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괴베클리님의 서재입니다.

임해군 호위무사

웹소설 > 일반연재 > 대체역사, 판타지

괴베클리
작품등록일 :
2023.02.24 21:18
최근연재일 :
2023.05.02 01:23
연재수 :
43 회
조회수 :
11,430
추천수 :
117
글자수 :
222,838

작성
23.03.31 20:35
조회
2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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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글자
11쪽

항왜는 임해군의 무력으로

DUMMY

22.


이틀 후.


"이봐, 영감들. 이제 왜국에서 할 일도 다 했으니 슬슬 한양으로 돌아가야지."


임해군의 말에 황윤길과 김성일이 얼굴을 찡그렸다.


"저희도 그러고 싶지만 일이 며칠 더 걸릴 것 같습니다."


"왜?"


"왜놈들의 답서가 차마 눈을 뜨고 볼 수 없는 지경이라. 답서를 다시 받아야 합니다."


"답서가? 선전포고라도 써있소?"


"그게 아니라..."


이야기인즉 답서의 형식이 마치 명나라 황제가 조선국왕에게 내리는 칙서처럼 오만방자하기 그지 없다는 것이다. 황과 김은 그 답서의 단어 하나하나를 고치느라 연일 미츠나리와 실랑이 중이었다.


"그러니까 내용은 예상했던 대로인데 말투가 틀려먹었다? 그거네?"


"그렇습니다. 하여 그 망측한 단어들을 바꾸려면 며칠 더 걸릴 듯합니다."


"그런 거는 진작 했어야지. 게을러 빠지기는. 나는 이미 할 일을 다 마쳤는데."


황윤길과 김성일은 임해군의 말에 기가 찼다. 임해군에게 게으르다는 말을 다 듣다니.


"그럼 나는 그동안 뭘 하지?"


임해군이 김도윤을 바라보았다.


"기왕 일본까지 온 김에 교토 구경이나 가시죠. 여기서 멀지 않으니."


"교토? 거기 뭐 좋은 게 있어?"


"원래 일본 관광하면 교토는 빼놓을 수 없는..."


"안됩니다!"


갑자기 김성일이 고함을 질렀다. 느닷없는 고함에 임해군이 놀라 김성일을 쳐다보았다. 김성일이 임해군을 싫어 한다해도 왕의 장자에게 이렇게 큰 소리를 지른 것은 처음이었다.


이 새끼가 미쳤나?


그러지 않아도 김성일이 마뜩치 않았던 임해군의 얼굴에 노기가 서리기 시작했다. 김성일은 그에 개의치 않고 입에 거품을 물었다.


"교토에 가면 저들이 '천황'이라 부르는 자가 있습니다. 마마께서 교토에 가시면 그자를 만나게 될 것입니다. 이는 절대 불가한 일입니다."


"그렇습니다, 마마. 저들이 주제넘게 황제를 참칭하고 있는 것이라, 조선은 단 한 번도 그것을 인정한 적이 없습니다. 그래서 말단 관리조차 단 한번도 만난 적이 없는데 하물며 조선의 장자이신 마마께서 만나시면 되겠습니까."


황윤길도 김성일에 합세했다.


"그자를 만나면 누구라도 중국 황제에게 대역죄인이 되는 것인데, 하물며 마마는 조선의 장자이니 나라 전체가 모반의 죄를 받게 될까 두렵사옵니다."


"마마는 어찌 그리도 생각이 없으십니까!"


마지막 말만 없었어도 임해군은 교토에 갈 생각을 접었을지 모른다. 황윤길의 말에 빡친 임해군이 김도윤에게 명했다.


"야, 교토에 가서 그 천황인지 뭔지 만나보자."




"합하, 급히 드릴 말씀이 있습니다."


오대로를 불러모아 군기를 잡고 있던 도요토미에게 미츠나리가 급히 달려왔다.


"뭐냐?"


"조선 왕자가 교토에 가겠다고 합니다."


"천황에게 가겠다고?"


도요토미는 인상을 찡그렸다.


"절대 안돼. 가서 또 무슨 수작질을 하려고."


도요토미가 신경질적으로 손을 젓는데 미츠나리가 애매한 표정을 지었다.


"그런데 그것이..."


"그게 뭐?"


"임해군이 천황 폐하께 쇼군 제수를 주청드리고 싶다고..."


쇼군!


도요토미의 얼굴이 활짝 펴졌다.


"정말이냐?"


"네, 그리 말했습니다."


"참으로 가상한 일이로다. 허락한다. 미츠나리, 네가 임해군을 모시고 다녀오도록."


"예, 합하."


미츠나리를 보낸 도요토미는 썩소를 지으며 오대로를 꼬나보았다. 오대로는 모두 그 눈길을 피하느라 고개를 숙였다.


"하물며 외국의 왕자도 저리 한다는데. 그동안 충성스런 다이묘라는 자들 중에서 폐하께 주청드리는 자가 하나도 없었다니."


도요토미의 싸늘한 눈길에 네 명의 오대로들은 겁에 질려 두 손을 부들부들 떨었다. 하지만 도쿠가와의 두 주먹은 다른 이유로 떨렸다.


도요토미가 쇼군이 되면 모든 것이 끝난다. 절대 안될 일.




"전하, 참으로 죄송하지만 저는 도저히 안되겠습니다. 하여 부장인 다카기가 수행하는 것을 양해해주십시오."


오사카를 출발한지 20미터를 못 가 말에서 내린 미츠나리가 다리를 쩔뚝이며 울상을 지었다. 그날 칼에 찔린 허벅지 때문에 도저히 말을 탈 수 없는 것이다.


임해군은 미츠나리를 따라온 다카기라는 자를 훑어보았다. 소도둑놈처럼 생겨 멍청해 보였지만 그래서 간교를 부릴 인간은 못 되어 보였다.


"그러지 뭐. 그러지 않아도 미츠나리, 네 상판대기는 이제 지겨워."


"양해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전하. 길이 비록 험하지만 다카기가 안전하게 모실 것입니다."


"아니, 잠깐만. 길이 험하다고요? 전에 갈 때는 기차타고 금방이던데?"


김도윤의 말에 미츠나리와 다카기는 잠시 어안이 벙벙했다. 하지만 기차, 이런 건 무슨 이야긴줄 모르겠지만 어쨌든 김도윤이 길에 대해 묻는 것은 분명했다.


"그렇소. 가는 길은 연이어 쭉 깊은 숲길이고 중간에 험한 고개도 있소이다. 간혹 산적들이 나오기도 하긴 하는데. 걱정할 필요는 없소, 다카기와 여섯 명의 일류 무사가 호위할 것이니."


그리고 미츠나리는 다카기에게 명했다.


"네가 목숨을 바쳐 전하를 안전하게 모셔야 한다. 만일 무슨 일이 있으면 네 일족을 모두 죽일 것이야!"


"하이! 소장 다카기. 목숨을 걸고 명을 완수하겠습니다."



과연 오사카를 벗어나자 마자 울창한 숲이 시작되었다. 아직 도쿠가와 막부가 성립하기 이전이니 에도가는 관도도 없던 시절이다. 일행은 금방 기요나시라도 튀어나올 듯한 숲길을 반나절을 달려서 작은 분지에 무사히 도착했다.


"불편하시겠지만 여기서 식사를 하겠습니다."


다카기의 병사들은 불을 피우고 가져온 고기를 꺼내 나무 막대에 꽂아 굽기 시작했다. 야외에서 먹는 돼지바베큐. 기름이 주르르 흐르고 고기가 맛있게 익자 왕자인 임해군도 바로 달려들어 고기를 뜯기 시작했다.


김도윤도 미친듯이 고기를 뜯었다. 야외 바베큐는 시대와 장소를 초월해 언제나 맛있는 법. 하지만 고기가 조금 들어가자 생각이 달라졌다.


"다카기상, 술은?"


"죄송합니다만 안전상의 이유로 술은 가져오지 않았습니다. 술은 교토에 가서 드시고 여기서는 그냥 물로 대신하시죠."


술이 없다는 말에 다카기를 노려본 임해군은 병사가 떠온 샘물을 들이켰다.


"오호."


임해군이 물을 마시고 감탄을 내뱉았다. 김도윤도 얼른 물을 받아 마셔보았다. 정말 물맛이 훌륭했다.


"여기가 어디길래 물맛이 이리 훌륭한가?"


"이곳은 야마자키라는 곳입니다. 예로부터 물맛이 좋다고..."


야마자키!


그 말을 듣자 마자 김도윤은 다시 술이 땡겨 죽을 것 같았다.


야마자키! 야마자키18년!


"이봐, 야마자키18년 없어?"


"네? 그게 무슨..."


"야마자키18년, 산토리 위스키 말이야."


"위수... 위수, 그게... 악!"


다카기의 목에 화살이 꽂혔다. 김도윤은 잽싸게 임해군을 감싸고 바위 뒤로 몸을 숨겼다.


"으윽."

"으악!"


순식간에 네 명의 무사가 화살을 맞고 쓰러졌다. 바위 틈으로 상황을 살핀 김도윤이 임해군을 밀었다.


"전하, 튀어야합니다."


하지만 임해군은 여유로웠다.


"뭔 소리야. 내게는 조선제일검이 있는데. 올 테면 오라... 으잉!"


탕! 탕!


총 소리가 들리자 임해군이 번개처럼 튀었다. 미처 말을 탈 생각도 못하고 나무 사이를 뚫고 무작정 달리기 시작했다. 김도윤도 그 뒤를 따라 달리기 시작했다.


쉬익!

탕!


화살과 총알이 바람을 가르며 그들에게 날아왔다.


걸음아, 날 살려라!


임해군이 필사적으로 뛰고 김도윤도 뛰었다.


"잡아라!"

"죽여라!"

"작살내라!"


살벌한 일본말이 들려오고 분주한 발자국 소리가 들렸다.


적어도 일곱 명 이상. 뛰어난 무사들이 뒤쫓고 있었다.


길이, 길이 어디야.


앞을 가로막는 빽빽한 수풀에 막힌 임해군이 앞을 더듬었다.


"전하! 이리로."


김도윤이 감각적으로 수풀을 헤치고 나가기 시작했다.


너무 걸리적거리는 빽빽한 관목들. 이래서는 바로 따라 잡힐 판이었다. 길이 나와야 한다.


수풀을 열어가던 김도윤의 앞에 작은 오솔길이 나타났다.


"전하! 여기로!"


김도윤과 임해군은 구세주를 만난 듯 오솔길을 달렸다. 마구 달린 끝에 커다란 바위 옆을 스쳐 돌아서자 갑자기 넓은 흙길이 펼쳐졌다.


"앗!"


흙길의 앞쪽에는 여러 명의 무장 병사들이 이쪽을 보고 있었다.


김도윤과 임해군의 눈은 반사적으로 그들이 들고 있는 깃발의 문장을 보았다.


이런, 죽었네!


병사들이 들고 있던 깃발에 새겨진 문장은,


뱀눈깔!


큐슈에서 오사카까지 오는 동안 눈이 닳도록 보고 또 보았던 가토 기요마사의 문장, 뱀눈알이었다.


점화!

발사!


가토, 이 새끼가 기여이!


임해군과 김도윤 모두 이를 갈며 바닥에 납작 엎드렸다.


탕! 탕! 탕! 탕!


세상을 뒤집어 놓는 총 소리.


"돌격!"


돌격이라는 소리가 들리자 아직 살아있음을 느낀 김도윤이 눈을 떴다. 창칼을 꺼내든 가토의 병사들이 무자비하게 돌진해왔다.


"김도윤, 아직 안죽었다!"


김도윤은 일어서며 칼을 뽑아들었다.


어?


가토의 병사들은 김도윤과 임해군을 빗겨 수풀 속으로 달려들어갔다.


"나머지는 전하를 보호하라!"


수풀 속으로 달려들어가는 투구 쓴 자의 외침에 여러 명의 병사들이 달려와 임해군과 김도윤의 주변에 방패벽을 만들었다.


뭐야? 우리를 죽이려던 게 아니었어?


김도윤은 그제서야 바닥에 엎드려있는 임해군을 보고 어깨를 흔들었다.


"가토! 가토장군! 내... 내가 잘못했다. 제발..."


"전하."


"제발 목숨만은..."


"전하, 접니다."


임해군이 살며시 고개를 돌려 김도윤을 보았다. 그리고 그들을 둘러싸고 있는 병사들도 보았다.


"살, 살았냐?"



잠시 후 수풀 속으로 돌격했던 장수와 병사들이 돌아왔다.


장수가 임해군의 앞에 무릎을 꿇었다.


"전하, 이제 안심하십시오. 적당들은 모두 죽거나 도망쳤습니다. 여기서부터는 소장이 모시겠습니다."


임해군은 여전히 두려움에 떨며 장수를 바라보았다.


"나, 나를 가토에게 데려가려는 것이냐?"


장수는 임해군의 말에 슬쩍 깃발을 보더니 김도윤에게 다가가 귓속말을 전했다.


"이번 일은 가토와 무관합니다. 저는 단지 전하를 보호하려 온 것일 따름입니다."


하지만 김도윤도 그의 말을 곧이 곧대로 믿을 수는 없었다. 김도윤은 깃발을 가리켰다.


"가토 휘하의 병사인데 가토와 무관하게 움직이다니. 왜?"


그러자 장수가 일어나더니 갑자기 조선말로 이야기했다.


"저는 사야가라고 합니다. 조선에 귀부하려 합니다."


갑작스러운 조선말에 임해군과 김도윤 모두 놀라 멍하니 장수를 바라보았다.


사야가?


- 꽈리야. 혹시 사야가라는 사람에 대한 정보가 있나?


- 있음. 사야가. 일본이름 사야가는 임진왜란 때 조선에 귀순한 항왜. 이후 많은 전공을 세워 김충선이라는 이름을 하사받고 높은 벼슬에 오름. 제2김해김씨의 시조.


"좋소. 사야가 장군. 전하를 안내하시오."


"야, 저놈을 어떻게 믿어!"


"믿어도 됩니다. 가시죠. 전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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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해군 호위무사 연재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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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3 네가 도쿠가와를 죽이고, 아우가 신성군을 죽이면 23.05.02 98 1 12쪽
42 쓰레기 장수들을 바꿔라 23.04.30 99 1 11쪽
41 세자 자리를 양보한다 23.04.29 99 1 11쪽
40 내가 제갈량이다. 23.04.27 101 1 12쪽
39 이슈의 중심, 임해군 23.04.26 124 1 12쪽
38 명나라 황제, 만력제를 만나자 23.04.25 114 1 12쪽
37 배신자 조선의 속셈을 확인하라 23.04.23 128 1 11쪽
36 광해야, 내가 세자하면 안되냐 23.04.22 130 1 12쪽
35 임해군, 충청도를 휘어잡다. 23.04.20 126 1 11쪽
34 백성들이 임해군과 명리공주를 연호하다 23.04.19 147 1 11쪽
33 전쟁의 승패는 준비에서 갈린다 23.04.18 150 1 11쪽
32 정권을 줄 테니 임금을 시켜주시오 23.04.18 153 2 12쪽
31 엘리자베스, 황금조선회사 설립을 허가하다 23.04.16 143 1 12쪽
30 해적 드레이크, 포르투갈 황금선을 나포하다 23.04.14 153 1 12쪽
29 왜구가 뭐가 중요해? 중요한 것은 정권장악이지 23.04.13 205 1 12쪽
28 이원익과 전쟁을 논하다 23.04.11 169 1 12쪽
27 드림팀을 구성하라 23.04.10 171 1 12쪽
26 임진왜란 승리를 위해 제일 먼저 해야할 일 23.04.08 188 1 11쪽
25 숨가쁜 오사카의 마지막 밤 23.04.06 175 1 12쪽
24 교토의 여자 닌자 23.04.05 200 1 11쪽
23 일본을 먹자꾸나 23.04.04 200 2 12쪽
» 항왜는 임해군의 무력으로 23.03.31 213 3 11쪽
21 정명가도 통행료는 황금 백만냥 23.03.29 209 3 11쪽
20 도요토미는 조조, 도쿠가와는 사마의 23.03.27 226 3 12쪽
19 임해군, 각성하다. 23.03.27 244 3 12쪽
18 직접 붙어보겠느냐? +1 23.03.25 241 3 11쪽
17 히데요시와 히데요리 +1 23.03.21 259 3 12쪽
16 도쿠가와 이에야쓰와 손을 잡아라 23.03.20 275 4 11쪽
15 적의 심장에서 왕의 자리를 노리다 23.03.19 292 3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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