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ㅎㅇ

아, 귀찮게 좀 하지 마라

웹소설 > 일반연재 > 판타지, 드라마

휴학생P
작품등록일 :
2020.05.14 19:41
최근연재일 :
2022.05.17 09:05
연재수 :
188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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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수 :
1,034,1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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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04.20 0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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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쪽

137. 1월의 층 (10)

안녕하세요~




DUMMY

“오, 눈썰미가 좋네. 저게, 저 사람이 바로 혈창 키리예야. ‘가장 앞서서 걷는 이들’ 중 하나지.”


그는 포위망에서 빠져나와 놈을 향해 서서히 걷기 시작했다. 그가 입고 있는 래더 아머가 서서히 붉어지기 시작했다. 처음에는 마나로 착각했으나 그 특유의 끈적한 질감은 그것이 피라는 걸 알게 해줬다.


“뭐야? 저 사람, 싸우기도 전부터 피를 잔뜩 흘리는데?”


“별거 없어 보이긴 해도 저거 마갑이니까. 키리예가 진심을 내면 그에 반응해서 육체를 잡아먹기 시작하지. 조이면 조일수록 주인의 피를 먹고 강해져. 어찌 보면 그보다 잘 사용할 수 있는 사람은 이 세상에 없다고 봐도 될 정도야.”


“피를 흘릴수록?”


“상태를 보니 오늘은 화가 잔뜩 났네.”


그의 몸에서 흘러내린 피가 바닥이 아닌 갑옷을 향해 스며들기 시작했고, 손을 따라서 흘러내린 일부는 창대를 타고 그대로 흘러서 창날을 적셨다. 선홍빛의 창대와 다르게 순백을 유지하던 창날은 선홍빛을 넘어 검게 변하고 있었다.


“이런, 처음부터 필살기구나. 모두 귀를 막아! 저걸 생으로 경험하면 고막이 남아나질 않을 거다!”


바닥을 향해 늘어뜨린 창대가 그 진동을 서서히 키우기 시작했다. 키리예, 그가 공간을 확장시키고 있었다.


“카니발, 강하지는 않았지만 꿈은 있는 사내였다. 아니, 정정하지. 그는 강한 사내였다. 너는 오늘 한 인간의 꿈을 먹은 대가를 치르게 될 것이다.”


키리예의 붉은 창이 광기를 향해 한 걸음 더 나아갔다. 터질듯 한 마나가 그의 창을 주위로 폭사하고 있었다.


아서는 낮게 읊조렸다.


“혈창, 이제 얼마든지 시작해도 좋다.”






◎◎◎◎◎





여행자들은 심심치 않게 얘기한다. 아니, 비단 여행자에 국한된 이야기가 아니었다. 어쩌면 인간에게만 국한된 이야기가 아닐 수도 있다. 지성을 가진 생명체라면 순위를 새기는 걸 좋아한다.


“그래서 여행자들 중에 가장 센 건 누구일까나?”


“글쎄다. 역시 오펜하임이 아닐까?”


“오펜하임은 언제적 오펜하임이야? 최근에 소식 들은 거 있냐?”


“없기는 하지.”


“걔가 대단한 건 맞는데 솔직히 제대로 싸우는 거 본 사람도 드물어. 소문만 무성하지.”


“막말로 환몽의 탑은 진짜 강한 사람들은 신경도 안 쓰잖아?”


“하긴... 생각해보면 반드라스 그 사람은 환몽의 탑에서 이름을 봤다는 걸 들은 적이 없네.”


“반드라스나 라일라는 항상 같이 다니니까.”


“그 지하에는 뭐가 있으려나?”


“난 아드에 한 표. 처음 봤을 때, 진짜 기사인줄 알았잖아.”


미궁에 들어오고 한 달이 채 되지 않았을 시점에서 들렸던 대화의 일부였다. 이렇게 많은 수의 여행자들이 한 가지 목표를 가지고 모일 일이 또 어디에 있었겠는가?


당연히 상대와 자신의 격차는 어느 정도인지? 강하다고 소문이 자자한 이들 중 과연 누가 더 강할까? 하는 의문은 자연스레 생기기 마련이다.


테이블에 한자리 차지하던 한 어린 여행자가 신나서 말했다. 자신의 키보다 큰 창을 가진 여행자였다.


“키리예! 난 키리예에 한 표 할래요!”


하지만 일행으로 보이는 다른 여행자들의 반응은 무덤덤했다.


“키리예? 그 조루 녀석이?”


“조루? 푸하하하! 딱 어울리는 말이네!”


“피의 마나라고 했었나? 모기냐? 사내가 강직한 맛이 없어.”


페르세우스에 소속되어 다른 강자들에 비해 정보가 꽤나 널리 알려진 키리예였다. 그에 대한 세간의 평가는 의외로 박한 편이었다. 높게 꼽으면 두 번째나 세 번째를 주는 이들도 있었지만 그는 결국 처음이 될 수는 없었다.


“방금까지는 말이지.”


그는 단지 창으로 허공을 꿰뚫었을 뿐이었다. 그 단순한 동작에 놈의 옆구리가 2/3나 날아가 버렸다. 실로 엄청난 위력이었다.


“쯧, 머리를 노렸는데... 아쉽군.”


필살기라는 이름답게 그는 한계치까지 피를 빨아들인 일격을 준비한 것이었다. 과출혈 상태의 그는 여행자들의 부축을 받으며 전장을 이탈했다.


짧지만 충분했다. 이 장소에 있는 모든 여행자들의 뇌리에 강렬히 박히기에 충분할 정도로. 그 정도로 충격적이었다.


“지금이다! 총공격해라!”


그렇게 화려하고 강한 모습을 보여주자 프리드도 참고 있을 수만은 없었다. 콘쿼러를 놈을 향해 던지고는 아공간 안에서 잠들어 있는 새벽을 불러냈다. 아직 새벽에는 잔존하는 정복의 마나가 머금어진 상태였다. 한계까지 응축시킨 붉은 마나를 놈을 향해 분출했다.


〔우어어어어어!〕


한 차례의 긴 포효성을 내지른 녀석은 자신에게 붙은 여행자들을 떨쳐낸 뒤에 전장을 마구 뛰어다니기 시작했다. 고개를 연신 두리번거리는 것이 무언가를 찾고 있는 걸로 보였다.


“치잇, 콘쿼러!”


놈의 발 근처에 박혀있던 백색의 검이 다시 손으로 돌아왔다. 황당할 정도로 단단하다는 특성을 지니던 놈의 피부는 지금에 이르러서는 그 기능을 잃은 상태였다.


“외피가 단단할수록 속살이 야들야들하더라고. 너도 이제 들어갈 것 같더라.”


프리드가 재차 휘두른 검도 별다른 저항감 없이 놈의 육신을 베고 지나갔다. 검을 놈의 육체에 박아 넣고 놈의 숨결과 박동을 느끼니 이제는 정말 얼마 남지 않았다는 게 느껴졌다.


놈도 죽음을 앞두고 미쳐버린 것인지, 아니면 육체가 너무 많은 데미지를 담아버린 것인지 이동이 불가능해질 정도로 여행자들이 몰렸을 때에나 한 번씩 털어낼 뿐이었다. 그것 외엔 일체의 공격의 행위도 하지 않고 뛰어다니기만 했다.


“페르세우스 만세! 키리예 만세!”


놈은 쓰러지지도 않았으나 벌써부터 설레발을 치며 술잔은 다시 드는 이들도 더러 있었다. 그러나 세상의 일이 그들의 생각처럼 쉬운 건 아니었다. 놈은 여행자들을 뚫고 달려나가 입실론이 있는 곳에 다다랐다. 놈은 그 흉측한 손으로 지체 없이 입실론을 붙잡았다.


“으아아! 살려줘! 나, 나한테 왜 이러는 거야!”


〔찾. 았. 다.〕


안 그래도 소름이 끼치는 외관이었는데 그걸 바로 앞에서 보자 입실론은 당연히 겁에 질렸고 최하급 몬스터들까지 소환해가며 저항했다.


그의 품에서 튀어나온 머드 골렘들은 주인을 구하기 위해 어기적어기적 놈에게 달려들었지만 아무런 피해도 줄 수 없었다.


과연 무슨 생각을 하고 입실론을 찾았던 걸까? 그 의도는 곧 알 수 있었다. 놈의 혓바닥이 마치 촉수와 같은 형태로 변하더니 입실론의 가슴을 그대로 꿰뚫었다.


“그윽! 커억!”


즉사였다. 심장을 꿰뚫린 그의 시신은 피와 마나를 자연으로 환원하려고 했지만 끝내 이뤄질 수 없었다. 놈의 혀를 따라서 놈에게 그대로 흡수되기 시작한 것이다.


〔그때, 그, 토, 룡, 어차, 피, 내가, 잡, 은, 것.〕


갑작스레 이어진 놈의 말을 이해하는 데에는 그리 긴 시간이 필요하지 않았다. 파괴된 입실론의 심장에서 빛이 하나 빠져나오더니 서서히 거대해지기 시작했다.


종래에는 만신창이가 되어버린 앙그리아와 맞먹을 정도로 거대해진 그 빛무리는 놈의 발치에서 그 형상을 갖춰가기 시작했다. 사실 이때까지도 대부분의 여행자들은 놈의 의도를 제대로 파악하지 못하고 있었다.


놈은 그대로 드레이크의 사체에 고개를 처박고는 ‘포식’을 시작했다.


우걱우걱

콰작

으걱으걱

우드득!

쭈우우욱!


“우우웁!”


“우웨엑!”


“젠장, 저게 뭐야? 좆같이 역겹잖아!”


너무나도 적나라한 모습이었다. 현대를 살다가 온 그들에게 모자이크가 없는 생식의 현장은 구토를 유발할 뿐이었다.


놈은 쓰러진 드레이크의 복부를 입으로 물어서는 가볍게 찢어서 그 뜨거운 피를 뒤집어썼다. 살점을 씹어 먹었고 내장도 가리지 않았다.


여행자들은 그 섬뜩하기까지 한 광경에 몸이 얼어붙어서 움직이지도 못하고 있었다.


“뭐야? 왜 아무도 안 싸워? 이렇게 좋은 기회가 떨어졌는데?”


모두가 두 손을 놓고 놈을 바라보고 있을 때, 프리드도 놈을 바라보고 있었다. 머리가 시원해지는 감각이 느껴졌다.


“저것도 짐승은 짐승이군. 멍청해. 머리를 이렇게나 낮은 곳까지 내려주는 건 뭐야? 잘라달라고?”


“멍청해도 너만 할까? 놈한테 혼돈과 파멸이 붙었어. 네 마나라도 유효하겠지. 인첸트만 걸고 빠져있어. 하레이.”


왼손에는 새하얀 롱소드. 오른손에는 그보다 배는 두꺼운 어두운색의 대검. 프리드는 놈의 콧등으로 일거에 도약해서 검을 박아 넣었다.


“그만 처먹어. 돼지 새끼야.”


또 이상한 거 처먹고 회복했으면 어떻게 할까 고민하고 있었지만 아직이었다. 아직까지는 그의 검이 별 저항 없이 쑥 하고 들어가는 수준이었다.


한쪽에 징그럽게 몰린 두 개의 눈동자가 뒤룩뒤룩 구르더니 프리드를 포착했다. 물론 이미 프리드는 움직이고 있었다.


“그런 눈으로 쳐다보지 마.”


푸욱.


〔크, 아, 카, 악!〕


두 눈에 사이좋게 한 자루씩 자신의 애검을 선물해줬다. 놈의 덩치와 비교하자면 그야말로 이쑤시개나 다름이 없는 공격이라고 할 수 있었지만 이쑤시개도 깊게 찌르면 아프다. 궁금하다면 자신의 두 눈을 이쑤시개로 찔러보자.


스윽. 서걱! 푸화아악!


검을 박아 넣은 그대로 서로 만날 수 있게 그었다. 눈 근처가 찢어지며 끈적끈적한 액체가 터져나왔다. 흥분한 녀석은 프리드가 서있는 곳이 자신의 머리라고는 생각을 못한 건지 주먹을 휘둘렀다.


“뭐야? 자해하는 거야? 내가 피하면 네가 더 아플 건데.”


놈의 저항을 요리조리 피하면서 놈의 얼굴 곳곳에 칼로 깊은 자상들을 남겼다. 프리드의 집요한 방해활동으로 놈은 포식을 중지할 수밖에 없었다. 그런 놈의 육체는 누적된 데미지에 과격한 운동까지 얹어서 죽음을 재촉하고 있었다.


‘이쯤 했으면 슬슬 할당량은 채웠을 것 같은데... 이제 슬슬인가?’


프리드는 놈의 안면에 검을 한 자루 박아 넣고는 나머지 손을 치켜들며 소리를 질렀다.


“여러분! 이제 얼마 남지 않았습니다. 다들 공격해요!”


넋을 놓고 바라보던 검사가 가장 먼저 움직였다. 그를 필두로 여행자들은 다시 공격을 시작했다.


“그래! 우리도 가만히 있을 수 없지!”


본능에 새겨진 공포는 프리드가 홀로 싸우는 동안 미약하지만 용기에 물들었다. 이미 방어능력을 상실한 놈의 외피는 그들의 공격을 막을 수 없었다.


곧, 그들은 전부터 기다렸던, 바라마지 않았던 걸 볼 수 있었다.






◎◎◎◎◎






쿠웅~!


------------------------------

1월의 왕, 로드 앙그리아를 처치했습니다!

소유하는 자의 아래에 있던 1월의 층을 해방시킵니다.


이제부터 탑 바깥으로의 이동이 자유로워집니다.

공헌도를 추산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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놈의 거대한 핏빛 육체가 그대로 쓰러졌다. 결국 프리드는 그 마지막 순간까지도 놈의 머리 위를 지켰다. 눈앞에서는 한 메시지만 계속해서 떠올라 있었다.


------------------------------------

공헌도를 추산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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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는 몰려오는 피로에 그냥 그 자리에 털썩 주저앉았다. 시야 한쪽에 계속해서 떠있던 메시지가 변경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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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의 공헌도 랭킹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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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글이 여러분에게 어떤 방향으로라도 영향을 끼쳤기를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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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2 161. 왕이 잠든 땅 (5) 22.02.19 30 0 12쪽
161 160. 왕이 잠든 땅 (4) 22.02.15 29 0 12쪽
160 159. 왕이 잠든 땅 (3) 22.02.08 34 0 11쪽
159 158. 왕이 잠든 땅 (2) 22.02.01 32 0 12쪽
158 157. 왕이 잠든 땅 (1) 22.01.25 35 0 12쪽
157 156. 3월의 층 (18) 22.01.18 34 0 12쪽
156 155. 3월의 층 (17) 22.01.11 36 0 13쪽
155 154. 3월의 층 (16) 22.01.04 31 0 14쪽
154 153. 3월의 층 (15) 21.12.28 27 0 13쪽
153 152. 3월의 층 (14) 21.12.24 32 0 12쪽
152 151. 3월의 층 (13) 21.12.20 43 0 13쪽
151 150. 3월의 층 (12) 21.09.29 41 0 12쪽
150 149. 3월의 층 (11) 21.08.24 43 0 12쪽
149 148. 3월의 층 (10) 21.07.05 43 0 13쪽
148 147. 3월의 층 (9) 21.06.29 50 0 12쪽
147 146. 3월의 층 (8) 21.06.22 51 0 13쪽
146 145. 3월의 층 (7) 21.06.15 53 0 12쪽
145 144. 3월의 층 (6) 21.06.08 58 0 12쪽
144 143. 3월의 층 (5) 21.06.01 55 0 12쪽
143 142. 3월의 층 (4) 21.05.25 55 0 12쪽
142 141. 3월의 층 (3) 21.05.18 54 0 12쪽
141 140. 3월의 층 (2) 21.05.11 55 0 12쪽
140 139. 3월의 층 (1) 21.05.04 59 0 12쪽
139 138. 1월의 층 (11) 21.04.27 56 0 12쪽
» 137. 1월의 층 (10) 21.04.20 71 0 12쪽
137 136. 1월의 층 (9) 21.04.13 60 0 12쪽
136 135. 1월의 층 (8) 21.04.06 58 0 12쪽
135 134. 1월의 층 (7) 21.03.30 62 0 12쪽
134 133. 1월의 층 (6) 21.03.23 66 0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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