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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향고양이 님의 서재입니다.

나는 왕이 될 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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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향고양이 아카데미 작가
작품등록일 :
2020.10.12 17:29
최근연재일 :
2020.11.10 21:20
연재수 :
26 회
조회수 :
9,199
추천수 :
282
글자수 :
132,971

작성
20.10.26 16: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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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
글자
11쪽

안타깝게도 그런 것까지는 모른다.

DUMMY

증명식의 내용은 당일에 공개하는 게 원칙이라고 한다. 예상치 못한 상황에서의 대처 능력이야 말로 아크가 가져야 할 자질이라나 뭐라나.


장녀인 사미라는 증명식 때 홀로 중급 던전을 클리어 했다고 한다.


장남인 테오도르는 사미라보다 훨씬 재능이 없었지만, 워낙 기대를 받았던 터라 똑같이 중급 던전 클리어 임무를 받았다. 그리고 시원하게 실패했다.


테오도르는 재수, 그리고 삼수 끝에 최하급 던전을 클리어하며 증명식을 통과했다.


테오도르가 이 꼴이 나자 드레이크 공작은 그제야 깨달았다. 내 딸이 그냥 미친 재능충이였구나.


그러한 깨달음 덕분에 차남 라르센은 조금 더 쉬운 난이도의 증명식을 치뤘다.


15살 짜리가 단신으로 늑대 무리를 사냥하는 것도 충분히 어려운 일 같은데.


대니는 이 증명식이 참으로 야만적이라고 느꼈지만, 입밖으로 꺼내지는 않았다.


****

아크 성에 온 지 일주일이 지났다. 훈련은 순조롭게 진행됐다.


대니는 검술 뿐만 아니라, 귀족의 예법, 왕국의 역사, 영지를 현명하게 다스리는 법 따위를 배웠다.


대현사 모우라에게 글을 배우기도 했다.


귀족이 아니면 글조차 배우기 어려운 척박한 세계였다. 고아로 자라온 대니도 당연히 글을 읽을 줄 몰랐다.


다행히 왕국의 언어는 현대의 영어와 유사한 점이 많았다. 대니는 어렵지 않게 글을 습득했다.


“놀랍군요. 껄껄. 도련님은 제가 가르쳐본 사람들 중 가장 습득력이 빠른 것 같습니다. 욕심이 나네요. 학문 쪽으로 방향을 잡으면 뛰어난 현사가 될 수 있으실 것 같은데.”


대현사 모우라는 대니를 가르칠 때마다 영특한 손자를 보듯 만면에 미소를 띄웠다.


“현사님의 훌륭한 가르침을 받을 수 있어 그런 것 뿐입니다.”


대니는 겸손하게 말하면서 속으로 생각했다.


‘내가 전생에서도 공부로 좀 날리긴 했지.’



****

성에 온 지 10일이 지났다.


그동안 대니가 느낀 것은 성 내의 분위기가 생각보다 살벌하지 않다는 사실이었다.


15년 동안 잠적해 있다가 갑자기 등장한 서자 따위가 승계권 경쟁에 끼어들었다.


안 좋게 볼만도 했는데 성 안의 하인과 기사는 전혀 그런 기색을 보이지 않고 대니를 정중히 대했다.


그를 서자 취급하지 말라는 공작의 입김이 작용한 게 컸지만, 그만큼 문무 모든 면에서 대니의 재능이 눈에 띄었다.


아크는 실력주의다. 성의 사람들은 기본적으로 뛰어난 재능을 존중했다.


또 대니의 배다른 형제도 마찬가지였다. 처음 여기 왔을 때는 금방이라도 형제간의 상잔이 일어날 거 같은 살벌한 분위기를 상상했다.


하지만 그런 분위기와는 딴판이었다. 굳이 비유하자면 같은 반 아이들이 반 1등 자리를 걸고 선의의 경쟁을 하는 정도.


‘서카이 캐슬’처럼 강남 분위기라면 또 말이 다르지만, 시골 변두리 학교 같은 분위기에 가까웠다.


애초에 후계자 자리가 정해지고 나면 형제들은 서로가 서로를 돕는 관계가 된다.


그러니 서로 죽일듯이 물어뜯는 것 보다는 적절히 좋은 관계를 유지 하는게 이득인 것이다.


그렇기에 대니도 배 다른 형제들에게 좋은 이미지를 심어 주기로 했다.


인간관계란 결국 정치고 정치란 결국 이미지 메이킹이었다.


****

결론부터 말하면 형제들과 친해지는 건 별로 어렵지 않았다. 그중에 가장 쉬운게 사미라 아크였다.


대니는 이른 아침부터 연무장에 내려와 맨몸 운동을 했다. 팔굽혀 펴기, 윗몸 일으키기, 스쿼트.


“휘유~ 몸 좋은데?”


마찬가지로 아침 일찍부터 훈련하러 나온 사미라가 능청스럽게 휘파람을 불었다.


웃통을 깐 대니의 몸은 이미 성숙하고 잘 단련된 육체였다.


“또 그거야?”


대니가 사미라의 몸에 주렁주렁 달린 모래주머니를 보며 낮게 웃음을 터트렸다.


“모래주머니를 차지 않고 훈련한다는 건 인생의 낭비야.”


사미리가 은근히 자기 몸을 자랑하며 말했다. 확실히 그녀는 우락부락하진 않았지만 군더더기 없이 근육이 단련되어 있었다.


검사에게 최적화 된 몸이 저런 몸이 아닐까?


“육체는 정신의 거울. 모래주머니를 쓰면 육체가 강해지고, 육체가 강해지면 정신이 강해지지. 그러니 모래주머니를 쓰지않고 훈련하는 건 인생의 낭비다.”


이 얼마나 뛰어난 논리의 비약인가.


10일 동안 사미라와 마주쳐본 결과, 사미라는 모래주머니식 수련법에 미친 무식한 재능충이었다.


관상적으로는 대장부의 기질을 가진 상으로, 반질한 이마와 똘망한 눈을 보니 관운이 훌륭했고 하정이 매끄럽고 깔끔한 것이 인복도 나쁘지 않았다.


에릭과 같은 관골형이지만 볼 부분도 나쁘지 않아 우직하면서도 사교적인 성격.


과연 괜히 후계자 자리에 가장 가깝다고 평가받는 인물이 아니었다.


저런 상과 친해지는 법은 간단했다.


“자, 어서 너도 달라고!”

“네, 네, 알겠습니다요.”


무식한 훈련에 같이 동참해주면 된다. 군대 동기들이 같이 구르면서 친해지듯 말이다.


대니는 사미라를 따라 온몸에 모래주머니를 주렁주렁 달았다.


사미리가 흡족한듯 고개를 연신 끄덕이더니 엎드리며 말했다.


“팔굽혀펴기 100회 누가 더 빨리 하는지 어때? 지는 쪽이 심부름 하나 하는 걸로.”

“1분 안에 끝내주지.”

“그렇게 오래? 나는 30초면 돼.”

“나는 20초.”

“그럼 나는 10초!”


이런 자존심 싸움은 별로 취미가 아니지만 맞춰주는 게 좋았다.


물론 이런 피지컬이 다인 내기에서는 대부분 대니가 이겼다. 사미라도 한가닥 했지만, 대니가 너무 사기였다.


두 남녀가 아침부터 땀을 뻘뻘흘리며 팔굽혀펴기를 하는 와중이었다.


“······두분 다 몸에 이상한 걸 치렁치렁 달고 뭐하십니까?”


연무장에 도착한 에릭이 당황하며 두 사람을 쳐다봤다.


밤일을 하다 들킨 것도 아닌데, 대니는 왠지 부끄러웠다. 이런 무식한 놀이를 하고 있다는 사실에 수치심이 들었다.


“에릭경, 그게 말이지···”

“98,99,100! 하하, 내가 이겼어 대니!”


대니가 당황해서 잠시 멈칫한 사이, 부끄러움이라는 단어를 모르는 사미라는 기회를 노려 스퍼트를 가했다.


사미라는 펄쩍펄쩍 뛰며 꼬마처럼 좋아했다.


“대니, 역시 너는 좋은 자극제야.”


여태껏 형제들중에 무력으로 사미라와 제대로 된 경쟁을 할 수 있는 자는 없었다.


사미라는 언제나 독보적이었고, 그래서 지루했다. 그녀는 자기와 경쟁할 만한 또래를 원했다. 그리고 대니가 나타났다.


그녀보다 7살이나 어리긴 했지만, 오히려 그만큼 어리기에 더 자극이 됐다.


‘네가 좋으면 됐다.’


사미라는 후계자 자리에 가장 가까운 인물로, 빠른 시기내에 영지를 하사받을 것이다.


대니는 사미라와 전우애(?)를 다진 것에 만족하기로 했다.



****

대니의 검술 지도를 맡은지 2주일이 지났다. 에릭은 원래 증명식까지 대니에게 기본 검술만 반복시킬 생각이었다.


-도련님 검술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기초자세와 꾸준함입니다. 매일 상단 베기, 횡 베기, 하단 베기 1,000번씩 숙제입니다.


대니의 단단함과 반사신경을 볼 때, 기본기만 탄탄히 다져도 충분히 증명식을 통과할 수 있을 거라 판단했기 때문이다.


-에릭경. 상단 베기, 횡베기, 하단 베기 10,000번씩 했어. 이제 뭐하면 돼?

-???


대니는 불과 2주만에 에릭이 요구한 훈련량의 10배를 수행했다.


-···이제 대련으로 넘어가죠. 검술이란 결국 기본 자세를 언제 어떻게 사용하느냐에 따라 만들어지는 겁니다. 대련을 통해 검술을 익혀보시지요.


수학 공식을 이해한 다음 그 공식을 응용해 문제를 풀라는 소리아 같은 이치인 것 같았다.


대니는 이런 것에 꽤 자신이 있었다.


결론적으로 대니는 검술 재능도 뛰어났다.


대니는 첫 대련인데도 에릭을 상대로 3합이나 버텼다. 이는 아크 성의 모두를 놀라게 했다.


처음에는 이게 뭐가 그렇게 대단한건가 싶었다.


에릭이 여태껏 제자와의 첫 대련에서 한번도 3합 이상 나눠본 적이 없다는 소리를 듣기 전까지는.


에릭은 제자에게 자극을 주기 위해서 첫날 대련은 무조건 2합 안에 끝낸다고 한다.


‘자극을 주는 게 아니라 길들이는 거 아니야?’


대니는 처음으로 에릭의 훈련법에 의문을 느꼈다.



****

“뭐? 웃기지마! 에릭, 봐줘도 적당히 봐줘야지!”


대니가 3합을 버텼다는 소리에 사미라는 곧바로 에릭에게 찾아와 따졌다.


사미라는 에릭과 3합을 가는데 한달이 걸렸다. 검술 천재로 소문난 그녀였다.


“에릭, 너 대니한테 사심 있지?”

“도련님을 좋아하는 것은 사실이나, 대련에 사심을 넣지는 않았습니다.”

“역시, 왠지 독신을 고집하더라니!”

“???”

“무의식이 참 무서운 거야!”


사미라는 별 시답잖은 얘기를 하며 에릭을 쪼았다.


“정 그러면 나랑 대련해보던지.”


대니가 비아냥거리며 말했다. 물론 사미라의 검술이 대니보다 훨씬 뛰어났지만. 애초에 대니는 배우는 입장이었다.


사미라와의 대련은 그에게 이득이었다. 또 사미라는 이런 자극을 즐기는 유형의 인간이었고.


“그거 좋지, 하지만 대니 그전에 네가 먼저 해야할 일이 있어.”

“해야할 일?”

“저번에 내기에서 졌잖아. 내 심부름을 해야지.”


사미라가 비열한 웃음을 지으며 말했다.


****

성 밖을 나온 대니는 홀로 시장을 돌아다녔다.


호위를 따로 붙일수도 있었지만 굳이 그러지 않았다. 공작도 굳이 말리지 않았다.


혼자서 제 몸 하나 못 지키면 그냥 뒤지는 게 낫다. 이것이 공작의 지론이었다.


그리고 호위를 붙이기도 애매했다. 대니가 지금 향하고 있는 곳은 암시장이었다.


사미라의 심부름 때문이었다. 암시장을 가라길래 처음에는 무슨 마약 같은 걸 사오라는 줄 알고 식겁했다.


“마법의 모래가루?”

“그래! 모래에 마법이 걸려 있어 보통 모래의 몇십배나 무겁지! 두 가마니만 사와줘. 존나 무겁긴 하지만, 네 힘이면 충분히 갖고 올 수 있을 거야.”


대체 왜 그딴 걸 암시장에서 파는 걸까? 그리고 저 미친 여자는 대체 왜 그딴 걸 두 가마니나 사려는 걸까?


대니는 진심으로 그녀의 뇌구조가 궁금해졌다. 안타깝게도 관상으로 그런것 까지 알 수는 없었다.


작가의말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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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 내 얼굴, 문제 있어? +1 20.10.27 350 11 11쪽
» 안타깝게도 그런 것까지는 모른다. +1 20.10.26 361 12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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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오크 출몰' 같은 기사는 없었다 +2 20.10.13 671 15 9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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