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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가™ 님의 서재입니다.

이세계 최강 파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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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가™
작품등록일 :
2019.01.02 23:52
최근연재일 :
2020.03.13 18:00
연재수 :
297 회
조회수 :
50,563
추천수 :
1,118
글자수 :
1,796,506

작성
19.12.30 18:00
조회
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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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글자
11쪽

제256화 한강에서 이건 무슨 인연? (下)

DUMMY

괴로운 이 세상을 하직하기 위해 마음 독하게 먹고 한강에 뛰어들었는데, 뒤에서 누군가 자신을 덥석 끌어안아 물 밖으로 데리고 나왔다.


‘분명, 근처를 지나가던 행인이 아닐까 생각했는데······.’


억지로 마신 물을 토해내고 숨을 고르자, 흐릿했던 시야도 점차 선명하게 회복되었다. 소녀는 즉시 괴로움에서 벗어나기 위한 유일한 몸부림을 방해했던 행인이 누구인지 확인하기 위해 눈을 크게 떴는데, 그 결과는 말로 표현할 수 없을 만큼 충격적이었다.


‘괴, 괴물! 뱀처럼 긴 몸에 얼굴, 뿔, 그리고 주먹까지, 동양의 용과 똑같아!’


그러고 보니 일반 행인치곤 굉장히 큰 체격을 가지고 있다고 생각했는데, 혹시나 하던 우려가 현실로 나타난 것이다.


‘호, 혹시, 내가 벌써 숨이 끊어져 죽은 것이 아닐까?! 저 괴물은 지옥의 수문장? 집행관? 그런 존재고?!’


꿈인지 생시인지 분간도 안 되고, 소녀는 곧 극심한 공포에 사로잡혀 온 몸을 부들부들 떨기 시작했다.


‘그래, 지옥이 틀림없어! 함부로 목숨을 끊으면 즉시 지옥으로 떨어진다고 하잖아?! 그곳에서 구원은 꿈도 못 꾸고 엄청난 고통을 겪게 된다고 하던데, 그 고통이 저 용처럼 생긴 괴물에게 잡아먹히는······.’

“에잇! 저녁도 못 챙겨먹어 배고파 죽겠는데, 물배만 잔뜩 채웠잖아?!”

‘응?!’


소녀는 자신에게서 시선을 떼고 연신 물이 잔뜩 섞인 침을 퉤퉤! 뱉고 있는 리스를 보며 눈이 휘둥그레졌다. 저런 모습은 아무리 봐도 지옥의 수문장 또는 집행관과는 거리가 멀어 보이는데.


“야, 넌 괜찮냐?”

“으응? 나, 날 부른 거야?”


소녀는 멍청한 표정과 함께 손가락으로 자신을 가리키며 고개를 갸웃거렸다.


“그럼, 여기 너 말고 또 누가 있어? 설마 저기 지나가는 들쥐나 개구리한테 말을 거는 거라고 생각하는 건 아니겠지?”


소녀가 뒤를 돌아보니 어디서 튀어나온 건지 들쥐와 개구리가 부지런히 지나가고 있었다. 소녀 입장에서 그런 생각은 당연히 상상조차 해본 적이 없기에 다시 고개를 돌렸는데, 리스는 이곳에서 멀리 벗어나기 위해 천천히 물 아래로 몸을 숨기고 있었다.


“너, 말을 할 줄 아는 구나?”


지옥의 수문장, 집행관이라 생각했던 리스가 정작 자신에게 아무런 관심도 주지 않고 오히려 성가신 짐짝 취급을 하자 그제야 현실이라는 사실을 깨달았다. 이제는 소녀의 마음속에 호기심이 생겨 조심스럽게 말을 건네기에 이르렀다.

리스는 무시하고 갈길 갈까 잠시 망설이다 나지막이 대꾸했다.


“그 말이라는 게 인간만의 전유물이라 생각한다면, 그것만큼 오만한 생각도 없을 거다.”

“아, 아니야. 그렇게 생각한 적은 없었어. 난 단지 처음 보는 괴물··· 아니, 생명체가 말을 하는 모습이 놀랍기도 하고 신기하기도 해서······.”

“혼자 실컷 놀라워하시고요, 난 이만 갈 테니 너도 어서 집에나 가라.”


리스는 소녀에게 조금의 눈길도 주지 않고 차갑게 내뱉었다.


“딱 봐도 앞길 창창한 아가씨가 뭐가 그렇게 힘들어서 목숨을 끊으려고 해?”

“뭐, 뭐라고?! 지금 뭐라고 했어?!”


비아냥거리는 목소리에 발끈한 소녀가 언성을 높였지만, 리스는 눈 하나 깜짝하지 않은 채 오히려 한술 더 떠보였다.


“세상에 괴로운 일이 있다면 즐거운 일도 당연히 있는 법인데, 그런 기쁨을 기다릴 줄 모르는 성질 급한 성격이라면 차라리 일찍 죽는 게 더 나을지도 모르지.”

“야, 이 징그러운 괴물아! 거기 서!”


소녀는 울분을 참지 못하고 돌멩이를 집어 힘껏 던졌다. 별다른 반응을 보이지 않던 리스가 징그러운 괴물이란 말에 화가 치밀어 고개를 돌렸는데, 하필이면 돌멩이가 왼쪽 눈을 향해 똑바로 날아오는 것이 아닌가!


딱!


“아이고, 아파라! 내 눈, 내 눈!”


왼쪽 눈을 감싸 쥔 채 괴로워하는 모습이 결코 엄살처럼 보이지 않는다. 소녀는 그래도 분이 풀리지 않아 두 번째 돌멩이를 꽉 움켜쥐었는데.


“물에 빠진 사람 구해주니까 자기 봇짐 내놓으라 한다더니! 생명의 은인한테 구해줘서 고맙다는 인사는커녕 오히려 돌팔매질을 하고 있냐?! 은혜의 은자도 모르는 배은망덕한 계집애 같으니라고!”


팅팅 부어오른 왼쪽 눈에 시퍼런 멍까지 들어 다른 인간들에게 존재를 들키는 것에 상관없이, 리스가 버럭버럭 고함을 질러댔다. 마음 같아서는 불끈 쥔 주먹으로 정의의 꿀밤을 날려주고 싶었다.


“넌 진짜 내가 조금이라도 이성을 차리고 있는 걸 다행으로 알아! 내 주먹에 꿀밤 한 대 맞으면 당장 두 개골이 쫙······.”


순간 리스의 눈이 동그랗게 떠지고 불끈 쥐고 있던 주먹도 슬그머니 풀렸다. 자신의 천둥 같은 고함에 바짝 쭈그러들었으리라 생각했던 것과 달리, 소녀가 여전히 돌멩이를 쥐고 있고, 독수리처럼 날카롭게 부릅뜬 눈에서는 비 오듯 눈물을 쏟아내고 있는 것이 아닌가!


“너 같이 흉측한 괴물이, 나에 대해서 뭘 안다고 함부로 지껄여?! 내 목숨 구해주면 울면서 고맙다고 절이라도 할 줄 알았어?!”

“뭐, 뭐?!”


다른 일도 아닌 사람 목숨을 구한 좋은 일을 하고 돌멩이로 얻어맞은 황당한 상황을 어찌 받아들여야 할지, 리스는 그저 머릿속이 새하얘질 뿐이다.


“아니야, 됐어. 모르는 게 당연할 테니까. 너처럼 보는 것만으로도 오싹 소름이 돋는 괴물에게 왕따의 괴로움 따위 알 리가 없잖아?”

‘왕따? 그러고 보니 저 아이 몸 곳곳에······.’


왕따라는 단어에 퍼뜩 무언가가 떠오른 리스는 당장 두 눈에 힘을 주었다. 인간보다 뛰어난 히드라의 시야가 소녀의 몸 전체를 스캔하자 옷에 가려져 보이지 않던 부분이 선명하게 드러났다.


‘시퍼런 멍이 몸 곳곳에 보이고, 저기 시커먼 부분은 누가 일부러 유성매직으로 칠한 것 같은데?’


아르피아 대륙에서부터 대한민국에서 살아가기까지, 휘수에게 말로만 들었던 학교 폭력이 떠오르는 순간이다.


“난 정말 고마운 마음이 하나도 안 들어. 나 같이 탈출구 따위 전혀 없는 왕따가 고통에서 벗어날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이었는데, 그걸 멋대로 다 망쳐버렸잖아?”

“······.”


리스는 땅바닥을 내려다보며 망연자실해하는 소녀를 물끄러미 바라보다 조심스럽게 오른쪽 앞발을 물에 담갔다.


“내일 학교에 가면 또 어떤 괴롭힘을 당할지··· 아앗!”


소녀는 느닷없이 자신을 덮친 물벼락에 엉덩방아를 찧었다. 갑자기 비가 쏟아지는 것도 아니고 무슨 일인지 주변을 살피던 소녀의 시야에 자신을 한심하게 쳐다보며 고개를 절레절레 젓고 있는 괴물의 얼굴이 들어왔다.


“이, 이게 무슨 짓이야?!”

“아, 미안. 냉수 먹고 정신 좀 차리면 어떨까 싶어서.”


화가 잔뜩 난 소녀에 비해 리스의 말투는 태연하기만 하다.


“보아하니 고통을 벗어날 노력은 조금도 해보지 않은 것 같은데, 그렇게 혼자 이 세상 떠나면 모든 게 해결될 거라 생각하는 거야?”

“······.”

“천만에! 대한민국에서 학교 폭력이라고 하던가? 그건 말로만 들어서 잘 모르겠고, 왕따라면 나도 당해봐서 잘 알지. 어떻게 하면 고통에서 벗어날까, 나도 별의별 생각 다 해보고 행동으로도 옮겨봤는데, 다 부질없더라.”

“뭐, 뭐라고?! 왕따를 당해봤다고?! 너 같이 무섭게 생긴 괴물이?!”


소녀 입장에서는 당연히 믿을 수 없어 강하게 부정했다.


“그럴 리가 없잖아?! 이 세상에서 너보다 약한 존재는 없을 텐데, 하고 싶은 건 무엇이든 다 하는 최강의 괴물로 살아왔을 텐데! 그런 괴물을 누가 감히 왕따를 시켜?!”

“하아, 진짜 대화가 안 통하는 아가씨네. 차라리 아까 지나가던 들쥐랑 개구리 붙잡아 와서 대화하고 싶은 심정이야.”

“아니, 상식적으로 생각해도······.”

“야!”


버럭 고함을 질러 소녀의 입을 다물게 하는 리스.


“너야말로 나에 대해 아는 게 있냐? 내가 무슨 종족인지는 알아?”

“조, 종족? 그거야, 동양의 용! 용 아냐?”

“아이고, 머리야. 그래, 그건 그렇다 치고, 그럼 내 전체 수명은 몇 년?”

“처, 천년? 아니 이천년, 삼천년?”

“갈수록 가관이네, 진짜. 그럼 내가 주로 먹는 식량은?

“고, 고기류. 덩치가 커서 사람도 꿀꺽 삼킬지도······?”


간단한 질문이었지만 소녀는 단 한 개도 제대로 대답하지 못했다. 리스는 답답하여 가슴을 쿵쿵 치다 행동으로 증명하는 게 나을 것 같아 즉시 움직였다.


촤악!


먼저 물속에 담겨진 두 앞발이 지나가던 물고기를 잡아 지상으로 휙 내던졌다.



“봐! 네가 말한 고기류는 물론 이렇게 물고기도 잡아먹고.”


다음에는 물고기를 낚아챘던 두 앞발이 잔디 한웅큼을 뽑았다.


“믿기지 않겠지만 이렇게 풀도 뜯어먹는다고. 태어나자마자 울 엄마한테 배운 게 이거거든. 밥은 고기, 채소 가리지 말고 골고루 먹어야 한다.”

“그, 그렇구나.”


자신의 말이 헛소리가 아니라는 사실을 증명하기 위해, 아르피아 대륙에서 그랬던 것처럼 잔디를 입에 넣고 짝짝 씹어보였다. 정말 배고픈데 마땅히 먹을 게 없을 때만 먹는 식량이라 맛은 최악이지만.


“퉤퉤! 어휴, 이건 도저히 못 먹겠다!”


오만상을 찌푸리며 잔디를 모두 뱉어내고, 그것도 모자라 여러 번 입을 헹구기까지. 부산을 떠는 리스의 모습이 우습게 보인다.


“아무리 해충 제거를 위해서라지만, 무슨 놈의 농약을 이렇게나 많이 뿌렸어? 잘못해서 꿀꺽 넘어갔으면 배탈 나서 몇 달은 고생했을 것 아냐? 당장 시청에 민원 넣을까 보다!”

“······.”


혼자 북 치고 장구 치는 리스를 보며 자신은 대체 어떤 표정을 지어야 할까? 소녀는 그저 리스만 물끄러미 바라보는데.


꼬르륵~


“앗!”


소녀의 뱃속에서 선명하게 하수도 물 흘러가는 소리가 발생했다. 민망하여 얼굴을 붉히는 소녀와 달리, 리스는 즉각 방금 전까지의 부산떨던 행동을 멈추고 소녀를 안타깝게 바라보았다.


‘어마어마한 왕따의 고통 속에서 밥이 넘어가면 그게 이상하지.’

“어어? 너 지금 뭐하는 거야?!”


소녀는 깜짝 놀라 외마디 소리를 질러야 했다. 리스의 날카로운 발톱이 느닷없이 옆구리 살을 사정없이 째고 있는 것이 아닌가!


“그, 그만둬! 출혈이 심하잖아?!”

“남 걱정하지 말고 이거나 받으시지?”


출혈의 고통 따윈 전혀 없는지, 리스는 일자로 쫙 찢어진 옆구리 속에서 튀어나온 뭔가를 휙 던져주었다.


“지, 지퍼백?! 스마트폰이랑 지갑이 들어 있는데······?”

“스마트폰은 손대지 말고, 지갑에서 정확히 5천원 꺼내.”

“으응.”


5만원 지폐부터 만원, 5천원, 천원 지폐가 가득 들어 있는 지갑에서 5천원짜리 한 장이 소녀의 손에 달려 나왔다.


“얼마 전에 새로 출시한 거제도미역새우 라면이 1500원이었지? 3개 사와. 서로 배고프니까 일단 먹으면서 얘기하자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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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68 제268화 정의의 주먹이 용서치 않으리라! (下) 20.01.17 44 2 16쪽
267 제267화 정의의 주먹이 용서치 않으리라! (上) 20.01.15 36 2 14쪽
266 제266화 함께 고민해 보자 20.01.13 33 2 13쪽
265 제265화 언제나 네 곁에 있을게 (下) 20.01.12 47 2 15쪽
264 제264화 언제나 네 곁에 있을게 (上) 20.01.11 42 2 13쪽
263 제263화 단 한 번의 기쁨 20.01.10 41 2 13쪽
262 제262화 답답한 시간만 흐르고 20.01.08 61 2 11쪽
261 제261화 우여곡절 끝에 출발 20.01.06 51 2 14쪽
260 제260화 아침부터 되는 일이 없네! (下) 20.01.05 37 2 14쪽
259 제259화 아침부터 되는 일이 없네! (上) 20.01.04 57 2 15쪽
258 제258화 형님의 푸념, 아우님의 조언 20.01.03 37 2 12쪽
257 제257화 힘들면 메시지 남겨 20.01.01 60 2 12쪽
» 제256화 한강에서 이건 무슨 인연? (下) 19.12.30 51 2 11쪽
255 제255화 한강에서 이건 무슨 인연? (上) 19.12.29 44 1 11쪽
254 제254화 산산이 부서진 꿈 19.12.28 46 2 14쪽
253 제253화 절망의 그림자 (下) 19.12.27 46 2 13쪽
252 제252화 절망의 그림자 (上) 19.12.25 38 2 11쪽
251 제251화 주말 봉사활동 19.12.23 58 2 13쪽
250 제250화 다섯 종족의 근황 (下) 19.12.22 51 2 11쪽
249 제249화 다섯 종족의 근황 (中) 19.12.21 44 2 14쪽
248 제248화 다섯 종족의 근황 (上) 19.12.20 44 2 13쪽
247 제247화 우리 다시는 헤어지지 말자 19.12.18 53 2 14쪽
246 제246화 기적이 일어났다 19.12.16 53 2 12쪽
245 제245화 무료한 나날 19.12.15 50 2 12쪽
244 제244화 돌아왔지만 19.12.14 58 2 12쪽
243 제243화 진정한 친구라면 19.12.13 45 2 13쪽
242 제242화 오빠, 가지마! 19.12.11 45 2 12쪽
241 제241화 대륙의 여신 이애나 19.12.09 53 2 14쪽
240 제240화 마음을 추스리고 모두 약속 19.12.08 47 2 12쪽
239 제239화 술주정 19.12.07 62 2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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