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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TA]

만렙 용사는 핵무기가 필요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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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결

유진숙
작품등록일 :
2023.09.03 11:30
최근연재일 :
2023.10.06 13:05
연재수 :
21 회
조회수 :
978
추천수 :
8
글자수 :
118,856

작성
23.10.04 13: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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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쪽

19화

DUMMY

붉은 별이 박힌 우샨카를 비스듬하게 쓴 고블린 대장이 무리와 함께 길을 막아섰다. 놈은 레프가 목발 대용으로 짚고 있는 나뭇가지를 향해, 돌과 함께 비릿한 비웃음을 던졌다.


“킥킥, 경호원들이 일을 제대로 안 했나? 우리 하얀 공포는 음식을 가리는 성격이 아닌데?”

“···넌?”

“경호원들이 별로 맛이 없어 보였나?”


눈을 동그랗게 뜬 레프를 밀치고 나아가 민첩하게 아스칼론을 뽑았다. 이런 데서 낭비할 시간이 없었기에, 고블린 병사들을 단숨에 해치웠다.


“끼엑!”


스릉-


드래곤의 피를 좋아하는 아스칼론은 아직 해갈을 못 한 눈치지만, 고블린 피를 한껏 머금은 성검을 털어냈다. 놈들의 더러운 피가 바닥에 흩뿌려지자, 고블린 대장이 쓰러진 부하들을 짓밟으며 도망치기 시작했다. 작은 다리로 빨빨거리며 뛰어가는 놈을 단숨에 쫓아가 목을 세게 움켜쥐었다.


“끄악! 이거 놔라, 놔!”

“어이, 레프. 보흐고레를 찾는 일에 이놈이 필요할까?”

“켁, 켁! 모, 목숨만 사, 살려줍쇼!”

“야, 듣고 있어?”

“아, 앗! 예!”

“정신을 어디에 두고 다니는 거야? 이놈이 필요하냐고 내가 묻고 있잖아?”


목이 졸려 발버둥을 치는 고블린을, 멍하니 쳐다보던 레프가 놀란 표정으로 대답을 이어 나갔다.


“···그, 그놈이 바로 보흐고레입니다!”

“엥? 이놈이?”


[킬그로트의 참모, 약삭빠른 보흐고레]

[종류: 고블린]

[레벨: 32]


보흐고레는 탈출하려고 내 손을 할퀴고 물어뜯고 난리가 아니었다. 그러나 드래곤이 할퀴어도 버텨내는 튼튼한 내 살가죽에 작은 흠집조차 내지 못하고 있었다.


콰직-


나무젓가락을 부러뜨리듯, 손쉽게 보흐고레의 목뼈를 부러뜨린다.

이게 웬 떡이야? 퀘스트 목표가 제 발로 나를 찾아오고.

축 늘어진 놈을 집어던지며 어깨를 으쓱했다.


“운이 좋았네. 쥐새끼같이 도망 다니면 어쩌나 했는데.”


[메인 퀘스트 완료: 1막 1장, 슬라베스카의 노예 사업]

[●오크 워로드 킬그로트의 군단장, ‘약삭빠른 보흐고레’를 제거하십시오.]


쾌조의 출발이다.

나에게 있어 이 레벨 구간의 퀘스트들은, 비유하자면 주말의 놀이공원에서 롤러코스터를 타는 것과 같다.

기다리는데 1시간, 타고 내려오는데 2분.

여기로 가라, 저기로 가라 귀찮은 동선을 줄인 것만으로도 나에겐 큰 이득이었다.


[레벨업! 이제 엘다라드의 레벨은 ‘18’ 입니다.]


퀘스트 보스를 제거하면 보상으로 소정의 경험치를 받을 수 있다. 그 덕분에 한여름의 레벨이 한 단계 올라갈 수 있었다. 그녀가 성장했음을 알려주는 안내창과 동시에 새로운 퀘스트창이 떠올랐다.


[퀘스트 갱신]

[메인 퀘스트 시작: 1막 2장, 수질 개선]

[○체르레시야 중부에 있는 슬로베스카 군의 전초기지로 가서, 수질 악화 문제에 대해 의논하십시오.]

[○오크 워로드 킬그로트의 군단장, ‘고약한 오그하’를 제거하십시오.]


# # #


여관으로 돌아오니 여급 대신, 아직도 볼이 팅팅 불어있는 볼을 붙잡고 있는 주인장이 우릴 맞이했다. 그는 마른행주로 식탁을 닦다 말고 나에게 쪼르르 달려왔다.


“아이고오···. 오셨습니까, 나으리.”

“아침.”

“···예? 아, 좋은 아침입니다.”

“아니, 뭔 소리 하냐? 아침 식사를 달라고.”

“아, 아! 그런 뜻이셨군요? 바로 준비해드리겠습니다!”


서둘러 부엌으로 들어가는 주인장을 바라보던 레프가, 여관 창가에 묶어놓은 고블린 목줄을 붙잡고 외쳤다.


“2인분만 준비해, 주인장. 난 바로 퇴실할 거니까.”


식탁에 앉아 잔 3개에 물을 따르고 있던 한여름이 레프의 등을 쿡쿡 찌르며 물었다.


“어디 가게?”

“이 녀석들을 팔러 가야죠. 이만 헤어질 시간입니다.”

“이제 작별이구나···. 그래도 아침밥은 같이 먹고 가지 그래? 배고플 텐데.”

“아뇨, 괜찮습니다. 원래 아침을 잘 안 먹어서···.”

“아침을 가장 든든하게 먹어야 하는 법이야. 잘 먹어야 회복에도 좋지 않겠어?”

“하하, 한여름 님은 정말 인정이 많은 용사님이시군요. 고맙지만 사양하겠습니다.”


고블린들의 목줄을 꽉 움켜쥔 레프가 여관 문 앞에 서서 우리를 향해 고개를 숙였다.


“짧은 시간이었지만, 신세 많이 졌습니다. 다음에 기회가 되면 또 뵙도록 하죠. 특히 라피엘 님, 함께 해서 영광이었습니다.”

“그래, 조심히 가라. 내가 해준 충고, 절대 잊지 말고···.”

“···뼈에 새겨진 교훈을 어떻게 잊겠습니까. 그럼···.”


[피타원 ‘레프(NPC)’가 파티에서 이탈했습니다.]


레프를 짧게 배웅하고서 식탁에 앉아 잠시 기다리니, 슬로베스카에서 주식으로 먹는 간단한 빵과 수프가 나왔다. 한여름과 함께 다음 퀘스트에 대해 의논하며, 느긋하게 그것들을 즐기고 있던 때였다.


[‘우리엘’로부터 귓속말이 도착했습니다. 확인하시겠습니까?]


귓속말?

아니 그보다도, 이 여자가 나한테 무슨 용건이지?


“우리엘?”

- 잠깐 기다려봐. 네게 용건이 있는 건 내가 아니니까. 야, 빨리 와!

“뭐야?”

- 뭐긴 뭐야! 나야, 마스테마. 어째, 여행은 잘하고 있어?


7서클 마법 텔레파시? 아니다.

그것과 지금 이것 사이에는 큰 차이가 있다.

텔레파시는 메시지를 수신하는 것은 가능해도, 답장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똑같이 텔레파시 스펠을 구사할 줄 아는 것이 아닌 이상에야.


“···내 말이 들려?”

- 우리만 쓸 수 있는 특별한 능력이야. 마법사들이 쓰는 텔레파시와 차원이 다른 마법이지. 뭐, 개발자만이 유저에게 대화를 신청할 수 있다는 단점이 있긴 하지만.

“근데 왜 굳이 우리엘의 입을 빌렸어? 네가 직접 하면 되잖아. 설마 이런 것도 치트키로···.”

- 그런 건 아닌데, 이건 내가 코드를 삭제하는 과정에서 실수가 좀.

“에휴, 그럴 줄 알았다.”

- 아, 지금 그게 중요한 게 아니고 급하게 루트리가로 다시 돌아와야겠어.

“돌아오라니?”

- 내일 아침에 레바테인 프로젝트의 출범식이 있어. 황제는 물론이고 아케인 안보국 국장, 루트리가 대학 총장, 제국군 원수와 장군들, 마지막으로 프로젝트에 참여하는 각종 제국 기업들의 총수까지 몽땅 참가할 예정이야.

“그래서? 난 정치 잘 모르니까 네가 알아서 해.”

- 그래서라니? 프로젝트 출범식에 총책임자가 빠져야 쓰나?

“어디서 많이 듣던 말인데···. 야, 그러면 1시간 뒤에 다시 연락해 줘. 짧게 축사를 써서 읊어줄 테니까. 나 일하느라 바빠.”

- 안돼. 꼭 돌아와. 불참하면 황제가 지원은 없던 일로 하겠다고 했단 말이야.

“아, 씨···. 거 되게 귀찮게 구네, 그 양반···. 일단 알았어.”

- ‘일단 알았어’가 아니고 늦어도 내일 새벽까진 돌아와. 알았지?

“알았다고. 늦지 않게 갈게.”


이를 어쩐다.

허례허식 좋아하는 황제가 홧김에 프로젝트 지원 중단을 선언해버리면 정말 골치가 아파진다.

내가 아무리 돈이 많다고 한들, 천만 골드에 가까운 거금을 가지고 있진 않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인제 와서 돌아가 버리면 그건 그거대로 또 문제다.

이대로 돌아가면, 첫 번째 마왕을 잡는 데 걸리는 시간이 상당히 늘어날 것이기 분명하다.


바닥을 드러낸 수프를 빵으로 닦아 입에 털어 넣은 한여름이, 입가에 묻은 빵가루를 털며 말을 걸어왔다.


“무슨 일이야? 혼자 중얼거리더니, 갑자기 혼자 그렇게 고민 가득한 얼굴을 하고?”

“방금 마스테마로부터 귓속말이 왔어.”

“귓속말?”

“일종의 텔레파시같은 거지. 아무튼 나보고 빨리 루트리가로 돌아오라네. 내일 아침에 있을 프로젝트 출범식에 반드시 참여해야 한다고···.”

“그쪽에서 알아서 처리할 수 없는 일이야?”

“그런가 봐. 황제가 지원금을 끊겠다고 협박까지 한 모양이던데···.”

“헉, 어쩔 수 없네. 돌아가야겠는데?”


입으로는 아쉬워하면서도, 눈은 웃고 있는 한여름이다.

내심, 이 추운 동네를 벗어날 수 있다는 기대감 때문일 거다.

하지만 어림도 없지. 내겐 다른 계획이 있다.


“아니야. 그럴 필요 없어.”

“···출범식에 불참하려고?”

“아니, 출범식엔 가야지. 넌 여기 남고.”

“뭐? 나 혼자 여기 버려두고 가겠다고?”

“혼자 버려둘 생각은 없어. 그건 그렇고 밥은 다 먹었어?”

“으, 응···.”

“그래. 좋은 생각이 있어.”


빵 하나를 대충 입에 욱여넣고, 한여름과 함께 여관을 나섰다. 레프가 말한 대로 체르레시야에서 모험가를 흔히 볼 수 있다면, 분명히 이 정도 규모의 마을에 모험가 길드가 있을 것이었다. 아니나 다를까. 마을 광장 한편에, 문전성시를 이루고 있는 길드 건물이 눈에 들어왔다.


이 게임에는 모험가라 불리는 자들이 존재한다.

용사인 우리처럼, 이 대륙 저 대륙을 돌아다니며 몬스터를 사냥하는 NPC들이다.

그들의 역할은 몬스터가 과도하게 불어나는 것을 방지하고 유저인 용사들을 돕는 것.

흔히, 게임에서 말하는 용사 파티원이 될 자격을 갖춘 인원들이었다.


[체르레시야 모험가 길드]


입구 앞에서 한여름이 떨떠름한 표정으로 나를 올려다봤다.


“꼭 이렇게까지 해야 해?”

“쓸데없이 시간 낭비할 필요 없잖아?”

“으···. 이 얼음 왕국에 꼼짝없이 나 홀로 갇히겠네···.”

“혼자 버려둘 생각 없다니까 그러네? 어서 들어가자.”


다양한 클래스를 가진 모험가들을 헤집고 들어가, 비어있는 어느 카운터에 도착했다. 커다란 깃털 펜으로 서류를 처리하고 있던 접수원 아가씨가, 으레 모험가 길드를 대표하는 얼굴마담답게 나에게 상큼한 미소를 날렸다.


“어서 오세요! 무엇을 도와드릴까요?”


[의뢰가 필요해.]

[보상을 받으러 왔어.]

[→ 파티원을 구하고 있어.]

[같이 ‘샤슬릭’ 먹으러 안 갈래?]


“이곳 길드에 등록된 파티 명단을 좀 보여줄 수 있을까? 늦어도 저녁 전까진 합류할 수 있는 인원들로.”

“알겠습니다! 원하는 등급이 있으실까요? C등급이라든지, D등급이라든지···.”

“S등급. 없으면 최대한 실력 좋은 파티로.”

“S, S등급이요? 흐음···. 잠시만 기다려주세요.”


접수원이 캐비넷에서 서류 뭉치를 꺼내 살펴보는 사이, 카운터에 기대어 길드 내부에 있는 모험가들을 천천히 둘러봤다. 여러 모험가 파티 사이에서, 유독 눈에 띄는 독특한 파티가 하나 있었다.


실속 없이 크기만 큰 대검을 뽐내며 으스대고 있는 기사.

대낮부터 술을 마시고 있는 반쯤 눈이 풀린 성녀.

사람들을 마법으로 속여 돈을 따고 있는 도박꾼 마법사.

하나같이 주옥같네.


저런 것들도 모험가를 하는가 싶어 혀를 끌끌 차며, 다른 자들을 더 살펴보고 있을 때였다. 접수원 아가씨가 어떤 서류 한 장을 찾아, 내게 건넸다.


“이분들은 어떠세요? 저희 길드에서 가장 높은 등급이고, 체르레시야에서 꽤 오래 머무른 베테랑 모험가들이거든요.”

“어디 보자. 기사, 성녀, 마법사···. 여름아, 이것 좀 봐. 어때? 넌 궁수니까, 전투 밸런스도 딱 맞아.”


나에게서 파티원 명단을 건네받은 한여름이 고개를 끄덕였다.


“괜찮은데?”

“그렇지? 어이, 접수원?”

“예! 결정하셨나요?”

“이 자들과 함께 파티를 맺겠어. 중개료는 얼마야?”

“5골드 되겠습니다.”

“···그렇게나 많이? 자, 여기.”

“5골드 받았습니다. 이 근방에서 쉽게 볼 수 있는 그런 수준의 자들이 아니라서요. 후회 없으실 겁니다.”

“내가 좀 바빠서 그런데, 최대한 빨리 오라고 해줄 수 없을까?”

“읏차. 잠깐 따라오시겠어요? 바로 근처에 있으니까 안내해드릴게요.”


가녀린 팔로 체중을 힘껏 실어, 계약서에 도장을 꾹꾹 눌러 찍은 접수원 아가씨가 카운터 바깥으로 나왔다. 그리고 곧바로, 한여름을 곁에서 도와줄 ‘듬직한’ 파티원 들을 만날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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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 15화 23.09.30 24 0 13쪽
14 14화 23.09.28 27 0 13쪽
13 13화 23.09.27 33 0 13쪽
12 12화 23.09.26 28 0 13쪽
11 11화 피바람은 우르사 강물을 마신다 23.09.25 35 0 13쪽
10 10화 뜬금없는 변심 23.09.24 33 0 13쪽
9 9화 23.09.23 34 0 12쪽
8 8화 루트리가 대학 23.09.23 36 1 12쪽
7 7화 23.09.22 30 0 12쪽
6 6화 [팁: 알고 계셨나요?] 23.09.21 36 0 12쪽
5 5화 23.09.20 45 0 13쪽
4 4화 23.09.19 63 0 12쪽
3 3화 ...하피? 23.09.18 94 1 12쪽
2 2화 23.09.18 103 2 1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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