퀵바

ㅎㅇ

아, 귀찮게 좀 하지 마라

웹소설 > 일반연재 > 판타지, 드라마

휴학생P
작품등록일 :
2020.05.14 19:41
최근연재일 :
2022.05.17 09:05
연재수 :
188 회
조회수 :
45,548
추천수 :
1,358
글자수 :
1,034,157

작성
21.03.02 08:35
조회
76
추천
0
글자
11쪽

130. 1월의 층 (3)

안녕하세요~




DUMMY

아마 다른 장소였다면 근처 정도는 둘러봤겠지만 여기는 위험했다. 괜히 혼자 쏘다니다 그레이 트롤 다섯 이상을 조우한다면 그에게도 낭패였기에 그는 복귀를 택했다.


도착한 본대에서도 그의 모습은 찾아볼 수 없었다. 할 수 없이 그는 아무나 붙잡고 그의 행방을 물었다. 돌아는 왔는지.


“야, 루퍼는? 혹시 돌아왔냐?”


루퍼, 돌아버린 사내의 이름이었다.


“그 약쟁이요? 못 봤는데요?”


“하... 이 고문관 새끼. 대체 뭐야? 그새 약이라도 빨고 어디서 자고 있나?”


구성원이 하나 사라졌지만 레가릭을 제외한 그 누구도 심각하게 생각하는 이가 없었다. 애초에 그들 사이에 유대감이라는 건 존재하지 않았다. 대부분이 레가릭의 악명을 보고 감화되어 콩고물이나 주워 먹으려고 모인 것이기에 굳이 약쟁이 하나에 큰 관심을 보이지 않았다.


“그러니까. 저기 계곡 보이지? 저기만 건너가면 놈들의 본영으로 보이는 거대한 분지가 나온다.”


“수는요?”


“대충 봤는데도 기백이 훨씬 더 넘는 수였다. 정면 승부는 아무리 봐도 아닌 것... 뭐야?”


갑자기 코를 찌르는 악취가 올라왔다. 그는 표정을 있는 그대로 일그러뜨리며 급하게 코를 막았다.


“야이씨, 니들 중에 누구 똥이라도 쌌냐? 이건 또 무슨 좆같은 냄새야?”


그들은 마치 그의 반응을 예상이라도 했다는 것처럼 반응했다. 몇몇이 자리를 이탈하더니 레가릭을 특정한 위치로 안내했다.


“우욱... 씹!”


“보시다시피 얼마 안 된 녀석들입니다.”


“대체 뭘 한 거야! 이 정신 나간 새끼들아!”


생김새는 소와 굉장히 흡사한 짐승이었다. 그 덩치는 상식 속의 소보다 거의 두 배는 거대하다는 게 함정이었지만. 그 거대한 덩치가 거의 반으로 찢어져서 죽어있었다. 찢어진 복부에선 내장이 흘러나와 구더기가 들끓었다.


“대장, 우리가 한 거 아니야.”


“무기를 다루는 솜씨가 그리 좋지는 않아. 봐. 절단면이 엉망이잖아. 일단 도검류는 아니라는 소리야.” 


“솔직히 말도 안 되기는 한데 이 정도면 그냥 잡고 뜯은 거죠. 저 말이 맞아요. 무기로 절단한 건 절대로 아닙니다.”


“헛소리. 저게 그럼 손으로 잡고 완력으로 찢기라도 했다는 건가? 그렇게 큰 생물이 이런 곳에 있을 리가?”


조금 석연찮은 구석이 있었지만 그래봤자 짐승의 시체 아닌가? 몬스터들이 다수 출몰하는 곳에 일반적인 짐승의 시체야 흔하게 보이는 편이니까. 하지만 뒤따라온 이들 중에 그 짐승을 알아보는 여행자가 나타났다.


“엥? 대장? 이거 앵거 바이슨(Anger Bison)아닌가? 이 근방에서 이 똘아이를 죽일 수 있을 만한 짐승은 없을 텐데?”


“앵거 바이슨? 이 소고기가 그렇게 강한 짐승이냐?”


어느새 다가와 시신을 살피던 그가 상세히 답해줬다.


“단일 개체의 신체 능력만 보더라도 충분히 괴물 같은 놈들인데 이놈들이 지독한 게 무리 의존도가 엄청 높은 생물이거든요. 한 놈만 터치해도 우르르 몰려와서 죄다 부수고 짓이기는 놈들이에요. 잡식이라서 고기도 좋아할 텐데.”


“뭐? 그게 무슨 개소리야? 이놈은 한 놈이잖아.”


“크기 보세요. 이 크기면 꽤 작은 개체거든요. 아성체 정도는 될 것 같은데 이렇게 외진 데에서 혼자 죽어있을 크기가 아닌데 좀 의아하네요.”


“아성체? 이게 작은 거라고?”


이어진 그의 말에 의하면 근처에 다른 무리가 있을 수도 있다고 했다. 그들은 일사불란하게 갈라져서 주변을 수색하기 시작했다. 결과는 꽤나 빨리 나왔다. 한 무리의 여행자들이 가장 먼저 끔찍한 광경을 목도하게 되었다.


“우웁... 씨발. 진짜!”


“대장? 여기, 우리가 찾은 것 같아!”


레가릭은 그들의 목소리를 따라서 이동했다. 정말로 그곳에는 설명대로 앵거 바이슨들이 모여 있기는 했다. 전부 아까 그놈처럼 흉측하게 찢어져서 죽은 상태라서 문제였지만. 확실히 아성체라는 말이 사실인지 찢긴 시체들 중에는 비교가 불순할 정도로 거대한 놈들이 대부분이었다.


“이거, 절대로 일반적인 그레이 트롤들이 한 짓은 아니에요. 저 덩치들이 들이받으면 아무리 놈들이라도 사지가 터져나갈 텐데 주위에 놈들의 시체가 있습니까?”


“아니, 깔끔하군.”


“결정적으로 놈들의 몸에 잔 상처가 아예 없어요.”


단서들을 조합하자 끔찍한 결과에 도달했다.


“그럼, 이 지랄 맞은 그림을 단 한 놈이 그렸다고 봐도 무방하겠네.”


“아마도. 저거 보이죠? 반항조차 못했네.”


“오오, 놀라운 추리력!”


“음? 루퍼? 너냐?”


같이 수색을 갔다가 사라졌던 녀석의 목소리였다.


“인마, 어딜 갔다가 이제야 돌아온... 거... 야?”


허나 약쟁이 동료를 생각하며 고개를 돌린 그의 시야에 들어온 것은 사라진 그 친구가 아닌 그들의 머리 위로 드리운 거대한 그림자였다.


〔루퍼? 그 인간의 이름이 루퍼였나 보구나. 두려움에 발버둥 치던 모습이 아직도 눈에 선해. 잘 먹었다. 오랜만에 별미였군.〕


그 압도적인 거체에서 흘러나오는 음성은 그들이 미궁의 입구에서 들은 게 아닌, 루퍼의 목소리였다. 그 덩치와 불쾌한 요소들에 잠시나마 위축되었지만 애시당초 레가릭과 알카트레즈의 목표는 단 하나였다.


“요사스러운 수를 쓰는구나.”


〔이 계층의 지배자인 내게는 일종의 유희지. 이번에는 너희들이 내 장난감이고. 그럼 잘 먹겠다.〕


“알카트레즈! 지금부터 1월의 왕을 사냥한다! 각자 전투준비!”





◎◎◎◎◎





어쩌면 오로지 이날의 사냥만을 위해서 이미 예전부터 준비했던 수많은 대지 계통의 마법 스크롤들. 대열의 곳곳에서 스크롤들이 찢어지며 방대한 마나들이 터져 나왔다.


지면에서 솟아난 식물의 거대한 줄기들이 놈의 몸을 감싸기 시작했다. 처음에야 놈도 코웃음을 쳤지만 그 수가 십 단위를 넘어가자 무시할 수 없었다.


“괜히 아끼지 마라! 어차피 놈을 사냥하면 모두 돌아올 거니까!”


“레가릭! 난 언제부터 움직이면 되지?”


“볼 것도 없어! 지금이다! 총력전이다!”


알카트레즈의 테이머, 입실론이 품은 비장의 무기. 놈이 속박당한 위치의 상공에서 거대한 빛무리가 아른거렸다.


〔크아아악!〕


흩뿌려진 빛무리들은 서서히 뭉쳐서 하나의 형상을 이루기 시작했다. 강대한 존재감. 하등한 생물들은 스스로 무릎을 꿇게 만드는 위대한 피의 아종.


그 빛의 틈바구니에서 파충류 특유의 길게 갈라진 눈동자가 번들거렸다.


“가라! 랜드 드레이크!”


이것이 레가릭이, 알카트레즈가 준비한 최강의 패였다. 실제로 공중에서 낙하한 랜드 드레이크가 놈을 무참히 깔아뭉개고 사정없이 물어뜯을 때만 해도 그들은 의외로 손쉽게 승리할 수도 있겠다는 생각을 품었다.


드레이크는 퇴화한 앞발까지 휘둘러가며 놈을 찢어발기기 시작했다.


“이 세계에 와서까지 괴수 영화를 보게 될 줄은 몰랐는데.”


“그것도 이렇게 생생하게 말이지.”


놈은 대지 계통의 수많은 속박 탓에 여전히 바닥에 깔린 채로 드레이크에게 물어뜯기고 있었다. 역시 이 모습에 가장 뿌듯할 사람은 그 누구도 아닌 입실론이었다.


“마법은 쓰지 못하지만 육체적인 능력만 따지고 들어간다면 단연 육상 최강의 권역 내에 있다. 괜히 드래곤의 먼 친척이라고 불리는 게 아니야.”


진짜 드래곤이 들었다면 경을 칠 수준의 뽕에 차있었다. 당장 드래곤과 비교한다면 레플리카라고 칭하기에도 부끄러울 정도의 관계였지만 그들이 뭘 알겠는가? 당장에 보이는 게 그만큼 어마어마하다는 소리였다.


“계속 몰아붙여라!”


드레이크가 아가리를 쩍 하고 벌렸다. 그 거대한 아가리에 방대한 양의 마나가 모이기 시작했다. 열성종이긴 하나 용들이 지닌 권능의 열화판도 사용할 수 있었다.


‘브레스다.’


“모두 최대한 멀리 떨어져! 브레스다!”


“저 브레스가 끝나고 가세한다!”


화르륵-!


〔크아아악! 뜨거워! 뜨거워!〕


드레이크의 입에서 방사된 거대한 규모의 열폭풍. 놈의 반응을 보니 먹히고 있었다. 놈의 회색 피부에 그을음이 생기는 걸 넘어서 부글부글 끓는 현상이 일기 시작했다.


놈을 속박한 대지계통의 마법들도 같이 타고 있기야 했지만 무슨 문제야 있겠는가? 상황은 명백한 알카트레즈의 우위였다.


“먹히고 있다!”


열정적으로 소리치는 입실론의 모습에 레가릭도 정신을 차렸다.


“너희도 마냥 넋 놓고 있지만 말고 가세해!”


“가자!”


드레이크의 거대한 아가리가 놈의 목을 있는 힘껏 물었다. 피날레를 장식하기 위한 마지막 공격이었다.


콰직! 우득! 우드득!


살벌한 파육음과 뼈가 으스러지는 소리. 그 거대한 친구들이 마구 뒤엉키자 발생하는 먼지의 규모도 어마어마했다. 그 탓에 사실상 대부분의 여행자들은 접근조차 난항을 겪었다.


단지 들리는 소리로 추측밖에 할 수 없었는데 랜드 드레이크가 1월의 왕의 목을 꺾어버린 거라고만 생각했다.


〔우어어어어!〕


허나 놈은 살아있었다. 놈의 광오한 표효성이 자욱하게 떠있던 모래먼지를 흔적도 없이 밀어버렸고 알카트레즈의 여행자들은 그 건너편의 모습을 확인할 수 있었다.


놈의 양어깨에서 이전에는 없었던 이질적인 오브젝트가 돋아나 있었다. 한 쌍의 거대한 흑완. 그 검은 팔들은 랜드 드레이크의 퇴화된 두 날개를 찢은 채로 들고 있었다.


“이럴 수가!”


“래, 랜드 드레이크가...”


꺾였으리라 생각했던 놈의 목은 건재했다. 오히려 머리가 축 늘어진 것은 드레이크였다. 거대한 파충류는 축 늘어진 채로 놈의 발 바로 아래에 깔려 있었다. 입실론은 그 참혹한 광경에 격분하여 소리쳤다.


“이 빌어먹을 새끼가! 당장 거기서 발 떼!”


허나 느껴지는 분노의 크기와는 별개로 몸이 말을 듣지 않았다. 그는 그 자리에서 발조차 뗄 수가 없었다. 계층의 주인은 처음보다 더 위협적인 포스를 풍기며 그를 오롯이 바라보고 있었다. 뭔가 있다면 더 꺼내보란 투로.


“이... 이...!”


씨익.


분명히 미소를 지었다. 은은하게 서린 비웃음. 입실론은 생각했다.


‘너무 이르다. 지금의 여행자가 만나서는 안 되는...’


랜드 드레이크를 잃은 그가 현재 가지고 있는 몬스터라고 해봤자 한참이나 질 떨어지는 머드 골렘이나 표준 규격에서 한창 떨어지는 스톤 골렘들뿐이었다. 그는 주머니에 만져지는 그 보옥들을 계속 굴리기만 했다.


“젠장... 젠장! 젠장할!”


턱.


어느새 그의 뒤로 다가온 레가릭이 그의 어깨에 손을 올렸다.


“냉정해져라. 입실론. 놈은 이상하리만치 건재하다. 이게 절대로 정상적인 상황이라고는 생각되지 않는다.”


알카트레즈의 수많은 여행자들이 놈을 향하고 있었다. 허나 놈이 입은 상처는 거의 없다고 해도 좋을 수준이었다. 재앙과도 같은 자기재생능력이었다. 불공평하게도 놈이 거대한 팔을 휘두를 때마다 근 10여명의 길드원이 사라졌다.


‘뭔가 있다.’




제 글이 여러분에게 어떤 방향으로라도 영향을 끼쳤기를 바랍니다.


이 작품은 어때요?

< >

Comment ' 0


댓글쓰기
0 / 3000
회원가입

아, 귀찮게 좀 하지 마라 연재란
제목날짜 조회 추천 글자수
163 162. 왕이 잠든 땅 (6) 22.02.22 33 0 13쪽
162 161. 왕이 잠든 땅 (5) 22.02.19 31 0 12쪽
161 160. 왕이 잠든 땅 (4) 22.02.15 29 0 12쪽
160 159. 왕이 잠든 땅 (3) 22.02.08 34 0 11쪽
159 158. 왕이 잠든 땅 (2) 22.02.01 32 0 12쪽
158 157. 왕이 잠든 땅 (1) 22.01.25 35 0 12쪽
157 156. 3월의 층 (18) 22.01.18 34 0 12쪽
156 155. 3월의 층 (17) 22.01.11 36 0 13쪽
155 154. 3월의 층 (16) 22.01.04 31 0 14쪽
154 153. 3월의 층 (15) 21.12.28 27 0 13쪽
153 152. 3월의 층 (14) 21.12.24 32 0 12쪽
152 151. 3월의 층 (13) 21.12.20 43 0 13쪽
151 150. 3월의 층 (12) 21.09.29 41 0 12쪽
150 149. 3월의 층 (11) 21.08.24 43 0 12쪽
149 148. 3월의 층 (10) 21.07.05 43 0 13쪽
148 147. 3월의 층 (9) 21.06.29 50 0 12쪽
147 146. 3월의 층 (8) 21.06.22 51 0 13쪽
146 145. 3월의 층 (7) 21.06.15 54 0 12쪽
145 144. 3월의 층 (6) 21.06.08 59 0 12쪽
144 143. 3월의 층 (5) 21.06.01 56 0 12쪽
143 142. 3월의 층 (4) 21.05.25 55 0 12쪽
142 141. 3월의 층 (3) 21.05.18 54 0 12쪽
141 140. 3월의 층 (2) 21.05.11 55 0 12쪽
140 139. 3월의 층 (1) 21.05.04 59 0 12쪽
139 138. 1월의 층 (11) 21.04.27 56 0 12쪽
138 137. 1월의 층 (10) 21.04.20 72 0 12쪽
137 136. 1월의 층 (9) 21.04.13 60 0 12쪽
136 135. 1월의 층 (8) 21.04.06 58 0 12쪽
135 134. 1월의 층 (7) 21.03.30 62 0 12쪽
134 133. 1월의 층 (6) 21.03.23 68 0 12쪽

구독자 통계

신고 사유를 선택하세요.
장난 또는 허위 신고시 불이익을 받을 수 있으며,
작품 신고의 경우 저작권자에게 익명으로 신고 내용이
전달될 수 있습니다.

신고
비밀번호 입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