퀵바

ㅎㅇ

아, 귀찮게 좀 하지 마라

웹소설 > 일반연재 > 판타지, 드라마

휴학생P
작품등록일 :
2020.05.14 19:41
최근연재일 :
2022.05.17 09:05
연재수 :
188 회
조회수 :
45,499
추천수 :
1,358
글자수 :
1,034,157

작성
21.03.16 08:40
조회
80
추천
1
글자
12쪽

132. 1월의 층 (5)

안녕하세요~




DUMMY

미궁의 특성상 여행자에 한해서는 일단 들어오면 나가는 게 불가능했다. 그런 상황에서 진행은 되지 않고 정체되어 있기만 하니 당연히 불만은 쌓여만 갔다. 그들도 공략을 원했기에 초반에 운이 나쁘게 죽어버린 소수를 제외하고 대부분의 여행자들이 모여들었다.


“다들 바쁘겠지? 일단 내 소집에 응해줘서 고마움을 전하겠어. 귀한 시간일 테니까 쓸데없이 서론을 질질 끄는 것도 하지 않을 거니까 집중해주면 좋겠네.”


허공을 잠시간 휘적이던 그의 손이 이내 한곳에 멈췄다. 가장 앞쪽에 앉아 있다가 어느새 단상 위로 올라와 아서의 측면에 선 레가릭의 앞이었다.


“여기 있던 레가릭과 그의 알카트레즈가 긴 여정의 끝에 드디어 발견했다.”


“발견했다고?”


“여기서 발견했다고 할 만한 건...”


그의 말 한마디에 장내는 순식간에 소란스러워졌다. 애초에 각기 다른 성향의 여행자들을 한곳에 잡아둔 거라 쉬이 통제가 될 리가 없었다. 당장 대륙에서 강하다고 생각되는 여행자들은 거의 모인 이곳에서 스스로가 저 앞의 아서보다도 강하다고 생각하는 여행자들의 수도 꽤 되었다.


“저거 정말이려나...”


“글쎄다. 설마 저런 걸로 거짓말을 하겠냐?”


“구라면 대가를 치러야지. 바쁘신 몸을 오라가라야.”


“레가릭, 저 새끼는 사냥에 실패한 개새끼가 목에 힘은 왜 저렇게 빳빳해? 죽여 버리고 싶게.”


“루핀 그 미친 새끼도 없던데. 알카트레즈에서도 초창기 멤버로 알고 있는데 죽어버린 건가.”


“애초에 그놈은 언제 죽을지가 문제였지. 오합지졸들만 똥덩어리처럼 모아둬서는... 솔직히 덩치 값도 못하잖아.”


층계의 주인을 덮고 있던 베일을 들춰냈다는 건 기쁜 일임이 분명했다. 하지만 알카트레즈를 고깝게 보던 이들이 꽤나 많았기에 그들이 말을 툭툭 뱉어낼 때마다 레가릭은 불편한 기색을 감출 수가 없었다.


“자자! 부탁들 좀 드릴게! 앞으로 금방 끝낼 거니까 조금만 더 정숙해줘!”


아서의 나름 정중한 요청에도 장내의 소란은 완전히 잦아들 생각이 없어보였다. 그냥 그나마 그의 목소리가 전달될 정도가 되자 반쯤 포기하고 받아들였다.


“애초에 모두가 들었으면 해서 굳이 이렇게 모은 건데 이렇게 나오면 나도 솔직히 해줄 말이 없네. 듣고 싶은 사람들만 들어. 다들 예상은 하고 있었겠지만 아까 발견했다는 건 계층의 주인을 말하는 거였어.”


“역시나...”


“역시 입구에서의 그 팔의 주인이 계층의 주인이겠지?”


“우리가 정말 놈을 이길 수 있을까? 솔직히 나는 그레이 트롤도 아직 버거운데.”


웅성웅성. 이어지는 아서의 말.


“놈이 기거하는 곳으로 향하는 길은 32구역에 있는 걸로 확인이 된 상태야. 32구역에서 가장 거대한 3개의 바위들. 그 중심에 숨겨진 계곡으로 가는 입구가 있어.”


대다수의 여행자들은 부정적인 반응을 내비췄다.


“32구역이라고?”


“정말 거기라면 모를 만도 했네. 산세가 워낙에 험해서 조사는커녕 들어가는 것조차 꺼려했으니까.”


일반적인 수준에서 개인 단위로는 공략이 거의 불가능한 구역이었다. 지형에 대해서도 알려진 정보가 없는 수준이었고 아직 공략중인 다른 구역이 있었기에 우선 순위에서도 밀린 상태였다.


“아니, 그럴 리 없다. 비공개 탐색이긴 했지만 우리 일행이 그 부근은 수색을 끝냈어.”


펍의 구석에 기대어있던 장발의 남성이 나지막히 손을 들며 말을 꺼냈다. 그를 포함한 네 명의 남녀의 시선이 아서에게 향했다.


“큭, 레인저라는 이름이 부끄럽군.”


그 당당한 표정에 레가릭은 조소를 보냈다.


척.


“너, 입꼬리 간수 잘해. 죽는다.”


남성의 옆에 서있던 단발의 여성이 그에게 쇠뇌를 겨눴다. 중재는 아서의 몫이었다.


“워워, 진정들 해. 놈에게 가는 길에는 왜곡 마법이 걸려 있다고 하니까.”


사실 거기서 들을만한 정보는 다 들었다고 할 수 있었다. 애초에 모인 이들도 그게 궁금해서 찾아온 게 대부분이었으니까. 하지만 아서는 소집을 파하지도 않았고 모인 여행자들도 자리를 이탈하지 않았다.


앞쪽에 앉아있던 여행자가 손을 들어 말했다.


“알았으니까 이제 진짜 하고 싶은 얘기를 시작하지. 자랑이나 하려고 부른 건 아니잖아. 다들 알만큼 아는데 간은 그만 보지.”


“역시나 눈치가 빠르시군. 그럼 이제 여러분을 이렇게 모은 진정한 이유를 말하겠습니다. 아마 제가 예상하고 있는 부분이 틀리지 않다면 놈은 절대 일개 그룹의 단위에서 토벌할 수 있는 존재가 아닐 겁니다.”


알카트레즈는 평판이 나빠서 그렇지 무력 자체가 약한 길드는 아니었다.


“길드를 일개 그룹이라고 표현할 수 있을까? 아직 페르세우스도 있고 북부의 맹주도 건재하잖아. 애시당초 댁의 밤기사들도 아직 제대로 움직인 적은 없는 걸로 아는데?”


“꼭 쪽수가 많아야 길드냐? 그런 덩어리들을 빼더라도 소수 정예의 강한 길드가 얼마나 많은데?”


아서는 그들의 일차원적인 반응에 웃음이 새어나오려고 하는 걸 느꼈다. 각자가 잘났다고 아우성치는 모습들이 마치 세 살배기 어린 꼬마들의 그것과 같았다.


“제 의사는 결코 그런 의도가 아니었습니다. 말하신 것처럼 당장에 저희의 검도 아직 꺾이지 않았는데 그런 생각이었다면 애초에 얘기도 꺼내지 않았습니다. 확언할 수 있습니다. 길드 이상의 전력이 필요합니다.”


“길드 이상의...”


말이야 간단했지만 길드끼리 연합 전선을 구축한다는 게 어디 흔한 일이겠는가? 해본 경험은 고사하고 방법도 감이 잡히질 않았다. 거기에 각종 이해관계가 얹어진다면 이야기는 더욱 복잡해졌다.


“레가릭에게 전해들은 바. 놈의 무력은 절대로 일개 길드의 수준으로 감당할 수 있는 것이 아닙니다. 그래서 저는 이 자리를 빌려서 정식으로 모집하고자 합니다. 1월의 계층주를 사살하고 길을 열겠습니다.”


원래 스스로 뛰어나다고 생각하는 이들은 어떤 형태로든 대개 반골의 기질을 가지고 있었다. 아서의 요청에 그들은 처음에는 역시 예상대로 행동했다. 일단 반발하고 나선 것이다.


“굳이? 너희야 부족할지 몰라도 우리는 절대로 부족하지 않다고 보는데.”


페르세우스의 카니발이었다. 아서는 침음성을 흘렸다. 그가 뭘 믿고 저렇게 당당하게 나오는지 짐작이 가는 부분이 있었다.


“확실히 당신들이라면 다를 수 있겠죠. 그가 도착했다는 말도 이미 전해 들었습니다. 하지만 만약을 대비하자는 겁니다.”


“그러기엔 복잡해. 당장에 떠오르는 것만 해도 손에 꼽기가 힘들 정도야. 대책은 있나?”


“지휘권을 생각하시는 겁니까? 토벌 이후에 전리품의 분배에 대해서 생각하시는 겁니까? 혹은 그 외에 것들도 생각하는 겁니까?”


길드라는 건 생각보다 훨씬 계산적인 조직이었다. 애시당초 이런 잡음이 없을 거라고 생각한 것도 아니었다.


“원하신다면, 후자라면 저희가 페르세우스에게 주도권을 양보하겠습니다. 애초에 원했던 건 연합의 구축 그 자체입니다. 이 1월의 층을 뚫고 여행자들에게 해방의 가능성을 열어줄 수만 있다면 누가 이끌어도 문제는 없다고 봅니다.”


그 누구도 자의로 이 미궁을 벗어날 수 없었다. 프리드도 로레인의 경우가 있었기에 동일한 방식으로 시도해봤지만 여행자에게는 통용되지 않는 방법이었다.


그렇기에 더욱 교묘했다. 강대한 힘을 가졌음에도 여행자들의 안위를 가장 먼저 생각한다는 인식을 심어주기에 충분했다. 선동은 여론을 형성시킨다.


“저쪽은 그래도 같은 제국 쪽인데 저렇게 반목할 필요가 있나.”


“확실히 상대가 괴물이라면 페르세우스가 더 효율적이긴 할 거야.”


“너무 오래 정체되어 있기는 했어.”


군중들 사이에 아서가 심어둔 바람잡이들이 여론을 형성하기 시작했다. 괴물을 사냥하던 신화속의 전사도 밀려오는 밤의 어둠을 부정할 수는 없었다. 개인이라면 모를까 단체에게 명분만큼 귀찮으면서도 무시하기 어려운 건 없었으니까.


자존심이었다.


‘간사한 자식.’


카니발이 한 발자국 물러섰다. 뭐, 솔직히 모든 상황에서 이 많은 인원수가 절대적인 역할을 하는 건 아니겠지만 이번 경우에는 조금 달랐다. 그 괴물에게 딱히 대단위 흡혈이 가능하다는 정보도 없었기에 위치만 적절하게 배치할 수 있다면 그들 모두가 토벌전에서 큰 힘이 될 것이었다.


그렇게 1월의 계층주 토벌을 위한 임시적이지만 거대한 연맹이 형성되었다.


“비록 모든 이들을 끌어들일 수는 없었지만 페르세우스를 끌어들일 수 있었다는 것에 만족한다. 솔직히 가장 아쉬운 건 그쪽이었으니까.”


“솔직히 우리 쪽에서 아쉬울 건 없지 않아요?”


“방심은 금물이야. 에오스.”


“치, 어중이떠중이들이 방해만 안 됐으면 좋겠네요.”






◎◎◎◎◎






“으음...”


“왜? 제발 눈 좀 그렇게 뜨지 말아줘. 부탁이야. 남들이 보기 얼마나 흉한지 모르지?”


물론 쏟아지는 햇빛이 거슬린다면 손으로 그늘이야 얼마든 만들 수 있었다. 하지만 그 눈빛이 문제였다. 도대체가 무슨 생각을 하는지 알 수가 없는 저 눈빛.


“어쩌면 이번에는 진짜일 수도 있겠어.”


“뭐가?”


“죽음이 보이는 것 같기도 해.”


“죽음? 누가 죽는데?”


“누구긴 누구야? 나한테 남의 죽음을 보는 재주 같은 건 없어.”


“쓸데없는 소리는... 그런 생각하지 말고 우리가 이득을 챙기는 그런 운명은 없어?”


“그런 운명은 애석하게도 보이지 않아.”


놈의 위치가 특정되자 대부분의 여행자들은 가능한 빠른 출정을 원했다. 그래서 지금의 상황에 이르렀다. 소집이 있었던 날로부터 불과 3일이 지난 시점이었다.


“하긴... 어쩌겠냐... 우리 같은 짜바리들이 왕한테 다가갈 기회나 있을까 싶기는 해.”


“아까 들었잖아. 시켜도 잔반이나 처리하게 만들겠지. 암.”


아서나 알랭이 그룹의 선두에서 걷는 것과는 상당히 거리가 있는 처지였다. 든든한 뒷배가 있는 것도, 압도적인 무위가 있는 것도 아니었으니 어쩌면 이게 당연한 거기도 했지만. 프리드의 일행은 현재로는 하레이가 유일했다.


툭!


“아이...”


뒤에서 다가온 누군가가 프리드를 앞질러가면서 그의 어깨를 치고 지나갔다. 악마의 형상이 양각된 견갑이 인상적인 사내였는데 그는 뒤를 돌아 프리드를 확인하고도 고개를 숙이기는커녕 일언반구의 사과도 하지 않았다.


두 남자의 시선이 허공에서 부딪히며 잠시간의 정적이 있었다. 그는 프리드의 눈을 피하지 않았고, 프리드도 그건 마찬가지였다.


그 상황을 그대로 지켜보던 하레이가 그들을 중재하려던 그때였다. 그들의 조용한 신경전을 끝맺게 한 것은 아이러니하게도 근처에서 걷던 다른 여행자였다.


“왜들 이러실까... 큰 일하러 가실 분들이 여기서 힘을 왜 빼고 그래요?”


프리드는 침묵으로 일관했지만 견갑의 사내는 그에게까지도 눈빛을 뿌렸다. 중재한 사내도 상당히 비범한 덩치를 자랑했기에 주변인들이 보기에 상황은 호전될 기미를 보이지 않았다.


“그쪽은 누군데 참견이요?”


명백한 시비조. 하지만 사내는 절대 부딪히지 않았다.


“하하. 기분 나쁘셨다면 미안합니다.”


“거, 기분 나쁘게 실실 쪼개기는... 꼽사리끼는 그 낯짝이나 좀 보지?”


견갑은 사내에게 다가가더니 투구를 툭툭 치기 시작했다. 충분히 무례한 행동이었고 당하는 사내는 기분이 나쁘기에 충분한 사유가 되었다. 견갑은 기어코 사내의 투구를 벗겨버렸고 사내의 얼굴은 만천하에 드러났다.




제 글이 여러분에게 어떤 방향으로라도 영향을 끼쳤기를 바랍니다.


이 작품은 어때요?

< >

Comment ' 1


댓글쓰기
0 / 3000
회원가입

아, 귀찮게 좀 하지 마라 연재란
제목날짜 조회 추천 글자수
163 162. 왕이 잠든 땅 (6) 22.02.22 33 0 13쪽
162 161. 왕이 잠든 땅 (5) 22.02.19 31 0 12쪽
161 160. 왕이 잠든 땅 (4) 22.02.15 29 0 12쪽
160 159. 왕이 잠든 땅 (3) 22.02.08 34 0 11쪽
159 158. 왕이 잠든 땅 (2) 22.02.01 32 0 12쪽
158 157. 왕이 잠든 땅 (1) 22.01.25 35 0 12쪽
157 156. 3월의 층 (18) 22.01.18 34 0 12쪽
156 155. 3월의 층 (17) 22.01.11 36 0 13쪽
155 154. 3월의 층 (16) 22.01.04 31 0 14쪽
154 153. 3월의 층 (15) 21.12.28 27 0 13쪽
153 152. 3월의 층 (14) 21.12.24 32 0 12쪽
152 151. 3월의 층 (13) 21.12.20 43 0 13쪽
151 150. 3월의 층 (12) 21.09.29 41 0 12쪽
150 149. 3월의 층 (11) 21.08.24 43 0 12쪽
149 148. 3월의 층 (10) 21.07.05 43 0 13쪽
148 147. 3월의 층 (9) 21.06.29 50 0 12쪽
147 146. 3월의 층 (8) 21.06.22 51 0 13쪽
146 145. 3월의 층 (7) 21.06.15 54 0 12쪽
145 144. 3월의 층 (6) 21.06.08 58 0 12쪽
144 143. 3월의 층 (5) 21.06.01 55 0 12쪽
143 142. 3월의 층 (4) 21.05.25 55 0 12쪽
142 141. 3월의 층 (3) 21.05.18 54 0 12쪽
141 140. 3월의 층 (2) 21.05.11 55 0 12쪽
140 139. 3월의 층 (1) 21.05.04 59 0 12쪽
139 138. 1월의 층 (11) 21.04.27 56 0 12쪽
138 137. 1월의 층 (10) 21.04.20 72 0 12쪽
137 136. 1월의 층 (9) 21.04.13 60 0 12쪽
136 135. 1월의 층 (8) 21.04.06 58 0 12쪽
135 134. 1월의 층 (7) 21.03.30 62 0 12쪽
134 133. 1월의 층 (6) 21.03.23 67 0 12쪽

구독자 통계

신고 사유를 선택하세요.
장난 또는 허위 신고시 불이익을 받을 수 있으며,
작품 신고의 경우 저작권자에게 익명으로 신고 내용이
전달될 수 있습니다.

신고
비밀번호 입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