿속에서 그때의 기억이 떠오르는 건 왜 일까? 휘수는 쓴웃음을 지으며 계속 말을 이어나갔다.


“가드레일을 넘어 절벽 아래로 추락하여 꼼짝없이 죽었구나 생각했는데, 알카디우스가 만들어낸 소환문이 떡 하니 나타나 있을 줄 누가 알았겠어?”

“그때 일이라면, 지금까지도 진심으로 반성하고 있습니다. 애초에 제가 알카디우스의 드래곤 하트만 노리지 않았다면 애꿎은 형님께서 피해를 보실 일도 없었을 텐데요.”


실버 드래곤 알카디우스를 죽이고 드래곤 하트를 빼앗기 위해 비겁한 기습을 벌였던 기억이 지금도 리스의 머릿속에서 선명하게 떠오르고 있다. 막다른 코너까지 몰아붙이다 느닷없이 SUV 자동차 투산에 머리를 얻어맞고 뻗어버린 기억까지.


“그때 진짜 어찌나 아팠는지, 당장 숨이 끊어져도 이상하지 않을 상황이었어요. 저는 대륙의 여신 이애나님이 노하셔서 사자님을 보내 비열한 놈을 벌하신 게 아닌가 생각했다니까요? 하하하.”

“하하, 그래. 나는 혹시 죽어서 지옥에 떨어진 게 아닌가 생각했는데, 머리 셋 달린 히드라가 다짜고짜 신의 사자님! 하고 큰절을 올리길래 깜짝 놀랐지.”


아르피아 대륙에서 겪었던 추억 이야기에 형님과 아우가 한바탕 웃음을 터뜨렸다.

하지만 화기애애하게 변해가던 분위기는 안타깝게도 아주 잠깐뿐이었다.


“알카디우스는, 강인한 드래곤이면서 자기 때문에 아르피아 대륙에 떨어진 내게 진심으로 사과를 건넸어. 그리고 굳게 약속까지 했지. 목숨을 걸고서라도 반드시 나를 집으로 돌려보내주겠다고. 빌어먹을 기생충 가르론에게 자아를 뜯어 먹히는 상황에서도 눈 한 번 안 찡그리고 말이야.”


점점 자신의 육체를 잠식해가는 알코올을 누그러뜨리기 위해, 휘수가 이번에는 소주 대신 매콤한 컵라면 국물 한 숟가락을 후루룩 넘겼다.


“그리고 알카디우스는, 정말 자기가 내뱉은 말에서 한 치도 벗어나지 않았어. 인간의 모습이든 드래곤의 모습이든 가리지 않고 내가 위험에 빠지면 온 몸을 던져 지켜주고, 자기는 그것 때문에 목숨을 잃을 뻔한 상황이 여러 번이었는데, 약속을 반드시 지키겠다는 그 일념 하나로, 정작 나는 아무것도 해주지 못했는데.”


맹목적이라는 표현도 결코 과하다고 생각되지 않는 알카디우스의 희생. 휘수는 미안하기도 하고 또 고맙게도 느껴져 눈물이 핑 돌았다.


“너와 샤키라, 세나가 휘발유를 구해보겠다며 나와 알카디우스를 카스타 마을로 먼저 보냈을 때, 즐거운 데이트와 함께 서로의 마음을 더욱 잘 알아가는 계기가 되었어. 그때 알카디우스가 나에게 들려줬던 꿈 이야기가 떠올라. 강인한 드래곤에게 어울리지 않을지도 모르는 아주 소박한 꿈.”


태어날 때부터 몸속 깊숙이 자리 잡고 있는 불치병으로 인해 동족들에게 버림받았던 알카디우스. 자신이 받지 못한 친엄마의 사랑을 훗날 내 뱃속에서 태어나게 될 아기에게 베풀겠다는 소박한 꿈을 처음 들었을 때도 가슴이 뭉클하고 눈물이 핑 돌았었다.


“아르피아 대륙에서 아무것도 해준 게 없는 나약한 인간에게, 진심으로 사랑한다고 고백해준 고마운 실버 드래곤 아가씨. 나에게 과연 알카디우스의 소박한 꿈을 이뤄줄 수 있는 힘이 있을까 몇 번이나 생각했었는데, 이번에 아예 나를 따라 대한민국으로 넘어온 모습을 보고 굳게 마음을 먹었어. 비록 드래곤보다 한참 떨어지는 나약한 인간이지만 당당한 모습을 보여주겠다고. 책임을 지는데 전혀 부족하지 않은 그런 남자가 되겠다고.”


무려 289년 동안 살아온 고향 아르피아 대륙을 등지고 전혀 낯선 대한민국으로 넘어온 알카디우스. 그녀와 다시 감동의 재회를 이룬 휘수는 지금 내뱉은 결심을 단 한 번도 잊은 적이 없었다.


“하지만, 하지만··· 크흐흑!”


제발 현실이 아닌 악몽이었으면 하는 간절한 바람을 몇 번이나 떠올렸던가! 지금도 그 바람에 조금의 변화도 없는데, 야속하기만 한 이 현실에 휘수는 결국 울음을 터뜨리고 말았다


“알카디우스의 소박한 꿈이 꼭 이뤄질 수 있도록 무엇이든 해주고 싶었는데, 아르피아 대륙은 물론 대한민국에서도, 내가 해줄 수 있는 것이 아무것도 없어.”

“형님······.”


인간형님의 눈물에 히드라동생도 어느새 눈동자가 촉촉하게 젖었다.


“리스, 이대로 알카디우스가 계속 괴로워하는 모습을 지켜만 봐야 하니? 다른 방법은 전혀 없는 걸까? 리스, 동생아, 아는 것이 있다면 제발 이 멍청한 형에게 가르쳐줘. 내가 어떻게 하면 좋을지 제발······.”

“형님······.”

“하아, 알카디우스를 행복하게 해주겠다고 늘 다짐했었는데, 모든 게 내 잘못이야. 빌어먹을 최첨단 과학 문명이 자리잡은 이 시대에서 오히려 그 녀석에게 절망만 안겨주고 말았어. 선천적으로 자궁이 없는 불치병이라니! 차라리 아르피아 대륙에 남아 있었다면 평생 몰랐을 수도 있을 텐데, 하아······.”


안타까운 마음이 이제는 죄책감으로 변해 알카디우스에게 너무나 미안하다. 미안하다면 당연히 사과를 건네야 할 텐데, 그 후에는 어떻게 해야 하지? 머릿속이 새하얗기만 하다.


“형님, 어떻게 들리실지 모르겠지만······.”


리스가 휘수를 안타깝게 바라보다 조심스럽게 입을 열었다. 휘수에게 그의 말을 경청할 수 있는 이성이 조금이나마 남아 있어 다행이다.


“시간이 많이 늦었지만 지금부터라도 눈을 좀 붙이시며 차분하게 복잡한 머릿속을 정리해보는 게 어떨까요?”

“머릿속을, 정리해보라고?”

“사실, 아까부터 쭉 생각해봤어요. 어떻게 하면 좋겠냐고 계속 저한테 물어보셨죠.”

“그, 그랬구나.”


의미 없이 내뱉어 본 푸념 같은 거였는데, 기특한 히드라동생이 진지하게 들었나 보다.


“저는 물론 샤키라와 세나 모두 알카디우스를 세상에 둘도 없는 친구라 여기며 좋아하고 있습니다. 어떻게 보면 형님과 크게 다를 것이 없어 보이는데, 딱 한 가지 차이가 있는 것 같아요. 바로 사랑이죠.”

“사랑?”

“형님께 먼저 진심으로 고백한 알카디우스에게, 형님도 똑같이 고백을 하셨죠? 예의상 맞춰 준 게 아니라 진심으로 마음을 받아주셨죠. 그렇지 않나요?”

“그, 그래. 지금 다시 말하자니 쑥스럽지만, 네 말이 맞아. 진심으로 알카디우스를 사랑해. 지금도 그 마음은 변치 않을 거라고 장담할 수 있어.”

“그럼 답은 나온 것 같군요. 모든 게 형님한테 달렸어요.”

“그, 그게 무슨 소리니?”


리스는 쏜살같이 소주 한 잔을 비우고 안주고 컵라면 국물 한 모금을 후루룩 빨아들인 뒤 여유 있게 소파로 기어갔다.


“저는 먼저 자겠습니다, 형님. 자리 치우는 거 도와드리고 싶지만 보시다시피 손도 발도 없는 능구렁이라 헤헤.”“야, 자는 건 네 자유지만 대답은 해줘야지?”

“정말 죄송합니다만 저는 알카디우스와 친구로서 우정을 나누는 남사친(?)이라서요. 친구를 넘어 연인으로서 사랑을 나누는 남자친구가 답을 알아내는 게 당연하지 않을까요?”

“사, 사랑? 남자친구?”

“자, 저는 이만 잡니다. 그 귀찮은 유해동물들 계속 사냥하려면 체력을 비축해둬야 해서요. 헤헤.”

“야, 리스. 야······.”


휘수의 말에 들은 체도 하지 않고 똬리를 뜬 채 쿨쿨 잠에 빠지는 리스. 휘수는 어려운 말만 잔뜩 늘어놓고 멋대로 술자리까지 파토 내버린 리스를 원망스럽게 흘겨보았다.


“휴우, 곤히 자는 녀석 깨울 수도 없고.”


일단 술자리부터 정리하고 보자는 생각에 몸을 일으키는데.


“내가, 답을 알아내는 게 당연하다고? 알카디우스와 사랑을 나누는 남자친구니까?”


리스가 해준 이 말을 똑같이 중얼거려보는 휘수.


“절대 부정할 수 없는 말이군.”


알카디우스의 불치병이 무엇인지 알게 되 지금도, 그녀에 대한 사랑은 변함이 없다. 당연히 리스가 해준 말을 부정하는 건 있을 수 없는 일이다.


“좋아, 그 녀석 말대로 일단 잠을 좀 자두자고. 이렇게 알코올 때문에 머리가 천근만근 무거운 상태에서는 아무것도 떠오르지 않으니까.”


술자리를 대충 정리하고 서둘러 소파에 드러눕는 휘수. 그 짧은 사이에 리스는 깊은 잠에 빠져 소파가 출렁여도 아무 반응이 없었다.


‘알카디우스. 네가 아르피아 대륙에서 나를 도와준 것처럼, 대한민국에서는 내가 너를 도와줄게. 조금만 기다려줘, 알카디우스.’


마음속으로 몇 번이나 알카디우스를 부르며, 휘수는 그렇게 깊은 잠에 빠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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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68 제268화 정의의 주먹이 용서치 않으리라! (下) 20.01.17 44 2 16쪽
267 제267화 정의의 주먹이 용서치 않으리라! (上) 20.01.15 37 2 14쪽
266 제266화 함께 고민해 보자 20.01.13 35 2 13쪽
265 제265화 언제나 네 곁에 있을게 (下) 20.01.12 47 2 15쪽
264 제264화 언제나 네 곁에 있을게 (上) 20.01.11 44 2 13쪽
263 제263화 단 한 번의 기쁨 20.01.10 41 2 13쪽
262 제262화 답답한 시간만 흐르고 20.01.08 63 2 11쪽
261 제261화 우여곡절 끝에 출발 20.01.06 52 2 14쪽
260 제260화 아침부터 되는 일이 없네! (下) 20.01.05 38 2 14쪽
259 제259화 아침부터 되는 일이 없네! (上) 20.01.04 58 2 15쪽
» 제258화 형님의 푸념, 아우님의 조언 20.01.03 38 2 12쪽
257 제257화 힘들면 메시지 남겨 20.01.01 61 2 12쪽
256 제256화 한강에서 이건 무슨 인연? (下) 19.12.30 52 2 11쪽
255 제255화 한강에서 이건 무슨 인연? (上) 19.12.29 45 1 11쪽
254 제254화 산산이 부서진 꿈 19.12.28 48 2 14쪽
253 제253화 절망의 그림자 (下) 19.12.27 49 2 13쪽
252 제252화 절망의 그림자 (上) 19.12.25 38 2 11쪽
251 제251화 주말 봉사활동 19.12.23 58 2 13쪽
250 제250화 다섯 종족의 근황 (下) 19.12.22 52 2 11쪽
249 제249화 다섯 종족의 근황 (中) 19.12.21 45 2 14쪽
248 제248화 다섯 종족의 근황 (上) 19.12.20 46 2 13쪽
247 제247화 우리 다시는 헤어지지 말자 19.12.18 55 2 14쪽
246 제246화 기적이 일어났다 19.12.16 54 2 12쪽
245 제245화 무료한 나날 19.12.15 50 2 12쪽
244 제244화 돌아왔지만 19.12.14 59 2 12쪽
243 제243화 진정한 친구라면 19.12.13 48 2 13쪽
242 제242화 오빠, 가지마! 19.12.11 45 2 12쪽
241 제241화 대륙의 여신 이애나 19.12.09 54 2 14쪽
240 제240화 마음을 추스리고 모두 약속 19.12.08 48 2 12쪽
239 제239화 술주정 19.12.07 63 2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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