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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가™ 님의 서재입니다.

이세계 최강 파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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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가™
작품등록일 :
2019.01.02 23:52
최근연재일 :
2020.03.13 18:00
연재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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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수 :
1,796,5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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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12.14 0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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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쪽

제244화 돌아왔지만

DUMMY

“혈압 정상, 맥박 정상, 엑스레이에서도 별 다른 이상이 보이지 않고, 혹시 다른 부위에 통증이나 기타 불편한 느낌은 없나요?”

“네, 없습니다.”


현휘수가 깨어났다는 소식을 듣고 즉시 달려와 이것저것 검사를 진행하고 결과를 체크해보는 의사. 일단 진지하게 물어보는 의사를 위해 성심껏 대답은 해주고 있지만, 사실 휘수로서는 한시라도 빨리 이 병원에서 벗어나고 싶었다.


“외상은 따로 보이지 않는 건 그렇다 치더라도, 벼랑 아래로 떨어진 충격은 만만치 않아 심한 내상이 발생할 수 있었을 텐데. 현휘수 씨는 그야말로 하늘이 도왔다고 밖에 생각할 수 없겠군요.”


환자복에 링거를 달고 다니는 것만 빼면 당장 퇴원해도 이상하지 않을 상황. 의사는 영화나 드라마에서나 나올 법한 상황을 어떻게 받아들여야 할지, 한참이나 휘수를 쳐다보며 고개를 갸웃거렸다.


“저, 선생님. 몸에 아무 이상이 없다면 그만 퇴원해도 괜찮을까요? 제가 학생이라 당장 학교도 가야하고······.”


결국 답답함을 참지 못한 휘수가 의사에게 간절히 말했다.


“아, 네. 그렇게 하시죠. 1층으로 내려가셔서 퇴원수속하시면 될 것 같습니다.”


의사의 허락이 떨어지기가 무섭게 휘수 옆에서 그림자처럼 붙어 다니던 링거가 제거되고, 답답한 환자복 또한 편안한 평상복으로 갈아 입혀졌다.

베이지색 재킷에 남색 티셔츠, 청바지에 운동화까지. 휘수는 잠시 병실 거울에 비친 자신의 모습을 빤히 쳐다보았다.


“그대로인데, 달라진 건 없어 보이는데······.”


의미를 파악하기 어려운 말을 중얼거리며 재킷 안주머니에 손을 집어넣는 휘수. 두툼한 담뱃갑과 단단한 지포라이터가 만져진다.


“그냥 단순한, 꿈이었던 걸까? 그날따라 무척 생생한 꿈을 꾼 것이었다고?”


재킷 안주머니는 물론 청바지 주머니, 혹시나 하는 마음에 자신이 머물던 병실 전체를 이 잡듯이 뒤져보았지만 찾고자 하는 물건은 보이지 않았다. 그것만 찾는다면 꿈이라는 단어가 더 이상 입 밖으로 튀어나올 일은 없을 텐데.


“하아······.”


미련을 버리고 병실을 나왔지만 머릿속을 휘감고 있는 혼란을 떨쳐버리기란 쉽지 않았다.


‘아르피아 대륙, 알카디우스, 리스, 샤키라, 세나··· 그냥 모두 꿈으로 받아들여야 할까?’


삐리리리~ 삐리리리~


퇴원수속을 마치고 병원을 나설 때까지 머릿속을 맴도는 혼란 속에서, 스마트폰 벨소리가 요란하게 울려 퍼져 잠시나마 휘수의 정신이 번쩍 돌아오게 했다.


“모르는 번호인데··· 여보세요?”

[안녕하세요, 자동차 정비소에서 연락드렸습니다. 현휘수 고객님 맞으시죠?]


휘수는 자동차 정비소라는 단어에 이맛살을 찌푸릴 수밖에 없었다.


‘벼랑 아래로 떨어진 자동차 수리 다 마쳤으니 찾아가라는 전화!’


부서진 자동차를 정비소에서 정성껏 수리를 해주었으면 주인이 직접 와서 찾아가는 게 당연한 일. 다만 그 과정 중에 얼마간의 금전적인 손해가 발생한다는 불편한 진실.

그런데 정비소에서 전해오는 소식은 휘수의 예상을 훨씬 벗어난 것이었다.


[자동차는 저희 정비소에 들려서 간단한 확인 절차만 거치고 찾아가시면 됩니다. 수리비는 따로 청구된 것이 없으니 그냥 몸만 오시면 될 것 같습니다.]

“네?! 수리비가 청구된 것이 없다고요?! 어떻게 그런 일이 생길 수 있죠?!”


벼랑 아래로 떨어진 자동차에 아무 이상이 없다? 그래서 수리비 같은 게 청구된 것이 전혀 없는 거고? 이게 상식적으로 말이 된단 말인가!


‘다른 거 다 양보한다 치더라도 튼튼한 가드레일을 뚫고 들어간 건 어떻게 설명할 건데?! 최소한 라이트라도 박살나야 정상 아닌가?!’

[그게, 저희도 어떻게 설명해드려야 할지 모르겠습니다. 저희가 멀쩡한 차를 운반해왔다고 밖에는··· 일단 자동차에 아무 이상 없으니 바로 찾아가시면 됩니다. 그럼······.]

“여보세요? 여보세요!”


대체 무슨 일이 벌어졌길래 정비소에서 고객의 궁금증을 말끔히 해결해주지도 못한 채 서둘러 전화를 끊는 걸까? 휘수는 혹시 그 정비소 직원, 힘들게 정비 마치고 기분 좋게 낮술 한 잔 빨고 전화해서 헛소리하는 건 아닌지 의심이 들었다.


“어디서 비싼 밥 처먹고 헛소리를 하고 앉았어? 상식적으로 가드레일 뚫고 벼랑 아래에 내동댕이쳐진 자동차가 멀쩡할 리가 있어? 무슨 살아 있는 생명체라 저절로 상처가 아문다면 모를까······.”


순간 비웃음이 딱 끊기고, 휘수는 급히 큰 길로 나가 택시에 올라탔다. 자동차가 거의 보이지 않는 한산한 도로를 쳐다보는 그의 눈동자가 불안하게 흔들린다.


‘전혀, 불가능한 게 아니잖아? 자동차 엔진에 드래곤 하트가 탑재되어 있다면, 그 기운이 부서진 부분을 말끔히 재생시켜주잖아? 내가 이 두 눈으로 똑똑히 봤다고!’


병원에서 깨어나면서부터 꿈이라 여겼던 상황이 혹시 현실이 아닐까 조심스럽게 추측이 되는 상황. 한시라도 빨리 목적지에 도착하여 자동차 본 네트를 활짝 열어보고 싶다!


“투산, 투산, 이 지구상에서 단 한대뿐인 내 애마······.”


최근에 사고가 많이 발생했던지, 수리를 받기 위해 대기 중인 자동차나 수리가 완료되어 주인이 찾아가기를 기다리고 있는 자동차가 꽤 많이 보인다.


삐빅!


휘수의 다급한 마음을 알고 있기라도 하듯, 간단한 본인 확인절차를 마치고 정비소에서 건네준 자동차 리모컨 키가 전파를 방출하자 애마 투산이 즉시 정확히 위치를 알려왔다.


“깨끗해. 파손된 부분은커녕 잔 기스조차 전혀 보이지 않아. 그렇다면 지금도 엔진 속에 드래곤 하트가······.”


운전석 아래에 부착되어 있는 본 네트 개방 버튼을 누르려던 휘수는 순간 시간이 멈춘 것처럼 모든 움직임이 정지되었다.

조심스럽게 눈동자가 돌아가고, 그 방향으로 손을 뻗자 돌을 조각하고 예쁘게 색을 칠한 흰 산비둘기 인형이 잡혔다.


“여, 여기 있었구나.”


구조대가 운전석에서 정신을 잃고 있던 자신을 구급차로 옮기면서 품 안에 있던 인형이 떨어진 것 같다. 휘수는 산비둘기 인형을 귀중한 보물처럼 품에 안은 채 몸을 부들부들 떨며 놀라운 감정을 표현했다.


“지금 이렇게 넋을 잃고 있을 때가 아니야. 지금 곧 가봐야 할 곳이 있어.”


병원에서 그토록 찾아 헤맸던 물건을 찾았으니 더 이상 입 밖으로 꿈이라는 단어를 내뱉을 필요가 없어졌다. 게다가 아르피아 대륙에서 친구들과 어울리며 터득한 기운을 읽는 감각은 당장 드래곤 하트 특유의 따스한 기운을 감지해냈다.


부우웅!


시동을 켜고 악셀레이터를 밟자 우렁차게 들려오는 엔진소리는, 과연 아르피아 대륙에서 친구들을 태우고 다닐 때와 똑같다. 그렇게 여전히 드래곤 하트의 기운을 한 몸에 받고 있는 SUV 자동차 투산은 현휘수를 태우고 어디론가 쏜살같이 달려갔다.


******


“사고가 났던 곳이 여기 부근이었지?”


휘수가 미친 듯이 악셀레이터를 밟으며 달려온 곳은, 과거 대학교 과 MT에 합류하러 가다 난데없이 나타난 너구리 가족 때문에 사고가 났던 해안도로.

양쪽 총 네 개 차선으로 이루어진 이곳은 현재 가드레일이 뚫린 2차 선 일부분에 바리케이트가 설치되어 출입이 통제되어 있었다.

“이 가드레일을 뚫고 아래로 떨어지는데, 마침 알카디우스가 사용한 소환문이 나타나 아르피아 대륙에 도착하게 되었지.”


휘수는 까마득한 벼랑 아래를 유심히 바라보다 주변을 두리번거리며 안전하게 내려갈 수 있는 길을 찾아냈다.

조심조심 아래로 내려가 보니 과연 소환문이 육중한 자동차를 통째로 삼킨 덕분에 단단한 땅에 충돌한 흔적 같은 건 찾을 수 없었다.


“이곳이야! 이곳에 소환문이 나타나 나를 아르피아 대륙으로 데려가고, 나중에는 다시 대한민국으로 돌려보내준 거라고!”


시야에는 아무것도 보이지 않지만 휘수는 연신 땅바닥을 발로 구르고 두 손으로 부드럽게 어루만지기까지 했다. 지금까지 두 눈으로 보고 겪으며 머릿속에 제대로 각인된 모든 기억이 현실인 상황에서, 그의 뛰어난 감각은 대한민국에서 말로 설명할 수 없는 기운을 선명히 읽어내고 있었다.


“꿈 따위가 아니야. 이건 현실이야. 알카디우스!”


희미하지만 아르피아 대륙의 기운을 느끼던 휘수는 알카디우스의 이름을 힘차게 불러보기까지 했다.


“알카디우스!”


무엇을 바라던 걸까? 몇 번이나 불러본 그리운 이름 실버 드래곤 알카디우스가 메아리가 되어 의미 없이 울려 퍼질 뿐이다.


“리스!”


알카디우스에 이어 휘수의 입에서 터져 나오는 리스. 이번에도 역시 허무하게 메아리만 울려 퍼질 뿐이다.


“샤키라!”


웨어울프 샤키라를 떠올리며 힘껏 외쳐보지만 결과는 마찬가지.


“세나!”


친구들 사이에서 유일한 막내였던 키메라 세나. 그녀의 이름도 얼마 안 있어 묻혀버렸다.


“하아, 하아······.”


알카디우스, 리스, 샤키라, 세나. 휘수는 그리운 친구들의 이름을 있는 힘껏 외친 뒤 힘없이 바닥에 풀썩 주저앉았다.


“내 친구들······.”


저 멀리 바다를 바라보던 휘수가 스마트폰을 꺼내 갤러리 폴더를 열었다. 현재 소유하고 있는 스마트폰을 개통한 뒤부터 지금까지 촬영한 모든 사진이 한꺼번에 나타났다.


“아무리 다시 봐도, 절대 꿈이 아니야. 이렇게 내 친구들이 그대로 있잖아?”


수백 장의 사진 중에서 가장 최근에 촬영한 사진들만 한 곳에 모아보았다. 애초에 병원에서 깨어날 때부터 진작 사진부터 확인해보면 될 것을, 꿈이니 현실이니 혼란에 빠졌던 건지 생각할수록 한심하여 헛웃음이 흘러나온다.


“다들, 처음 보는 IT기기가 어찌나 신기하던지, 한시도 눈을 떼지 못할 정도였잖아? 그 중에서도 샤키라 녀석 호기심은 도무지 말릴 수가 없어서 참. 그 녀석 손톱에 액정 나가지 않은 게 천만다행이었다니까?”


신물을 찾아 아르피아 대륙을 여행하며 간간히 친구들과 셀카를 촬영한 사진들. 사진 속에 담긴 친구들, 특히 평소에 시끌시끌하고 활발한 리스와 샤키라는 지금이라도 마구 움직일 것처럼 화질이 선명하다.


“호기심 많은 샤키라에 아주 단짝처럼 찰싹 붙어 있던 리스까지, 점잖은 알카디우스와 세나를 본받아야 해. 이것 좀 보라고. 스마트폰이 엄청 신기할 텐데도 근엄하고 진지하게 표정을 유지하는 모습이 아무나 따라할 수 있는 게 아니라니까?”


간간히 나오는 알카디우스와 세나의 사진. 평소에 어떤 상황에서도 평정심을 유지하는 알카디우스와, 그녀를 친 언니처럼 따르는 세나에게서는 천방지축 호들갑떠는데 바쁜 리스와 샤키라와는 비교도 안 될 정도의 위엄이 엿보인다.


“하, 하하······.”


사진 속의 친구들을 천천히 살펴보며 기억을 떠올리던 휘수는 문득 입에 머금고 있던 미소를 거두고 손등을 눈가를 문지르기 시작했다.


“알카디우스, 리스, 샤키라, 세나. 내 친구들. 이제 두 번 다시 만날 수 없어. 오롯이 추억으로, 가슴 깊이 묻고 살아야 해. 친구들 없는 이곳에서 나 혼자······.”


투명한 액체가 잔뜩 묻은 손등을 내려놓고, 조용히 저 멀리 바다를 바라보던 휘수는.


“흑, 흐흑, 으아아아앙!”


땅바닥에 얼굴을 묻은 채 크나큰 울음을 터뜨리고 말았다.

아르피아 대륙 친구들에 대한 그리움? 대한민국에 혼자 남은 외로움? 명확한 이유는 오직 휘수 자신만이 가슴에 품은 채 계속, 계속 눈물을 쏟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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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68 제268화 정의의 주먹이 용서치 않으리라! (下) 20.01.17 45 2 16쪽
267 제267화 정의의 주먹이 용서치 않으리라! (上) 20.01.15 38 2 14쪽
266 제266화 함께 고민해 보자 20.01.13 36 2 13쪽
265 제265화 언제나 네 곁에 있을게 (下) 20.01.12 49 2 15쪽
264 제264화 언제나 네 곁에 있을게 (上) 20.01.11 48 2 13쪽
263 제263화 단 한 번의 기쁨 20.01.10 46 2 13쪽
262 제262화 답답한 시간만 흐르고 20.01.08 65 2 11쪽
261 제261화 우여곡절 끝에 출발 20.01.06 54 2 14쪽
260 제260화 아침부터 되는 일이 없네! (下) 20.01.05 41 2 14쪽
259 제259화 아침부터 되는 일이 없네! (上) 20.01.04 60 2 15쪽
258 제258화 형님의 푸념, 아우님의 조언 20.01.03 41 2 12쪽
257 제257화 힘들면 메시지 남겨 20.01.01 64 2 12쪽
256 제256화 한강에서 이건 무슨 인연? (下) 19.12.30 52 2 11쪽
255 제255화 한강에서 이건 무슨 인연? (上) 19.12.29 48 1 11쪽
254 제254화 산산이 부서진 꿈 19.12.28 50 2 14쪽
253 제253화 절망의 그림자 (下) 19.12.27 50 2 13쪽
252 제252화 절망의 그림자 (上) 19.12.25 40 2 11쪽
251 제251화 주말 봉사활동 19.12.23 58 2 13쪽
250 제250화 다섯 종족의 근황 (下) 19.12.22 53 2 11쪽
249 제249화 다섯 종족의 근황 (中) 19.12.21 47 2 14쪽
248 제248화 다섯 종족의 근황 (上) 19.12.20 48 2 13쪽
247 제247화 우리 다시는 헤어지지 말자 19.12.18 55 2 14쪽
246 제246화 기적이 일어났다 19.12.16 55 2 12쪽
245 제245화 무료한 나날 19.12.15 52 2 12쪽
» 제244화 돌아왔지만 19.12.14 61 2 12쪽
243 제243화 진정한 친구라면 19.12.13 49 2 13쪽
242 제242화 오빠, 가지마! 19.12.11 47 2 12쪽
241 제241화 대륙의 여신 이애나 19.12.09 55 2 14쪽
240 제240화 마음을 추스리고 모두 약속 19.12.08 51 2 12쪽
239 제239화 술주정 19.12.07 65 2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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