퀵바

사향고양이 님의 서재입니다.

나는 왕이 될 상이다

웹소설 > 일반연재 > 판타지, 퓨전

사향고양이 아카데미 작가
작품등록일 :
2020.10.12 17:29
최근연재일 :
2020.11.10 21:20
연재수 :
26 회
조회수 :
9,197
추천수 :
282
글자수 :
132,971

작성
20.11.09 21:20
조회
109
추천
7
글자
11쪽

너의 관상이 보이지 않아

DUMMY

“아, 저기, 그게, 안녕하세요. 반갑습니다.”


대니는 진심으로 당황했다. 왜 약혼녀가 여기 있는 건가? 놀라서 옮기던 시체를 도로 바닥에 던질 뻔했다. 대니의 표정을 읽은 케이샤는 고개를 살짝 숙였다.


“성에 도착하면 바로 약혼식이 진행될 겁니다. 얼굴 한번 안 본 사람과 식을 올리는 건 아니라 생각해 이렇게 얼굴을 숨기고 따라오게 되었습니다.”


그건 대니도 동의하는 바이지만······ 굳이 얼굴까지 숨기고 이 위험한 행렬에 참여할 이유가 있는가?


“아, 혹시 제가 마음에 안 들면 몰래 제거하려 한 겁니까?”


대니는 호킨스쪽으로 고개를 돌렸다. 호킨스가 대니의 시선을 피했다. 옆에 있던 카셀도 자연스레 고개를 숙였다.


카셀 녀석, 대니의 물음에 대답을 꺼려하던 이유가 이거였나? 대니는 속으로 혀를 찼다.


케이샤는 그런 대니를 빤히 쳐다보더니 낮게 웃음을 터트렸다.


“진심으로 그렇게 생각하시나 보군요, 제가 그 정도로 악마 같은 사람은 아닙니다.”

“아······”

“그리고 설사 그런 목적이었더라도, 당신을 제거하기에는 저희 능력이 부족한 것 같네요.”

“오해해서 죄송합니다.”


그녀가 다시 한번 웃음을 터트렸다.


“별 것 아닌 거 가지고 사과를 하시는군요. 괜찮습니다. 오히려 제가 무례를 범해서 죄송합니다. 그리고 도와주셔서 감사합니다.”


케이샤가 다시 한 번 고개를 숙였다. 대니도 고개를 살짝 숙였다.


전생에서도 이번 생에서도 여자를 상대하는 건 쉽지가 않았다. 아크 성에서도 제대로 대화를 나눠 본 여자는 사미라밖에 없었다. 맨날 대니의 몸에 모래주머니를 둘둘 매달려는 그 사미라 말이다.


대니는 자신의 엉성한 모습이 마음에 들지 않아 케이샤의 얼굴을 빤히 보았다. 관상을 통해 그녀의 성향을 알아보려는 일종의 편법이었다.


‘어떤 사람인지 알면 대충 어떻게 상대해야 할지 감이 오니까.’


케이샤는 코가 높고 눈매는 살짝 처져 있어 상정과 중정의 밸런스가 좋았다. 브란과 다른 점이었다.


브란은 코도 높고 눈매도 사나워 성격이 불같고 오만했다. 반면 케이샤는 날카로운 코를 처진 눈매가 잡아줘 적당히 자신감 있으면서 겸손할 줄 아는 성격.


‘그런데 이마가······’


우선 미간이 전체적인 얼굴색보다 하얬다. 이는 그녀가 정신적 스트레스를 오랜 기간 받고 있다는 것을 뜻했다.


‘스트레스의 원인은 아마 부모겠군.’

부모운을 나타내는 이마 양쪽, 일각과 월각이 상당히 좋지 않았다. 이는 브란과 비슷했는데, 브란보다 심각한 걸 보면 그 사이 부모와의 충돌이 더 있었나보다.


‘이마가 돌출된 걸 보니 부모와의 충돌이 잦다. 월각이 빈약한 걸 보니 어머니는 위독하거나 이미 세상을 떠났을 확률이 높고, 일각을 보니 충돌의 원인은 아버지.’


그러니까 케이샤의 정신적 피로의 원인은 루윈 백작이었다.


‘뭐, 한번도 못 본 남자와 약혼 시키려는데 스트레스 받는 건 당연한 거지.’


그렇게 생각하고 말면 그만인 일이었지만, 대니는 왠지 찜찜한 기분을 떨칠 수 없었다. 루윈 백작과 관련된 일이었기에, 남의 일이라고 신경을 끌 수도 없는 노릇이었다.


‘뭔가가 더 있다.’


대니의 직감이 말하고 있었다.


‘성에 도착하면 백작의 관상을 제대로 봐둬야 겠군.’


“제 얼굴에 뭐라도 묻었습니까?”


케이샤가 물었다.


아차, 너무 집중하느라 시간이 가는줄도 몰랐다.


“······그래서 약혼자를 몰래 지켜본 소감이 어떻게 됩니까?”


대니는 태연히 말을 돌렸다.

케이샤는 아무 말 없이 그의 얼굴을 빤히 보았다. 마치 대니처럼 관상이라도 보려는 듯 했다. 그녀가 서서히 대니의 몸쪽을 훑어보더니 싱긋 웃으며 말했다.


“사실 마음에 안 들면 이대로 용병들 따라서 멀리 도망치려고 했거든요. 그런데 그럴 일은 없겠네요.”


대니는 낮게 웃음을 터트렸다. 만만치 않은 사람이었다.


대니와 케이샤는 시신을 모두 수습한 뒤 마차에 올라탔다. 케이샤도 더는 방랑 마법사를 연기할 이유가 없었다.


-대니, 훌륭했다. 솔직히 나보다 낫더군. 설마 벌써 마나를 운영할 수 있을 줄이야.


존 호킨스는 진심으로 대니에게 극찬을 날렸다. 꼴사납게 대니의 도움을 받긴 했어도, 어쨌든 살았으니 다행이었다.


-우리 어쩌면 금방 헤어질 수도 있겠군.


공적을 많이 세우거나 그 자질이 돋보인다면 굳이 성인식을 치루지 않아도 서임식을 받는 경우가 있었다.


-나리, 그때도 엄청나셨는데, 지금은 더 엄청나시군요. 신화 속에 나오는 영웅을 보는 줄 알았습니다.


카셀도 대니에게 감사를 표했다. 2년 전에도 괴물 같다고 느꼈는데, 지금은 가히 상상이 안 될 정도로 괴물 같았다.


‘저분 따라가면 몰살 당할 일은 없겠군.’


-다음에도 꼭 불러주십시오.

-이번에는 내가 부른게 아니지만, 꼭 그러도록 하지.


검은 까마귀 용병단은 확실히 용병답지 않게 믿음직한 면모가 있었다. 아군이 되어준다면 거절할 이유가 없었다.


그렇게 본인에 대한 온갖 찬양을 들으며, 대니는 성으로 향하고 있었다. 거의 단신으로 켄타우로스 무리를 쓸어버린 건 사실이니 찬양 받을만도 했다.


하지만 대니는 이에 별로 신경쓰지 않았다. 신경 쓰이는 건 약혼녀인 케이샤였다.


‘아까 도망치겠다는 말, 묘하게 힘이 실려 있었어.’


루윈 백작과 그녀의 충돌이 잦다는 사실이 자꾸 마음에 걸렸다.

‘빨리 가서 루윈 백작을 만나봐야 겠군.’


오늘 처음 만난 그녀에 대한 걱정보다는, 루윈 백작이라는 인물이 어떤 인물인지에 관한 걱정이 컸다.



****

캐슬 루윈은 아크 성과는 정반대로 새까만 돌로 지어져 있었다.


성탑 위에 검은 배경에 하얀 사자가 새겨진 깃발이 펄럭였다. 성문 위로는 야만인이라고 불리는, 아크와 루윈에 적대적인 부족들의 머리가 잔뜩 걸려 있었다.


‘캐슬 블랙이라고 불러도 되겠군.’


그야말로 거대한 감옥 같은 분위기를 풍기는 캐슬 루윈이였다.


성에 도착한 대니는 쉬는 시간 없이 곧바로 루윈 백작 앞에 서야 했다.


루윈 백작은 케이샤의 아버지라고는 믿을 수 없을 정도로 못생겼다. 우선 살이 뒤룩뒤룩 쪄 있어서 마치 늪지대에 사는 괴물을 연상시키는 듯한 풍채였다.


살이 중력을 이기지 못해 여러 겹으로 축 처져 있었고, 이목구비는 그러한 살에 파묻혀 빈약하기 그지없었다. 하지만 중요한 건 그게 아니었다.


“!!!”


백작을 만난 대니는 놀라움을 금치 못했다.

‘관상을 읽을 수 없다······’


사람의 얼굴을 보면 그 사람의 운명을 읽을 수 있다. 그게 전생부터 갖고 있던 대니의 능력이었다.


그런데 아무리 백작을 얼굴을 쳐다봐도 그의 운명이 읽히지 않는다.


대니는 혼란에 빠졌다.


백작은 살색 슬라임 같은 얼굴로 대니를 내려다보며 말했다.


“브란이 네놈을 호위하다 죽었다지?”

“······”

“켄타우로스의 습격에서 활약을 했다고 들었다. 그때도 좀 그러지 그랬나?”

“그건 브란이 오만했을 뿐입니다.”


사실 백작의 도발 따위 무시해도 아무 상관없었다. 그래도 할 말은 해야 했다. 너무 가만히만 있어도 무시의 정도가 심해지기 때문이다.


백작의 입꼬리가 미묘하게 뒤틀렸다.


“말은 잘 하는 구나. 공작도 나를 무시하는 게 분명하군. 약혼을 주선해놓고 서자를 보내다니. 그것도 이리 무례한 서자를.”

“백작님 말씀이 심하십니다.”


옆에서 듣고 있던 케이샤가 말했다.


대니는 별말 하지 않았다. 아크 내에서는 이미 대니를 인정했다고 하더라도 서자라는 꼬리표는 언제나 걸림돌이 되기 마련이었다.


서자라는 이미지가 이 세계에서는 굉장히 안 좋은게 사실이니 백작 입장에서도 마음에 안 드는게 당연했다.


대니는 오히려 케이샤가 그의 편을 들어줬다는 게 놀라웠다.


백작이 가래를 모아 삼키는 듯한 소리를 내더니 말했다.


“약혼식은 오늘 밤이다. 그때까지 준비하도록 해라.”


대니는 적당히 고개를 숙이고 시종의 안내를 받아 방으로 갔다.


‘이상하군’


아무래도 백작의 관상이 보이지 않는 게 마음에 걸렸다.


“너 뭐 아는 거 없냐?”


방에 혼자 남은 대니는 흑도 겐드리에게 백작에 대해 물었다.


[글쎄다.]


겐드리는 대니의 말을 듣는 둥 마는 둥 했다. 최근 녀석에게 먹이를 주지 않았더니 저렇게 비협조적으로 나온다.


[아까 그 켄타우로스들을 먹을 수 있었으면 백작에 대해 뭔가 눈치챘을지도 모르는데 말이야.]

“보는 눈이 너무 많았어.”

[그럼 어쩔 수 없고.]

“······”


아무래도 겐드리에게 무언갈 기대하긴 어려울 것 같았다.


****

약혼식은 나름 성대하게 열렸다.


음유시인들이 그럴듯한 서사시를 읊었고 루윈 쪽 봉신들이 사람을 보내왔다. 기름진 음식들이 식탁보를 가득 채웠다.


루윈 쪽 사람들과 대니는 단상 위의 긴 식탁보에 일렬로 앉아 극단의 연극을 구경했다.


“결혼식은 당신이 서임식을 받고 나서 올린다네요.”


옆에 앉아 있던 케이샤가 무던하게 말했다. 그녀의 안색은 낮보다 안 좋았다. 무엇보다 입술이 눈에 띄게 새파래졌다.


“그렇군요.”

“그때가 되면, 저도 아크에 가는 건가요?”

“아마, 그럴겁니다.”

“어서 가고 싶네요. 아크 성은 눈처럼 새하얗죠?”


대니가 마음에 들어서 하는 소리가 아니었다. 그녀는 이 성을 벗어나고 싶어한다. 대니는 확신했다. 이유는 짐작은 가나 확실하지 않았다.


“네, 눈처럼 아름답죠. 굳이 저와 혼식을 올리지 않더라도, 꼭 한번 구경시켜드리죠.”


대니가 그렇게 말하자 케이샤가 성에 도착하고 나서 처음으로 밝은 미소를 지었다.


“친절하네요.”

“······”

“한 잔 하죠.”


그녀가 술잔을 들었다. 시종이 다가와서 술잔에 술을 따랐다. 케이샤가 술잔에 입을 가져다 댔다.


대니는 시종의 미묘한 표정변화를 감지했다.


덥석.


“???”


대니가 케이샤의 팔을 붙들었다. 케이샤가 의아하다는 듯 눈을 크게 떴다.


대니는 케이샤의 술잔을 뺏어들고 시종에게 내밀었다.


“나, 나리 왜 그러십니까?”


시종이 당황한 표정을 지었다. 대니는 무심한 얼굴로 시종을 노려보았다.


“수고가 많다. 네가 먼저 마셔봐라.”


작가의말

감사합니다. 제목을 ‘나는 왕이 될 상이다’로 변경했습니다. 공지사항에 따로 올리겠습니다!

이 작품은 어때요?

< >

Comment ' 1


댓글쓰기
0 / 3000
회원가입

나는 왕이 될 상이다 연재란
제목날짜 조회 추천 글자수
공지 연중공지 20.11.11 61 0 -
공지 제목을 '나는 왕이 될 상이다'로 변경합니다 20.11.09 32 0 -
공지 연재시간 변경 공지 20.10.29 50 0 -
공지 연재주기 공지입니다. 20.10.15 420 0 -
26 마법이나 좀 가르쳐 주시죠 +2 20.11.10 102 8 11쪽
» 너의 관상이 보이지 않아 +1 20.11.09 110 7 11쪽
24 망토 쓴 여자(2) +1 20.11.07 155 9 10쪽
23 망토 쓴 여자 +1 20.11.06 185 8 12쪽
22 2년 뒤 +1 20.11.05 213 8 12쪽
21 관상 보러 온 오크와 재회함 +1 20.11.04 251 8 12쪽
20 마저 합시다 그냥 +3 20.11.03 238 12 12쪽
19 악마와 오크 +1 20.11.02 236 8 11쪽
18 증명식(2) +1 20.10.31 288 10 11쪽
17 증명식(1) +1 20.10.30 294 6 11쪽
16 악령은 잡아야지 +2 20.10.29 306 11 11쪽
15 나한테 방법이 있어, 제게 방법이 있습니다. +1 20.10.28 327 8 12쪽
14 내 얼굴, 문제 있어? +1 20.10.27 350 11 11쪽
13 안타깝게도 그런 것까지는 모른다. +1 20.10.26 360 12 11쪽
12 하얀 매가 되기 위해 +1 20.10.24 384 13 12쪽
11 검은 까마귀와 하얀 매 +2 20.10.23 415 16 12쪽
10 안타깝게도 너는 아니었군 +1 20.10.22 417 14 11쪽
9 면상 좀 보자 +1 20.10.21 431 12 11쪽
8 뭔가 이상했다 +1 20.10.20 444 9 12쪽
7 당신의 관상은 +2 20.10.19 471 11 12쪽
6 이건 받아가도록 하지 +3 20.10.17 493 18 11쪽
5 떡잎부터 다르다 +2 20.10.16 483 11 12쪽
4 바위처럼 단단하게 +2 20.10.15 484 10 14쪽
3 눈에는 눈 이에는 이 +2 20.10.14 508 14 12쪽
2 역시, 관상은 +2 20.10.13 575 13 14쪽
1 '오크 출몰' 같은 기사는 없었다 +2 20.10.13 670 15 9쪽

구독자 통계

신고 사유를 선택하세요.
장난 또는 허위 신고시 불이익을 받을 수 있으며,
작품 신고의 경우 저작권자에게 익명으로 신고 내용이
전달될 수 있습니다.

신고
비밀번호 입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