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괴베클리님의 서재입니다.

임해군 호위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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괴베클리
작품등록일 :
2023.02.24 21:18
최근연재일 :
2023.05.02 01:23
연재수 :
43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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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수 :
222,8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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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04.11 23: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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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쪽

이원익과 전쟁을 논하다

DUMMY

28.


김도윤은 경상감사를 노려보았으나 정작 말은 임해군에게 했다.


"마마, 조총은..."


"참, 조총. 감사영감, 내가 보낸 조총 5백 자루는 어찌됐소?"


임해군의 말에 경상감사는 음흉한 미소를 지었다. 그리고 김도윤이 돌려준 가짜 금을 도로 김도윤 쪽으로 밀어냈다.


"마마께서 말씀하신 조총 대금이옵니다."


"아니, 되었네. 내 어찌 그걸로 돈을 받겠는가?"


임해군의 말에 김도윤이 가짜 금을 도로 경상감사의 앞으로 밀었다.


"아닙니다. 당연히 대금을 치뤄야죠."


그렇게 경상감사와 김도윤은 가짜 금을 계속 상대에게 밀었다.


막대한 금을 그렇게 서로 안 받겠다고 양보하다니.


너무나 아름다운 그림에 이원익이 흐뭇한 미소를 지었다. 그 모습을 본 임해군이 말을 돌렸다.


"금은 그렇고, 원래 내 말은 그 조총 말이요. 조총은 어찌 되었소?"


임해군의 말에 경상감사가 잘라 말했다.


"아무 짝에 쓸모 없는 물건이라 동래부의 창고에 처박아두었습니다."


"쓸모가 없다니? 그게 무슨 말인가?"


"좌병사 이각과 군관들에게 물어보니, 총은 사냥에나 소용이 될까, 전쟁에는 쓸 수 없는 물건이라 하였습니다. 총이란 게 한번 쏘고 다시 쏘는데 시간이 너무 오래 걸리는데다, 조준하기 어려워 잘 맞지도 않습니다. 하니 재수 좋게 첫 방에 맞지 않으면 그 다음에는 죽음 뿐인 물건을 어찌 군사에 쓰겠습니까? 전혀 쓸모없는 물건입니다."


"왜국에서 보니 그렇지 않던데?"


"그건 왜놈들이 허세로 마마를 기망한 것일 것입니다."


"허허! 답답하네!"


갑자기 엉뚱한 곳에서 큰 소리가 터져 나왔다. 모두가 소리가 들린 곳으로 고개를 돌렸다. 그곳에는 부사 김성일이 있었다.


"그렇지 않소이다! 내가 직접 쏘아보이겠소. 조총을 가져오시오."


"부사영감은 조총을 쏘아보았소?"


김성일은 고개를 흔들었다.


"아니, 쏘아본 적 없습니다. 하지만 왜군의 사격을 보니 배우기가 그리 어려워보이지 않더이다."


김성일은 김도윤과 다른 사람들을 돌아보았다.


"김군관, 자네도 쏘아보지? 자네 말고도 쏠 사람이 더 있다면 그들의 삼단 사격을 재현할 수도 있을 텐데. 조총을 쏘아볼 사람 더 없습니까?"


"나도 쏘아보지."


임해군도 나섰다. 그러자 김도윤에게 좋은 생각이 떠올랐다.



사람들은 동래부의 궁사장으로 모였다. 관리와 군사들이 활쏘기 연습을 하는 곳이다.


사선에 여섯 사람이 모였다. 김성일, 김도윤, 임해군, 아카리, 수행원 1명, 그리고 미구엘.


미구엘이 앞에 나서서 조총의 사용법에 대해 상세히 설명하고 시범을 보였다. 사람들은 미구엘의 가르침대로 조총에 화약을 넣고 쑤신 다음에 총알을 넣었다.


"조총은 화승총과 달리 방아쇠가 있어 여러 사람이 시간을 맞춰 동시에 사격이 가능합니다. 또한 총신에 가늠쇠가 있어 그것으로 조준을 하면 됩니다."


김도윤이 미구엘의 설명을 이원익과 경상감사에게 큰 목소리로 전했다.


"준비."

"점화!"

"1조 사격!"


김도윤과 김성일이 조총을 쏘고 뒤로 빠졌다.


"2조 사격!"


임해군과 아카리가 쏘았고 이어 3조인 미구엘과 수행원이 사격했다. 이어 다시 1조의 재사격. 사격은 끊어지지 않고 계속 연결되었다. 천지를 진동하는 소리와 함께 화약 연기가 장내에 자욱하게 퍼졌다.


소리는 요란했어도 한 발도 맞지 않았을 거야.


경상감사 김수는 그렇게 생각하며 연기가 걷히는 과녁을 바라보았다.


어?


쳐다보던 사람들이 모두 의아한 표정을 지었다.


과녁이 없어졌다.


사람들은 잠시 후에야 나무로 된 과녁이 아주 박살이 나서 주변에 조각조각 흩어져 버렸다는 것을 깨달았다. 잠시의 침묵이 흐른 뒤에 동래부사가 나섰다.


"제가 조총을 운용해보겠습니다."


당황한 경상감사 김수는 이원익의 표정을 보고 자세를 바꾸었다.


"아니요. 감영에서 좌병영과 우병영에 나누어 운용해보겠소."


이원익은 자리에서 일어서 임해군에게 고개를 숙였다. 그리고 걸어가 김성일의 어깨를 두드리려다가 손이 닿지 않아 등을 두드렸다. 임해군을 바라보는 이원익의 눈길이 완전히 변했다.




그렇게 모든게 좋게 넘어가는가 싶었는데 저녁이 되자 사단이 벌어졌다. 얼굴이 벌개진 이원익이 임해군에게 득달같이 달려와 흥분해 소리쳤다.


"마마, 왜국 여인과 혼인을 하셨다구요?"


"그냥 여인이 아니고 공주입니다."


"어찌 그런 망측한 일을 저지르셨다는 말입니까!"


"..."


"조선의 왕자가 왜국의 여인과 혼인을 하다니요, 이는 절대 있을 수 없는 일입니다."


"왜요?"


"조선 왕실에 오랑캐의 피가 흐르게 할 수는 없습니다."


"하지만 태조대왕께서도 오랑캐가 아니었..."


이원익의 표정이 저승 사자로 변했다.


"마마!"


"..."


"긴말 하지 않겠습니다. 당장 그 여인을 왜국으로 돌려보내십시오!"


"그렇게는 못하겠습니다. 도윤아, 호판대감 돌아가신다니 배웅해드려라."




다음날.


낙동강을 거슬러 올라가는 배 위에서 임해군과 이원익은 반대편에 앉아 서로 쳐다보지도 않았다. 임해군은 늠름하게 이원익의 강요를 물리쳤지만 속으로는 무척 쫄렸다. 이원익이 저럴진대 한양에 돌아갔을 때 선조와 대신들의 반응은 불을 보듯 뻔한 것이었기 때문이다.


어떻게 하든지 이원익이 나서서 임해군을 비호해주도록 만들어야 했다. 그런데 어떻게 해야 그렇게 만들 수 있는지.


배 안은 긴장과 침묵으로 가득차 조용하기 그지없었다. 그저 강물을 가로지르는 삿대질 소리만 규칙적으로 들려왔다.



아카리가 김도윤을 부르더니 이원익에게 갔다. 아카리가 다가오자 이원익은 헛기침을 하고 몸을 돌려 등을 보이고 앉았다. 아카리가 김도윤에게 말했다.


"호위군관, 내 말을 저자에게 전해."


"대감, 제가 명리공주의 말씀을 전하겠습니다."


이원익은 헛기침만 할 뿐 고개를 더욱 반대로 돌려 그들을 외면했다.



아카리 : 당신 뭐야! 당신이 뭔데 내 남편한테 이래라 저래라 그러는 거야!


김도윤 : 대감께서는 일본의 태합, 풍신수길이 조선을 침공하려 하는 것을 알고 계십니까?


아카리 : 당신이 쇼군이야? 어떻게 왕자에게 명령을 할 수 있지? 일본에서는 쇼군이라도 황자에게 그러지는 못해.


김도윤 : 그런데 대감께서는 전쟁을 막기 위해 무엇을 하셨습니까? 뭐 작은 일 하나라도 하신 일이 있습니까?


아카리 : 조선은 쇼군이 없고 국왕이 직접 통치하는 나라라고 하던데. 그 왕자가 신하에게 구박을 받다니, 이게 말이 돼?


김도윤 : 일본의 왕가는 전쟁에 반대하는 입장입니다. 비록 일본 내에서 힘은 없지만 어떻게든 전쟁을 막아보려 백방으로 애를 쓰고 있습니다.


아카리 : 당신, 내가 사람 같지 않아? 왕자비가 이야기하는데 감히 딴청을 피며 못 들은 척해?


김도윤 : 전쟁을 막아야겠다는 간절한 생각은 임해군 마마도 마찬가지십니다. 그래서 일본 왕가와 임해군 마마는 양국 왕가의 혼인을 통해 조선과 왜국이 우호를 맺음으로서...


외면하던 이원익이 돌아 앉으며 아카리를 쳐다보았다.


아카리 : 흥, 이제야 돌아앉는군. 임해군 전하는 사람이 좋아서 이런 걸 봐주는지 모르지만 내가 한양에 가서 정식으로 왕자비가 되면 너는 바로 참수야.


김도윤 : 양국 왕가가 혼인하면 풍신수길은 조선 침공의 명분을 잃게 됩니다. 임해군 마마와 저는 어떻게든 전쟁을 막아보려 인생을 건 노력을 하고 있는 것입니다. 그런데 전쟁을 막기 위해 아무 것도 한 것이 없는 대감께서 어찌 이러실 수가 있습니까?


"공주마마, 풍신수길이 침공하려는 것이 확실합니까?"


이원익이 처음으로 대화에 끼어들었다. 김도윤이 그 말을 아카리에게 전했다.


아카리 : 나는 그런 건 잘 몰라. 그걸 알면 내가 조선으로 시집을 왔겠어?


김도윤 : 확실합니다. 내년에 20만 대군을 동원해 침략하려 하고 있습니다.


이원익은 일어나 아카리에게 고개를 숙여 절을 했다. 그리고 천천히 배를 가로질러 임해군에게 다가갔다.


"마마, 신의 생각이 짧았습니다."


김도윤이 입에 거품을 물고 이원익에게 이야기하는 것을 보고 있던 임해군은 상황을 어림잡고 이원익의 손을 잡았다.


"대감, 고맙습니다. 부디 저를 좀 도와주십시오."




영산에 내려 잠시 휴식을 취하는 동안 이원익은 다른 배를 타고 온 황윤길과 김성일을 찾았다.


"왜국의 풍신수길이 침공해 올 것 같습니까?"


"네, 반드시 쳐들어옵니다."


김성일이 단정적으로 말하자 황윤길이 고개를 저었다.


"단언할 수는 없습니다. 하지만 가능성을 배제할 수는 없어 보였습니다."


이원익은 고개를 끄덕이고 손으로 임해군 쪽을 가리켰다.


"저기 있는 마마의 호위군관, 김도윤이라는 자는 어떤 사람이요?"


"저도 몰랐었는데 무위가 대단하더군요. 일본 제일의 무사도 제압했고, 백팔나한진도 단신으로 깨버리는 무쌍을 찍더군요."


"거기다가 왜말도 할 줄 알고 심지어는 양이의 말도 하더군요. 어디 딴 세상에서 온 사람 같더이다."


"그래요?"


이원익이 멀리 김도윤을 바라보며 놀라는 표정을 짓자 황윤길이 머리를 들이밀었다.


"그거 가지고 놀라지 마십시오. 진짜 놀랄 일은 따로 있습니다."


"뭐요?"


"임해군 마마께서 일본의 최고 무장인 덕천가강이라는 자와 싸워 박살내셨습니다."


"마마께서 손수?"


이원익은 혀를 내둘렀다.




배가 상주에 닿으니 더 이상은 물길로 갈 수 없었다. 상주에서부터는 육로를 이용해 문경새재를 넘어야 했다. 길을 가며 이원익은 임해군과 전쟁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었다. 대체로 임해군은 추임새만 넣고 주로 김도윤이 이야기하는 것이었지만 이원익은 임해군과 대화를 나누고 있다고 생각했다.


새재의 관문에 다가가자 일행은 말에서 내렸다. 길이 험해 말을 타고 가는 것이 더 위험하게 느껴졌기 때문이다.


"마마, 여깁니다."


김도윤이 임해군에게 귀뜸을 했다. 임해군은 헛기침을 하고 이원익에게 다가갔다.


"대감, 적은 군사로 많은 적을 상대하기 위해서는 어떻게 해야 합니까?"


"마마, 저는 호조판서이고 무관이 아니라 병법은..."


"겸손 떨지 마시고요. 우리끼리 하는 이야긴데 편하게 말씀하시지요."


"그리 말씀하시니... 좁은 곳에서는 한 사람이 능히 백만대군을 상대할 수 있다 들었습니다."


"여기가 딱 그런 곳이 아니겠습니까?"


"네?"


"왜군이 쳐들어온다면 틀림없이 경상도를 거쳐 한양으로 향할 것입니다. 그 사이에 적을 막기에 가장 좋은 곳은 여기일 것입니다."


이원익은 관문 주변의 험한 지형을 훑어보았다. 험하긴 하지만 이것만으로 적을 막을 수 있겠는가. 이원익은 임해군이 진짜로 하려는 말이 궁금해졌다.


"신의 눈에도 그리보입니다."


그렇게 말한 이원익은 김도윤에게 물었다.


"하지만 그거로 끝이 아니겠지. 뭔가 상세한 것이 더 있지 않은가?"


"아마도 그럴 것입니다. 우리가 비록 험한 지형에 의지해 높은 곳에서 적과 대적한다고 해도, 동래에서 보신 것처럼 우리의 활에 비해 적의 조총은 사정거리가 깁니다. 그러니 험한 지형만으로는 방어가 쉽지 않을 것입니다."


"그러니 무관인 너에게 어찌해야 하느냐고 묻는 것이 아니냐?"


"소관의 생각으로는 적의 조총보다 사정거리가 더 긴 무기를 사용해야 합니다."


"사정거리가 긴 무기?"


"네, 왜군에게도 화포가 있으나 좁고 험한 길에 정렬하고 사격하기는 어려울 것입니다. 그건 우리도 마찬가지입니다. 허니 미리 관문을 정비하고 포좌를 만들어 수많은 화포와 총통을 배치해둔다면 적과 직접 몸으로 부딪히지 않고도 적을 물리칠 수 있을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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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2 쓰레기 장수들을 바꿔라 23.04.30 99 1 11쪽
41 세자 자리를 양보한다 23.04.29 99 1 11쪽
40 내가 제갈량이다. 23.04.27 101 1 12쪽
39 이슈의 중심, 임해군 23.04.26 124 1 12쪽
38 명나라 황제, 만력제를 만나자 23.04.25 114 1 12쪽
37 배신자 조선의 속셈을 확인하라 23.04.23 128 1 11쪽
36 광해야, 내가 세자하면 안되냐 23.04.22 130 1 12쪽
35 임해군, 충청도를 휘어잡다. 23.04.20 127 1 11쪽
34 백성들이 임해군과 명리공주를 연호하다 23.04.19 147 1 11쪽
33 전쟁의 승패는 준비에서 갈린다 23.04.18 150 1 11쪽
32 정권을 줄 테니 임금을 시켜주시오 23.04.18 153 2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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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 해적 드레이크, 포르투갈 황금선을 나포하다 23.04.14 153 1 12쪽
29 왜구가 뭐가 중요해? 중요한 것은 정권장악이지 23.04.13 205 1 12쪽
» 이원익과 전쟁을 논하다 23.04.11 170 1 12쪽
27 드림팀을 구성하라 23.04.10 171 1 12쪽
26 임진왜란 승리를 위해 제일 먼저 해야할 일 23.04.08 188 1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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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 일본을 먹자꾸나 23.04.04 200 2 12쪽
22 항왜는 임해군의 무력으로 23.03.31 213 3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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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 적의 심장에서 왕의 자리를 노리다 23.03.19 292 3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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