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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가™ 님의 서재입니다.

이세계 최강 파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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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가™
작품등록일 :
2019.01.02 23:52
최근연재일 :
2020.03.13 18:00
연재수 :
297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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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0,7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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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수 :
1,796,506

작성
19.12.08 1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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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글자
12쪽

제240화 마음을 추스리고 모두 약속

DUMMY

타닥타닥


한참 술주정을 부리던 휘수가 친구들이 설치해준 자동 텐트 안에서 곯아떨어지고, 적막감이 흐르는 이곳에서 들려오는 소리라곤 모닥불 소리뿐이었다.

모닥불에 빙 둘러 앉아 한 번씩 근심이 가득한 눈동자로 텐트를 힐끗 쳐다보는 친구들은 아까운 시간이 흘러가는 상황에서 누구 하나 입술을 뗄 기미조차 보이지 않고 있다.


“다들.”


언제 끝날지 기약하기 어려웠던 침묵을 깨뜨린 건, 지금까지 여행에서 휘수 다음으로 리더처럼 행동해온 실버 드래곤 알카디우스였다.


“괴로운 마음은 잘 알겠지만······.”


알카디우스는 잠시 말을 멈추고 세나에게 조심스럽게 시선을 돌렸다. 정확히는 시선이 세나의 팔에 안긴 채 풀이 죽어 있는 능구렁이 리스에게 향하고 있다.


‘흥. 괴로운 마음을 잘 알면 지가 어쩔 건데?’


리스는 알카디우스의 루비눈동자를 원망스럽게 쏘아보다 고개를 휙 돌렸다.

알카디우스는 리스의 태도가 마음에 걸렸는지 잠시 침묵을 지키다 이내 결심한 듯 다시 진지하게 입을 열었다.


“부디 휘수를 위해서, 현명한 판단을 내려주면 안 될까?”

“뭐, 뭐라고?!”


알카디우스가 지금 무슨 말을 하고 싶어 하는 건지, 친구들 모두 눈이 동그랗게 떠졌는데 그 중에서도 알카디우스와 심하게 치고 박았던 리스는 못에 찔린 것처럼 튀어 오르기까지 했다.


“너, 말 참 이상하게 하는 거 알아? 누가 보면 우리가 현명하지 못한 판단으로 휘수 형님을 괴롭히는 것으로 보이겠어.”

“그래! 이번만큼은 리스의 말이 옳은 것 같아.”


잠자코 있던 샤키라가 리스에게 호응하기 시작했다.


“휘수 오빠, 나와 전혀 다른 인간 종족이지만, 늑대여왕 자리 내려놓고 지금까지 함께 다니며 얼마나 웃고 울고 했는데. 친 오빠 같은 사람이 곁에 있다는 게 이런 거구나 생각이 들 정도였는데, 집으로 가는 것에 대해 다시 한 번 생각해줬으면 하는 바람이 그렇게도 현명하지 못한 거야?”

“······.”

“세나야, 너도 한 마디 해봐. 저 실버 드래곤 언니한테 네가 생각하는 마음을 확실하게 전달해보라고.”


알카디우스에게서 별 다른 반박이 나오지 않자, 샤키라는 세나의 어깨를 건드리며 한 마디 할 것을 요구했다.


“저, 저는······.”


억지로 입을 열긴 했지만 거기까지. 나이 어린 세나에게 어느 한쪽 편에 서서 확실한 마음을 전달하는 것은 너무나 가혹한 행위였던 것이다.


“기억나니? 휘수의 자동차 휘발유가 거의 바닥나서 서둘러 연료를 찾기 위해 이리저리 동분서주했던 거. 그때 너희들은 나와 휘수한테 먼저 카스타 마을에 가 있으라고 했어. 잘 어울리는 한 쌍끼리 즐거운 시간 보내라는 말과 함께.”


심상치 않게 돌아가는 분위기 속에서, 알카디우스는 엷은 미소와 함께 조용히 말했다. 함께 알카디우스에게 반발하려던 리스와 샤키라는 갑자기 왜 그런 얘기를 꺼내는지 의아해하며 서로 얼굴만 쳐다보았다.


“너희들의 배려 덕분에 나는 휘수와 정말 즐거운 시간을 보낼 수 있었어. 맛있는 것도 먹고, 마침 카스타 마을에서 축제도 열리고 있어 활쏘기 대회에 참가해 우승도 했었지. 그리고 친구로서 뜻깊은 이야기도 많이 나눴고.”


뜻깊은 이야기? 유독 그 단어에 힘이 실리는 것을 깨달은 리스와 샤키라가 슬그머니 굳어 있던 표정을 풀고 귀를 쫑긋 세웠다.


“낯간지럽지만, 서로가 가지고 있는 꿈에 대해 이야기를 나눴어. 휘수의 꿈은 지금 다니고 있는 대학교를 졸업하고 좋은 직장에 들어가 열심히, 또 행복하게 지내는 거라고 했어.”

“그, 그렇구나.”

“대, 대학교는 아르피아 대륙에 존재하지 않으니, 휘수 오빠가 졸업을 하기 위해서는······.”


목소리가 하나 같이 더듬거리는 것이 난감한 기색이 역력한 리스와 샤키라. 세나는 알카디우스가 왜 이런 이야기를 들려주는 건지 깊은 뜻을 알고 싶어 시선을 그녀에게 고정시켰다.


“우리 모두, 휘수를 위하는 한 마음 한 뜻으로 여기 이렇게 모인 거잖아? 휘수 마음속으로 간절히 바라고 있는 행복을 이룰 수 있도록, 우리가 도와주면 안 될까? 괴로운 마음을 딱 한 번만 참아낼 수는 없을까?”

“휘수 오빠가 행복을 이룰 수 있도록, 휘수 오빠의 행복을······.”


알카디우스의 말을 똑같이 중얼거리던 세나가 고개를 푹 숙이더니 소리 없이 눈물을 흘리기 시작했다.


“세나야, 왜 울어? 울지 말고 뚝 그쳐. 네가 그렇게 울면 언니도······.”


세나를 등을 두드려주며 부드럽게 달래던 샤키라도 어느새 눈물이 잔뜩 고였다. 오직 리스 혼자만 억지로 눈물을 참으며 안타깝게 두 친구를 바라보다 알카디우스를 원망스럽게 쏘아보았다.


“넌 정말 나쁜 녀석이야, 알카디우스. 이럴 줄 알았으면 똑똑한 드래곤 따위와 친구 관계 같은 건 맺는 게 아니었는데 빌어먹을!”


리스가 내뱉을 수 있는 건 울분이 쌓인 욕설 뿐, 알카디우스의 말에 대한 대답이나 반박은 생각도 못하고 있었다. 사실상 꿀 먹은 벙어리로 전락하는 것과 마찬가지.


“혹시 내가 한 말이 정말 잘못되었다고 생각되면 얼마든지 욕하고, 그래도 분이 풀리지 않으면 때려도 좋아. 전적으로 너희들 판단에 맡길게.”


친구들에게 고개를 숙이는 알카디우스. 잠시 후 그녀의 얼굴에서 투명한 물방울 두 개가 똑똑 아래로 떨어져 친구들의 마음을 더욱 약하게 만들었다.


“그래, 좋아. 알카디우스, 네 말이 옳은 것 같다.”


제법 쿨하게 대답하는 리스. 사실 휘수를 위해 여기 모여 있다는 알카디우스의 말에 아니라고 부정할 수가 없어 딱히 선택의 길이 없는 대답이었다.


“휘수 오빠의 행복을 위한 일인데, 우리가 어떻게 고집만 피울 수 있겠어?”

“그래요, 언니. 휘수 오빠는 아르피아 대륙에 놀러온 것이 절대 아니니까요. 오빠의 행복을 위해서라면 괴로움 쯤, 어떻게든 견뎌내는 게 맞겠죠.”


샤키라와 세나도 체념한 듯 기운 없는 목소리로 리스의 말에 동의했다.


“휘수 형님, 아침에 깨어나면 속 많이 아플 텐데, 꿀물이라도 준비해드려야겠어. 혹시 그레이데스에 꿀이 있으려나?”

“블레시아 언니한테 한 번 물어볼게. 과수원 재배와 함께 혹시 양봉도 하고 있는지, 아니면 지금이라도 섬 밖으로 나가서······.”

“알카디우스.”


대화 주제로 꿀물을 꺼내들었던 리스가 진지하게 알카디우스와 눈을 마주했다.


“내가 먼저 뺨 때린 거, 정말 미안하다. 욱하는 마음을 주체하지 못해 그만······.”


곧 알카디우스의 루비눈동자를 피해 고개를 숙이며 진심어린 사과를 건네는 리스.


“후훗.”


알카디우스는 아무런 대답 없이 따스한 미소만 보인 뒤 살며시 세나로부터 리스를 넘겨받아 품에 안았다.

그의 부드러운 비늘을 쓰다듬으며 조용히 발걸음을 옮겼는데, 그녀의 시선이 텐트 안에서 술에 취해 곯아떨어진 휘수에게 고정되어 있었다.


“알카디우스?”


아무런 말도 움직임도 보이지 않는 알카디우스를 슬쩍 올려다보니, 그녀는 여전히 미소를 머금고 있었다.

다만 한 가지 다른 점은 두 눈에서 쉴 새 없이 눈물이 흘러내리고 있다는 것. 리스는 그런 그녀에게 아무 말도 건네지 못하고 그저 잠자코 기다려야 했다.


******


어젯밤의 소동이 모두 지나가고 새로운 시작을 알리는 아침이 찾아왔다.

술에 잔뜩 취해 잠이 들었던 휘수는 속 쓰린 배를 움켜쥔 채 잠에서 깨어나자 기다렸다는 듯이 꿀물을 건네 오는 알카디우스와 마주하게 되었다.


“휘수, 블레시아 언니한테 물어봤는데, 언니가 과수원과 함께 양봉도 하고 있다고 해서 이렇게 준비해봤어. 아픈 속을 많이 달래줄 테니 어서 마셔.”

“고, 고마워, 알카디우스.”


따뜻한 꿀물도 모자라 따뜻한 미소까지 곁들이고 있는 알카디우스. 휘수는 어젯밤 자신이 저지른 술주정이 떠올라 미안한 마음에 그녀와 눈을 제대로 마주하기 어려웠다.


“휘수 오빠! 알카디우스 언니!”


알카디우스가 정성껏 준비해준 꿀물을 홀짝이던 휘수는 저 멀리서 부지런히 날아오고 있는 세나를 발견했다.


“세나야, 무슨 일 있어? 아침부터 숨까지 헐떡이고?”


휘수는 세나에게서 선명하게 보이는 거친 숨에 굵은 땀방울을 보며 무슨 일이 생겼나 은근히 걱정되었다.


“아주 중요한 일이 있죠, 오빠. 저와 여기 있는 알카디우스 언니, 그리고 성에서 기다리고 있는 리스 오빠와 샤키라 언니까지. 그토록 고대하던 일이 기다리고 있는 걸요?”

“그토록 고대하던 일이라면··· 아!”


눈치 빠른 휘수가 대번에 세나의 말이 무슨 뜻인지 알아차렸지만.


‘서로 헤어지는 시간이 점점 다가오고 있는데, 친구들은 한시라도 빨리 그렇게 되었으면 하는 걸까? 어젯밤 그토록 괴로워하던 내 마음은 조금도 몰라주고?’


섭섭한 마음이 들어 표정이 어두워지는 듯싶다가 다시 원래대로 돌아가는 휘수.


‘아니야! 그렇게 생각하지 말고 긍정적으로 생각하자. 친구들이라고 마음이 편할 리 있겠어? 그렇게 친하던 알카디우스와 리스가 평소에 상상도 못했던 주먹질까지 했는데.’


순전히 나 때문에, 친구들이 주먹질까지 하지 않았던가! 나 때문에 친구들이 괴로워하는 모습은 더 이상 두고볼 수 없다!


“으응, 그래. 세나 말대로 친구들을 기다리게 해서는 안 되지. 어서 가자!”


휘수는 입안은 물론 목구멍, 식도까지 몽땅 화상을 입을 지도 모르는데 뜨거운 꿀물을 단숨에 들이켜고 성큼성큼 발걸음을 옮겼다.

성에 도착하자 리스와 샤키라는 물론 미리 이야기를 해둔 건지 블레시아와 케이렉스도 함께 기다리고 있었다. 각자 신물 풍요의 냄비와 추억의 거울을 준비해가지고.


“이제야 말로, 말로만 들었던 대륙의 여신 이애나님을 뵙게 되는구나.”


눈앞에 선명히 보이는 두 개 신물에 이어, 휘수도 품 안에 잘 간직하고 있던 신물 오카리나를 꺼내 들었다. 이렇게 세 개의 신물이 다시 한 곳에 모이자 기다렸다는 듯이 황금빛이 뿜어져 나오기 시작했다.


‘이대로, 괜찮은 거겠지?’


점점 강하게 빛나는 황금빛이 여기 있는 모든 이들의 눈을 멀게 할지도 모르겠다. 휘수가 그런 상황이 오기 전에 서둘러 친구들의 표정을 살펴보는데, 다들 입술을 꾹 다물고 있는 담담한 표정을 유지하고 있었다.


‘다들 마음의 준비를 마친 상태라면, 나도 부정하지 말고 호응해주는 게 옳은 거겠지?’


어젯밤 자신이 잠든 사이, 친구들 사이에 무슨 이야기가 오고 갔는지 모르지만 대충은 짐작이 간다. 이대로 괜찮은 건지 확신이 서지 않아 불안감이 없지 않았지만, 그렇다고 이제 와서 딴 소리를 할 수는 없는 노릇이고.


‘우웃! 눈 부셔!’


어느 누구도 건드리지 않고 얌전히 내버려두고 있는 세 개 신물이 휘수 일행이 머물고 있는 모든 공간을 황금빛으로 가득 채웠다. 눈이 머는 것은 물론 정신까지 아찔해질 정도라 누구 하나 함부로 움직이지 못한 채 제자리에 얼어붙어 있다 다리에 힘이 풀려 물 먹은 종이처럼 풀썩 주저앉았다.


“아, 여긴······?”


잠시 후 서서히 되살아나는 시야에 가장 먼저 비치는 것은 한 번도 본 적이 없는 낯선 산이었다. 그리고.


“다들, 눈을 크게 떠봐. 누군가가 우리 앞에 서있는 것 같은데······.”


일행 중 가장 먼저 빠르게 시야가 회복되어 가는 휘수는 똑똑히 확인할 수 있었다.

아직 흐릿하긴 하지만 분명 보이는 사람의 형상. 그리고 자신··· 아니, 일행을 향해 공손히 고개를 숙이는 화려한 황금빛에 감싸인 여성의 모습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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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68 제268화 정의의 주먹이 용서치 않으리라! (下) 20.01.17 44 2 16쪽
267 제267화 정의의 주먹이 용서치 않으리라! (上) 20.01.15 36 2 14쪽
266 제266화 함께 고민해 보자 20.01.13 34 2 13쪽
265 제265화 언제나 네 곁에 있을게 (下) 20.01.12 47 2 15쪽
264 제264화 언제나 네 곁에 있을게 (上) 20.01.11 44 2 13쪽
263 제263화 단 한 번의 기쁨 20.01.10 41 2 13쪽
262 제262화 답답한 시간만 흐르고 20.01.08 62 2 11쪽
261 제261화 우여곡절 끝에 출발 20.01.06 52 2 14쪽
260 제260화 아침부터 되는 일이 없네! (下) 20.01.05 38 2 14쪽
259 제259화 아침부터 되는 일이 없네! (上) 20.01.04 57 2 15쪽
258 제258화 형님의 푸념, 아우님의 조언 20.01.03 37 2 12쪽
257 제257화 힘들면 메시지 남겨 20.01.01 61 2 12쪽
256 제256화 한강에서 이건 무슨 인연? (下) 19.12.30 52 2 11쪽
255 제255화 한강에서 이건 무슨 인연? (上) 19.12.29 44 1 11쪽
254 제254화 산산이 부서진 꿈 19.12.28 48 2 14쪽
253 제253화 절망의 그림자 (下) 19.12.27 49 2 13쪽
252 제252화 절망의 그림자 (上) 19.12.25 38 2 11쪽
251 제251화 주말 봉사활동 19.12.23 58 2 13쪽
250 제250화 다섯 종족의 근황 (下) 19.12.22 51 2 11쪽
249 제249화 다섯 종족의 근황 (中) 19.12.21 45 2 14쪽
248 제248화 다섯 종족의 근황 (上) 19.12.20 46 2 13쪽
247 제247화 우리 다시는 헤어지지 말자 19.12.18 55 2 14쪽
246 제246화 기적이 일어났다 19.12.16 54 2 12쪽
245 제245화 무료한 나날 19.12.15 50 2 12쪽
244 제244화 돌아왔지만 19.12.14 59 2 12쪽
243 제243화 진정한 친구라면 19.12.13 47 2 13쪽
242 제242화 오빠, 가지마! 19.12.11 45 2 12쪽
241 제241화 대륙의 여신 이애나 19.12.09 54 2 14쪽
» 제240화 마음을 추스리고 모두 약속 19.12.08 48 2 12쪽
239 제239화 술주정 19.12.07 62 2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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