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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 귀찮게 좀 하지 마라

웹소설 > 일반연재 > 판타지, 드라마

휴학생P
작품등록일 :
2020.05.14 19:41
최근연재일 :
2022.05.17 09: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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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34,1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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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02.19 0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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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쪽

161. 왕이 잠든 땅 (5)

안녕하세요~




DUMMY

프리드는 조심스레 모래 위로 기어 올라왔다. 도시로 떨어진 방법은 애초에 정식 루트도 아니었고 도시와 바깥을 이어주는 통로는 분명히 존재했다.


수호자들이 프리드에게 팁 아닌 팁이라며 준 정보는 단 하나였다. 뇌광의 파수꾼은 오아시스 거북의 등에 박힌 보석을 좋아한다는 것이었다.


그의 엄지와 검지 사이에 들린 작은 보석이 태양빛을 담았다. 보석을 통과한 빛은 사방으로 뻗어나갔고 그 모습은 마치 낙뢰였다.


“오아시스 거북의 보옥... 뇌광석이라고 했었나. 전기구이 통닭이 퍽이나 좋아하기도 하겠네.”


이거 하나 들고 덩그러니 기다린다고 놈이 올 리가 만무했다. 결국에는 찾으러 나서야 한다는 것도...


끼야아아악!


“예?”


프리드는 잽싸게 뒤를 봤다.


그냥 흔한 독수리였다.


“씁, 설마 했는데 짤도 없네.”


그래도 크기가 거대하니 사막에서 바늘 정도를 찾는 것보다야 나을 수도 있었다.


찌릿.


“아, 따거라.”


주머니에서 짜릿한 전격이 느껴졌다. 뇌광석이었다.


“너는 또 왜 그러시는 거예요?”


뇌광석은 태양빛을 머금기 이전에는 남색 일색의 평범한 외관을 가졌다. 약간 어둑해진 지금은 태양이 진 이후, 그럼에도 기묘한 빛을 내뿜고 있었다.


찌릿!


“아! 이거 뭔데?”


제어가 불가능하니 아공간에라도 넣어둘 생각도 갖고 있었다. 그의 바로 뒤에 뇌전의 기둥이 꽂히기 직전까지만.


콰릉!


거대한 빛의 기둥이 지면에 꽂히고 얼마 지나지 않아 상상 이상의 굉음이 들려왔다.


“찾았다.”


떨어진 낙뢰는 이상하게 그 자리에 남아있었고 그 안에서 놈이 피어나고 있었다. 그 반짝이는 날개를 보고 있자니 자신이 본 게 낙뢰가 아니라 그냥 저 무식한 덩치로 지면을 강하게 내리친 것 같다는 생각까지 들 정도였다.


놈이 날개를 펼치자 그 거대함은 성인 남성 수십을 가볍게 웃돌 수준이었다.


펄럭! 펄럭!


“그냥 반 정도는 허풍이겠거니 했는데...”


존재 자체로 일대에 영향을 주는 몬스터. 이건 이제 일개 몬스터 정도라고 표현하기도 미안한 수준이었다. 놈의 날개 끝에서 검은 뇌운이 끝도 없이 퍼져나가고 있었다. 프리드는 과감하게 창대를 고쳐 쥐었다.


‘어차피 싸울 거였잖아. 못 이길 상대면 붙이지도 않았겠지.’


애써 긴장은 가라앉혔다. 나름의 믿는 구석도 있었다. 수호자들 중 하나가 그에게 건넨 무기였다.


나선의 창. 창날 끝부분이 나선형으로 휘어져 있는 이질적인 형상의 창이었다.


“안 그러냐! 재앙!”


키야아아악-!


“난 날개가 없잖아! 받아가라!”


놈에게 박힌 창대는 프리드와 단단하게 결속되어 있었고, 놈의 거대한 몸체가 비상하기 시작했다. 느슨했던 결속이 팽팽해지자 프리드는 생각했다.


‘하, 이게 맞나.’


놈은 비행을 하면서도 프리드의 손에 잡힌 보석에서 눈을 떼지 못했다. 놈의 날갯짓이 격해졌다.


“야, 야, 야! 잠깐만!”





◎◎◎◎◎





“오늘로 며칠 정도 지났지?”


“노사, 그게...”


“난 괜찮네. 묻는 것에만 답하게.”


전혀 괜찮아 보이지 않았기에 수호자는 더욱 난처한 반응을 보였다. 지금 그의 눈앞에 있는 늙은 바실로프의 모습은 그 정도로 초췌했다.


“오늘로 열흘 하고도 일주일이 더 지났습니다.”


“그런가?”


노사는 젊은 수호자의 말을 듣고는 깊게 한숨을 뱉었다. 외부의 도전자가 얼마나 출중한 능력을 보여줬든 상대는 신화 그 자체였다.


“이리도 허망하게 끝난 거라고 생각하지 않는다네.”


입은 그리 말하고 있었지만, 수호자들이나 몇 붙여줬어야 했나 하는 고민은 머리를 혼란케 했다. 그때였다. 굳게 닫혀있던 사원의 문이 힘없이 열렸다.


“누구... 십니까?”


“ㅁ... 물... 물 좀.”


그곳에는 피골이 상접한 프리드가 서있었다.


털썩.


그의 기억은 거기까지였다. 쓰러진 시야는 천장을 담았고 그런 그의 주위로 수호자들이 몰려왔다.


“시... 발. 물 달라... 고.”


그가 깨어난 건 그로부터 이틀이 지난 뒤였다.





◎◎◎◎◎





“으아아아! 모두 도망쳐!”


“출구로 향해라! 뒤돌아보지 마!”


화르륵!


“사, 살려줘! 내 몸이!”


또 한명의 수호자가 불꽃에 휩싸여 몸부림쳤다. 그의 비명은 죽음의 선율이었다. 듣는 이에게 감동은커녕 공포를 주입하는 재앙의 전주곡. 그의 비명이 끊기기도 전에 재앙의 낮은 울림이 들려왔다.


〈고로로로... 고로로로...〉


“끌끌끌끌... 지독한 악의로구나. 우리를 살려둘 생각이 단 1도 없어. 안 그런가?”


“노사! 여기는 위험합니다! 어서 대피를! 수호자들이 시간을 끌겠습니다!”


오아시스를 중심으로 형성된 도시 일부가 이미 검은 불길에 잠식되어가고 있었다. 지옥을 본 적은 없었지만 아마 대충 이런 모습이 아닐까 느껴지는 순간이었다.


“출구가! 뭔가가 출구를 막고 있어서 전진할 수 없습니다!”


가장 선두에서 안내하던 수호자의 외침에 노사와 최고위로 여겨지는 수호자는 전열로 나아갔고 그들은 볼 수 있었다. 도시와 지상을 이어주는 유일한 출구를 단단히 틀어막고 있는 반투명한 하얀색의 물질을.


이미 수호자와 일부 전사들이 길을 개척하고자 나섰지만 특유의 탄성과 점성은 오히려 무구를 상하게 만들 정도였다.


〈고로로로!〉


전보다 가까운 곳에서 놈의 울음소리가 들려왔다. 상황은 극한으로 달려가고 있었다.


〈고로로로.〉


도시에서 미처 도망치지 못한 바실로프와 건물들을 상대로 학살과 파괴를 자행하던 놈의 시선이 피난의 행렬에 꽂혔다.


섬칫.


짜릿한 감각이었다. 낡은 비늘을 뚫고 그대로 뇌리에 박히는 살기. 실로 오랜만에 느끼는 감각이었다.


“노사!”


“쉬이 포기하지 마라. 수호자들아, 너희는 그러기 위한 존재들이다. 적어도 이 늙은 것보다는 살 가치가 있지. 너희는 다른 바실로프들의 희망이 될 수 있다.”


펄-럭.


우두둑.


노사는 한 몸처럼 걸치고 있던 낡은 로브를 벗어던졌다. 변화는 갑작스러웠다. 거의 낫처럼 굽어있던 허리는 그의 기지개에 기괴한 소리를 내며 펴지기 시작했다.


완전히 허리를 편 그의 신장은 거의 4m에 육박했다. 일반적인 바실로프 전사들보다도 월등한 체구였다.


“노사, 이건 대체...”


“잔말 말고 길을 찾아라. 그 과정에서 얼마든지 헤매어도 좋다. 다만 포기하지 말아라. 바실로프에겐 행동하는 영웅이 필요해.”


“노사...”


“자네는 할 줄 아는 말이 그것밖에 없나? 어서 가도록. 시간은 내가 직접 끌겠다.”


오랜 세월을 살았다고 자부하는 그였지만, 노사에게 이런 모습이 있다는 건 처음 알았다. 그가 알에서 태어났을 당시에도 ‘노사’는 ‘노사’였으니까.


“알겠습니다!”


그의 육체를 구성하는 비늘들은 이제 현역이 아니라는 걸 대변하기라도 하는 것처럼 색이 바래고 흠집이 가득했다.


노사는 하늘을 응시하며 그 팔을 뻗었다. 그 행동의 의도를 파악할 수 없었던 전사들은 노사가 기도라도 하려나 보구나 생각했다.


‘노사, 대체 무슨 생각을 하시는 겁니까...’


슈욱- 팡-!


얇은 파공성과 함께 그의 바로 앞에 거대한 창이 날아와 꽂혔다. 노사는 익숙한 동작으로 그 창을 쥐었다. 그의 근육과 관절들이 다른 이들의 눈에도 선히 보일 정도로 떨리기 시작했다.


“노, 노사! 역시 나이가! 괜히 무리하지 말고 같이...!”


“두 번 말하게 하지 말라!”


천둥과도 같은 노호성이었다. 늘 느긋한 모습만 봤던 그들이었기에 그런 노사의 호통은 그들을 위축하게 만들기 충분했다.


“들어라! 어린 수호자들아!”


그의 목소리가 어찌나 컸던지 모든 이들이 들을 수 있을 정도였다.


“나는 이 생을 충분히 누렸다. 이미 많은 시간을 경험했고 그만큼 많은 시간들을 놓쳤다!”


그의 목소리가 갈라지기 시작했다. 마나를 담아 뱉는 목소리를 노후한 성대가 감당하질 못한 것이다.


“허나 너희들은 아니다! 지금까지 잃은 시간보다 앞으로 지킬 수 있는 시간이 월등하게 많다!”


“노사! 그렇다고 당신이 모든 걸 짊어질 필요는 없습니다! 그 누구도 당신이 그렇게 되기를 원하지 않습니다!”


“붙잡아라! 나아가라!”


노사의 흉터 가득한 뒷모습에 수호자들은 뭔가 올라오는 걸 느꼈다. 그 순간, 그들의 시선에는 확실하게 투영되었다. 하늘에서 떨어진 재앙에 맞서는 시대의 방패가.





◎◎◎◎◎





눈을 뜨자 보이는 건 낯익은 천장이었다.


“그래, 이제 정신이 좀 드나?”


“예에.”


“그럼 이야기나 조금 나누지. 몰골을 보니 꽤나 험한 꼴을 당하고 온 것 같은데... 실패한 건가? 미안한 질문이지만 대체 어떻게 살아서 돌아온 건가? 뇌광의 파수꾼은 진짜 사냥꾼일세. 실패는 곧 죽음이야.”


프리드는 당장에라도 입을 열고,


“빌어먹을 영감, 질문은 하나씩 하라고. 뒤질 것 같으니까.”


라고 말해주고 싶었지만, 그만 피식 웃어버리고 말았다. 백 마디 말을 하는 것보다 보여주는 게 더 빠르고 편했다. 그의 오른손에서 빛이 터졌다. 빛이 걷힌 그의 손바닥에는 기물이 있었다.


뇌전이 넘실거리는 구형의 물체. 전체적인 색깔은 팍 죽어있었지만 그게 어떤 생물의 ‘안구’라는 건 보자마자 알 수 있었다.


“이건!”


프리드는 피식 웃었다.


“다음.”





◎◎◎◎◎





이야기는 그가 괴조의 다리에 창을 꽂아넣은 그 순간으로 돌아간다. 나선의 창이 깊숙이 박혀들어가자 놈은 그대로 허공으로 날아올랐다. 낮은 대기층을 순식간에 돌파하고 하늘의 끝이라고 할 수 있는 지점까지 도달하자 프리드는 그만 정신을 잃고 말았다.


놈이 쉴 새 없이 방출하는 전격과 터질 것 같은 풍압, 희박한 대기 안에서 그는 창과 팔목을 연결한 선 하나에 의지해 대롱대롱 매달려 있었다.


놈이 프리드를 성가셔하며 발버둥을 칠수록 나선의 창은 놈의 살갗을 파고들었다. 놈이 다시금 지상에 착지하려 할 때 즈음 프리드는 정신을 차릴 수 있었다.


키야아아아-악!


번쩍! 번쩍!


놈이 포효하자 하늘에서 푸른 낙뢰가 떨어졌다. 이어진 모습은 더욱 놀라웠다. 놈의 전신이 푸르게 물들더니 날개 끝부터 시작해서 서서히 빛으로 화하는 게 아닌가?


물론 놈의 변화는 목표를 이루지 못하고 원래의 상태로 돌아와야 했다.


‘이 녀석 덕분인가?’


독립된 상태에서 얼마든지 빛 입자로 변할 수 있었던 놈의 육신은 나선의 창이 직접적으로 개입함으로서 그 독립성을 잃어버린 걸로 추측되었다.


그 말은 즉 이전까지 가지고 있던 불멸성과 유동성 또한 잃게 되었거나 최소한 제약이 생겼다는 말이 성립했다.


프리드는 힙겹게 땅을 딛고 일어서 새벽을 머리 위로 들었다.


“이 닭대가리 새끼야. 이기고 싶으면 내려오질 말았어야지. 위너 위너 치킨디너다.”


프리드가 놈에게 끌려다니는 내내 그의 몸을 지탱해준 저 얇은 끈. 오크의 층에서 정령석과 함께 얻어왔던 거인의 힘줄이었다. 놈은 계속해서 포효를 내지르며 입자화를 노렸지만 소용없었다. 놈은 그의 사정권 안에 있었다.


“착검.”


스읍-하...


“그리고 일검.”




제 글이 여러분에게 어떤 방향으로라도 영향을 끼쳤기를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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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61. 왕이 잠든 땅 (5) 22.02.19 30 0 12쪽
161 160. 왕이 잠든 땅 (4) 22.02.15 29 0 12쪽
160 159. 왕이 잠든 땅 (3) 22.02.08 34 0 11쪽
159 158. 왕이 잠든 땅 (2) 22.02.01 32 0 12쪽
158 157. 왕이 잠든 땅 (1) 22.01.25 35 0 12쪽
157 156. 3월의 층 (18) 22.01.18 34 0 12쪽
156 155. 3월의 층 (17) 22.01.11 36 0 13쪽
155 154. 3월의 층 (16) 22.01.04 31 0 14쪽
154 153. 3월의 층 (15) 21.12.28 27 0 13쪽
153 152. 3월의 층 (14) 21.12.24 32 0 12쪽
152 151. 3월의 층 (13) 21.12.20 43 0 13쪽
151 150. 3월의 층 (12) 21.09.29 41 0 12쪽
150 149. 3월의 층 (11) 21.08.24 43 0 12쪽
149 148. 3월의 층 (10) 21.07.05 43 0 13쪽
148 147. 3월의 층 (9) 21.06.29 50 0 12쪽
147 146. 3월의 층 (8) 21.06.22 51 0 13쪽
146 145. 3월의 층 (7) 21.06.15 53 0 12쪽
145 144. 3월의 층 (6) 21.06.08 58 0 12쪽
144 143. 3월의 층 (5) 21.06.01 55 0 12쪽
143 142. 3월의 층 (4) 21.05.25 55 0 12쪽
142 141. 3월의 층 (3) 21.05.18 54 0 12쪽
141 140. 3월의 층 (2) 21.05.11 55 0 12쪽
140 139. 3월의 층 (1) 21.05.04 59 0 12쪽
139 138. 1월의 층 (11) 21.04.27 56 0 12쪽
138 137. 1월의 층 (10) 21.04.20 70 0 12쪽
137 136. 1월의 층 (9) 21.04.13 60 0 12쪽
136 135. 1월의 층 (8) 21.04.06 58 0 12쪽
135 134. 1월의 층 (7) 21.03.30 62 0 12쪽
134 133. 1월의 층 (6) 21.03.23 65 0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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