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닥터로 님의 서재입니다.

차원최강해결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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닥터로
작품등록일 :
2019.10.21 19:05
최근연재일 :
2020.01.25 0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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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11.11 1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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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쪽

가면

DUMMY

영등포 허름한 단란주점.


머리가 살짝 벗겨진 40대 후반의 남자가 잘 어울리지 않는 양복을 입고 모자를 쓴 남자와 얼굴을 맞대고 있었다.


“나가 정한식이오. 그짝이 이 쪽 계통에서 짱 먹는다는 바로 그짝이오?”


“고준필입니다. 신을 모시는 사도지요.”


“고선생, 한잔 합시다.”


“술을 마시지 않습니다.”


정한식이 고준필에게 술을 권했지만 고준필이 사양하였다. 정한식은 그러거나 말거나 자신의 술잔에 양주를 가득 부어 단순에 들이켰다.


“단도직입적으로 말 허것소. 나가 말이오, 쪽팔리서 이짓 못혀먹것소. 동생이라고 하나 있는 것이 딴따라 하나 작업한다고 나갔다가 절름발이되서 들어왔으니 애들보기 쪽팔리서 어찌 이짓을 혀먹것소?”


고준필이 정한식의 말을 듣고만 있자 정한식이 바로 용건을 꺼내 들었다.


“소문을 듣자헌게 그짝이 거시기를 잘혀준다고 허던디 나의 사정 좀 봐 줘야 쓰것소. 돈이라믄 나가 섭섭지 않게 혀 줄것이니까! 그 딴따라 새퀴 모가지를 따다 주쇼.”


흥분한 정한식의 목소리가 끝도 없이 올라가자 고준필이 입가에 미소를 머금은 채 가방에서 작은 가면을 꺼내 테이블에 올려 놓았다. 언 듯 보기에는 인간의 얼굴을 본딴 가면이었는데 그 재질이 일반적인 가면과는 많이 달랐다.


말랑 말랑한 것이 얼굴에 붙이며 착 달라붙어 진짜 피부와 구분이 되기 어려울 것 같은 그런 가면이었다.


“이게 뭐다요?”


“죽은 자들의 길을 인도하시는 세인트 프라하의 마스크입니다.”


“이걸 어따 쓰라고 나한티 내민다요?”


“복수를 원하는 분께 주십시오. 그럼 자연히 세인트 프라하의 뜻을 알게 되실 겁니다.”


“뭔소리여, 시방 나랑 농담허것다는 거요?”


정한식이 버럭 고함을 지르자 고주필이 웃기만 했다.


“원하시는 일을 마치고 나면 이 마스크는 저에게 돌려주셔야 합니다. 그것이 복수를 들어드리는 유일한 대가입니다.”


“긍께, 시방 이 요상망측한 것만 있으믄 복수가 된다? 시방 나랑 장난혀?”


“결과를 지켜보도록 하시죠. 복수가 끝나면 신물을 회수하러 오겠습니다.”


“이보쇼!!”


고준필이 자리에서 일어나자 정한식이 고함을 내 질렀다가 눈이 휘둥그레져 자신의 눈을 비볐다.


“뭐셔 시방! 나가 꿈을 꾼겨?”


방금 전까지 자신의 앞에 앉아있던 고준필이 감쪽같이 사라졌다. 그러나 그것이 꿈이 아니었다는 것은 금방 알 수 있었다. 고준필이 앉아있던 그 자리, 그 테이블에 요상망측하게 생긴 가면이 그대로 남아 있었던 것이다.


“이놈이 진짜 복수를 혀준다고?”


**


일주일간 하루에 한두 개씩 방송국을 돌며 촬영을 하던 건호가 다시 백수가 되었다.


“제가 그러고 싶어서 그런 게 아니라 대표님께서 예능은 이 정도가 딱 적당하다고 하셔서요.”


태식이 머리를 긁으며 일이 없는 오늘을 설명하고 있었다.


“그래? 그럼 어쩔 수 없고.”


건호가 태식의 말에 수긍을 하며 태식이 내놓은 대본들을 살펴보았다.


“로코, 로코, 로코, 로코”


제목만 보아도 장르가 뭔지 알 것 같은 그런 대본들이었다. 건호의 요구사항이 전혀 반영되지 않은 작품들이었다.


“아무래도 형님이 잘하시걸 하는게 나을 것 같다고 하셔서..”


“대표님이?”


“네.”


“태식아.”


건호가 무게를 잡으며 나지막하게 이름을 부르자 태식이 긴장된 얼굴이 되었다. 혹시라도 과거의 선우가 또 튀어나올까봐 긴장이 되는 모양이었다.


“네가 내 매니저야. 회사를 운영하는 대표님의 입장이라는 것도 있겠지만 일을 할때는 기본적으로 너의 의견이 담겨 있어야 해. 그냥 회사에서 시키는 대로 일을 하는 매니저라면 내가 너랑 같이 해야 할 이유가 없잖아?”


“...죄송합니다. 형님.”


“그래서 네 생각은 어때?”


건호가 부드러운 말투로 태식의 의견을 묻자 태식이 쭈뼛거리며 가방을 뒤적여 대본 하나를 꺼내 놓았다.


“솔직히 지금까지 형님이 하셨던 연기를 생각하면 대표님 의견에 동의하지 않을 수가 없어요. 근데 저번 주에 사극 촬영을 하시는 걸 보고 제 생각이 조금 바뀌었습니다.”


“어떻게?”


“저.. 이거!”


대본에 큼지막한 글씨로 [봄바람이 날리다]라고 써 있었다. 제목만 봐서는 이것 역시 로멘틱 코메디였다. 건호가 대본을 떠들러 보더니 입가를 씰룩였다.


“퓨전 사극이네?”


“네.”


“이거 가져온 이유는?”


“이미지를 단번에 바꿀 수는 없을 것 같아요. 솔직히 제가 사극 제작자 입장이라면 형님을 캐스팅하는 것은 모험에 가깝거든요. 그래서 이 드라마로 형님이 정통 사극도 잘 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시는 것이 좋다고 생각했습니다.”


“.. 흐음.”


건호가 대본을 읽어보기 시작했다. 태식이 마른침을 삼키며 건호가 대본을 다 읽을 때까지 차분히 기다렸다.


“재밌네. 근데 주인공이 두 명 같은데 내 역할은 뭐야? 왕? 검사?”


“제 생각에는 검사 쪽이 나으실 것 같습니다.”


“오호..”


건호가 말없이 태식을 바라보았다.


“형님께서 틈날 때마다 젓가락으로 액션 연습을 하는 걸 봤습니다.”


건호가 삼재검법을 몸에 익히는 모습을 보고 액션 연기를 하고 싶어하는 것으로 오해를 한 듯 싶었다.


“그게 네 생각이냐?”


“네, 형님.”


“좋아, 그럼 이걸로 하자. 대표님께는 내가 말씀드릴게.”


건호가 쇼파에서 몸을 일으키자 태식이 어리둥절해 하였다.


“뭐해? 사무실에 가야지.”


건호의 말에 태식이 씨익 웃으며 자리에서 벌떡 일어났다.


**


에이취앤피엔터테인먼트사는 청담동에 있는 6층짜리 건물을 통으로 쓰고 있었다. 배우, 가수, 걸그룹, 보이그룹들이 다수 포진되어 있는 대한민국 10대 기획사중 한곳이었다. 그 건물 6층에 있는 대표실에서 세 남자가 서로의 눈치를 보고 있었다.


“그러니까, 꽃길이 열릴 것이 분명한 로코 대신에 결과가 절대적으로 미지수인 퓨전 사극을 하겠다는 말이지?”


“대표님, 사극이라는 옷을 입었을 뿐이지 이 작품도 결국에는 로코에요.”


“너, 이 대본 다 읽었냐?”


“그럼요.”


“액션씬이 다수 포함되어 있는 것도 알고?”


“물론이죠. 이날을 위해 제가 열심히 운동을 했죠.”


건호가 팔을 들어 알통을 만들어 보며 웃자 대표가 건호를 묘한 시선으로 바라보았다.


“나는 말이다. 요즘 네가 도통 적응이 안된다. 얼마 전까지만 해도 대주주만 아니면 확 짤라 버리고 싶었던 반말 짓거리 찍찍 하는 싸가지 없는 동생이었는데 이제는 말이다... 널 모르겠다.”


“지금 제 모습이 싫어요?”


“아니, 너무 바람직해서 황송해 죽을 것 같다.”


대표가 다 식어 버린 커피를 입안에 털어 넣더니 태식을 바라보았다.


“태식아, 형들끼리 할 얘기가 있으니까 커피 한 잔만 더 타올래?”


“네, 대표님.”


태식이 나가자 대표가 진중한 표정으로 건호를 바라보았다.


“너, 요즘 이러고 다니는 거 차 이사 때문이냐?”


“뭐, 영향이 없다고는 말 못하죠.”


“네가 원하는 게 뭔지 얘기를 해줘야 회사 입장.. 아니, 내가 너한테 도움을 줄 거 아니냐.”


대표의 진지한 표정에 건호가 말이 없어지더니 이내 천천히 입을 열었다.


“부탁이 하나 있긴 해요.”


“뭐?”


“제 굿즈 팔고 있잖아요?”


“그건 왜?”


“수익금을 기부하는 건 어때요?”


“선우야!!”


건호가 대화의 핵심을 피해가려고 하자 대표의 언성이 높아졌다.


“너랑 나랑 12년이다. 내가 네 사정을 모르는 것도 아닌데 네가 남처럼 나를 대하면 이 형은 어떻게 해야 하냐? 돌아가신 네 어머니가 내 손을 잡고 널 부탁한다고 간곡히 말씀하시던 모습을 지금도 잊을 수가 없어!”


“하아... 형! 사람이요. 죽다가 살아나면 생각이 좀 바뀌어요. 이번에 제가 그랬어요. 이젠 별로 무서운 것도 없고, 지금껏 이런, 저런 이유로 하지 못했던 것들도 다 해보고 싶고.. 사람이 좀 적극적으로 살아가게 되더라구요. 그것 뿐이에요.”


“그 공익재단은?”


“쉴드요.”


“뭐?”


“체포영장 발부된 건 아시죠?”


대표가 고개를 끄덕이자 건호가 목소리를 낮춰 설명을 이었다.


“저한테는 시간이 필요해요. 잘못한 거 알고 있고 다시는 하지 않을 거지만, 이대로 무너질 순 없잖아요.”


“그런데?”


“공익재단을 만들고 제가 거액을 투척한 후에 재단 홍보활동을 하는 동안에는 모든 이목이 다 저한테 쏠릴 거에요. 그럼 그 동안은 검찰도 저를 어쩌지 못하죠.”


“그 문제는 선진그룹에서 알아서 막아줄 텐데..”


“차성훈이 없었으면 그랬겠죠. 하지만 지금은 달라요. 저 스스로 방어하지 못하면 언제 어떻게 될지 장담할 수 없는 상태에요. 이번에 절 습격했던 조폭들을 누가 사주했는지 아세요?”


대표의 눈이 크게 떠졌다.


“서..설마?”


건호가 말없이 고개를 끄덕이자 대표가 믿을 수 없다는 표정이 되었다.


“선진에서도 알고 있는 상황이지만 아무런 변화가 없었어요. 이게 무슨 의미인지도 아시죠?”


대표가 무겁게 고개를 끄덕였다.


“이젠 홀로서야 됩니다. 형!”


대표가 한동안 말없이 생각에 잠기더니 건호를 바라보았다.


“선진의 그늘에서 벗어나기로 결심한 거냐?”


건호가 고개를 끄덕이자 대표가 긴 한숨을 내쉬었다. 이젠 그럴 때가 되긴 하였다. 차 회장이 건재한 동안에야 선우를 보호하겠지만 2세들이 실권을 잡게 되면 가장 큰 경계의 대상이 될 것이 뻔했다.


대표도 그런 두려움이 있었기에 무리해서 회사를 확장하고 있었다. 어찌보면 선우도 자신과 같은 두려움을 가지고 있는 것이 당연한 일인 것이다.


“네 굿즈만 하면 되냐?”


대표의 입에서 엉뚱한 질문이 나왔다.


“형이 좀 챙겨주면 도움이 될 거에요. 우리 회사도 이제 사회와 함께 나누는 따뜻한 기업이 되어야 하지 않겠어요?”


건호가 빙그레 웃자, 대표가 어이가 없었는지 실소를 머금었다.


“알았다. 네 덕분에 나도 좋은 일 좀 해보자.”


건호가 공익재단에 대하여 시간을 끌기 위함이라며 변명을 하였지만 그것은 그저 대표를 설득하기 위한 변명만은 아니었다. 실제 그 효과는 건호가 모르는 곳에서 나타나고 있었다.


**


서울**지방검찰청 특수 2부.


“차 이사님, 오랜만입니다.”


특수 2부장이 서류에 결재를 하며 전화를 받고 있었다.


[한번 뵙고 싶어도 워낙 공무에 바쁘셔서 저한테까지 순서가 돌아오질 않네요.]


“아이고, 무슨 그런 말씀을.. 이사님께서 보자고 하시면 언제든 시간을 비워놓겠습니다.”


[그럼 조만간 필드 한번 어떠십니까?]


“필드요? 저야 좋죠. 동반자는 제가 데리고 나가겠습니다. 하하하”


[그럼 조만간 뵙도록 하시죠.]


전화를 끊으려고 했던 부장이 수화기 너머에서 들려오는 진짜 용건에 눈살을 찌푸렸다.


[그런데 말입니다. 부장님. 전에 제가 부탁드렸던 일이 소식이 없습니다? 라운딩 전까지는 뭔가 기대를 해도 될까요?]


“아.. 그게 말입니다. 사실 쉽지가 않습니다. 아시다시피 회장님께서도 탐탁치 않아 하시고.. 또..”


[회장님께서는 더이상 그쪽으로 관심을 두지 않으실 겁니다.]


“에 또, 그보다 요즘 여론이 그 친구한테 쏠려있어서 쉽게 접근하기가 어렵습니다. 이 관심이 사그라들어야 반발 없이 처리가 될 것 같습니다.”


[시간을 맞출 수 있겠습니까?]


“개 버릇 남 주겠습니까? 지금이야 공익재단이네 뭐네 하며 저러고 있지만 조만간 또 약에 쩔어서 눈이 풀릴 겁니다.”


[그럼 주시해 주십시오.]


“하하 당연하지요. 그렇지 않아도 고리를 하나 찾아 놨습니다.”


[역시 우리 부장님께서는 빈틈이 없으시다니까요. 하하하, 라운딩 끝나고 안락한 곳으로 모시겠습니다.]


“아이고, 이거 기대가 되어서 오늘 밤에 어찌 자야 할지 모르겠습니다. 하하하”


전화를 끊은 부장이 오만 인상을 쓰더니 인터폰을 눌렀다.


[네, 부장님]


“부천지청 한 검사 연결해!”


**


작가의말

즐거운 저녁 보내세요.


가시는 길에 추천, 선작 꾸욱!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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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2 추리왕 +2 19.11.13 1,195 43 11쪽
31 신세계 +3 19.11.12 1,220 39 12쪽
30 혜수 +1 19.11.12 1,240 49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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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 못난이 공주 +2 19.11.08 1,338 42 11쪽
21 한선영 +1 19.11.07 1,358 45 1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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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 시련 +2 19.11.05 1,428 54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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