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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 귀찮게 좀 하지 마라

웹소설 > 일반연재 > 판타지, 드라마

휴학생P
작품등록일 :
2020.05.14 19:41
최근연재일 :
2022.05.17 09:05
연재수 :
188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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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58
글자수 :
1,034,1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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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03.09 08: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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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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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글자
12쪽

131. 1월의 층 (4)

안녕하세요~




DUMMY

“하지만! 랜드 드레이크마저 잃은 상황에서 아무런 성과도 거두지 못한다면 난! 난 대체 뭐가 되는 거지?”


“정신 차려. 너만 문제가 아니다. 저걸 얻는다고 얼마나 많은 자원을 투자했는데! 나라고 그걸 모를 것 같나!”


“그럼 뭐라도 대책을!”


“...놈의 존재를 알았다. 이걸로 녀석들과 딜을 해봐야겠지.”


그는 시야를 넓혔다. 레가릭의 굳게 쥔 주먹이 시야에 들어왔다. 어찌나 강하게 쥐고 있던지 피가 배어나오며 살살 떨리는 게 눈에 보일 정도였다. 감각이 멀어지기 시작했다. 너무나도 터무니없는 실패에 현실감이 없는 것처럼 느껴지기도 했다.


애써 일궈낸 길드가 단 한 번의 실책으로 송두리째 무너질 위기에 처했다. 아마 가장 고통스러운 시간을 보내고 있는 건 그일 것이었다. 물론 그렇다고 해서 입실론 본인이 그 상황을 이해하고 받아들일 수 있다는 소리는 아니었다.


결국 레가릭은 판단을 내려야만 했다. 이 상태로 난동을 피우는 입실론을 방치할 수는 없었다. 지금은 대폭 줄어들었지만 테이머로써 그의 고유한 능력은 여전히 길드에 필요한 것이었으니까.


“미안하군. 조금만 자라. 지금으로썬 깨어있어 봤자 방해야.”


“그게 무슨 소리...”


레가릭의 수도가 재빠르게 그의 뒷목으로 향했다. 입실론의 육체는 검사보다는 마법사의 그것에 근접했기에 강골의 전사인 레가릭의 일격을 버텨내기란 요원했다. 그의 신형이 힘없이 허물어졌다.


그에 따라 놈이 밟고 있던 드레이크의 신형에도 변화가 생겼다. 내내 침묵하던 그 거체가 새하얀 빛무리에 휩싸이더니 보옥의 형태로 돌아가 그대로 입실론에게 돌아온 것이다.


“회수 완료. 이 상태라면 어쩌면...”


지금까지의 경험상 입실론의 소환수는 정말 완전히 죽어버리면 보옥의 형태로 돌아오지도 않았다. 그리 나지막이 말한 레가릭이 외쳤다.


“전원 퇴각한다! 이제부터는 알아서 살아남기 위해서 싸워라! 이 이상의 전투는 아무런 의미도 없어! 다들 전장에서 즉시 퇴각하라!”


다행인 점은 계층주는 승리감에 도취된 것인지 특별한 움직임을 보이고 있지 않았다. 또한 잡졸로 따라왔던 그레이 트롤들 역시 대부분 정리가 된 상태였기에 도주도 어려워 보이지 않았다.


계층주의 입장에서 여행자들의 정의는 이미 끝난 뒤였다. 끝내고자 마음만 먹는다면 얼마든지 끝을 볼 수 있는 그 정도의 존재.


“그건 그렇고... 놈이 쥐고 있는 날개만큼은 돌아오지 않는 건가.”


놈의 흑완이 잡고 찢었던 그레이크의 거대한 날개는 빛으로 돌아오지 않았다. 검붉은색의 피를 뚝뚝 흘리며 비릿한 혈향을 뿌리고 있었다.


아마 입실론이 봤다면 지금도 길길이 날뛰고 있었겠지. 레가릭도 이를 갈았다.


‘일단 살아남는다. 더 강한 몬스터의 포획도, 이번 원정의 정비도, 그리고 복수도. 어디까지나 내가 살아남았을 때에나 가능한 팔자 좋은 이야기다.’


어차피 이미 레이드도 실패한 마당에 스크롤을 포함한 남은 자원들이라도 온전히 유지할 필요가 있었다. 한 장이라도 아껴야 했다. 부하들이 전부 퇴각할 수 있는 충분한 시간을 벌기 위해 남은 스크롤을 퍼붓는 일?


“가당치도 않다. 그런 군자의 마음을 갖기에는 기준점에서 너무 멀리 와버렸어.”


달리고 달렸다. 어느새 그는 계곡의 밖으로 나올 수 있었다. 그의 주위에서 숨을 추스르고 있는 여행자의 수는 한눈에 봐도 기존의 인원에 미치지 못했다. 그는 애써 자위했다.


‘그래. 그 정도도 극복하지 못한다면 나중에 발목이나 잡을 뿐이다.’


허나 떨리는 주먹은 마음과 달리 쉬이 진정이 되질 않았다. 동료를 잃은 것에 대한 분통함? 그런 사사로운 감정은 절대로 아니었다. 생과 사의 갈림길에서 살아남았다는 희열과 놈에 대한 공포가 기이하게 뒤섞여 있었다.


1월의 층에 마련된 휴식의 공간은 처음의 그 작은 마을 하나가 전부였다. 관문을 넘어 터덜터덜 돌아오는 그들의 모습은 결국 대부분의 여행자들의 눈에 들어가게 되었다.


알려진 것과는 비교도 할 수 없을 정도로 초라해진 인원수도 그들의 이목을 집중시켰고 항상 고개를 빳빳하게 들고 다니던 레가릭과 정신을 잃은 입실론의 숙여진 고개도 이런저런 상상력을 자극하기에 충분했다. 쉬이 접근하지는 못하고 서로 눈치만 보던 와중 한 무리의 여행자들이 그들의 선두로 접근했다.


뚜벅. 뚜벅. 뚜벅.


땅만 가득 채우던 레가릭의 시야에 누군가의 발이 들어왔다. 그는 천천히 고개를 들어 올려서 발의 주인을 시야에 담았다. 재수 없는 금발 대가리였다.


“뭐냐? 아서. 꺼져라.”


“레가릭, 답지 않게 험한 꼴을 당했군. 뭔가 재미난 걸 본 거야. 맞지?”


“좋게 말할 때 눈앞에서 꺼져라. 오늘은 상대해줄 기분이 아니야.”


“정보를 넘겨라.”


지켜보던 이들은 단도직입적인 그의 모습에 경악했고 바로 앞에 있던 레가릭은 표정을 살벌하게 일그러뜨렸다. 그의 왼편을 지키던 거한의 사내는 울컥하며 말했다.


“이 빌어먹을 새끼가...!”


허나 지금의 그에게는 아서와 동등한 입장에서 말을 할 수 있을 어떠한 권리도 남아있지 않았다. 그 사실은 레가릭이 가장 잘 알았기에 그는 이내 화를 가라앉히고 손을 가볍게 들어올려 그를 제지했다.


“피곤하군. 이렇게 다짜고짜 물고 들어오는 너의 저의는 내가 어떻게 판단해야 하지? 알카트레즈에 대한 공개적인 시비라고 생각해도 되는 건가?”


“뭐, 우리가 시비 걸면 받아칠 힘은 있고?”


아서가 그의 발치로 턱짓했다. 레가릭의 시선에 그의 그림자가 들어왔다. 그는 고개를 뒤로 급하게 돌려 누군가를 찾았다. 보이지가 않았다.


“그 친구가 보이질 않네.”


까드득.


“그러게 평소에 잘 좀 하지.”


레가릭은 흉흉한 기세를 발산하며 그를 노려봤다. 아서는 쉬이 물러서지 않았다. 눈을 피하지 않고 특유의 능글맞은 미소를 지으며 응대했다. 그 일촉즉발의 긴장감을 깬 것은 당사자인 두 사내가 아니었다. 아서의 옆에서 눈치만 보던 한 여인이었다.


“그만들 하세요. 아서! 그렇게 말하면 기분이 나쁜 게 당연하잖아요. 애시당초 이야기도 전부 사전에 나눴으면서 계획을 망치는 이유가 뭐예요?”


“하하! 에오스, 신경 쓰게 했다면 미안~ 장난도 못 쳐?”


짐짓 아무렇지도 않은 것처럼 말했지만 아서는 이미 검을 뽑을 준비까지 전부 하고 있었다. 레가릭도 그 부분까지 파악하고 있었기에 잔뜩 으르렁댄 것이었다.


‘기분 나쁜 자식.’


“기분이 심히 불쾌하군. 나를 앞에 두고 장난질이라니?”


“그만, 눈 풀어라. 레가릭. 네가 제공할 정보에 대해서는 그 무게에 따라 합당한 대가를 치룰 거니까.”


“그렇게 선심 쓰듯이 말하지 마라.”


아서가 한 걸음 앞으로 나서더니 레가릭의 귀에 얼굴을 가까이 대고 속삭였다.


“보아하니 몸의 상태도 정상은 아닌 것 같고... 거기서 딱히 건진 것도 없을 텐데... 그렇다면 이런 곳에서라도 뭔가 건지는 게 있어야 하지 않겠어?”


말을 마친 아서가 레가릭의 어깨 뒤편을 툭툭 두드렸다.


“크윽...”


애써 감춰둔 상처가 욱신거리는 걸 느꼈다.


“지금부터 1시간 정도 뒤, 해질녘에서.”


“그래. 잘 생각했어. 시간 맞춰서 찾아가지.”


레가릭이 그들에게 제시한 조건은 간단했다. 놈을 죽인 뒤에 나오게 될 부산물의 2할.


“아무것도 하지 않고, 고작 위치만 하나 툭 던진 대가로 2할? 지금 그쪽은 이게 말이 되는 거라고 생각해?”


“글쎄... 고작 위치라고 할 정도라면 잘나신 그쪽 분들이 찾으셨어야하는 거 아닌가?”


“운이 좋았을 뿐이잖아.”


“그 운도 실력이지. 장담하지. 정석적인 방법으로는 절대로 찾을 수 없다.”


입구를 제외한 내부의 공간은 전부 왜곡이 걸려 있었다. 실력으로 찾기 위해선 왜곡을 감지하는 마병이나 실력자가 필요했다. 공간 계통의 하급 마법은 대부분이 소실. 그렇기에 그걸 감지해낼 실력자도 없었다.


“우리가 공짜로 요구하는 것도 아니야. 놈을 공략하는 도중에 얻은 정보와 남은 물자들도 제공하겠다.”


아서는 머리로 끝없이 셈을 했다.


“놈은 어땠지?”


“장담하지. 네놈도 박살이 날 거다.”


“밤의 기사들은 패배를 모르지. 그에 합당한 실력도 갖추고 있고. 우리는 누구처럼 개별 길드로 도전하지 않아. 다수의 여행자들과 협력할 거다.”


“참 잘나셨군. 네놈이 그 괴물을 직접 본다면 그런 생각이 싹 가실 텐데 말이야.”


“응원 좀 하지. 결국 우리가 성공해야 너희한테 돌아갈 몫도 생기는 건데.”


밀고 밀리는 신경전 끝에 나온 결론은 간단했다. 아서는 레가릭에게 지금 즉시 현금 10,000 골드를 지불하고, 계층의 왕을 토벌하게 된다면 나오는 보상의 1할을 지급하는 것이었다.


계약을 작성하면서도 레가릭은 단 한순간도 그들이 성공할 거라는 생각은 하지 않았다. 그래서 돈이라도 받아내기 위해서 싸운 결과가 10,000. 예상치에는 못 미쳤지만 사실상 죽은 정보로 받은 거라고 생각한다면 나쁘지 않았다.


“32번 구역이다. 가장 거대한 세 개의 바위를 찾아라. 그 중심에 숨겨진 계곡으로 가는 길이 있어.”


“계층의 주인에 대한 정보는? 잠깐이라도 상대해봤다면 아는 게 있을 텐데?”


레가릭은 그의 뻔뻔한 물음에 그를 잠시간 노려보더니 이내 실소를 터뜨렸다.


“크다. 엄청나게 강하더군. 다만 마법이 통용되지 않는 수준은 아니다.”


“그게 다야? 실망인데?”


“알고도 묻는 건지 정말로 궁금한 건지 묻고 싶군. 대답은 글쎄... 그건 네가 직접 가서 확인해보면 될 일이지.”


이들이 건물 내부에서 밀담을 나누는 사이, 바깥에서 프리드는 다른 여행자들 못지않게 조바심을 느끼고 있었다.


“하레이, 이거 엿듣기라도 해야 하는 거 아니야?”


엿듣는 걸 허락할 정도로 가벼운 녀석들이 아닐 건 알고 있었지만 그래도 시도조차 하지 않고 기회를 날리는 것보다야 낫지 않겠는가? 프리드도 타이밍이 잘 맞아서 알카트레즈가 복귀하는 걸 전부 지켜볼 수 있었다. 그리고 그의 직감이 강렬하게 말했다.


‘저 새끼들 무조건 발견했다. 이번엔 진짜야.’


나중에 기회만 난다면 넌지시 다가가서 물어볼 생각이었다. 그런데 아서 녀석이 갑자기 선수를 치고는 레가릭을 데리고 가버리는 게 아닌가?


‘하긴 내가 눈치를 챌 정도면 아서 정도가 모를 리가 없지.’


아서나 그가 이끄는 길드의 실력은 정평이 나있었기에 더욱 조바심이 난 것 같다. 허나 그런 프리드의 마음을 아는지 모르는지 하레이는 그저 초연하기만 했다.


“프리드? 일단 진정하고 조바심은 금물이야. 그렇게 재촉하면 될 만한 일도 안 되는 법이니까. 진득하게 기다리면 전부 운명이 이끄는 대로 흘러간다네.”


“그놈의 운명론은 지랄하고 있네. 난 내 밥상 건드는 건 못 봐.”


프리드는 그렇게 구시렁대며 건물을 기웃거렸다. 들어보려고 안간힘을 써봤지만 들리는 건 전무했다. 결국 그들이 나올 때까지 얻은 수확은 제로. 하지만 마냥 죽으라는 법은 없는 건지 아서가 그날 밤 층계 내의 여행자들을 대상으로 소집을 공포했다.




제 글이 여러분에게 어떤 방향으로라도 영향을 끼쳤기를 바랍니다.


작가의말

2-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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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2 161. 왕이 잠든 땅 (5) 22.02.19 31 0 12쪽
161 160. 왕이 잠든 땅 (4) 22.02.15 29 0 12쪽
160 159. 왕이 잠든 땅 (3) 22.02.08 34 0 11쪽
159 158. 왕이 잠든 땅 (2) 22.02.01 32 0 12쪽
158 157. 왕이 잠든 땅 (1) 22.01.25 35 0 12쪽
157 156. 3월의 층 (18) 22.01.18 34 0 12쪽
156 155. 3월의 층 (17) 22.01.11 36 0 13쪽
155 154. 3월의 층 (16) 22.01.04 31 0 14쪽
154 153. 3월의 층 (15) 21.12.28 27 0 13쪽
153 152. 3월의 층 (14) 21.12.24 32 0 12쪽
152 151. 3월의 층 (13) 21.12.20 43 0 13쪽
151 150. 3월의 층 (12) 21.09.29 41 0 12쪽
150 149. 3월의 층 (11) 21.08.24 43 0 12쪽
149 148. 3월의 층 (10) 21.07.05 43 0 13쪽
148 147. 3월의 층 (9) 21.06.29 50 0 12쪽
147 146. 3월의 층 (8) 21.06.22 51 0 13쪽
146 145. 3월의 층 (7) 21.06.15 54 0 12쪽
145 144. 3월의 층 (6) 21.06.08 59 0 12쪽
144 143. 3월의 층 (5) 21.06.01 56 0 12쪽
143 142. 3월의 층 (4) 21.05.25 55 0 12쪽
142 141. 3월의 층 (3) 21.05.18 54 0 12쪽
141 140. 3월의 층 (2) 21.05.11 55 0 12쪽
140 139. 3월의 층 (1) 21.05.04 59 0 12쪽
139 138. 1월의 층 (11) 21.04.27 56 0 12쪽
138 137. 1월의 층 (10) 21.04.20 72 0 12쪽
137 136. 1월의 층 (9) 21.04.13 60 0 12쪽
136 135. 1월의 층 (8) 21.04.06 58 0 12쪽
135 134. 1월의 층 (7) 21.03.30 62 0 12쪽
134 133. 1월의 층 (6) 21.03.23 67 0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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