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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향고양이 님의 서재입니다.

나는 왕이 될 상이다

웹소설 > 일반연재 > 판타지, 퓨전

사향고양이 아카데미 작가
작품등록일 :
2020.10.12 17:29
최근연재일 :
2020.11.10 21:20
연재수 :
26 회
조회수 :
9,193
추천수 :
282
글자수 :
132,971

작성
20.10.19 16:20
조회
470
추천
11
글자
12쪽

당신의 관상은

DUMMY

“아, 안돼! 그건 귀중한···!”


순간 눈이 돌아간 영주가 대니에게 달려들었다.


쐐액, 공기를 가르는 매서운 소리와 함께 대니를 향하던 영주의 왼쪽 팔이 날아갔다.


에릭의 검이 순식간에 영주의 팔을 자른 것이었다. 깔끔하고 신속한 검술. 영주도 나름 가죽 갑옷 위에 체인메일을 걸치고 팔에는 아대까지 한 상태였다.


체인메일은 검을 막기 위해 만들어진 방호구! 게다가 아대까지 한 상황이었으니 보통은 검으로 벨 수 없어야 했다.


하지만 에릭이 사용하는 검기는 그런 논리를 가볍게 무시해 버렸다.


“끄아아악!”


영주가 절단 부위를 부여잡으며 끔찍한 비명을 질렀다.


대니는 살짝 놀랐다. 간단한 저지 정도만 할 줄 알았지 설마 그대로 팔을 베어버릴 줄은 예상 못 했다.


“도련님을 안전히 성까지 모시는게 내 임무다. 다시 한번 도련님께 위협을 가하려 하면 그때는 목을 베겠다.”

“그, 그것이 아니라···”


영주는 닭똥 같은 눈물을 뚝뚝 흘리면서도 대니가 들고 있는 검에서 시선을 떼지 못했다.


“그 검은 제게 있어 목숨만큼 귀중한 것입니다! ”

“그러면 이 검 대신 목숨을 내놓겠나?”

“그건···”

“그럼 역시 이 검을 받아야겠군.”

“하, 하지만···”

“목숨값 대신인데 당연히 이 정도는 받아야 하지 않겠는가? 자네 목숨의 가치를 너무 낮추려 하지 말게나! 자네는 무려 영주 아닌가?”

“······”


영주는 할 말을 잊고 고개를 푹 숙였다. 자신이 상대하고 있는 자가 정말 15살짜리 소년이 맞는지 의심스러웠다.


“그럼 어서 사제를 불러 팔을 치료하게나.”


대니는 그 말만을 남긴채 유유히 광장을 떠났다.


****

영주는 팔 하나와 검, 명예 모든 것을 잃었다. 갈곳 잃은 영주의 분노는 제이크를 향했다.


-저놈의 목을 잘라 광장에 걸어라!


영주는 무너질 대로 무너진 명예를 회복하기 위해 제이크에게 사형을 선고했다.


애초에 제이크가 처벌 받는게 맞았다. 과정은 순탄치 않았지만. 대니는 결과에 만족했다.


제이크의 사형은 빠르게 집행되었다. 마을 사람들의 시선을 빠르게 돌리려는 영주의 의도가 엿보였다.


대니는 제이크의 처형식을 보러 가지 않았다. 대신 그는 떠날 준비를 했다. 사실 크게 준비할 것도 없었다.


-대,대니···


대니가 아크 가문의 자제라는 것을 안 이후로 루크의 태도가 돌변했다. 루크는 대니가 두려웠다.


아까 광장에서 보여준 대니의 권위적인 모습과 그동안 자신이 대니에게 휘둘렀던 폭력이 연달아 떠올랐기 때문이다.


-받아요.


대니는 루크의 손에 작은 주머니를 쥐여주었다. 금화와 은화가 섞인 주머니였다. 에릭에게 받은 돈.


-그동안 신세 많이 졌습니다.


루크는 얼둥절한 얼굴로 대니를 쳐다볼 뿐이었다.


자라면서 루크에게 많이 얻어 맞은 건 사실이지만 그동안 미운정이 든 것도 사실이었다.


그리고 루크의 주먹은 전혀 아프지 않기도 했으니.


-잘 지내요.


루크의 눈밑에 뭉클한 눈물이 올라왔다.


대니는 더이상 지체하지 않았다. 그는 마을을 떠나서, 더 높은 곳으로 갈 것이다.


루크와 작별인사를 끝낸 뒤 대니는 마차에 몸을 실었다.


****

“그 보석은 운명석이라고 합니다.”

“운명석?”

“스스로 주인을 선택한다고 알려진 보석입니다. 선택한 주인의 목숨을 한번 구해줘 운명을 바꿔준다고 알려져 있죠.”

“스스로 선택한다고? 이 보석이?”

“그렇습니다. 이미 주인이 정해져 있다고 볼 수도 있죠. 만약 도련님이 주인으로 선택받지 못하면 이 검은 언젠가 도련님의 품을 떠날 겁니다.”

“그럼 영주는 이 보석의 주인이 아니었던 거군.”

“하하, 그렇게 되겠군요. 만약 영주가 운명석의 주인이라면 언젠가 다시 그의 품에 들어가겠지만··· 그럴 일은 없을 겁니다.”


에릭의 말에 대니는 인상을 구겼다.


“주인으로 선택받지 못하면 결국 사용할 수 없단 거군. 쳇, 괜히 가져왔어. 금화나 더 받아낼 걸.”

“그리 생각하지 마십시오. 운명석은 비범한 자를 주인으로 섬긴다 합니다. 도련님이 주인으로 선택될 수도 있습니다.”

“내가 선택받았다는 걸 확인할 방법은 따로 없나?”

“그건 죽음의 순간이 다가왔을 때 확인할 수 있을 겁니다. 운명석이 빛을 발하며 깨진다면 도련님은 이 보석의 주인이라는 뜻이고 동시에 목숨을 건질 겁니다.”

“확인할 방법이 없다는 것과 마찬가지군.”


대니는 혀를 차며 의자에 등을 기댔다. 길이 제대로 닦여있지 않아서 마차가 덜컹거렸지만 나쁘지 않은 탑승감이었다.


대니는 지금 아크 공작의 성으로 가는 중이었다.


대니는 창밖으로 숲의 풍경을 내다보며 아까 에릭과 나누었던 대화를 떠올렸다.


드레이크 아크 공작. 그의 본명은 드레이크 그라테온으로, 왕의 두 번째 동생이라고 한다.


아크는 드레이크가 분가해서 새롭게 세운 가문. 푸른 깃발에 새겨진 하얀 매가 그 상징이었다.


그리고 대니는 드레이크 공작과 이름 모를 어머니 사이에서 태어난 서자였다.


이 세계에서 서자의 취급은 그리 좋지 않았다. 종교적으로 사생아를 가지는 걸 악한 일이라 여겼기 때문이다.


서자로 태어난 아이는 악마의 자식이라고도 불리며 버려지거나, 버려지지 않더라도 가문으로부터 그 어떤 것도 물려받을 수 없었다.


하지만 어째서인지 드레이크 공작은 15년이 지나서야 다시 대니를 찾았다. 그리고 그에게 아크의 성과 후계자 경쟁권까지 부여한다고 한다.


이유는 알 수 없었지만 대니에게는 좋은 기회였다.


“따로 불편한 점은 없습니까?”


창밖에서 에릭이 물었다.


“괜찮아.”

“내일이면 가도가 나옵니다. 그 뒤부터는 좀 더 편하게 갈 수 있을 거니 그동안 불편한 게 있다면 브란에게 말하십시오.”


에릭의 말에 브란이 인상을 구겼다.


“에릭 경 왜 제가 서자놈의 시종까지 들어야 하는 겁니까?”


브란은 에릭에게 속삭이는 척 했지만 대니가 충분히 들을 수 있을 정도로 크게 말했다.


마을에서의 일을 본 병사들은 대니에게 시비를 걸지 않았다. 아무리 봐도 대니가 보여준 모습은 평범한 시골 촌놈의 모습이 아니었던 것이다.


—입조심하고. 절대 무례를 범하지 마라! 한 마을의 영주도 죽이려 한 놈이다. 평범한 꼬맹이가 아니야.


용병대장은 부하들에게 신신당부했다. 하지만 브란은 용병 나부랭이들과는 입장부터가 달랐다.


에릭의 시동으로 지내고 있긴 했지만 브란도 대귀족의 자제였다. 서로의 자녀를 시동으로 교환해 기사로 키워주는 것이 이름 있는 귀족 가문들의 관례!


브란은 자신의 가문에 있던 서자들을 몇번이고 봤다.


그들은 대부분 조용하고 항상 기죽은 듯이 어깨를 쭈그리고 다녔다. 그들의 미래는 군대에 지원해 병사가 되는 게 최선!


눈앞에 있는 저 서자의 운명도 그와 별반 다름없으리라!


“말조심해라 하지 않았나? 대니 도련님은 이미 아크의 성을 받으셨다. 서자로 대우하는 건 결례다!”


에릭이 말했지만, 브란은 한 귀로 듣고 한 귀로 흘려버렸다.


‘후계자 경쟁권을 얻으면 뭐 하나? 어차피 경쟁에서 이기지 못할 게 뻔한데!’


분명 마을에서 보여준 모습이 비범하긴 했으나 그래봤자 서자는 서자였다. 태생적인 한계가 존재하는 것이다.


적어도 브란은 그렇게 생각했다. 그가 대니에게 굽히고 들어갈 이유는 전혀 없었다.


대니는 차분한 눈으로 브란의 얼굴을 빤히 응시했다. 브란은 대니가 화가 났으리라 예상했다.


‘어디 한번 싸움이라도 걸어 봐라!’


아직 기사는 되지 못했지만 실력은 이미 그저 그런 기사보다 낫다고 자신하는 브란이었다.


어떤 마법을 부려 고스탁이라는 기사를 이겼는지는 모르지만.


‘내겐 안 통할 거다!’


하지만 대니는 브란과 싸울 생각이 전혀 없었다. 대니의 표정은 심각했다.


“기색···”

“응?”

“기색이 안 좋아.”


처음 만났을 때보다 브란의 얼굴색이 훨씬 안 좋았다. 관상에는 기색이라는 것이 있다. 얼굴이 갑자기 평소보다 노랗거나 파래지면 빠른 시일 내에 그 사람이나 주변 사람에게 문제가 생길 수도 있었다.


그리고 브란의 얼굴은 아까보다 훨씬 노란기를 띠고 있었다. 다른 사람들이 보기에는 미세한 변화일지도 모르지만 대니는 그 변화를 예리하게 캐치할 수 있었다.


“당분간 몸조심 하는 게 좋을 거야. 잘못하다간 목숨을 잃을 수도 있어.”

“···지금 나한테 시비 거는 겁니까?”


브란이 발끈했다. 브란은 대니의 말을 도발의 의미로 받아들였다.


하지만 대니는 전혀 그럴 생각이 없었다. 애초에 신변에 위협을 가하는 게 아닌 이상 이깟 유치한 견제쯤은 신경도 안 썼다.


대니는 보라색 보석이 박힌 검을 만지작거리더니 이내 브란에게 건넸다.


“영주의 이름을 따서 ‘토드’라 이름 붙인 검이야. 잘 받아둬.”

“···이걸 왜 내게 주는 겁니까?”

“어차피 운명석은 자기 멋대로 주인을 고른다니까. 받아둬. 네가 만약 주인이라면 목숨을 건질 수도 있으니까. 아니면 결국 나한테 돌아올 거고.”

“···지금 나랑 장난하는 겁니까?”

“아니. 나는 농담을 안 좋아해. 유치하잖아? 아무튼 밤길 조심해. 혼자 다니지 말고.”


브란은 순간 너무 화가 나 대니에게 받은 검을 곧장 뽑을 뻔했다.


“브란, 그쯤하고 물러가라. 오늘은 여기서 야영한다. 용병대장들에게 알리거라.”


에릭이 말했다. 브란은 에릭을 노려보았다.


'세상에서 제일 불명예스러운 기사 따위의 밑에 있다는 것부터 마음에 안 들어!'


브란은 속으로 생각했다. 그리고 제 분을 못 이겨 씩씩거리더니 말고삐를 돌려 용병들에게로 갔다.


“실력은 나쁘지 않지만 마음속에 허영심이 가득찬 아이입니다. 심성이 나쁜건 아니니 이해해주시지요.”

“아, 괜찮아. 별로 신경 안 써.”

“점을 보실줄 압니까?”

“음, 정확히는 관상을 볼 줄 알지.”


에릭은 흥미롭다는 듯 감탄사를 내뱉었다.


“다재다능하시군요.”

“고마워.”

“혹시, 적중률은 괜찮은 편입니까?”

“여태까지는 백발백중이야. 그러니 저 브란이라는 시동 잘 보는 게 좋을 거야. 기색이 바뀐다는 건 본인이 위험에 처할 수도 있지만 타인에게 위험을 안겨줄 수도 있거든.”


대니의 진지한 답변에 에릭은 웃음을 터트렸다.


“죄송합니다만 저는 그런 걸 믿지 않습니다.”

“그렇군.”

“한번 맞춰보시겠습니까?”

“···맞추면 보상이 있나?”

“하하, 제 능력 안에서 소원을 하나 들어드리겠습니다.”


뛰어난 기사를 공짜로 부려먹을 수 있는 기회였다. 대니는 승리의 미소를 지었다.


“미래의 일은 지금 당장 결과를 확인할 수 없으니, 자네의 과거를 맞춰보지.”

“호오, 그런 것도 가능합니까?”

“과거, 현재, 미래. 시간은 모두 운명에 귀속되어 있지.”

“흐음··· 어려운 말이군요. 좋습니다. 한번 맞춰 보시지요.”


에릭은 여유롭게 어깨를 폈다.


“그럼 질문 하나만 하겠네.”

“하하, 한번 정도는 허락해드리죠.”

“공작 전하를 모시기 전에는 누구를 모시고 있었나?”


에릭은 탐탁지 않은 얼굴로 말했다.


“왕실수호 기사였습니다.”

“왕을 모셨다는 소리군···”

“그렇습니다.”


대니는 고개를 끄덕였다. 이 정도 정보면 충분했다.


“에릭 경, 당신은 왕 시해자군.”


작가의말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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