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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가™ 님의 서재입니다.

이세계 최강 파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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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가™
작품등록일 :
2019.01.02 23:52
최근연재일 :
2020.03.13 18:00
연재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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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수 :
1,796,5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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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12.15 0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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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
12쪽

제245화 무료한 나날

DUMMY

“오늘 강의는 여기까지. 남은 시간은 조원들끼리 모여 발표 과제에 대해 논의하도록.”


현휘수가 편입하여 늦깎이 캠퍼스 생활을 이어가고 있는 대학교 강의실. 두 시간 동안 이어진 수업이 끝나고 담당 교수가 퇴장하자 학생들이 각자 조를 찾아 우르르 이동을 시작했다.


“그럼 국립중앙도서관 방문 일정은 다음 달 초 금요일 10시에 아무런 이견이 없는 거죠?”

“견학을 마치면 토요일과 일요일에 최대한 PPT를 제작해야 해요. 교수님은 PPT에 화려한 컬러나 복잡한 도형 같은 거 첨부되는 거 무척 싫어하시니 유의해야 할 거예요.”


특정 도서관을 견학하고 그 결과를 PPT로 제작하여 프레젠테이션을 진행하는 조별 과제에 대한 논의가 한창인 상황에서, 휘수는 듣는 둥 마는 둥 계속 창문 밖으로 한눈을 팔고 있었다.

구름 한 점 없는 푸른 하늘에 흰 깃털의 산비둘기 두 마리가 정답게 날아가고 있었다.


‘하아······.’


마음속으로 한숨을 내뱉는 휘수. 자신이 정신을 잃고 있던 사흘 동안에 너무도 많은 일이 변한 건 아닌지 시시한 근심 따위에 사로잡혀서가 아니다.

사흘의 시간은 정확히 휘수가 학과 MT에 합류하러 간 금요일부터 일요일까지. 강의 출석이나 과제 같은 건 전혀 문제가 되지 않는다.


‘마음이, 진정 되지가 않아. 어떻게 하면 좋지?’


진지한 조원들의 의논에 귀를 기울이기는커녕 이제는 정신 사납게 눈까지 만지작거리는 휘수. 어제 아르피아 대륙 친구들 사진을 보자 울컥하여 쏟아낸 눈물이 너무나 많아 제법 시간이 흘렀는데도 붓기가 남아 있는 상태다.


‘꿈이든 현실이든, 어쨌든 나는 지금 돌아온 상태야. 아무리 발버둥 쳐도 아르피아 대륙으로 갈 수도, 친구들을 만날 수도 없어.’

“최종 발표는 휘수 형이 해주실 거예요. 전에 다른 수업에서도 발표를 도맡아 하셨는데 교수님 반응도 긍정적이고······.”


조별 과제 발표를 맡기로 되어 있던 휘수에게 조원들의 시선이 쏠리는 것은 너무나도 당연한 일. 하지만 정작 휘수는 그들의 시선을 조금도 눈치채지 못할 정도로 혼자만의 생각에 단단히 사로잡혀 있었다.


‘그럼 이제 받아들여야 하잖아? 끝까지 미련을 쥐고 있어 봤자 달라지는 건 아무것도 없는데. 왜 이렇게 마음을 다잡지 못하는 거냐고?’

“저, 휘수 형?”


결국 휘수는 조원 한 명으로부터 조심스러운 터치를 받고 나서야 퍼뜩 제정신으로 돌아올 수 있었다,


“으응? 아아! 미안, 미안. 잠깐 생각할 게 있다 보니 그만 정신이 팔려서··· 발표! 발표 얘기하고 있었지? PPT만 잘 만들어지면 발표는 책임지고 수행할 테니······.”

“······.”


허둥지둥 변명을 늘어놓는 휘수가 수상해 보였지만 조원들은 크게 꼬투리 잡지 않고 그냥 넘어갔다. 사실은 꼬투리 잡고 싶어도 휘수가 편입생이다 보니 나이 차가 적지 않아 감히 말을 꺼내기가 쉽지 않은 것이 정확하지만.


******


조원들과의 회의가 끝나고 남은 한 시간짜리 강의도 출석하고 나온 휘수는, 넓은 캠퍼스 중앙에 서서 잠시 주변을 두리번거렸다.

현재시간 오후 1시. 오늘은 오전 강의만 있어 1시 이후부터 무엇이든 자유롭게 할 수 있는 선택권이 주어지는 날이다.


“배는 그다지 고프지 않고 공부도 별로 하고 싶은 마음은 없고······.”


순간 휘수의 입가에서 어이없는 헛웃음이 피식 흘러나왔다. 언제는 공부하고 싶던 날이 있었냐는 질책과 함께.


“병원에서 퇴원한지 얼마 되지 않아 정신도 없고, 오늘은 그냥 아무 생각 없이 푹 쉬는 게 좋겠어.”


선택권을 정한 휘수는 먼저 학생 주차장에 세워둔 투산에게 달려가 가방을 던져 놓고, 쏜살같이 학교 밖에 있는 PC방으로 달려갔다. 주 고객층이 학생들이다 보니 천원에 두 시간이라 장시간 게임을 즐기는데 제격이다.

개인용 컴퓨터를 의미하는 Personal Computer의 약자인 PC와 방이라는 글자를 합쳐 만들어 PC방이라는 설명이 친절하게 붙어 있는 곳.


[SCV good to go, sir!]

[Who wanna a piece of meat, boy?]

[Identify target!]


휘수가 적당한 자리에 앉아 연신 마우스 클릭을 하자 22인치 LCD 모니터에서 나타나고 있는 보병과 탱크 부대가 징그럽게 생긴 외계종족과 치열한 전투를 벌였다.

우주복을 입고 기관총을 난사하는 보병과 커다란 장거리포로 변신하는 탱크, 그리고 요란하게 울부짖으며 초록색 액체를 뱉고, 죽을 때는 토마토케첩이 되어 죽어가는 외계종족. 광활한 우주 공간에서 테란, 저그, 프로토스 세 종족 간에 벌어지는 전쟁을 기본 서사로 한 전략 시뮬레이션 스타크래프트.


[꾸에엑!]


테란의 공격 유닛 머린과 시즈 탱크의 합동 공격에 저그 유닛들이 날카로운 비명을 지르며 죽어가다 소수의 패잔병만 황급히 기지로 후퇴했다.

맵 중앙에서 대승으로 기선을 잡은 휘수는 약간의 틈도 주지 않고 다시 유닛들은 현란하게 움직여 저그의 안마당 멀티기지를 전멸시키고 본진에 입성했다. 상대방도 포기하지 않고 방어 건물 성큰콜로니를 도배하고 수비병력을 생산했지만 전세를 뒤집지는 못했다.


[GG]


결국 상대방은 Good Game의 약자인 GG를 선언하고 게임에서 퇴장해야 했다. 휘수도 Victory라는 글자가 큼직하게 새겨진 메시지창을 확인하고 스타크래프트 배틀넷 대기실로 돌아왔다.


“하아······.”


가볍게 한숨을 내쉬고 니코틴을 충전하러 흡연 부스로 향하는 휘수. 담배를 한 모금 빨면서 허공을 바라보는 그의 표정이 어쩐지 어두워 보인다. 게임에서 승리를 거두었으니 기쁜 감정이 조금이라도 피어오를 수도 있을 텐데.


“에이, 오늘따라 담배 맛도 이상하고 참······.”


뭐가 그렇게 불만인지, 휘수는 절반 이상 남은 담배를 버리고 카운터로 가서 간식거리를 한 아름 주문했다. 겉면에 달콤한 초콜릿이 듬뿍 발라진 쿠키와 시원한 얼음이 동동 떠 있는 아이스 커피, 그리고 커피가 비워지면 남은 얼음에 부어 계속 입으로 가져갈 탄산음료까지.


“차 막히는 시간 피해서 딱 네 시간만 하고 일어나야지.”


PC방에서 게임을 시작한지 아직 30분도 채 흐르지 않은 상태라는 사실을 확인하고 이번에는 스타크래프트 대신 Lineage라는 MMORPG를 실행시키는 휘수다.


******


삐비빅! 찰칵!


오후 6시. 도어락에서 경쾌한 사운드와 함께 굳게 잠겨 있던 잠금장치가 해제되었다.


“어서 와, 오늘 하루도 수고 많았어.”


네 시간 동안 달콤한 간식과 함께 게임을 즐기고 집으로 돌아온 휘수. 10층짜리 25평 아파트에서 혼자 살아가고 있는 휘수는 이렇게 볼일을 마치고 집으로 돌아올 때마다 스스로에게 인사를 건네곤 했다.


털썩


가방은 소파 위에 던져두고, 대형마트에서 이것저것 장본 물건들이 담긴 비닐봉지를 조심스럽게 식탁 위에 올려놓았다.

반찬으로 해먹을 햄, 베이컨, 젓갈이 먼저 나오고, 가장 아래쪽에서는 아직도 따스한 온기가 남아 있는 간식이자 저녁거리가 나왔다.


“아무 생각 없이 쉬는 김에, 먹고 싶은 것도 실컷 먹는 거야.”


고소한 치즈와 짭짤한 페퍼로니 토핑 범벅인 피자와 매콤한 양념통닭. 냉장고에 보관 중이던 시원한 맥주까지 차려지고 그렇게 휘수만의 저녁 만찬이 시작되었다.


[누구인가? 지금 누가 기침소리를 내었는가··· 참으로 딱하구나. 짐이 지금 관심법을 하고 있는데 어찌 기침을 할 수 있느냐, 이 미련한 것아!]

[This is SPARTA! 이곳에서 적군을 막는다! 우린 이곳에서 싸운다! 저들은 이곳에서 죽는다!]

[Let it go, let it go! Can’t hold it back anymore! Let it go!]


그냥 저녁만 먹으면 아무래도 심심하니 드라마에 영화, 애니메이션까지 차례로 감상하며 남부럽지 않은 호화 만찬을 즐기는데, 맥주 캔 수가 처음 하나였던 것이 두 개, 세 개, 네 개로 점점 늘어나자 눈꺼풀에 힘이 풀리기 시작했다.


“드라마고 영화고, 재미있는 게 하나도 없냐?”


TV를 끄고 맥주 알코올의 영향으로 잔뜩 무거워진 머리를 움켜잡는 휘수. 눈앞에 난잡하게 흩어져 있는 저녁 만찬의 흔적은 치우고 자야 할 텐데, 잠시 고민하나 싶었지만.


“에이, 모르겠다. 조금 늦게 치웠다고 벌레가 꼬일 것도 아니고. 자고 내일 아침에 치우지 뭐.”


술기운에 만사가 다 귀찮아 이 흔적들을 얼른 치우지 않으면 집안에 냄새가 밴다는 사실도 싸그리 잊어버렸다. 결국 휘수는 처참한 흔적들을 뒤로 한 채 안방으로 들어가 쓰러지듯 침대에 누워 곯아떨어져 버렸다.


******


툭툭


오전 강의 출석을 마치고 PC방에서 장시간 게임에, 집에서는 피자, 통닭에 맥주까지 마구 까며 흥청망청 시간을 보내고 찾아온 내일.

이불도 제대로 덮지 않고 대충 잠이 들었던 휘수는 누군가 자신을 툭툭 건드리는 촉감을 어렴풋이 느끼며 무겁게 닫혀 있는 눈꺼풀을 조금씩 움직였다.


“으음··· 누구야··· 으으, 머리야······.”


제법 시간이 지나 알코올 기운이 다 사라졌지만, 몸 상태는 여전히 양호하지 못해 휘수는 몸을 일으키기는커녕 눈꺼풀을 들어 올리는 것조차 버거워하며 짜증을 부렸다.


“형님, 일어나세요. 벌써 8시가 넘었는데, 얼른 씻고 아침 먹고 학교 가야죠?”


촉감에 이어 이번에는 귓속으로 누군가의 목소리가 어렴풋이 들려온다.


“으음, 8시밖에 안 됐는데 왜 그래? 오늘 수업은 오후부터라서 더 자도 된단 말이야······.”


여전히 눈은 떠지지 않고 점점 더 심해지는 짜증에 목소리도 쏙 들어갔는데.


“으이그! 바보야, 시간표라도 좀 확인하고 깨울 것이지. 우리 오빠 가뜩이나 머리 아플 텐데, 상태 더 악화되서 결석이라도 하면 책임질 거야?”


이번에는 앙칼진 아가씨의 목소리가 어렴풋이 들려온다.


“시, 시간표? 이 집에 그런 게 있었어?”

“냉장고 문에 떡 하니 붙어 있던데?”

“야! 그러면 진작 얘기를 해줬어야지! 너 혼자만 달랑 알고 있으면 내가 어떻게 아냐?”

“왜 내 탓을 하고 그래? 성질 급한 너를 먼저 탓해야지!”


티격태격 다툼으로 이어진 두 남녀의 목소리. 휘수는 오만상을 찌푸리며 양쪽 귀를 틀어막는데.


“아, 진짜! 이것들이 싸우려면 밖에 나가든가 할 것이지 곤히 자는 사람 앞에서 무슨 추태를 그냥··· 자, 잠깐?!”


휘수가 언제 그랬냐는 듯 얼굴을 펴고 두 눈도 번쩍 뜬 채 벌떡 몸을 일으켰다. 방금까지 비몽사몽 상태라 뭐가 어떻게 돌아가는 상황인지 생각할 겨를이 없었는데, 두 귓가로 선명하게 들려오는 이 익숙한 목소리들은?!


“혀, 형님, 일어났어요?”


두 눈을 동그랗게 뜬 채 자신과 눈을 마주하고 있는 능구렁이 한 마리. 우물거리는 입 안에서 틀림없는 목소리가 흘러나오고 있다.


“오, 오빠, 우리 때문에 정말 미안하게 됐어. 정말 반성 많이 할 테니까 꿀밤만은······.”


고개를 옆으로 살짝 돌리자 불안하여 벌벌 떨고 있는 은색 늑대가 보인다. 정확히는 인간형 늑대 웨어울프가!


“리스! 샤키라!”


혹시나 하는 마음에 허벅지를 살짝 꼬집어보니 통증이 느껴진다. 그렇다면 꿈이 아닌 현실!

휘수 자신의 눈앞에, 아르피아 대륙에서 친구이자 하나뿐인 히드라, 웨어울프 동생으로 삼았던 리스와 샤키라가 나타나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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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67 제267화 정의의 주먹이 용서치 않으리라! (上) 20.01.15 37 2 14쪽
266 제266화 함께 고민해 보자 20.01.13 35 2 13쪽
265 제265화 언제나 네 곁에 있을게 (下) 20.01.12 47 2 15쪽
264 제264화 언제나 네 곁에 있을게 (上) 20.01.11 45 2 13쪽
263 제263화 단 한 번의 기쁨 20.01.10 41 2 13쪽
262 제262화 답답한 시간만 흐르고 20.01.08 63 2 11쪽
261 제261화 우여곡절 끝에 출발 20.01.06 52 2 14쪽
260 제260화 아침부터 되는 일이 없네! (下) 20.01.05 38 2 14쪽
259 제259화 아침부터 되는 일이 없네! (上) 20.01.04 58 2 15쪽
258 제258화 형님의 푸념, 아우님의 조언 20.01.03 38 2 12쪽
257 제257화 힘들면 메시지 남겨 20.01.01 61 2 12쪽
256 제256화 한강에서 이건 무슨 인연? (下) 19.12.30 52 2 11쪽
255 제255화 한강에서 이건 무슨 인연? (上) 19.12.29 45 1 11쪽
254 제254화 산산이 부서진 꿈 19.12.28 48 2 14쪽
253 제253화 절망의 그림자 (下) 19.12.27 49 2 13쪽
252 제252화 절망의 그림자 (上) 19.12.25 38 2 11쪽
251 제251화 주말 봉사활동 19.12.23 58 2 13쪽
250 제250화 다섯 종족의 근황 (下) 19.12.22 52 2 11쪽
249 제249화 다섯 종족의 근황 (中) 19.12.21 46 2 14쪽
248 제248화 다섯 종족의 근황 (上) 19.12.20 47 2 13쪽
247 제247화 우리 다시는 헤어지지 말자 19.12.18 55 2 14쪽
246 제246화 기적이 일어났다 19.12.16 54 2 12쪽
» 제245화 무료한 나날 19.12.15 51 2 12쪽
244 제244화 돌아왔지만 19.12.14 59 2 12쪽
243 제243화 진정한 친구라면 19.12.13 48 2 13쪽
242 제242화 오빠, 가지마! 19.12.11 45 2 12쪽
241 제241화 대륙의 여신 이애나 19.12.09 54 2 14쪽
240 제240화 마음을 추스리고 모두 약속 19.12.08 48 2 12쪽
239 제239화 술주정 19.12.07 63 2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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