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괴베클리님의 서재입니다.

임해군 호위무사

웹소설 > 일반연재 > 대체역사, 판타지

괴베클리
작품등록일 :
2023.02.24 21:18
최근연재일 :
2023.05.02 01:23
연재수 :
43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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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433
추천수 :
117
글자수 :
222,838

작성
23.03.27 01: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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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글자
12쪽

임해군, 각성하다.

DUMMY

19.


"으아아아악!"


도쿠가와가 사정없이 죽도를 휘두르기 시작하자 임해군은 얻어터지기 바빴다.


이거야 원, 너무 싱겁잖아.

뭘 믿고 직접 붙자고 했지?


임해군을 연호하며 잔뜩 기대에 부풀었던 일본 다이묘들은 임해군이 일방적으로 얻어터지는 모습을 보고 맥이 빠졌다. 다만 한쪽에 앉아 보고 있는 미츠나리만은 긴장을 놓지 못하고 있었다.


저 정도 맞으면 자빠졌어야 정상인데 끈질기게 버티네. 역시 조선인들이란 알 수 없는 존재들이야, 위험해.


"으아악!"


또 다시 도쿠가와의 죽도가 임해군의 어깨와 옆구리를 강타했다. 임해군은 바로 죽을 듯이 연신 비명을 질러대며 비틀거렸지만, 이상하게도 끈질기게 넘어지지 않고 버텼다.


약간의 시간이 더 흐르자 이제는 미츠나리 뿐 아니라 장내의 모든 사람들이 그 사실을 명확히 인지할 수 있었다. 김도윤조차 고개를 갸우뚱했다.


엄살꾼 임해군에게 저런 근성이 있었다고?


퍽!


점차 초조해지기 시작한 도쿠가와가 날린 혼신의 일격이 임해군의 오른쪽 어깨를 직격했다. 모두가 이제는 끝이라고 생각하는 순간, 임해군은 크게 휘청였지만 바로 재빠르게 옆으로 움직이며 죽도를 휘둘렀다. 그리고 처음으로 도쿠가와를 타격했다.


엇!


예상치 못한 임해군의 반격에 놀란 관중들이 고개를 내밀었다. 김도윤도 놀라 눈이 왕방울만하게 커졌다.


마마...


다른 사람들은 단지 임해군의 신속한 반격에 놀랐지만, 김도윤의 놀라움은 그 이상이었다. 도쿠가와에게 강타를 맞는 순간, 아주 잠깐이지만 임해군이 허연 이를 드러내며 웃는 것을 본 것이다. 아주 짧은 순간 지나가서 이쪽 각도가 아니면 보지 못했을 그 장면을.


강타를 맞고 미소를 지어?


김도윤은 단지 의문을 품을 뿐이었지만 도쿠가와에게는 심각한 상황이었다. 회심의 일격을 적중시켰지만 임해군은 쓰러지기는 커녕 반격을 해왔다. 그보다도 더 기분 나쁜 것은 저 조롱하는 듯한 표정! 도쿠가와의 손이 떨리기 시작했다.


내가 일방적으로 줘 패는데 왜 저놈은 저런 표정을 짓지?


불안해진 도쿠가와는 빨리 끝내야함을 직감했다. 길게 끌면 무슨 일이 벌어질지 모른다. 도쿠가와가 이빨을 악물고 죽도를 치켜들었다. 그동안 부상을 염려해 머리는 피해왔지만 이제는 바로 임해군의 머리를 노려야 했다.


"야, 야! 머리는 건드리지 마. 머리는!"


도쿠가와의 죽도가 임해군의 머리를 노리기 시작하자 반격에 나섰던 임해군의 기세가 급하게 움츠러들었다.


"이얍!"


임해군의 머리를 노린 도쿠가와의 죽도가 하늘에서 떨어져 내려왔다. 임해군은 급히 피해 도망쳤다. 도쿠가와는 도망치는 임해군을 쫓아 머리를 노리고 죽도를 휘둘렀다. 누가봐도 살의가 느껴지는 위험한 장면들이 펼쳐졌다.


"마마!"

"마마!"


그 위태로운 장면을 멀리서 바라보는 황윤길과 김성일이 다급한 비명소리를 질러댔다.


"야! 이 새끼야, 머리는 건드리지 말라..."


퍽!


수박깨지는 소리가 났다. 마침내 도쿠가와의 죽도가 임해군의 머리를 강타한 것이다. 손에 전달되는 짜릿한 타격감에 도쿠가와는 바로 뒤로 물러났다.


됐다. 수박깨졌다.


머리를 강타당한 임해군은 순간 모든 동작을 멈추었다가 잠시 후 옆으로 비틀거리기 시작했다. 도쿠가와는 뒤로 물러나 죽도를 내리더니 한쪽 무릎을 꿇고 고개를 숙였다.


"전하, 양보해주셔서 감사합니다. 소장이 무례를 범하였사옵니다."


도쿠가와는 득의의 미소를 속으로 감춘 채 공손한 태도로 임해군에게 안타까운 표정을 지어보였다. 도쿠가와 뿐 아니라 대결을 보는 모두가 이제 모두 완전히 끝났다고 생각했다.


그런데 정신을 잃은 임해군은 넘어지지 않고 왼쪽으로, 오른쪽으로 비틀거리며 왔다갔다 하기를 반복할 뿐이었다.


왜 쓰러지지 않지?

완전히 혼이 나간 건가?

좀비로 변한 건가?


"마마!"


보다 못한 김도윤이 뛰쳐나갔다. 김도윤이 눈을 감은 채 비틀거리는 임해군을 부축하려는 순간 갑자기 임해군의 손이 김도윤을 강하게 밀쳤다. 그리고 눈을 뜨며 김도윤을 바라보았다.


헉!


임해군의 눈을 본 김도윤은 그 자리에 그대로 얼어붙었다. 아주 강렬하고 사악하게 빛나는 임해군의 눈빛. 한번 보면 죽을 때까지 절대로 잊을 수 없을 섬뜩한 눈빛.


이게 바로 싸이코패스의...


"마마..."


"비켜!"


김도윤을 밀쳐낸 임해군이 죽도를 꼬나들었다.


"임해군! 임해군!"


그 섬뜩한 눈빛을 보지 못하고 단지 임해군이 다시 싸울 자세를 취하는 것만을 본 일본 다이묘들은 다시 임해군을 응원했다.


"일어나, 이 개새끼야!"


임해군이 죽도를 들고 도쿠가와를 겨냥하자 도쿠가와도 일어나 다시 싸울 수 밖에 없었다.


"하아아! 캬아아! 카아캬!"


임해군은 도저히 사람이 내는 소리라고 할 수 없는 괴상한 소리를 지르며 죽도를 들고 도쿠가와에게 날아들었다. 갑자기 엄청난 에너지를 분출하며 달려드는 임해군을 보고 모두가 놀랐다.


우리 아이가 완전히 달라졌어요.


도쿠가와는 오만상을 찡그리며 죽도를 들어 임해군을 받아쳤다.


팍! 팍! 팍! 팍!


갑자기 격렬한 싸움이 벌어졌다. 이제까지와 완전히 다른 사람이 된 임해군이 마구잡이로 공격을 퍼부었다. 도쿠가와도 격렬한 반격을 가했다. 헌데 임해군은 도쿠가와의 죽도에 죽어라 맞으면서도 방어는 도외시하고 오로지 공격으로 몰아붙였다.


이런 미친놈! 죽어라!


당황한 도쿠가와가 임해군의 머리를 노리고 있는 힘껏 죽도를 휘둘렀다.


쾅!


두 개의 죽도가 허공에서 부딪혔다.


어. 어...


도쿠가와의 죽도가 반으로 쪼개지며 파편들이 사방으로 튀어 흩어졌다. 이어서,


퍽!


"윽!"


임해군의 죽도가 도쿠가와의 얼굴을 가린 호구를 강타했다.


휘청. 도쿠가와의 몸이 흔들리는데,


퍽! 퍽! 퍽! 퍽!


임해군의 죽도가 사정없이 도쿠가와의 온 몸을 강타했다.


쿵!


도쿠가와가 바닥에 넘어졌다.


"으해해해해해!"


임해군은 쓰러진 도쿠가와의 위에 올라타고 죽도를 내리박았다.


"마마!"

"전하!"


김도윤과 일본 다이묘들이 뛰어들어 미쳐 날뛰는 임해군을 붙잡았다.


"캬아아아!"


김도윤에게 끌려나오면서도 임해군은 괴성을 질러댔다. 임해군과 도쿠가와가 끌려나가고 실려나가자 대결장은 텅비게 되었다.


싸늘한 침묵이 감도는 대결장 중앙으로 우키다가 오만가지 표정을 지으며 걸어 나왔다. 그리고 좌중을 돌아보고 외쳤다.


"대결 끝. 조선 왕자 승!"


우키다의 풀죽은 선언에 일본 측 인사들이 모두 침통한 표정을 짓는데 단 한 사람 그렇지 않은 자가 있었다.


짝! 짝! 짝!


"멋진 승부였다."


박수를 친 도요토미는 임해군 쪽을 바라보았다.


"조선 왕자여, 그대는 내 앞에 앉을 자격이 있다. 내일 태합관에서 보겠다."




임해군을 모시고 영빈관으로 돌아오는 길에 김도윤은 꽈리를 호출했다.


- 꽈리야. 임해군에게 무슨 아이템을 준 거야?


- Nothing.


아무 것도 안했다고? 그런데 어떻게 사람이 순식간에 바뀔 수가 있지?


김도윤은 아까 본 임해군의 눈빛을 떠올렸다. 원생에서나 이 게임에서나 살면서 한번도 본 적이 없던 섬뜩한 눈빛.


임해군의 머리를 강타한 도쿠가와의 일격이 임해군 속에 잠자고 있던 싸이코패스의 악령을 깨운 것인가.




"도윤아."


늦은밤, 임해군이 김도윤을 불렀다. 김도윤은 각오를 단단히 하고 임해군에게 다가갔다. 틀림없이 도쿠가와와 대결하도록 만든 것에 대해 보복하려 하리라. 이번에는 몇 대 맞아줘야겠다.


"네, 전하."


통역하던 습관이 붙어 그만 말이 전하라고 나와버렸다. 전하라는 호칭에 임해군이 고개를 돌려 김도윤을 보았다. 그리고 입가에 비릿한 미소를 떠올렸다.


"그렇지? 오늘 너도 느꼈지?"


"..."


"자신감이 솟는구나. 이제 나도 뭐든지 할 수 있을 것 같구나."


"..."


"반드시 조선의 임금이 되겠다. 될 수 있어, 있고 말고."


"전하."


"내가 반드시 해낼 것이다. 그리고 네 역할이 클 것이야."


김도윤은 잠자코 고개를 숙였다. 임해군은 김도윤을 내려보았다.


"내가 그동안 쭉 생각해왔었다. 네놈의 정체는 도대체 뭐냐?"


"네?"


"너는 원래 군관이지?"


"네."


"근데 네놈이 역관이 되었어."


"..."


"그러더니 바둑의 명인이 되고... 점쟁이도 되지 않았느냐?"


"..."


"너 김도윤, 잔짜 정체가 뭐야?"


김도윤은 사실을 말하기로 했다.


"전하, 저는 사실 미래에서 왔습니다."


"풋!"


임해군이 참지 못하고 실소를 터뜨렸다.


"그렇지, 당연히 그렇겠지. 그러니 내가 임금이 되는 것도 이미 알고 있겠지."


"..."


"그래, 네가 미래에서 왔다니 너에게 묻겠다. 나는 어떻게 해서 조선 15대 왕이 되는 것이냐?"


각성했는 줄 알았더니 싸이코패스가 자아도취에 빠진 거였구나.


계속 임해군의 임금놀이에 놀아나야 하나. 김도윤은 한숨을 내쉬었다. 그 한숨에 임해군이 짜증을 냈다.


"설마 내가 왕이 되지 않는 것은 아니겠지?"


"아닙니다. 전하께서는 조선 15대 임금이 되십니다."


"그래, 그러니 어떻게 해서 되는지 말해보아라."


"전하께서는 왜적의 침공을 물리치는데 혁혁한 공을 세우셔서 임금에 추대되십니다."


"그래? 뻥인 줄 알지만 듣기에는 좋구나."


"아닙니다. 진짭니다. 전하께서는 왜적의 침공을 분쇄하셔서 임금이 되십니다."


"됐다. 네가 미래에서 왔든, 그렇지 않든 지금 정세에서 왜놈들을 막는 게 중요하다는 것은 나도 알겠다. 허니 우리 그리 해보자."


"네, 전하 성은이 망극하옵니다."


"왜놈들을 모두 죽여버릴 것이야."




다음날.


태합관의 넓은 방에서 도요토미와 임해군은 마주 앉았다. 둘 사이의 거리는 제법 멀었다. 또 왼쪽 구석에는 히데요리가 침울한 표정으로 앉아있었다. 도요토미는 품에 안고 있는 고양이의 머리를 쓰다듬었고 내관이 일어나 비굴한 걸음걸이로 다가왔다.


"조선 왕자는 태합께 국서를 바치시오."


내관이 임해군 앞으로 다가오며 두 손을 내밀었다. 임해군은 김도윤을 불러 귀에 대고 속삭였다.


"네 마음대로 응대해 보아라."


김도윤은 고개를 끄덕이고 내관에게 호령했다.


"나는 그런 거나 들고 다니는 사람이 아니다. 국서는 신하들이 전할 것이다."


"하오나 국서는..."


"되었다. 비켜라."


도요토미가 내관을 물리고 임해군을 바라보았다. 임해군도 도요토미를 노려보았다.


음.


도요토미가 먼저 시선을 돌렸다. 왠만한 싸이코라 할 도요토미조차 진짜 싸이코의 눈빛을 감당하지 못하는 것이다. 하지만 도요토미는 근엄한 표정을 지으며 허세를 부렸다.


"조선 왕자여, 그대가 보기에 작금의 천하 정세는 어떠한가?"


김도윤이 임해군에게 귓속말로 전하니 임해군도 귓속말을 했다.


"니가 알아서 해보라니까!"


김도윤은 돌아서서 도요토미를 바라보았다.


"태합은 삼국지를 읽어보셨는지요?"


"삼국지?"


"네, 나관중의 삼국지연의 말입니다."


"당연히 보았지."


도요토미의 반말에 임해군이 김도윤을 발로 찼다. 도요토미도 왜놈이니 기를 꺾어놓으란 말이야. 임해군이 인상을 쓰자 김도윤도 고개를 끄덕였다.


"태합께서도 전하에게 예법을 지켜주시길 바라겠습니다. 지금 이건 저와 이야기를 나누시는 것이 아니라 조선 왕자와 일본 태합의 대화이옵니다."


"알았... 소. 내 그리 하리다."


도요토미는 히데요리를 돌아본 후에 마지 못해 고개를 끄덕였다. 괜히 히데요리에게 예법이니 고귀한 사람이니 이런 이야기를 했나보다.


"그런데 삼국지는 무슨 말이오?"


"당금 천하의 정세는 삼국지와 같습니다. 지금 천하의 주인공들은 모두가 삼국지에 나온 인물들이 환생해서 펼치는 무대인 것입니다."


"환생?"


"태합께서는 삼국지의 인물 중 누가 환생하신 분인지 아십니까?"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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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해군 호위무사 연재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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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3 네가 도쿠가와를 죽이고, 아우가 신성군을 죽이면 23.05.02 98 1 12쪽
42 쓰레기 장수들을 바꿔라 23.04.30 99 1 11쪽
41 세자 자리를 양보한다 23.04.29 99 1 11쪽
40 내가 제갈량이다. 23.04.27 101 1 12쪽
39 이슈의 중심, 임해군 23.04.26 124 1 12쪽
38 명나라 황제, 만력제를 만나자 23.04.25 114 1 12쪽
37 배신자 조선의 속셈을 확인하라 23.04.23 128 1 11쪽
36 광해야, 내가 세자하면 안되냐 23.04.22 130 1 12쪽
35 임해군, 충청도를 휘어잡다. 23.04.20 127 1 11쪽
34 백성들이 임해군과 명리공주를 연호하다 23.04.19 147 1 11쪽
33 전쟁의 승패는 준비에서 갈린다 23.04.18 150 1 11쪽
32 정권을 줄 테니 임금을 시켜주시오 23.04.18 153 2 12쪽
31 엘리자베스, 황금조선회사 설립을 허가하다 23.04.16 143 1 12쪽
30 해적 드레이크, 포르투갈 황금선을 나포하다 23.04.14 153 1 12쪽
29 왜구가 뭐가 중요해? 중요한 것은 정권장악이지 23.04.13 205 1 12쪽
28 이원익과 전쟁을 논하다 23.04.11 169 1 12쪽
27 드림팀을 구성하라 23.04.10 171 1 12쪽
26 임진왜란 승리를 위해 제일 먼저 해야할 일 23.04.08 188 1 11쪽
25 숨가쁜 오사카의 마지막 밤 23.04.06 175 1 12쪽
24 교토의 여자 닌자 23.04.05 200 1 11쪽
23 일본을 먹자꾸나 23.04.04 200 2 12쪽
22 항왜는 임해군의 무력으로 23.03.31 213 3 11쪽
21 정명가도 통행료는 황금 백만냥 23.03.29 209 3 11쪽
20 도요토미는 조조, 도쿠가와는 사마의 23.03.27 227 3 12쪽
» 임해군, 각성하다. 23.03.27 245 3 12쪽
18 직접 붙어보겠느냐? +1 23.03.25 241 3 11쪽
17 히데요시와 히데요리 +1 23.03.21 259 3 12쪽
16 도쿠가와 이에야쓰와 손을 잡아라 23.03.20 275 4 11쪽
15 적의 심장에서 왕의 자리를 노리다 23.03.19 292 3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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