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괴베클리님의 서재입니다.

임해군 호위무사

웹소설 > 일반연재 > 대체역사, 판타지

괴베클리
작품등록일 :
2023.02.24 21:18
최근연재일 :
2023.05.02 01:23
연재수 :
43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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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431
추천수 :
117
글자수 :
222,838

작성
23.03.27 21: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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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
12쪽

도요토미는 조조, 도쿠가와는 사마의

DUMMY

20.


"태합께서는 삼국지의 인물 중 누가 환생하신 분인지 아십니까?"


"나? ... 유비?"


순간 태합관 전체에 영하 30도의 한기가 덮쳐들었다.


니가 유비면 나는 공자다. 이봐 도요토미, 그건 너무 썰렁하잖아.


사람들의 싸늘한 반응에 도요토미가 헛기침을 하고 고개를 흔들었다.


"아닌가? 조조인가?"


도요토미의 말이 끝나기도 전에 김도윤이 박수를 쳤다.


"역시 태합께서는 타고난 천재임과 동시에 전생을 들여다 보실 수 있는 활불이십니다. 바로 맞추시는군요. 네, 맞습니다. 태합께서는 조조의 환생이십니다."


"조조라... 크게 마음에 들지는 않지만 그렇다고 하세."


"네, 그러하옵니다. 태합께서는 조조의 환생이고, 명나라 황제는 유비의 환생입니다."


"그럼 조선왕은 손권?"


"조선의 주상전하는 관우입니다."


"흐흐흐흐."


도요토미가 큰 소리로 웃었다.


"결국 조선과 명, 너네가 한패라는 것을 이야기하는 것인가, 아니 이야기하는 것이오?"


김도윤은 고개를 저었다.


"아닙니다, 관우는 유비의 의제지만 조조 편인 적도 있었습니다. 조조가 하기 나름에 따라 어느 쪽도 될 수 있는 분이지요."


"그래서 관우에게 잘 해라? 삼국지에선 조조가 잘해줘도 관우는 결국 유비에게 가던데?"


"그것도 조조의 역량에 달린 것이 아니겠습니까?"


도요토미는 몸을 비틀며 지겹다는 표정을 지었다.


"이런 시답지 않은 이야기를 내게 하는 이유가 뭐요?"


"나무를 보지말고 숲을 보라, 즉 대국을 보시라는 뜻으로 드리는 말씀입니다."


"대국? 말을 돌리지 말고 하고 싶은 말을 해보시게."


"그럼 단도직입적으로 말씀드리겠습니다."


김도윤은 고개를 돌려 히데요리를 한번 쳐다본 후에 이야기를 이어나갔다.


"조조는 사실상 중원의 패권자로 천하의 삼분지이를 지배했고, 최후의 통일을 위해 유비, 손권과 피터지게 싸웠습니다. 하지만 결국 삼국통일을 이루지 못하고 세상을 떠났습니다."


"그러니까 나도 대업을 이루지 못할 것이다?"


"그렇습니다. 그리고 그보다 조조의 자손들은 어떻게 되었습니까?"


"자손?"


"사마의는 조조의 부하였습니다. 하지만 조조가 죽고난 후 사마의는 조조의 후손들을 죽이고 천하를 차지하였습니다. 결국 조조의 진짜 적은 유비나 손권이 아닌, 자신의 수하였던 사마의였습니다."


"..."


"조선의 왕자인 제가 성리학의 경전인 주역을 통해 내다본 미래는 그와 같습니다."


"으음..."


도요토미는 신음소리를 냈다.


"그래서 어제 히데요리에게 도쿠가와를..."


"네, 그러하옵니다. 태합."


김도윤이 이야기를 마치자 도요토미는 잠시 심각한 표정을 지었다. 그러나 금새 정신을 차린 도요토미는 고개를 흔들며 의혹을 떨쳐버렸다


이 따위 이야기로 일본을 분열시킬 수 있다고 생각하면 큰 오산이다. 이 멍청한 조선놈아.


도요토미는 고개를 젓고 반대로 임해군을 시험해 보고자 했다.


네놈이 진짜로 미래를 볼 줄 안다면 그 이후도 잘 알겠지. 하지만 그럴 일은 없을 거다. 왜냐하면 이건 나와 도쿠가와를 이간질하려 꾸며낸 이야기니 딱 거기까지만 준비해왔을 거야. 그 이후의 이야기는 미처 준비가 안되었겠지. 그것을 묻는다면 임기응변 밖에 할 수 없고, 결국 뻔한 대답을 하고 말 거야.


"그럼 그 후로 천하는 도쿠가와 막부가 다스리게 되는가?"


"아닙니다. 역사를 보면 사마의 가문이 세운 진나라도 바로 멸망하고 북방 오랑캐 선비족이 천하를 지배하게 됩니다. 마찬가지로 이번에도 일본에 잠시 도쿠가와 막부가 성립되나 바로 멸망하고 천하는 북방 오랑캐인 만주족 홍타이지의 손에 들어가게 됩니다."


"뭐?"


장난삼아 질문을 던졌던 도요토미는 김도윤의 자신있는 답변에 당황했다. 이건 도저히 임기응변으로 급히 머리 속에서 생각해낼 수 있는 뻔한 답변이 아니었던 것이다. 뭔가 그럴 듯한 답변에 진짜로 미래를 예지하고 있는 것처럼 느껴졌다.


도요토미는 김도윤의 말에 말려들기 시작했다. 하지만 이것도 임해군놈의 즉흥적 소설일 수도 있다는 의심을 완전히 버릴 수는 없었다.


"홍타이지라... 게 아무도 없느냐?"


"네, 합하. 불러 계시옵니까."


밖에 대기하고 있던 신하가 급히 달려들어왔다.


"만주족에 홍타이지라는 자가 있는지 조사해서 바로 보고하라."


"네."


신하를 내보낸 도요토미는 임해군 이야기에 흥미를 느끼고 상세한 것을 묻기 시작했다.


"내가 알기로 원래 군권이 없던 사마의는 제갈량과 싸울 때 위나라 군대의 총사령관이 되어 군권을 장악할 수 있었고 나중에 그 군권을 이용하여 조씨 가문을 무너뜨렸소. 그러니 그에게 군대를 맡기지 않으면 그런 일은 없지 않겠소?"


"합하, 이번에는 그 반대이옵니다."


"반대?"


"원래 사마의에게는 아주 소수의 사병 밖에 없었습니다. 크게 보아 그의 군대는 없었다는 태합의 말씀이 맞습니다. 허나 지금은 다릅니다. 그는 이미 그의 군대를, 그것도 막강한 군대를 가지고 있습니다. 군권을 맡기지 않아도 그는 거사를 할 수 있습니다."


"그래봐야 나와 충성스런 다이묘들의 군에 비하면 아주 작은 군대일 뿐이요."


"지금 상태 그대로라면 그렇습니다. 하지만 태합의 충성스런 군대가 대륙 정벌에 나서서 일본에 없거나, 아니면 대륙에서 큰 손상을 입고난 후라면 어떻겠습니까?"


"천만에. 나의 군대가 그런 손상을 입을 리가 없다. 또한 설령 그렇더라 해도 도쿠가와의 군대도 대륙 정벌에 함께 나설 것이니..."


"하지만 도쿠가와가 대륙 정벌에 참여하기를 거부한다면 어떻게 하시겠습니까?"


도쿠가와는 임진왜란에 참여하지 않았다. 그래서 그의 군을 보전할 수 있었고, 덕분에 히데요리를 꺾을 수 있었던 것이다.


거부한다?


도요토미가 잠시 생각에 잠길 때 문이 열리고 아까 그 신하가 들어왔다.


"합하."


"그래 알아보았느냐?"


"네, 합하. 알아보니 건주여진의 족장 누루하치에게 홍타이지라는 아들이 있습니다. 하지만 아직은 어린아이라서 그 밖의 사항은 더 알 수가 없었습니다."


누르하치에게 홍타이지라는 어린 아들이 있다!


고개를 돌려 임해군을 바라보는 도요토미의 눈빛이 달라졌다. 조선의 어설픈 이간질로 치부했던 이야기가 이제 진짜 골치 아픈 이야기로 변해버린 것이다. 도요토미는 이제 임해군의 말에 상당한 신빙성을 두지 않을 수 없게 되었다.


머리가 아파지자 도요토미는 고개를 흔들었다. 골치 아픈 문제는 나중에 천천히 신중하게 생각해볼 일이다. 지금은 잠시 그것을 잊고 저 임해군이라는 기묘한 놈과 함께 즐겨볼 일이었다.



"이야기가 재미있어지는군. 그럼 임해군, 그대는 누구의 환생인가?"


도요토미의 말은 일본 역관이 통역해주고 있었기 때문에 임해군도 그 말을 바로 알아들었다. 임해군은 1초도 참지 않고 가슴을 내밀었다.


"나는 제갈량이오."


태합관에 또다시 무서리가 내리고 찬바람이 쌩쌩 불었다. 하필이면 고르고 골라도 그런 걸 고르는지. 방안의 모두가 속으로 혀를 끌끌찼다. 니가 제갈량이면 원숭이도 방통이다.


김도윤이 임해군의 귀에 대고 속삭였다.


"전하, 제갈량은 신하일 뿐입니다. 군주가 아닙니다."


"상관없어. 나는 그냥 제갈량 할 거야."


김도윤도 두 손을 들었다.


하긴, 뭐 어차피 해야할 이야기는 다했으니 이건 어찌되었든 상관없었다.


"전하께서는 제갈량이었습니다."


"그래? 그럼 조조가 제갈량에게 묻겠소. 만일 내가 수군을 이끌고 조선을 침공하면 그대는 어찌 하겠소?"


"만일 그리한다면 동남풍이 불게 할 것이오."


"동남풍! 으하하하하!"


도요토미는 매우 유쾌하게 웃었다. 그러면서 어색한 존대를 거두고 원래의 말투로 돌아갔다.


"좋아, 좋아. 동남풍이 불게 해주겠다니. 고맙기 그지없군. 조선 수군은 모두 불타고 우리 군은 파죽지세로 밀고 들어가겠구나. 임해군. 나는 그대가 몹시 마음에 든다. 내가 천하를 얻게 되면 그대를 반드시 조선 관백으로 삼겠도다."


"그거 말고 다른 것을 주실 수는 없으신지요?"


"뭐냐? 뭐든지 말해보라. 내가 다 들어줄 테니."


"오늘밤 여기에서 제일 예쁜 계집 10명을 한꺼번에 넣어주십시오."


"예쁜 계집 10명? 으하하하하. 그대가 진짜 호색하는 영웅이로다. 좋아, 그리하겠다. 여봐라, 오늘 기내에서 제일 가는 게이샤 10명을 뽑아 영빈관으로 보내도록 하여라."




"그 정도해서 도요토미와 도쿠가와가 서로 싸우게 될까?"


영빈관으로 돌아온 임해군이 평소답지 않게 나라일을 걱정했다.


"걱정하지 마십시오. 일단 두 사람 모두에게 의심의 씨앗을 심었으니 분명히 조만간 그 줄기가 자라서 결실을 맺을 것입니다."


"좋아. 그렇게 된다면 그때는 내가 제갈량의 현신이라는 것이 확실해지지 않겠느냐?"


"전하, 그건 전하가 아니라 제가 한 것인데요."


"짜식이. 임마 너는 내 장자방이고 네가 한 것이 곧 내가 한 것이야."


"하오면, 이따가 게이샤들이 왔을 때도 제가 하는 것이 곧 전하가 하시는..."


"이놈아. 그건 내가 한 것이 네가 한 것이야. 그러니 내가 하면 너도 한 것으로 알아."




이틀 후, 도요토미가 다시 임해군을 호출했다.


태합관에 들어가니 전번과 다르게 칼날같이 차가운 기운이 가득했다.


"이따위 헛소리가 네 본심이냐? 정녕 내 칼에 죽고 싶은 것이냐!"


도요토미가 종이 두루마리를 둘둘 말아 임해군의 앞으로 집어 던졌다. 그게 무엇인지는 보지 않아도 뻔했다. 어제 황윤길과 김성일이 전한 국서인 것이다. 조선은 일본의 모든 요구를 거부한다는 국서. 그럼에도 불구하고 김도윤은 그 두루마리를 주워 임해군에게 내밀었다.


국서를 받아든 임해군은 읽지도 않고 옆으로 밀어냈다. 그리고 김도윤의 귀에 대고 속삭였다.


"야, 이제 어떻게 하지?"


"지난번에는 여자를 받았으니 이번에는 돈을 뜯어내시죠. 제가 알아서 할 테니 전하는 무슨 일이 있어도 계속 당당한 자세를 유지하고 계십시오."


김도윤은 임해군을 안심시키고 도요토미를 향해 돌아섰다.


"흐흐흐, 알고보니 태합은 조조의 환생이 아닌가 보네요."


"또 무슨 개소리를 늘어놓는 것이냐!"


뜬금없는 소리에 극노한 도요토미가 임해군을 섬뜩하게 노려봤다. 그래도 임해군은 악착같이 당당한 자세를 유지했다.


"조조는 그렇게 머리가 나쁘지 않은데..."


"네놈이 진짜 죽으려 작정을..."


도요토미는 칼을 뽑았다.


"바보가 아니라면 생각해 보십시오. 그런 국서가 전부라면 제가 뭐하러 일본에 왔을까요?"


김도윤의 말에 칼을 꺼내던 도요토미가 동작을 멈췄다.


"그럼 뭐 다른 것이 있느냐?"


"태합, 조선은 성리학의 나라요. 글로 쓸 수 있는 말에는 제한이 있단 말입니다."


그건 또 뭔 개소리야?


도요토미는 여전히 노한 눈으로 임해군을 노려봤으나 아까보다 화가 많이 누그러진 것은 분명했다.


"태합이 원하는 것은 정명가도, 즉 명나라를 치게 길을 빌려달라는 것이 아닙니까?"


"그런데 네놈들의 국서는 그걸 거부한다는 거잖아!"


"아닙니다. 길은 빌려줄 수 있으나 공짜로는 안된다는 이야깁니다."


"뭐?"


"조선은 성리학의 나라여서 돈 이야기를 국서에 쓸 수는 없습니다. 그래서 주상 전하께서 저를 따로 일본에 보내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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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3 네가 도쿠가와를 죽이고, 아우가 신성군을 죽이면 23.05.02 98 1 12쪽
42 쓰레기 장수들을 바꿔라 23.04.30 99 1 11쪽
41 세자 자리를 양보한다 23.04.29 99 1 11쪽
40 내가 제갈량이다. 23.04.27 101 1 12쪽
39 이슈의 중심, 임해군 23.04.26 124 1 12쪽
38 명나라 황제, 만력제를 만나자 23.04.25 114 1 12쪽
37 배신자 조선의 속셈을 확인하라 23.04.23 128 1 11쪽
36 광해야, 내가 세자하면 안되냐 23.04.22 130 1 12쪽
35 임해군, 충청도를 휘어잡다. 23.04.20 126 1 11쪽
34 백성들이 임해군과 명리공주를 연호하다 23.04.19 147 1 11쪽
33 전쟁의 승패는 준비에서 갈린다 23.04.18 150 1 11쪽
32 정권을 줄 테니 임금을 시켜주시오 23.04.18 153 2 12쪽
31 엘리자베스, 황금조선회사 설립을 허가하다 23.04.16 143 1 12쪽
30 해적 드레이크, 포르투갈 황금선을 나포하다 23.04.14 153 1 12쪽
29 왜구가 뭐가 중요해? 중요한 것은 정권장악이지 23.04.13 205 1 12쪽
28 이원익과 전쟁을 논하다 23.04.11 169 1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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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6 임진왜란 승리를 위해 제일 먼저 해야할 일 23.04.08 188 1 11쪽
25 숨가쁜 오사카의 마지막 밤 23.04.06 175 1 12쪽
24 교토의 여자 닌자 23.04.05 200 1 11쪽
23 일본을 먹자꾸나 23.04.04 200 2 12쪽
22 항왜는 임해군의 무력으로 23.03.31 213 3 11쪽
21 정명가도 통행료는 황금 백만냥 23.03.29 209 3 11쪽
» 도요토미는 조조, 도쿠가와는 사마의 23.03.27 227 3 12쪽
19 임해군, 각성하다. 23.03.27 244 3 12쪽
18 직접 붙어보겠느냐? +1 23.03.25 241 3 11쪽
17 히데요시와 히데요리 +1 23.03.21 259 3 12쪽
16 도쿠가와 이에야쓰와 손을 잡아라 23.03.20 275 4 11쪽
15 적의 심장에서 왕의 자리를 노리다 23.03.19 292 3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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