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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 귀찮게 좀 하지 마라

웹소설 > 일반연재 > 판타지, 드라마

휴학생P
작품등록일 :
2020.05.14 19:41
최근연재일 :
2022.05.17 09:05
연재수 :
188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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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수 :
1,034,1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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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03.23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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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
12쪽

133. 1월의 층 (6)

안녕하세요~




DUMMY

“하아... 지벡, 이래서 본대랑 합류하라고 했잖아요. 괜히 어울려서 좋은 것도 없다니까.”


갑자기 인파 속에서 한 남성이 사람들을 비집고 나오더니 사내의 투구를 주워서 주인에게 돌려줬다.


“낸들 이런 일이 생길 줄 알았나?”


“당신은 그 오지랖이 문제입니다.”


사내는 날카로운 눈빛으로 견갑을 바라봤다. 화가 났다거나 하는 눈은 아니었지만 결코 긍정적인 눈빛도 아니었다.


“그래서 얼굴을 확인하셨는데... 이제 좀 만족하셨나?”


“뭐요? 그래서 댁은 누군데? 떫으요? 불만이 있으면 한번 떠도 좋고.”


“저게 진짜...”


“그만. 네가 흥분할 필요 없어. 모를 수도 있지.”


지벡이라는 사내는 여유로운 눈빛으로 그를 바라봤다. 그러고는 서서히 입을 뗐다.


“어느 국가에서 활동하는지 모르겠지만 내 이름은 지벡이다. 아틀라스의 지벡. 그렇게 싸우고 싶다면 길드 아틀라스가 주둔하는 곳으로 오던지.”


소속을 밝히는 것. 자신이 있다는 증거였다. 그러니 그쪽도 자신이 있다면 얼마든지 찾아오라. 나는 얼마든지 널 짓밟을 수 있다.


반응은 견갑이 아닌 주위로부터 시작되었다.


“아틀라스? 방금 아틀라스라고 했지?”


“세상에... 지벡이다. 진짜 지벡이야. 방랑성 지벡.”


프리드야 모르는 기색이 역력했지만 아무래도 나름 유명한 사람인 듯. 군중들이 그를 알아보고 다가오자 견갑은 당황한 기색을 감추지 못했다.


“지벡 님! 오늘도 파이팅하십쇼!”


“지벡! 휘광에게 직접 가르침을 받았다는 게 진짜입니까!”


입소문을 타자 그의 주위로 사람들이 모이는 건 그야말로 순식간이었다. 졸지에 나가리 된 견갑은 어느새 도망치듯이 자리를 떴고 정체가 까발려진 지벡만 군중에게 둘러 쌓여서 고통만 받고 있었다.


“저 친구도 어지간하네. 유명인들도 나름 불편하겠다.”


주워들은 정보를 조합했다. 그의 이름은 지벡. 대륙 서방의 삼국이 아닌 중부에서 활동하는 여행자이며 길드 아틀라스의 장이었다. 아무래도 거대한 길드의 얼굴마담인지라 날파리들이 쉼 없이 꼬여들었다.


그도 그게 난처하기는 마찬가지였던지 잽싸게 헬멧을 쓴 뒤, 이동에 방해가 되니 여기서 이러는 건 자중해주라는 투로 사람들을 물렸다.


“으아아아~ 여러분~ 제발요!”


그가 고통 받는 모습이 안쓰럽기도 했지만 뭐 어떤가? 프리드는 완벽한 타인이었기에 그저 신기한 구경거리에 지나지 않았다.


“저런 관심이라면 정중하게 거절하고 싶네.”


그가 고통 받는 모습을 보며 걷자 선두는 어느새 계곡의 입구에 다다랐다. 허나 막상 도착한 그곳은 사전에 설명했던 모습과는 사뭇 다른 분위기를 풍기고 있었다. 아서는 말없이 레가릭을 바라봤다.


“지금 이 그림은 조금 설명이 필요할 것 같은데...”


“좆됐군. 대체 언제부터 이렇게 된 거지!”


여전히 영문도 모른 채 그들의 뒤를 따르는 여행자의 행렬. 너무나도 길었다. 아무리 봐도 퇴로는 지나온 그 길뿐이었는데 현실적으로 그들 모두를 물리기란 무리였다.


“구역질이 절로 나오네.”


“크르르...”


낮은 짐승의 울음소리가 계곡의 어둠에서 새어나왔다. 계곡 곳곳에 흩뿌려진 진홍색의 피와 장기로 보이는 그로테스크한 오브젝트들. 여러 요소들이 조합되어 끔찍한 분위기를 형성했다.


“천천히... 절대 당황하지 마. 아직 죽고 싶은 생각은 없으니까.”


놈들이 쳐둔 덫에 완벽하게 들어와 버렸다. 어둠 속에서 노골적인 적개심이 느껴졌지만 투기의 주체는 모습을 드러내는 법이 없었다.


설상가상으로 계곡의 깊은 길은 아직 해가 지지 않았음에도 빛이 거의 들지 않았다. 가시거리는 극도로 축소되어 각자가 어둠을 밝힐 수 있는 범위에 한정되었다.


“눈을 가린들 존재 자체를 부정할 수 있을까. 불쾌해.”


“최악이군. 왜 굳이 포위까지 했으면서 덤벼들지 않는 거지?”


살라딘이었다. 아서의 최측근에서 대기하던 그는 아서에게 자신이 파악한 정보를 그대로 전달했다.


“방심했어. 기껏해야 짐승 수준의 지능이라고 생각했는데...”


“네가 눈치 채지 못했을 정도라면 놈들도 기감을 숨기는 데에 상당히 능숙하다는 거네. 네 잘못이 아니야.”


“인정하기는 싫지만... 그렇게 생각해주니 고맙군. 지금은 느껴져.”


“놈들의 대략적인 수는?”


“셀 수가 없어. 계곡을 비롯해서 숲 구석구석까지 완전히 장악하고 있다.”


“퇴로는?”


“퇴로는... 없다.”


“더는 숨길 필요가 없다. 이런 말이겠군.”


쨍그랑!


“에오스!”


“...척후병들에게 빌려줬던 반쪽이 부서졌네요. 그쪽도 썩 좋지는 않은 상황이겠네요.”


아서가 처음 모습을 드러냈을 때부터 아서와 함께 했던 여인. 그녀의 손에 들려있던 마병으로 보이는 수정구가 실금을 일으키더니 그대로 깨져버렸다.


이게 의미하는 바는 너무나도 직관적이며 간단했다.


그들을 둘러싼 모든 상황이 그들에게 선택을 강요했다. 각 그룹의 리더라고 할 수 있는 여행자들의 모든 시선이 아서를 향했다.


“결정을 내려라. 네가 하지 않는다면 내가 하겠다. 아서.”


아서의 입이 달싹거렸다. 그가 결국 결정을 내린 듯 입을 뗀 순간이었다. 그들 모두의 머리를 관통하듯이 울려 퍼지는 목소리가 어딘가에서 들려왔다.


〔미물들아. 공포에 울부짖어라.〕


끔찍했다. 머리 내부로 직접적으로 스며드는 기괴한 음성. 함께 동반된 뼈를 얼리는 것 같은 냉기에 여행자들의 사고가 얼어붙었다.


그것은 지독히도 오만한 선언이었다.


“...” 


“크읍...”


곳곳에서 신음소리가 흘러나왔다.


〔죽음이 두렵거든 그대로 줄행랑이라도 쳐봐라. 이곳에 발을 들인 이상 네놈들에게 생도는 존재하지 않는다.〕


실체가 보이지 않는 그 강대함. 당연히 대열에서 이탈해서 도망치려고 하는 이들도 발생했다. 하지만 그들의 바람은 제대로 이뤄지지 않았다. 어느새 퇴로는 완전히 폐쇄되어 있었다.


“이거... 그래도 제대로 찾아오기는 했구만. 이것도 호재라면 호재구만.”


돌아갈 수 있는 길은 없었다.





◎◎◎◎◎






“우웁... 대체 이런 것만 몇 번째야? 지독한 새끼들...”


“앞으로 못해도 열댓 번은 더 보게 될 텐데 뭘... 이제 네가 익숙해지는 게 차라리 더 편할 거다.”


그레이 트롤들의 토템을 만드는 습성은 이미 잘 알려진 사실이었다. 다만 지금 그들이 연속해서 마주하고 있는 토템은 여러 부분에서 그들이 알던 것보다 배는 끔찍했다.


짐승의 머리와 척추를 중심으로 먹지 못하는 내장이나 맛이 덜한 부위를 되는대로 엮어서 만드는 것이 그들의 토템이었다. 놈들은 사로잡은 인간을 이용해서 똑같은 짓을 벌여둔 것이었다.


“그윽... 죽... 여줘.”


“꺄아아악!”


누군가의 신음에 정면만 바라보던 여자 여행자는 횃불로 길의 측면을 밝혔다. 그녀는 빛이 밝힌 길목에 위치한 누군가를 확인하고는 그대로 자리에 주저앉고 말았다.


토템이었다. 인간으로 만든 토템. 놀랍게도 육체의 기능이 완전히 정지한 걸로 보인 인간은 살아서 신음을 흘리고 있었다.


“보아하니 흑마법이네요. 저주 계통으로 살덩이에 영을 억지로 붙잡아뒀어요.”


“그쪽은?”


“그래도 이름 정도는 외울만한 사이라고 봤는데 그쪽은 아니었나 보네요.”


“그닥... 그쪽이 친한 건 우리 쪽 꼬맹이지 내가 아니었으니까요.”


“그건 용케 기억하시네요. 참고로 그쪽이 아니라 카나에요.”


프리드는 말없이 토템을 응시하더니 검을 꺼내들었다. 카나는 그가 뭘 하려는지 이해한 것인지 조용히 고개를 돌렸다.


서걱.


망설임이라고는 느껴지지 않는 깔끔한 일 검이었다. 새벽의 희미한 빛이 토템을 반으로 갈랐고 사로잡힌 영혼은 해방됐다.


“불쾌해. 아주 불쾌한 기분이야.”


“최선이었어요.”


“댁네 괴력녀가 있는 곳으로 돌아가요. 느낌이 좋지 않습니다.”


이동하는 도중에 있었던 잠깐의 해프닝이었다. 그 주체를 파악할 수는 없었지만 그레이 트롤 중에서도 상당한 수준의 사술을 부릴 수 있는 존재가 있다는 걸 여행자들에게 각인시킨 일이기도 했다.


실종되거나 사망했다고 알려진 여행자들의 시신도 간혹 보였으나 대부분은 역시 가장 최근에 큰 피해를 입은 알카트레즈 쪽의 여행자들이었다.


누구 하나, 그들을 위해 울어주는 사람은 없었다. 다만 같은 인간을 가지고 이런 변태적인 미학을 표현한 야만족에 대한 반감에 얼굴을 일그러뜨리는 사람들은 더러 있었다.


“빛이군.”


“드디어 계곡의 끝이야.”


선두에서 계곡의 종점을 알리는 강렬한 빛을 포착했다.


“글쎄... 저게 진짜 빛일지, 아니면 놈들의 아가리일지는 봐야 알겠지.”


누군가가 말했다. 그들은 각자의 무기를 고쳐 잡았다. 줄곧 어둠을 걷다 강렬한 일광에 노출된 탓이었을까? 하얗게 물든 그들의 시야가 걷히고 나자 보이는 건 거대한 분지였다.


“이 시간을 고대하고 또 고대했다.”


아서는 조용히 읊조렸다. 도전 정신이 열어젖힌 거대한 문 속에는 시련을 빙자한 무기한의 구속이 봉인되어 있었다. 명확한 답안이 보이지 않는 긴 방황 속에서 그들은 드디어 안개의 끝을 엿볼 수 있었다.


“기만이라는 안개를.”


분지의 전역을 내려다볼 수 있는 높은 언덕. 그곳에서 그들은 볼 수 있었다. 투쟁의 대상이라고는 생각되지 않을 정도로 거대한 존재를. 거의 작은 산이라고 볼 수 있을 정도의 회색 거인이 기우뚱 몸을 일으켰다.


-------------------------------


1월의 층. 갈망하는 자. 로드 앙그리아와 조우합니다.


-------------------------------


“앙그리아, 그게 네가 만든 기만의 이름이었구나.”


거대한 트롤은 계곡을 빠져나온 인간의 행렬을 바라보며 서늘한 웃음을 보였다.


〔그아아아아아!〕


그는 거대한 두 발을 딛고 대지 위에 우뚝 서더니 여행자들을 향해서 포효하기 시작했다. 그것은 일종의 신호탄이었다. 층계의 주인이 내리는 명령에 종속된 미물들은 일제히 달려 나갔다.


개전이다.


사방에서 자리를 잡고 있던 그레이 트롤들이 그들을 덮쳤다. 분지에서 기다리던 병력들부터 그들을 뒤에서부터 조이던 녀석들까지.


“그래. 참 오래도 기다렸다.”


프리드는 계곡 위에서 떨어지는 트롤의 비를 보고 탄식을 내뱉었다. 계곡의 어둠 속에서도 트롤들을 끊임없이 쏟아지고 있었다.


어쩌면 계곡에 발을 들인 그 시점부터, 이 전장에서, 전방부터 후방까지 안전한 곳이란 존재하지 않았다.


“전원! 응전한다! 수가 많을 뿐이야! 초원에서 상대하던 것들과 다를 바가 없다!”


“당신이 없는 밤은 어둡고 무섭습니다. 부디 제가 보듬는 모든 이들에게 당신의 축복을 내려주세요!”


여신의 이명을 지닌 여행자답게 그녀의 등 뒤로 일순 거대한 달이 떠오르는 착시를 일으켰다. 여행자들의 무구에 달의 기운이 미약하게 서렸다.


전장을 살피던 아서의 뒤로 검은 홀이 열리더니 덩치가 일반 트롤의 곱절은 되어 보이는 회색의 팔이 튀어나왔다. 일촉즉발의 상황이었다.


쉬이익-! 퍽!


“아?”


“조심하라고. 아서. 넌 중요한 전력이니까.”


카니발의 스태프에서 발산된 청색의 마나가 정확히 그 팔을 타격해서 밀어냈다. 어마어마한 반동이었다.


“다음은... 없다!”


“이거 빚을 졌군.”


“알면 성공시켜라. 빚에 대한 이자는 후에 곱절로 받지.”


“페르세우스는 전위로 나선다! 나머지는 각자의 위치에서 그들을 보조한다!”




제 글이 여러분에게 어떤 방향으로라도 영향을 끼쳤기를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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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2 161. 왕이 잠든 땅 (5) 22.02.19 30 0 12쪽
161 160. 왕이 잠든 땅 (4) 22.02.15 29 0 12쪽
160 159. 왕이 잠든 땅 (3) 22.02.08 34 0 11쪽
159 158. 왕이 잠든 땅 (2) 22.02.01 32 0 12쪽
158 157. 왕이 잠든 땅 (1) 22.01.25 35 0 12쪽
157 156. 3월의 층 (18) 22.01.18 34 0 12쪽
156 155. 3월의 층 (17) 22.01.11 36 0 13쪽
155 154. 3월의 층 (16) 22.01.04 31 0 14쪽
154 153. 3월의 층 (15) 21.12.28 27 0 13쪽
153 152. 3월의 층 (14) 21.12.24 32 0 12쪽
152 151. 3월의 층 (13) 21.12.20 43 0 13쪽
151 150. 3월의 층 (12) 21.09.29 41 0 12쪽
150 149. 3월의 층 (11) 21.08.24 43 0 12쪽
149 148. 3월의 층 (10) 21.07.05 43 0 13쪽
148 147. 3월의 층 (9) 21.06.29 50 0 12쪽
147 146. 3월의 층 (8) 21.06.22 51 0 13쪽
146 145. 3월의 층 (7) 21.06.15 53 0 12쪽
145 144. 3월의 층 (6) 21.06.08 58 0 12쪽
144 143. 3월의 층 (5) 21.06.01 55 0 12쪽
143 142. 3월의 층 (4) 21.05.25 55 0 12쪽
142 141. 3월의 층 (3) 21.05.18 54 0 12쪽
141 140. 3월의 층 (2) 21.05.11 55 0 12쪽
140 139. 3월의 층 (1) 21.05.04 59 0 12쪽
139 138. 1월의 층 (11) 21.04.27 56 0 12쪽
138 137. 1월의 층 (10) 21.04.20 70 0 12쪽
137 136. 1월의 층 (9) 21.04.13 60 0 12쪽
136 135. 1월의 층 (8) 21.04.06 58 0 12쪽
135 134. 1월의 층 (7) 21.03.30 62 0 12쪽
» 133. 1월의 층 (6) 21.03.23 66 0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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