퀵바

닥터로 님의 서재입니다.

차원최강해결사

웹소설 > 일반연재 > 현대판타지, 라이트노벨

닥터로
작품등록일 :
2019.10.21 19:05
최근연재일 :
2020.01.25 09:00
연재수 :
130 회
조회수 :
119,745
추천수 :
4,510
글자수 :
656,571

작성
19.11.09 09:00
조회
1,294
추천
44
글자
12쪽

세인트 프라하

DUMMY

아침 일찍, 다시 궁으로 들어갔다. 대전을 패스하고 공주궁으로 바로 입궁한 건호는 건호를 기다리고 있던 공주를 알현할 수 있었다.


“나의 요구를 말하겠어요.”


건호가 입을 다물고 있자 공주가 다시 입을 열었다.


“저의 첫사랑을 찾아주세요.”


건호가 말없이 공주를 바라보았다. 건호가 흔들림 없는 눈동자로 공주만을 바라보자 공주가 그 시선이 부담스러웠는지 자리를 피하려고 하였다.


“저는 공주님의 첫사랑이 누군지 알지 못합니다. 다만, 저는 저의 첫사랑이 누구인지 알 것 같네요.”


공주의 발걸음이 멈춰졌다. 건호가 자리에서 일어나 공주를 품에 안았다. 키가 비슷했기에 포근히 안아줄 수는 없었지만 넓은 어깨로 공주를 감싸 안을 수 있었다. 공주가 움찔거렸지만 피하지는 않았다.


“기억이 없을 때부터 아버지를 따라 검을 들었습니다. 스물 몇 해가 되도록 여인에게 눈길 한번 준 적이 없었지요. 그러다 보니 이 나이가 되었습니다. 늙었다고 탓을 하신다고 하여도 어쩔 수 없습니다. 제게 첫사랑이 나타났거든요.”


공주의 몸이 작게 떨려왔다.


“저는 공주님의 첫사랑 따위에게 관심이 없습니다. 제 좁은 가슴은 제 사랑을 이루기에도 부족하거든요.”


건호의 손에 힘이 들어가자 힘없이 떨어져 있던 공주의 손이 건호의 허리를 잡았다.


“제 첫사랑을 찾아주셨네요.”


건호가 포옹을 풀고 공주의 도톰한 입술에 입을 맞추었다.


“우리의 마지막 사랑이 되길 기원합니다.”


건호가 웃었다.


**


공주의 마음을 사로잡은 건호는 당일 국왕으로부터 결혼 허락을 받았다. 피어덴 남작가는 국혼의 격을 높인다는 명목하에 당일 백작가로 승작되었다. 귀족들의 반대 따위는 없었다. 자칫 국혼이 깨지면 자신의 자식들중 누군가가 제물로 바쳐져야 한다는 위기의식 때문에 피어덴 남작가를 후작으로 올려야 한다는 넋 빠진 주청을 올리는 이들도 있었다.


물론 단순히 그러한 이유만 있었던 것은 아니었다. 피어덴 남작가는 지방의 작은 영지를 가진 가문에 불과했기에 백작이 아닌 후작이 된다고 한들 자신의 정치 권력을 견제할 수 있는 세력이 되지 못한다는 정치적 판단이 깔려 있었던 것이다.


모두의 축복 속에서 아리혼과 공주의 결혼식이 준비되고 있었다.


“공주 마마..”


“엘사라고 불러주세요. 자기야.”


“엘사, 궁금한 게 하나 있는데..”


“뭐든 말해봐요.”


“부마 후보들한테 한 요구가 말이지.”


말도 다 꺼내기 전에 공주의 얼굴이 붉어졌다.


“어떤 이에게는 검술 대련을 하자고 하고, 어떤 이에게는 첫사랑을 찾아달라고 한 이유가 뭐야?”


건호가 기회가 될 때마다 여러 번 물어 보았지만 공주는 얼굴만 붉힐 뿐 끝내 대답을 해주지 않았다. 그 대답은 건호의 시녀로서 입궁을 한 샤비트가 알려주었다.


“못난이 공주도 못난이 신랑한테 시집가고 싶지는 않았던 모양이야.”


“그게 무슨 말이야?”


“공주 기준에서 인물이 별로인 애들은 검으로 패버린 거지. 너처럼.. 푸훗.. 인물이 반반..푸훗.. 한 애들한테는 첫사랑을 찾아달라고 작업을 건 거야.”


건호의 얼굴이 와락 일그러졌다. 뭔가 당한 게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지만 건호의 눈에 비친 공주는 예뻤다.


“그리고 말이야. 공주 얼굴보니까 그렇게 안예쁘던데? 왜 나보다 예쁘다고 뻥을 친 거지?”


“뭔 소리야. 너보다 백만 배는 예쁘고만!”


“지랄, 눈이 뼜네. 눈이 뼜어.”


샤비트가 화를 내고 나가 버렸다. 건호도 이상하다는 생각을 하긴 하였다. 엘사는 예쁜 얼굴이었지만 선영도 예쁜 얼굴이었다. 하지만 엘사를 대할 때와 선영을 대할 때 건호의 가슴이 느끼는 감정이 달랐다.


건호는 여자에게 무덤덤한 편이었다. 예진을 잃고 난 후, 심장이 고장 난 것처럼 이성에 대한 호기심이 사라져 버렸다. 그런데 엘사에게는 그렇지 않았다. 예진을 잊은 것은 아닌데 엘사와 함께 있으면 예진과 함께 있는 듯한 착각을 하곤 하였다.


“참, 알 수가 없다니까?”


건호가 고개를 갸웃거리면서도 이제 막 샤워를 마쳤을 엘사를 만나기 위해 공주궁으로 달리기 시작했다.


**


결혼식이 1주일 뒤로 잡혔다. 공주가 빨리 결혼을 시켜주지 않으면 건호를 데리고 도망을 가버리겠다고 강짜를 부려 최대한 빨리 잡은 것이 일주일 후였다. 신랑측 부모가 결혼식에 참석을 해야 하니 딱 그 정도의 여유를 남긴 것이었다.


“내가 옆나라, 옆옆 나라 공주들 결혼식할 때 뿌린 축의금이 얼만데.. 축하 사신들을 부를 시간을 안주니. 원!”


국왕이 돈을 날렸다며 쩝쩝거리면서도 공주의 결혼이 마냥 기뻤는지 얼굴에 웃음을 달고 살았다.


오늘도 공주와 즐거운 데이트를 마치고 숙소로 돌아온 건호가 구슬을 움켜쥐었다.


[건호군인가?]


“살룬님?”


[의뢰가 성공적으로 진행되고 있다고?]


“결혼식 날짜까지 잡혔으니 의뢰는 끝났는데요?”


[아닐세. 반드시 초야까지 치러야 하네.]


“네? 그럼 제가 빠져나간 후에 아리혼이 무척 싫어할텐데요?”


[그것은 걱정하지 말고. 반드시! 어떻게 해서든! 초야를 치르게. 그럼 난 바빠서 이만.]


뭔가 이상했다. 꼬여 있긴 했었지만 잘 살펴보면 의뢰 자체도 그리 어려운 일이 아니었다. 아리혼이 직접 공주를 만났어도 어쩌면 결혼에 성공했었을 수도 있는 일이었다. 그런데 왜 굳이 자신이 아리혼을 대신하였는지 쉽게 이해가 되지 않았다.


초야를 치러야 한다는 살룬의 요구도 이해가 되지 않았다. 물론 아리혼은 건호의 행동을 자신의 기억으로 인식할 것이기에 엘사에게 어떠한 불이익도 없을 것이다. 하지만 이것은 과한 행동이었다. 지금이 아리혼에게 이 몸을 돌려줘야 할 때가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덕분에 나야 좋지만!”


건호가 음흉한 미소를 지으며 배를 쓰다듬었다. 엘사와 저녁 식사를 했지만 워낙 엘사가 소식을 하는 탓에 양껏 식사를 하지 못해 금방 허기가 졌다. 1층에 있는 식당으로 어슬렁거리며 내려갔다. 마침 1층 식당에 불이 켜져 있었다.


식당 문을 열고 들어갔다가 조용히 식당 문을 닫고 나왔다. 보지 말았어야 할 것을 본 것 같았다.


건호가 뒤를 돌아 2층으로 가려고 할 때, 식당 문이 열리며 얼굴이 붉어진 엘사가 나왔다.


“... 자기야.”


건호가 애써 환하게 웃으며 뒤를 돌았다.


“우리 자기도 배고팠구나?”


건호가 엘사에게로 다가가자 엘사가 고개를 떨궜다.


“미안해요.”


“뭐가?”


“제가.. 그냥.. 예쁘게 보이려고..”


“바보! 나는 잘 먹는 여자가 좋아. 그게 아니더라도 우리는 검을 쓰는 검사들인데 식사량이 부족하면 제대로 검을 쓸 수 없잖아?”


건호가 엘사를 포근히 안아주었다. 엘사가 기쁜 얼굴이 되었다. 건호가 엘사와 함께 식당 안으로 들어갔다. 시종과 시녀들이 엘사가 물어뜯고 있던 통돼지 바비큐를 급히 치우려 하고 있었다.


“그냥 둬.”


시종들이 당황한 얼굴이 되어 뒤로 물러났다. 무슨 큰 죄를 지은 얼굴들이었다.


“나도 포크 앤 나이프!”


건호가 나이프를 쥐곤 돼지 뒷다리를 잘라내어 크게 한입 물었다.


“이거 엄청 맛있네. 엘사! 같이 먹자.”


두 사람이 나란히 앉아 돼지 뒷다리를 뜯으며 행복해 하고 있었다.


다음날부터 두 사람의 데이트 방식이 바뀌었다. 즐겁게 먹고 즐겁게 대련을 했다. 땀 냄새가 날 것이라며 검을 들지 않으려 했던 엘사도 어제밤 이후 많은 것이 바뀌었다.


엘사는 확실한 소드 마스터였다. 건호의 검으로는 도저히 엘사를 당해낼 수 없었다. 그러나 엘사와 대련을 하는 것만으로도 건호에게 큰 도움이 되었다.


일곱번째 패배를 하는 순간, 엘사의 마지막 검이 처음으로 보였다.


“역시, 우리 엘사는 대단해.”


“피이.. 자기 왼손이 다 나으면 저 같은 건 상대도 안 될 거에요.”


“아니야. 자기는 지금 자체로 완전히 대단해.”


건호가 땀에 푹 절은 엘사를 그대로 안아주었다. 땀 냄새가 날 거라며 애써 피했지만 건호의 한 팔을 이기지 못했다. 아니, 이기지 못하는 척을 했다.


“조금만 쉬었다가 맛있는 거 먹고 또 할까?”


“네.”


자신이 좋아하는 것을 함께 할 수 있는 상대를 만난다는 것은 큰 축복이었다. 자신이 사랑하는 사람이 자신이 좋아하는 것을 함께 해주는 것만큼 기쁜 일은 없었다. 지금 엘사는 하늘을 나는 기분이었다.


잠시 실증이 났던 검술도 더 재미있어졌다. 왼팔이 불편해 자신의 상대가 되지 않는 건호였지만 그의 오른손은 점점 더 날카로워지고 있었다. 왼팔이 풀린다면 우검만으로 자신을 능가할 것이라고 확신했다.


익숙하지 않는 검을 쓰더라도 두 손이 자유로운 것과 그렇지 않은 것은 큰 차이가 있다. 하물며 한 팔이 삼각건에 결박된 채 자유롭지 않은 몸 상대로도 자신을 대련에 몰입하게 해주는 상대였기에 그의 부활에 큰 기대를 가지고 있었다.


“자기는 정말 대단해요.”


두 사람이 지는 해를 바라보며 연무장을 걸어 나오고 있었다.


“나는 아무것도 아닌데? 천재 여류 검사 엘사 데 샤린드 공주마마!”


“놀리지 말아요.”


“근데, 자기는 누구에게 검을 배웠어?”


“제 검술 스승님은 돌아가셨어요.”


“아이구, 꼽사리 껴서 한 수 배워 볼까 했더니..”


“호호호.. 세인트 스승님은 정말 대단하신 분이셨어요.”


“세인트? 특이한 이름이네?”


“세인트 프라하! 그 분의 이름이에요.”


건호가 뒤통수를 맞은 듯한 느낌이 들었다. 건호의 걸음이 자연 멈춰지자 엘사가 건호를 돌아보았다.


“왜요? 무슨 일이 있어요?”


“대전에.. 호위 기사 중에 같은 이름을 가진 기사가 있지 않아?”


“글쎄요? 잘 모르겠지만 그분처럼 독특한 이름을 가진 사람이 또 있을까요?”


“그렇겠지?”


건호가 억지 미소를 지으며 공주궁으로 돌아와 엘사와 헤어진 후 대전으로 달렸다.

대전 시종을 만난 건호가 확신에 찬 얼굴이 되어 공주궁으로 걸음을 옮겼다.


“역시 공주의 반작용을 일으킨 숨겨진 작용이 있었던 거야.”


건호가 이 사실을 살룬에게 어떻게 알려야 할지 고민을 하며 처소로 돌아갔다.


**


고대하던 결혼식이 거행되었다. 대신관이 주례가 되어 식이 진행되었다. 결혼식은 짧았지만 이어지는 뒤풀이 행사, 즉 피로연이 하루종일 계속되었다.


이름도 알지 못하는 귀족들이 친한 척을 하며 다가와 건배를 제안하는 통해 술통에 빠진 느낌이었다. 해가 저물고 피로연도 끝이 났다. 국왕이 건호에게 윙크를 해주며 모든 일정을 종료한다는 선언을 하였다.


첫날밤은 누구에게나 설렌다. 그것이 꼭 결혼 첫날밤이 아니어도 마찬가지다. 어떤 것을 새롭게 시작한다는 것은 늘 새롭고 가슴을 뛰게 한다. 그러한 새로운 기대는 감성이 풍부해지는 밤이 되어서야 극대화되곤 한다.


오늘, 새로운 인생을 시작하려는 여인이 있다. 처음으로 자신의 가슴을 뛰게 한 남자와 한 이불을 덮고 같이 자는 그런 밤이었다.


스승인 세인트 프라하는 늘 말했다. 남자라는 동물은 늘 새로운 암컷을 찾아 떠나려는 본능을 가진 동물이기에 조금 귀찮더라도 강렬한 이벤트가 필요하다고 하였다.


혼복이 벗겨지고 이브닝 드레스로 갈아입은 엘사가 얼굴을 붉히며 건호 뒤로 다가왔다. 건호도 이런 경험은 처음이었는지라 옷을 갈아입는 엘사를 바라보지 못하고 뒤돌아 앉아 있었다.


“자기야..”


“응?”


“자기를 위해 선물을 준비했어요.”


“선물? 나는 자기가 선물인데?”


엘사가 건호 뒤에서 건호를 안아주었다. 긴장감에 건호의 손끝이 파르르 떨렸다. 엘사의 손이 건호의 가슴을 더듬더니 셔츠 단추를 하나, 둘씩 풀기 시작했다.


‘얘는 이런 걸 좋아하나 보네.’


그저 그런 생각에 건호는 엘사가 하는 대로 엘사의 손에 자신의 몸을 맡겼다.


셔츠 단추가 다 풀리자 엘사의 손이 건호 뒤로 넘어 가더니....


철썩!


정신이 번쩍 드는 매질이 시작되었다. 너무 놀라 비명도 지르지 못한 건호가 뒤를 돌아보니 엘사가 환한 미소를 지으며 한 손에 채찍을 들고 있었다.


“이런 미친!!”


필사적인 도주와 추격이 공주궁의 밤을 깨웠다.


**


작가의말

즐거운 토요일. 오후에도 연참 갈까요?


여러분의 추천에 달렸습니다. ^^

이 작품은 어때요?

< >

Comment ' 1


댓글쓰기
0 / 3000
회원가입

차원최강해결사 연재란
제목날짜 조회 추천 글자수
43 신궁의 가면 +5 19.11.18 1,047 41 11쪽
42 대부족 무칸 +2 19.11.18 1,071 43 11쪽
41 습격 +3 19.11.17 1,179 50 13쪽
40 액션배우 +2 19.11.17 1,180 47 11쪽
39 수련 +1 19.11.16 1,155 44 12쪽
38 기부함에!! +2 19.11.16 1,151 46 12쪽
37 바자회 +2 19.11.15 1,157 51 12쪽
36 쓰레기를 모아.. +1 19.11.15 1,180 45 12쪽
35 배달왕 +3 19.11.14 1,165 47 11쪽
34 짜장왕 +3 19.11.14 1,197 45 11쪽
33 알바왕 +1 19.11.13 1,193 46 12쪽
32 추리왕 +2 19.11.13 1,195 43 11쪽
31 신세계 +3 19.11.12 1,220 39 12쪽
30 혜수 +1 19.11.12 1,240 49 11쪽
29 가면 +1 19.11.11 1,235 40 12쪽
28 텃세 +2 19.11.11 1,244 54 12쪽
27 질투 +1 19.11.10 1,258 46 13쪽
26 앵벌 +2 19.11.10 1,312 48 11쪽
25 죽 쒀서 개주다. +1 19.11.09 1,329 45 13쪽
» 세인트 프라하 +1 19.11.09 1,295 44 12쪽
23 병아리들 +1 19.11.08 1,330 45 12쪽
22 못난이 공주 +2 19.11.08 1,338 42 11쪽
21 한선영 +1 19.11.07 1,358 45 13쪽
20 한식과 양식 +1 19.11.07 1,372 47 11쪽
19 쪼렙 각성! +1 19.11.06 1,423 43 11쪽
18 진짜 시련은 바로 너! +2 19.11.06 1,389 47 11쪽
17 시련 +2 19.11.05 1,428 54 11쪽
16 검을 배우다 +3 19.11.05 1,412 48 12쪽
15 검을 배우다 +1 19.11.04 1,426 54 12쪽
14 검을 배우다 +2 19.11.03 1,490 47 11쪽

구독자 통계

신고 사유를 선택하세요.
장난 또는 허위 신고시 불이익을 받을 수 있으며,
작품 신고의 경우 저작권자에게 익명으로 신고 내용이
전달될 수 있습니다.

신고
비밀번호 입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