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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향고양이 님의 서재입니다.

나는 왕이 될 상이다

웹소설 > 일반연재 > 판타지, 퓨전

사향고양이 아카데미 작가
작품등록일 :
2020.10.12 17:29
최근연재일 :
2020.11.10 21:20
연재수 :
26 회
조회수 :
9,220
추천수 :
282
글자수 :
132,971

작성
20.10.30 21: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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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
11쪽

증명식(1)

DUMMY

대니가 던진 검은 정확히 겐드리의 몸 중앙에 꽂혔다. 겐드리의 몸 중앙에 박혀 있던 흑도가 튕겨져 나가 바닥에 떨어졌다.


원래 몸으로 돌아온 겐드리가 우스꽝스러운 비명을 지르며 바닥에 떨어졌다.


촥.


에릭은 그틈을 놓치지 않고 겐드리의 다리를 베었다.


“끄아악!”


유슬리가 눈을 질끈 감으며 고개를 돌렸다. 역시 심성이 여린게 큰일을 벌일 관상은 아니었다.


“흐음, 팔까지 자를 필요는 없겠군. 에릭, 고문할 때를 위해 남겨두게.”


반면 공작은 눈썹 한번 움찔거리지 않고 잔인한 소리를 해댔다.


에릭도 이런 부분에서는 냉철했다. 그는 성큼성큼 오망성 끝으로 걸어가 촛불을 집었다. 그리고 겐드리의 다리 절단면을 불로 지져 지혈했다.


겐드리는 고통을 견디다 못해 그대로 기절했다.


에릭이 겐드리를 들쳐 메고 대니에게 다가왔다.


“수고하셨습니다. 도련님.”

“에릭 경, 당신도.”


곧이어 공작이 대니쪽으로 걸어왔다. 대니는 공작에게 예를 갖춰 인사했다.


“와주셔서 감사합니다.”


공작은 고개를 끄덕이며 만족스러운 듯 웃었다.


“훌륭한 솜씨였다.”

“과찮이십니다.”

“내 앞에서는 겸손 떨 필요 없다.”

“···”


그래 저 남자는 그런 관상이었지. 겸손이 습관이었기에 그만 반사적으로 말이 나와버렸다.


“네가 나를 어떻게 생각하는지는 안다.”


공작은 대니의 침묵을 다른 뜻으로 이해했는지 씁쓸한 미소를 지었다.


“나도 네가 나를 아비로 대우해주길 바라진 않는다. 다만 확실한 건 네 피에도 다섯 신의 축복이 흐른다는 사실.”


악령화한 인간에게는 설사 에릭이라도 물리적 타격을 입힐 수 없다. 하지만 악마의 천적은 천사, 혹은 신.


다섯 신의 축복을 받은 이는 신성 마법을 배우지 않아도 악령을 굴복시킬수 있다. 그게 다섯 신과 계약한 가문의 특권.


“네게 우리 가문의 피가 흐른다는 증거다. 이건 너에게도 좋은 기회다. 확실히 붙잡는 게 좋을 거다.”

“그렇다면 이번 일에 대한 보상을 받아도 되겠습니까?”


대니의 맹랑한 말에 공작이 웃음을 터트렸다.


“좋다. 그만한 성과를 올렸으니 대가를 바라는게 지당하지. 좋은 자세야. 원하는 걸 말해보거라.”


역시 이런 관상을 상대할 때는 직설적인게 잘 통한다.


대니는 땅바당에 떨어진 흑도를 집어들었다. 미약하지만 벨제불의 힘이 담긴 검.


‘평범한 검보단 낫겠지.’


흑도에서 검은 연기가 피어올라 대니의 오른팔을 감쌌다. 하지만 대니가 손아귀에 힘을 주자 연기는 빠르게 움츠러들며 사라졌다.


“이 검을 갖고 싶습니다.”


대니의 말에 옆에서 듣고 있던 에릭이 화들짝 놀랐다.


“하, 하지만 도련님. 그 검은 악마의 것 입니다. 불길합니다.”

“뭐, 상관없지 않나?”

“???”


공작이 대니 편을 들어주었다. 하지만 악마와 관련된 문제에 민감한 에릭이었다.


“악마와의 계약은 왕국법으로도 금지되어 있습니다.”

“악마에게 홀려서 검을 사용하는 거라면 안될 일이지만. 자네도 봤다시피 대니는 악마와 계약한 게 아니라 악마를 굴복시켰네.”

“···”

“그러니 법적으로 잘못된 것은 없지. 다만···”


공작이 대니를 보며 말했다.


“그 검을 갖게 됨으로써 뒤따르는 대가는 온전히 네 책임이다.”

“명심하겠습니다.”


대니가 고개를 숙이며 감사 인사를 전했다.


“에릭 경, 너무 걱정 마.”


에릭에게도 충분히 신뢰를 주었다. 굳이 이 검을 얻을 필요는 없었지만, 직감적으로 갖고 있는게 낫다는 예감이 들었다.


‘이제부터 네 이름은 겐드리다.’


운명석이 박힌 검에 마을 영주 ‘토드’의 이름을 붙여준 것처럼, 흑도에도 ‘겐드리’라는 이름을 붙여줬다.



****

순백의 성벽 위로 또 하나의 목이 매달렸다.


‘목이 잘려 죽을 상이라 하지 않았나.’


대니는 겐드리의 목을 무심히 바라봤다. 자신의 목숨을 몇번이고 노린 놈이었다. 동정심 따위는 생기지 않는다.


겐드리는 어젯밤 끊임없이 고문 당하고도 배후를 불지 않았다. 하지만 공작이 어떤 약물을 먹이자 얘기가 달라졌다.


-네놈들은 카티스터에 의해 끝날 것이다!


겐드리는 그렇게 말하면서도 스스로 당황했다. 마법이란 가끔 악마보다 무서운 것 같다.


겐드리의 목은 성밖에 잠시 걸려 있다가 루윈으로 보내질 거라고 한다.


브란을 죽인 범인의 목을 보내주는 것이었다.


[그놈은 멍청했어. 그냥 곧바로 도망쳤으면 살 수 있었을 텐데.]


흑도 ‘겐드리’가 말했다.


“조용히 해. 겐드리.”

[나를 그 멍청한 이름으로 부르지 마라! 차라리 벨제불에서 떨어져 나온 아종 벨제불이라고 불러.]

“너무 길어, 겐드리.”

[···내 능력은 네게 큰 도움이 안될텐데. 왜 굳이 나를 구속하는 거냐? 나와 계약할 생각 없으면 그냥 보내줘.]

“거절한다.”


사실 이 검이 조잘조잘 말을 걸어온 뒤부터 약간 후회했다.


‘다른 걸 받을 걸 그랬나?’


하지만 이 녀석은 그래도 식탐의 마왕 ‘벨제불’의 파편이었다. 분명 쓸모가 있으리라.


그리고 대니가 이놈을 구속하지 않았으면, 이놈은 또다른 인간과 계약을 맺으려 했을거고 그럼 또 귀찮은 일이 벌어졌을 확률이 높다.


‘내일이 증명식인가?’


아크 성에서의 시간은 생각보다 빨리 흘러갔다. 어느덧 다가온 증명식. 증명식을 통과하면 당당히 하얀 매의 문장을 얻게 되리라.


****

증명식 당일 새벽, 대니와 유슬리는 천으로 눈을 가린 채 마차 위에 올라탔다.


“어디로 가는 걸까?”


유슬리의 목소리가 떨렸다.


“도착할 때까지 안 알려주겠지.”


대니는 등받이에 편하게 몸을 기댔다. 도착하기 전까지 충분히 자둘 생각이었다.


“유슬리 걱정한다고 바뀌는 건 없어, 너도 한숨 자. 그게 더 도움이 될 거야.”

“으, 응.”

“오늘 네 기색도 나쁘지 않으니 별일 없을 거야.”


대니의 말에 조금 안심했는지 유슬리가 한숨을 쉬었다. 곧이어 마차 안에 정적이 찾아왔다.


길이 험한지 마차가 많이 흔들렸지마, 대니는 개의치 않고 편하게 잠들었다.


****

안대를 풀었을 때, 대니의 눈앞에 펼쳐진 건 새하얀 설산이었다. 한겨울도 아닌데 눈이 펑펑내리고 있었다.


“이번 증명식은 조금의 배려를 해주려고 한다.”


뒤쪽 마차에서 내린 공작이 말했다. 공작은 간소한 옷차림에 얇은 망토를 걸치고 있었는데도 전혀 추운 기색이 없었다.


물의 축복을 받았기 때문이리라.


“유슬리, 대니. 이번 증명식은 둘이서 함께 치른다.”


그 말에 추위에 오들오들 떨고 있던 유슬리의 얼굴이 환해졌다.


“내용은 간단하다. 하얀 늑대의 시체 10구를 갖고 자력으로 성으로 돌아오는 거다.”


하얀 늑대는 어디서 출몰하고, 이 설산은 어디인가, 성은 여기서 얼마나 떨어져 있는가?


의문이 산처럼 쌓였지만 입밖으로 내뱉는 멍청한 짓은 하지 않았다.


이 모든 의문을 스스로 해결하라는 것이 이 증명식의 내용이겠지.


순진한 유슬리도 이를 눈치챘는지 조용히 있었다. 다만 안색이 좋아 보이진 않았다.


‘라르센 때는 성 안으로 늑대 열 마리를 잡아다 놓고 사냥시켰다고 들었는데···’


그때와 비교하면 상당히 난이도가 높았다. 간단한 것처럼 보이지만 전혀 간단하지 않은 시험이었다.


“제한 시간은 일주일이다. 그럼 무운을 빌지.”


공작은 그 말을 끝으로 마차와 함께 떠났다. 이제 눈 덮인 땅에 남은 건 대니와 유슬리 둘 뿐이었다.


흰 매가 허공을 날아다녔다.


“역시 아버지가 너한테 거는 기대가 큰가봐. 이번 증명식, 웬만한 하급 던전을 클리어하는 것보다 훨씬 어려울 거 같아.”


유슬리가 대니쪽으로 걸어오며 말했다. 유슬리의 몸이 덜덜 떨리고 있었다.


대니와 유슬리는 어느 정도 무장을 갖춘 상태였지만, 방한 기능이 제대로 되어 있는 옷은 아니었다.


“우선 여기가 어딘지부터 알면 좋겠는데.”


대니가 중얼거렸다.


“마차로 다섯 시간쯤 달린거 같으니까 그리 먼곳은 아닐것 같은데···”

“아니, 내가 알기로 아크 근처에 이런 설산은 없어.”


유슬리가 말했다.


“아크에서 벗어나는 것만 해도 마차로 네 시간은 넘게 걸려.”


과연, 유슬리의 말이 맞았다. 순진하고 여린 줄만 알았는데, 이럴 때는 침착하게 머리를 굴리는 것이 듬직했다.


‘이곳에 대한 지식은 나보다 유슬리가 훨씬 많겠지.’


“그럼, 자고 있는 사이에 텔레포트라도 한 건가?”

“그런 것 같아.”


마법이 상용화 되지 않은 곳에서 텔레포트라. 상당한 비용과 뛰어난 마법사들이 필요했을 텐데.


‘어쩐지 못보던 얼굴들이 많더라니.’


증명식을 위해 이 정도까지 투자할 줄이야.


“그래도 북부의 산은 결국 하나의 산맥으로 연결 돼 있어. 아크는 북부 중앙에 있고.”


유슬리가 말했다.


“그렇군. 일단 산만 내려가면 성을 찾는 것 자체는 어렵지 않겠어.”

“응, 우선 하얀 늑대를 찾아보면서 보금자리나 식량도 구해야겠지.”


계속 불안해하길래 짐이 될까 걱정했는데, 유슬리는 생각 이상으로 차분했다.


“설산에는 하얀 늑대만 있는게 아니니 조심해야하고.”

“좋아 유슬리. 이런 부분은 너만 믿을게. 몸 쓰는 건 나한테 맡겨.”


대니가 유슬리의 어깨를 두드리며 말했다. 유슬리가 쑥스럽다는 듯 작게 웃었다.


그때였다.


[배가 고프군.]


흑도 겐드리가 다시 입을 열었다. 역시 식탐의 악마라 그런가. 검 따위가 배고프다는 말을 질리도록 내뱉는다.


“좀 닥치고 있어. 우리 먹을 것도 없으니까.”

[냄새, 냄새가 나.]

“???”


검 주제에 냄새도 맡을 수 있나보다.


[거래를 하지.]

“거래?”

[나는 식탐의 마왕···의 파편. 하지만 나는 이 세상 모든 것의 맛을 기억하고 있지. 냄새를 맡았다. 하얀 늑대의 질기고 야들한 냄새를.]


오호, 이런 눈발이 흩날리는 곳에서 사냥감의 냄새를 맡는다라.


“사냥개보다 쓸모 있는 검이군.”

“대니, 왜 그렇게 혼잣말을 하는 거야?”

“따라와. 유슬리 생각보다 쉬운 증명식이 될 거 같아.”


쓸모 있는 검 덕분에 빠르게 증명식을 끝낼 수 있을 거 같다고, 그때는 그렇게 생각했다.


작가의말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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