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닥터로 님의 서재입니다.

차원최강해결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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닥터로
작품등록일 :
2019.10.21 19:05
최근연재일 :
2020.01.25 0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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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11.14 1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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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쪽

배달왕

DUMMY

주방이 바쁘게 돌아가고 있었다. 하지만 오늘 건호의 일은 배달! 주방이 음식을 준비하는 사이 배달은 한가할 거라고 생각했지만 그것은 건호의 착각이었다.


주방에서 썰어낸 양파와 단무지를 그릇에 담고 랩에 싸는 일도 만만치 않은 작업이었다. 처음에는 어색한 손놀림이었지만 배달 직원이 하는 걸 몇 번 보더니 능숙하게 일을 해내고 있었다.


“어머, 선우씨는 못하는게 없네.”


사장이 어느덧 선우와 친해졌다고 생각했는지 건호에게 슬쩍 말을 놓았다.


“이 정도야 뭐..”


건호가 어색하게 웃으면서도 쉼 없이 손을 놀렸다. 그렇게 한시간여 동안 포장을 마친 단무지 그릇을 홀 구석 테이블에 쌓아놓은 건호가 홀 한쪽 벽에 붙어있는 동네 지도를 살폈다. 식당의 지도상 위치를 묻더니 계속 중얼거리며 큰 건물을 중심으로 대략적인 위치를 가늠하였다. 김정훈 피디가 그런 건호에게 인터뷰를 시도했다.


“선우씨! 지도는 왜 보시는 거예요? 휴대폰에 네비게이션 있잖아요.”


“아.. 배달을 한 곳만 가는 게 아니니까요. 가는 동안 음식이 불어터지니 경유지를 잘 선택해야 하니까 대략적인 위치를 알아놔야 하지 않을까 싶어서 보고 있었어요.”


“배달을 해보신 적은 없으시죠?”


“....네.”


사실은 그렇지 않았다. 배달이라면 연극단원으로 일하면서 수도 없이 해본 아르바이트였다. 사실 짧게 일을 하며 고액을 받을 수 있는 아르바이트는 거의 없다고 할 수 있다. 그나마 그중 가장 많이 받을 수 있는 아르바이트가 바로 배달일이었다.


연극단원들이 선호하는 아르바이트는 연극 전단지와 호객행위였다. 대학로에서 하는 일이기 때문에 출퇴근으로 버리는 시간도 없었기에 연습시간이 필요했던 연극단원들이 가장 선호하는 아르바이트였다. 그렇기에 경쟁도 치열했다. 따라서 경력도 짧고, 나이도 어린 건호에게까지 일이 돌아오지 않았다.


건호는 차선책으로 배달 일을 선택했다. 낮시간을 최대한 활용하기 위해 야간에 할 수 있는 평화시장 물건 배달을 하였는데 새벽까지 배달이 이어지니 피곤이 누적되어 연습때 집중력이 떨어지자 새롭게 구한 아르바이트가 중국집 배달 일이었다.


하루에 네시간 배달이 몰리는 시간에만 일을 해주는 조건으로 매월 100만원씩을 받았었다. 음식이 불었다며 욕을 먹은게 한두번이 아니었지만 배달일은 건호에게 매우 소중한 일거리였다.


건호가 옅게 웃자 김정훈 피디가 고개를 갸웃거렸다. 건호의 저 표정은 감회에 젖은 그런 얼굴이었기 때문이었다.


“오늘 배달 일도 기대해도 되겠죠?”


“열심히 하겠습니다.”


11시 20분이 되니 첫 전화 주문이 왔다. 카운터를 지키던 사장 부인이 능숙하게 전화 응대를 하였다.


“12시까지 00빌딩 206호 짬뽕 하나, 짜장면 둘요? 네, 늦지 않게 배달해드리겠습니다.”


사장 부인이 메뉴가 적힌 오더를 두 장 적더니 하나를 주방으로 넣어 주곤 다른 하나를 건호에게 내밀었다. 건호가 이를 받아 홀 벽에 붙은 상황판에 붙였다.


11시 40분이 되자 전화통이 불이 나기 시작했다. 홀에 손님들이 하나, 둘씩 몰려들기 시작하자 홀 직원들도 바쁘게 움직였다. 첫 주문 메뉴가 나왔다. 건호가 휴대폰 네비게이션에 주소를 찍어보니 채 3분도 걸리지 않은 곳이었다. 지금 출발하지 않으면 면이 불 것이다. 그렇다고 점심시간 전에 가져다주면 고객이 만족하지 못할 것이다. 명백한 주방의 실수인 것이다.


건호가 상황판에 적힌 오더를 살피더니 주방에 대고 외쳤다.


“짬뽕 두 개, 짜장 하나 먼저요.”


그러더니 홀 직원에게 다가가 뭐라 귓속말을 했다. 홀 직원이 건호의 말을 알아듣고 먼저 나온 짬뽕을 쟁반에 담아 홀에 가장 먼저 도착한 손님들에게 다가가 양해를 구했다. 건호도 짜장면 두 그릇을 쟁반에 담아 2번 테이블로 가 손님들에게 양해를 구했다.


“주문에 문제가 있어서 짜장면 두 그릇이 먼저 나왔습니다. 곧 나머지는 곧 준비해드리겠습니다.”


“배우 선상 아닌가?”


일행중 나이가 지긋한 남자가 건호를 알아보았다. 건호가 인사를 하자 남자가 껄껄 웃으며 손녀를 가져다주겠다고 사인을 요구했다. 건호가 웃는 낯으로 손녀의 이름을 물으며 사인을 해주자 다른 일행들도 사인을 요구했다. 건호가 빠르게 사인을 마치고 허리를 숙여 인사를 했다.


“양해해주셔서 감사합니다.”


1번 테이블로 간 홀 직원도 성공적으로 양해를 받았는지 슬쩍 엄지를 치켜 올려주었다. 건호가 주방에서 나오는 나머지 음식을 서빙한 후, 다시 시계를 살피며 오더를 넣었다.


“짬뽕 하나, 짜장면 두 개 먼저요.”


건호의 임기응변을 지켜본 사장 부인이 전화를 받으며 웃었다. 전화가 끊어지자 김정훈 피디가 재빠르게 사장 부인의 인터뷰를 땄다.


“왜 웃으신 거예요?”


“우리 배달 직원보다 일을 더 잘하는 거 같아요. 호호호”


“에이, 사모님 그건 아니죠.”


오늘만 홀 직원이 된 배달 직원이 사장 부인의 말을 부정을 했지만 배달 직원 역시 건호의 손이 보통이 아니라는 것은 인정했다. 건호를 치켜주기 위한 농담이었지만 김정훈도 대충 돌아가는 사정을 눈치채곤 메모를 시작했다. 오후에 있을 사후 인터뷰 질문인 것이다.


“잘하네. 뭐랄까? 능숙하다고나 할까?”


“그러게요. 어릴 때 데뷔해서 이런 경험은 없었을 텐데..”


건호가 능숙하게 그릇에 랩을 감더니 배달통에 잘 담아 배달을 시작했다.


12시 정각에 00건물에 도착한 건호가 배달통을 들고 계단 위로 뛰어 올랐다. 엘리베이터가 있었음에도 계단을 이용하자 뒤따르던 조연출이 물었다.


“엘리베이터 안 타세요?”


“2층이구요. 이 시간에는 점심 식사하러 나오는 분들이 많으셔서 엘리베이터가 붐벼요.”


건호가 성공적으로 첫 배달을 마쳤다. 건호를 알아본 여직원이 사인을 요청하자 그릇을 찾으러 올 때 사인을 해주겠다고 약속을 하고 계단을 뛰어 내려갔다.


두 시간 동안 총 64곳에 배달을 하였다. 한 건물에 배달이 몰리면 배달통에 몽땅 때려 싣고 가장 높은 층에 올라가 계단을 타고 뛰어 내려오는 배달을 해주는 신기까지 보여주었다.


“배달을 정말 잘하시네요.”


“진짜 배달하시는 분들은 이 정도 속도가 아닐걸요?”


건호가 겸손을 떨며 오토바이를 출발하자 촬영팀도 오토바이를 출발시켰다. 가장 바쁜 두 시간이 지났다. 그러나 건호의 오토바이는 멈출줄 몰랐다. 배달 오더를 순서대로 챙긴 건호가 그릇을 수거하러 출발했다.


그릇 수거는 배달과 다르다. 배달을 할 때 배달통을 이용했지만 그릇을 수거할 때는 뚜껑이 있는 파란색 플라스틱 통 두 개를 뒤에 실었다. 그릇에 음식물이 남기에 그 자리에서 분리 수거를 해야 했기 때문이었다.


수거와 사인을 병행하며 한 시간 반 만에 모든 그릇을 수거한 건호가 한숨을 내쉬는 사이 주방에서 직원들을 위한 음식이 나왔다. 이 식당 정예멤버들이 만든 진짜 최고의 음식이었다.


“우와, 볶음밥 기가 막히네요.”


“당연허지. 누가 만든 것인디.”


주방장이 젖은 손을 닦으며 홀로 나왔다. 볶음밥, 짜장면, 짬뽕, 잡채 밥 등 다양한 식사 음식들이 테이블에 놓여졌다. 평소에 이렇게 식사를 하진 않겠지만 촬영을 위해 특별히 준비된 음식 같았다.


“오늘 저녁에 일 끝나고 회식 어때요?”


사장의 즉흥 제안에 주방장이 웃으며 건호를 바라보았다.


“그럴라믄 일손이 부족 헐 것인디이?”


“제가 설거지 하겠습니다.”


“허허.. 그럴랑가?”


식사를 마친 주방이 설거지를 하는 동안 건호는 저녁 배달을 위해 단무지 그릇을 보충하였다. 6시 즈음이 되자 야근을 위해 일찍 저녁 식사를 하려는 회사원들이 홀에 들어왔다. 본격적인 퇴근시간이 되자 중국집 밖에 난리가 났다.


오늘 건호의 배달로 건호가 이 중국집에서 촬영을 한다는 사실을 안 인근 회사 직원들이 건호를 보기 위해 몰려들고 있었던 것이다. 스태프들이 밖의 상황을 정리하려고 하였지만 밀고 들어오는 손님들을 막지는 못했다.


때아닌 맛집으로 변신한 중국집 문 옆으로 길게 줄이 늘어서 있었다. 중국집은 통상 8시까지 밖에 영업을 하지 않기에 줄을 서 있다고 해도 음식을 먹는다는 보장이 없었다. 스태프들이 줄을 서있는 사람들에게 그러한 사정을 알렸지만 포기하고 집으로 돌아가는 사람들보다 일단 줄을 서보겠다는 사람들의 수가 더 많았다.


본래 중국집의 저녁은 술 한잔과 함께하는 느긋한 시간이었지만 손님들도 눈치를 보았는지 후다닥 식사만 마치고 건호와 악수를 하고 자리를 떴다.


“이건 그림이 안되네.”


“네, 이건 뭐 팬 사인회 같은 꼴이 되었어요.”


예상하지 못한 것은 아니었다. 하선우가 노출이 되면 이런 사태가 날 것이라는 걸 알았기에 첫 촬영을 주방에서부터 시작한 것이었다. 하지만 일반인들은 카메라에 자신의 얼굴이 나오는 걸 기피하기 때문에 줄을 설 정도로 손님들이 몰릴 것이라고 예상하지 못했던 것이 실수라면 실수였다.


“선우씨 인기가 장난아니네요.”


“그러게 공익재단 때문에 이미지까지 좋아져서 국민배우가 되어 버렸어.”


“아무나 20억을 내놓지는 않으니까요.”


김정훈 피디와 왕작가가 건호에 대해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며 촬영을 마무리 했다. 8시에 칼같이 문을 닫은 사장이 약속대로 회식을 선언했다. 건호는 홀 정리 대신 주방으로 들어갔다.


“짜장면을 마스터하고 싶다고?”


“네, 주방장님. 조만간 공익재단에서 바자회를 하는데요. 거기서 짜장면을 나눠드리고 싶어요.”


“자네가 직접 만들라고?”


“제가 옷을 팔 수는 없으니까요. 그냥 얼굴만 내밀고 있는 것보다는 거기 오시는 분들께 뭐라도 대접하고 싶네요.”


“그라믄 짜장면으로 되것어? 짬뽕도 혀 봐야지.”


주방장이 눈치를 주자 주방 보조들이 건호를 불렀다. 주방장이 회식을 위한 음식을 만드는 동안 주방 보조들이 건호에게 음식의 기본을 설명하기 시작했다.


“결국에는 간이에요. 음식을 만드는 방법은 같지만 맛이 있고 없고는 결국 적당한 간이 중요하거든요.”


“어제 제가 음식을 만들 때도 간은 주방장님께서 봐주셨는데..”


음식을 할 줄 모르는 건호에게 어쩌면 가장 어렵고도 중요한 것이 적당한 간일지도 몰랐다.


“간은 사실 미각이 가장 중요한데 초보자인 선우씨에게 그걸 요구할 수는 없으니까 계량화를 하시는게 좋을 것 같아요. 1인분을 기준으로 계량화된 재료 양을 메모해 드릴테니까 집에서 연습해 보세요.”


대충 요리를 다 만들었는지 주방장이 끼어들었다.


“그걸로 되것어? 저그 스태프 양반들도 식사를 허야 헌께. 한번 만들어봐아.”


건호가 웍을 잡자 주방장의 일대일 지도가 시작되었다.


“손이 중요혀. 사람마다 손의 크기가 다르니께 양을 잘 봐야혀.”


주방장이 재료 잡기를 보여주며 양을 체크해 주었다. 건호가 금방 이해하자 주방장이 농을 던졌다.


“일주일만 배우면 되것는디.. 요리를 해 볼 생각은 없고?”


건호가 웃으며 본격적으로 요리를 시작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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