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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향고양이 님의 서재입니다.

나는 왕이 될 상이다

웹소설 > 일반연재 > 판타지, 퓨전

사향고양이 아카데미 작가
작품등록일 :
2020.10.12 17:29
최근연재일 :
2020.11.10 21:20
연재수 :
26 회
조회수 :
9,195
추천수 :
282
글자수 :
132,971

작성
20.11.07 21:20
조회
1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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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
글자
10쪽

망토 쓴 여자(2)

DUMMY

존 호킨스는 저녁을 거르고 천막 안에서 잠을 청하고 있었다. 고작 50명이 조금 넘는 인원이었지만, 사람을 지휘하는 건 많은 체력이 소모되는 일이었다.


50이라는 병력으로는 위험지대를 안전하게 벗어나리라 장담할 수 없었기에, 존은 평소보다 몇 배로 촉각을 곤두세워야 했다.


오늘은 겨우 그 긴장감을 풀어놓고 휴식을 취할 수 있었다. 일행은 루윈의 코앞까지 와 있었다. 내일이 낮이면 도착할 수 있으리라.


아무리 야만적인 놈들이 많다고 해도, 루윈의 코앞에서 문제를 일으키는 경우는 없었다. 자칫 잘못하면 루윈과의 전쟁을 감수해야 할 수도 있었기 때문이다.


‘그래도 생각보다 편한 행군이었어.’


이번에 맡게 된 시동이 생각 이상으로 말을 잘 들어서 비교적 피로하지 않은 행군이었다. 그 잘난 아크 가문의 자식이니만큼 텃세가 심할 줄 알았는데.


‘서자라 그런가? 흠, 차라리 서자가 나을지도 모르겠군.’


뛰어난 공적을 올리는 게 아닌 이상, 보통은 성인식날 기사 서임식을 내려주는 게 관례였다. 그러니 대니와는 약 2년을 함께 보내야 하는 사이.


2년 동안 보기 싫은 얼굴을 보고 살아야 하는 것 만큼 끔찍한 일은 없었다. 그런 의미에서 존은 대니가 마음에 들었다.


어지간히 마음에 들었는지 존은 자면서도 대니를 지도하는 꿈을 꿨다. 이 놈이 가르치는 사람을 적당히 치켜세워주면서도 하나를 가르치면 열을 알아듣는게 이만큼 가르치고 싶은 제자가 따로 없었다.


존의 짧은 잠을 방해한 건 천막 안에 들어온 병사였다.


“나리, 습격입니다!”


굳이 병사의 다급한 외침이 아니더라도 알 수 있었다. 천막 밖에서 사람들의 비명 소리와 날과 날이 맞부딪치는 살벌한 소리가 들려왔다.


잠이 확 달아난 존은 심장이 철렁 내려앉는 것 같았다. 그는 서둘러 무장상태를 갖춘 뒤 밖으로 뛰쳐나갔다.


밖은 그야말로 난장판이었다. 켄타우로스가 창과 활을 들고 진영 사이를 활개치고 있었다.

존은 재빨리 전황을 살폈다. 사실 살필 것도 없었다. 무방비한 상태에서 적의 습격을 받았다. 그것도 말을 탄 기사보다 훨씬 위협적인 켄타우로스의 습격을!


그나마 다행인 건 용병들이 나름 진영을 잡으며 대처하고 있다는 점이었다. 보통 전황이 뻔한 상황에서 용병은 없느니만 못한 존재였다.


충성심보다 자기 목숨이 소중한 게 용병들이었다. 보통 이런 상황에서는 자기 살자고 뒤도 안 돌아보고 도망치기 바빴다.


역시 신경 써서 소문 좋은 용병을 고용한 보람이 있었다. 진영을 갖춘 덕분에 무너지는 속도가 늦다. 하지만 절망적인 건 그게 한계라는 사실이다.


이 진영은 결국 무너지게 될 것이다. 존은 오랜 실전 경험을 통해 직감할 수 있었다.


‘케이샤 님은, 케이샤 님은 지켜야 한다. 어디 계시지?’


존은 재빨리 고개를 돌려 주변을 살폈다. 오른쪽을 보니 말들이 모두 죽어있었다.


‘젠장!’


도망치는 것도 여의치 않다. 존은 잠시 침묵하다 무언갈 결심한 듯 결연한 표정을 지었다.


“대니! 어디 있나?”


존이 검을 뽑아 들고 전장에 뛰어들었다. 전방에서 켄타우로스 한 명이 창을 뻗은 채 달려들었다.


켄타우로스는 기본적으로 말보다 날렵했다. 아무리 숙련된 기사라도 말없이 대응하긴 힘들었다.


존은 녀석에게 왼쪽 어깨를 내주었다. 뾰족한 창이 갑옷 틈을 파고들었다.


살갗을 찢어발기는 고통이 업습해왔다. 존은 신음하면서도 움직임을 멈추지 않았다. 자세를 숙이고 달려오는 녀석의 앞다리에 검을 내질렀다.


켄타우로스가 자기 속력을 이기지 못하고 그대로 바닥에 고꾸라졌다. 존은 그 틈을 놓치지 않고 놈의 등에 칼을 꽂았다.


‘후우’


존은 숨을 참으며 어깨에 박힌 창을 뽑았다. 창을 사용하면 조금 더 쉽게 상대할 수 있으리라.


어깨에서 피가 줄줄 흘러내렸다. 옆에서 병사 한 명이 황급히 달려왔다. 지혈하기 위해서였다.


“그럴 시간 없다. 가서 진영을 갖춰라!”


존은 서코트를 찢어 어깻죽지를 꽉 묶은 뒤 곧바로 다른 적을 찾아 나섰다.


‘내가 시간을 번다.’


그 사이에 대니와 케이샤 님을 탈출시켜야 했다. 그러기 위해서라면 이 늙은이의 목숨 정도야, 얼마든지 바칠 수 있었다. 기사로서 바라던 죽음이었다!


그때였다. 여자의 비명이 들렸다.


“케이샤 님!”


존은 황급히 소리가 난 쪽으로 고개를 돌렸다. 그리고 목격했다. 대니가 맨손으로 켄타우로스를 들쳐올려 바닥에 내리꽂는 것을.


말의 무게는 보통 350에서 700키로 사이. 켄타우로스 무게도 이와 비슷했다.


“······내가 뭘 본 거지?”


겐드리는 피를 너무 많이 흘려서 자신이 헛것을 보는 건가 싶었다.

경악한 것은 주변의 아군과 적들도 마찬가지였다.


켄타우로스 세,네마리가 알 수 없는 언어로 말을 나누더니 대니와 케이샤 쪽으로 달려들었다.


네 개의 창이 사방에서 대니의 몸을 찔렀다. 그리고 네 개의 창중 어느 것 하나 대니의 몸을 뚫지 못했다.


대니가 창 한 자루를 잡고 앞으로 당겼다. 그러자 켄타우로스 한 명이 어린아이처럼 몸을 휘청이며 앞으로 넘어졌다.


대니는 놈의 머리를 밟으며 빼앗은 창으로 등을 찔렀다. 남은 세 마리의 얼굴이 당혹감으로 물들었다.


대니는 곧이어 놈중 한명의 사타구니에 태연하게 주먹을 내질렀다.


“······!”


놈의 얼굴이 새파랗게 질리더니 이내 무릎 꿇고 바닥에 주저 앉았다.


마무리 하기 위해 창을 내지르려고 했을 때였다. 불구덩이가 날아와 놈의 몸을 태웠다.


망토를 쓴 여자가 사용한 주문이었다.


“엄호할게요!”


여자가 말했다. 마법사라더니 거짓말은 아닌 것 같았다.


‘아크 성에서도 제대로 된 마법은 본 적이 없었지.’


기사 수련에 집중하기도 했고, 테오도르와 친하지도 않았던 터라 마법을 눈으로 직접 본 건 이번이 처음이었다.


‘나중에 한번 배워볼까?’


꽤 흥미가 솟았지만 대니는 이내 잡념을 떨쳐냈다.


“괜찮으니 뒤로 물러나 있으세요.”


대니는 태연하게 말하면서 한 마리를 또 처리했다.


“아, 그쪽을 무시하는 게 아닙니다. 하지만 저 혼자 마법사를 지키면서 싸우는 건 힘듭니다. 용병들이 있는 진영으로 가서 도움을 주는 게 더 효율이 잘 나올 겁니다.”

“······알겠습니다. 무운을 빕니다.”


여자는 납득했다는 듯 고개를 끄덕이며 반대쪽 진영을 돕기 위해 움직였다.


그 모습을 지켜보던 켄타우로스는 이미 공포에 질려 달아나려 하고 있었다.


대니는 놈의 뒷덜미를 움켜쥐고 위에 올라탔다. 그리고 뒷덜미를 더 세게 움켜잡았다.


켄타우로스가 비명을 지르며 달리기 사작했다. 대니는 켄타우로스를 말처럼 몰며 사냥을 시작했다.


그리고 그 모습을 존이 황망히 쳐다보고 있었다.


“나리, 아무리 생각해도 지혈은 하셔야 합니다.”


아까 그 병사가 다시 와서 존을 붙들었다.


“나리, 나리는 지휘관입니다. 아무리 그래도 몸을 챙기셔야······”

“그래, 얼른 지혈해다오.”

“······??”


존은 얼굴이 빨게져 있었다. 나름 죽음의 각오를 다졌는데, 대니가 저렇게 활개치고 다니는 모습을 보니 갑자기 부끄러워졌다.


“호킨스 경! 제가 시간을 끌겠습니다. 그 틈에 대열을 갖추십시오.”


켄타우로스를 몰고 온 대니가 존에게 말했다.


“그, 그러도록 하지.”


존은 머쓱함에 몸둘 바를 몰랐다.


‘목숨은 다음에 걸도록 하지.’


켄타우로스 무리로 돌격하는 대니의 뒷모습을 보며 존은 헛기침을 했다.


****

모든 이들의 활약 덕분에 일행은 전황을 뒤집는 데 성공했다. 끝까지 진영을 유지하던 검은 까마귀 용병단은 대니가 만들어준 틈을 파고 들어 반격 했고, 존도 실전 경험을 토대로 노련한 지휘를 보여줬다.


마법사의 존재도 대니의 생각보다 도움이 됐다. 그녀는 힐링 마법을 주로 구사해 병사들의 사기를 높여주고 몸을 빠르게 치료해주었다.


하지만 역시 무엇보다 눈부셨던 건 대니의 활약이었다. 맨주먹으로 켄타우로스를 때려잡는 장면에서는 모든 이들이 경악을 금치 못했다.


아크 성에서 2년 동안 훈련하면서 깨달은 점이 하나 있었다.


대니는 굳이 검을 사용하지 않아도 강했다.


-주먹 기사네, 주먹 기사야.


사미라는 그렇게 말하며 대니를 놀리기도 했다. 대니의 몸을 뚫을 수 있을 정도의 강적이 아니라면, 대니는 굳이 검을 사용할 필요가 없었다.


결론적으로 대니는 켄타우로스를 몰아내는데 가장 큰 공을 세웠지만, 피해가 없는 건 아니었다.


어차피 루윈까지 거리가 얼마 안 남았기에 물자나 말을 잃은 건 그렇다쳐도, 방심한 상태에서 들이닥친 습격이었기에, 사상자가 많았다.


대니는 용병들을 도와 죽은 자들의 시신을 수습하고 있었다.


“아깐 고마웠습니다.”


망토를 쓴 여자도 대니를 도왔다. 대니는 살짝 고개를 숙이는 것으로 인사를 대신 했다. 그러자 여자가 망토를 벗었다.


“!!!”


상당한 미인이 모습을 드러냈다. 하지만 대니가 놀란 건 그 때문이 아니었다.


‘브란이랑 닮았어.’


여자가 정중히 고개를 숙이며 말했다.


“처음 뵙겠습니다. 케이샤 루윈이라고 해요.”


케이샤 루윈, 케이샤 루윈······


그건 대니와 약혼할 상대의 이름이었다.


작가의말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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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망토 쓴 여자(2) +1 20.11.07 155 9 10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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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 2년 뒤 +1 20.11.05 213 8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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