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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스에프 님의 서재입니다.

수상한 발령장을 지닌 말단 포쾌

웹소설 > 일반연재 > 무협, 퓨전

에스에프
작품등록일 :
2023.10.20 06:03
최근연재일 :
2023.12.10 12:19
연재수 :
28 회
조회수 :
8,568
추천수 :
55
글자수 :
157,207

작성
23.11.11 09: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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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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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
11쪽

17. 격전이 벌어진 공간을 종잇장처럼 찢어발기며

DUMMY

17. 격전이 벌어진 공간을 종잇장처럼 찢어발기며


봉양방


“오라버니, 다 왔어요.”

“형님, 저곳인 것 같습니다.”


일화가 굳이 따라가겠다며 셋이서 홍교를 건너 양주성 외곽의 북동쪽으로 허름한 거지들 동네를 지나 집집마다 여인네들만 눈에 띄는 초라한 마을로 들어섰다.


빈부의 격차가 심한 양주라더니 지금껏 보지 못한 열악한 환경이었다.


“일단 가 보자.”


‘아파가 말하길 이 부근의 이층건물이 봉양방이라니 분명히 이곳인데...’


일전에 일화가 월하봉루가 봉양방의 본거지라 짐작했지만 아파는 엉뚱한 곳을 알려줘 긴가민가했는데 낡은 단층집들 사이로 눈에 띄는 이층건물이라고는 저곳밖에 없었으니 틀리진 않았다.


하지만


-저벅저벅


마을 입구로 들어설 때부터 하나둘 집 밖으로 나와 불안한 눈빛으로 우리를 둘러싸는 여인들과 이층건물의 입구에 나와 있던 다섯 명의 여인들이 위협적인 태도로 일행을 막아서자 발걸음을 멈출 수밖에 없었다.


그녀들은 무공을 익힌 듯 외부인을 두려워하지 않았다.


“어허, 봉양방에 투자하려고 먼 길을 찾아왔건만 손님을 이렇게 대하다니!”

“흥! 돈지랄하는 변태 포쾌가 뭔 헛소리야! 가진 거나 내놓고 썩 꺼져!”


순후가 짐짓 타이르듯이 말했으나 가운데 여인이 기다렸다는 듯이 독설을 내뱉었다.


“눈치 하난 빠른데 변태라니? 어디서 헛소문을 들었는지 모르겠군.”


어떻게 알았는지 콕 집어 나를 지목했으니 졸부 광대놀음은 그만두고 그녀를 향해 몇 걸음 앞으로 나섰다.


“말단 포쾌 주제에 웬일로 좋은 일하고 돌아다니나 했더니 어디서 뒷돈을 긁어모아 인신매매나 하겠다고! 더러운 새끼. 퉤! 퉤!”


걸쭉하니 침까지 내뱉는 여인이었다.


“아, 열 받네! 여자라고 봐줄 거란 생각은 하지 마!”


“오라버니.”

“형님.”


생전 처음 당하는 모욕감에 일화와 순후마저 어처구니없어 하면서도 내가 큰 사고라도 칠지 걱정되는 모양이었다.


“얘들아, 저 변태 놈을 족쳐라.”

“예. 언니.”


-필리리리리♪


‘옥피리?’


앞을 막아섰던 다섯 여인이 맨몸으로 덤벼들기에 박투술이라도 펼치나 싶었는데 품 안에서 피리를 끄집어내 단검처럼 휘둘렀다.


“장난치는 거야 뭐야? 내 무공 소문은 못 들었나 보군.”


가냘픈 여인들이라 그런지 수법이 강맹하지 못했고 그리 위협적이지 아니어서 가볍게 피할 수 있는 수준이었는데 한 가지 특이한 건 입으로 불지도 않았는데 손가락 움직임에 따라 피리소리가 울린다는 거였다.


-피리리리리~

-삐리리리리~


가소롭게 여겼던 피리의 움직임이 빨라지며 소리가 점점 증폭되더니 차츰 귀에 거슬리는 소음을 만들어내자 내공의 흐름이 빨라지고 불규칙하게 움직이려는 조짐마저 보였다.


‘음공?’


얼른 내공을 끌어 올렸다.


음공은 음파를 방출해 육체를 살상하거나 정신을 분열시키는 무공이지만 상대의 월등한 내공에는 절대적인 타격을 줄 수 없다.


“여자라고 말로해서는 안되겠군. 피멍들더라도 원망하지 마.”


다섯 명을 한 방에 몰아붙이려고 공력을 모으는데 피리소리가 급하게 변했다.


-삐리리리릭!!

-삐이삑!!!!


처음과 달리 귓속을 파고드는 음파가 뇌를 자극할 정도의 충격파를 만들었다.


“공명음!”


물체의 진동수와 동일한 진동수를 갖는 특수한 음파를 발출하는 수법으로 절대고수의 내가중수법처럼 겉은 멀쩡하지만 육체 내부의 장기를 손상시키는 잔인한 음공이었다.


“이것들이 보자보자 하니까 몹쓸 악녀들이네! 흐읍!!”


-우우우우~


오뉴월 원독이 서린 여인네처럼 잔혹한 수법을 마다않으니 응분의 대가로 비슷한 유형의 음공인 사자후를 펼쳤다.


저 정도의 미약한 내공으로는 감히 대응할 수준이 못되니 칠공(눈, 코, 입, 귀)으로 피를 뿌리며 나자빠질게 뻔했다.



“다들 물러 서거라!”


-띠르르르릉!

-띠르르르릉!


-콰콰쾅!


귀를 찢는 피리소리, 대기를 뒤흔드는 사자후, 거기다 갑자기 날아든 강기를 머금은 비파음마저 뒤섞이며 엄청난 불협화음이 생겨나더니 격전이 벌어진 공간을 종잇장처럼 찢어발기며 후폭풍을 일으켰다.


-쿠당탕


다섯 여인은 그 충격으로 멀찍이 나뒹굴었고 흙먼지가 구름처럼 일었다.


-띠링! 띠링! 띠링!

-띠리링! 띠리링! 띠리링!


뿌연 먼지바람이 걷히기도 전에 그 속을 뚫고 화살촉 같은 대기의 파동이 밀려왔다.


절대고수가 펼치는 강기의 위력에는 훨씬 못 미치지만 비수같이 날카로운 음파에 소름이 돋았다.


“빌어먹을!”


-휘리릭~

-휘리릭~


-픽!픽!픽!픽!픽!픽!


청력을 최대한 집중해 음률에 맞추어 뇌전편을 정신없이 휘둘렀다.


‘흑뇌곤만 있었으면 짧게 맞받아치며 역공이 가능할 텐데 뇌전편의 단순한 초식으로는 연속적으로 흘러나오는 비파음을 모조리 따라잡을 수가 없구나.’


이층 건물에서 나온 사십 대의 두 여인은 비파를 가슴에 품은 채 구슬픈 가락을 튕기며 날카로운 음공을 펼쳤기에 순후의 연기에 구색을 맞추느라 흑뇌곤을 놔두고 온 것이 뒤늦게 후회됐다.


비파 가락에 맞춰 춤추는 것도 아닌데 혼자서 발광을 하고 있으니 한심하기까지 했다.


결국 뇌전편으로 왼팔의 하박을 둘둘 감아 가슴 앞으로 내밀며 전신방어에 치중하느라 접근전도 힘들었다.


잠시 고개를 돌려보니 삼류무사 수준인 순후를 보호하느라 그를 등 뒤로 바짝 끌어당겨 호위중인 일화의 손을 빌리는 것도 쉽지 않았고.


‘이런 외딴 곳에 음공의 고수라니 봉양방이 무림 문파인가?’


사자후 한 방에 내상을 입고 쓰러진 여자들로 봐서는 그 정도는 아니니 저 두 사람의 합공이 대단한 거였다.


‘호신강기를 믿고 무식하게 덤벼들어? 아니면 삼령을 제압한 것처럼 공방을 겸한 강기공으로 일격을 노려봐?’


상당한 내공을 지닌 두 여인이 각기 네 개의 비파줄(현)의 파동을 무기로 삼아 합공을 했지만 어느 쪽이든 한 명은 충분히 박살 낼 수 있는데 나머지 한 명이 문제였다.


두 가지 수법 모두 내공 소모가 워낙 많아 동시에 치고받고 하기엔 힘이 달리니, 일격 후 다른 상대에게 빈틈을 드러낼 것이고 그리된다면 치명적인 부상을 입을 수밖에 없으니 위험을 무릅쓰며 굳이 모험을 할 필요는 없다.


‘저들의 음공을 추월할 수 있는 유일한 초식은...’


-타다닥!


수비에 치중하던 태도를 바꿔 공격적으로 뛰어들자 두 여인이 거리를 벌리며 좌우로 거의 일직선상에 자리할 때였다.


‘됐어!’


-휘리릭~

-픽!픽!픽!픽!


방어에 치중했던 뇌전편을 풀어 왼쪽 여인을 향해 파상적인 공격을 펼치곤 재빨리 몸을 비틀며 안쪽으로 끌어당긴 뇌전편으로 등지고 있던 여인을 향해 뿌렸다.


-파앙!

-콰콰콰쾅!!


뇌전편이 날아가는 소리가 이전과 확연히 달랐다.


...채찍은 내공을 실어 앞으로 나아갈 때보다 회수되어 되돌아올 때 순간적으로 접어 꺾는 손목의 유연한 움직임에 따라 엄청난 가속이 붙는다...


팔초식 초월은 뇌전편을 휘두를 때의 파공성조차 앞서가는 채찍을 뒤따를 정도의 빠르기를 가진 초식인데 편이나 요대 등을 주무기로 삼아야만 알 수 있는 고유한 수법이다.


하지만 상대에게 한번 노출되면 경각심을 불러일으켜 비기로써의 효용이 없어지기에 동일한 수법이 잘 안 먹혀드는 치명적인 단점이 있다.


즉 일회성 초강력 약발이다.


그러니 앞쪽의 공방을 틈타 합공을 노리려던 여인은 번개처럼 날아든 뇌전편의 갑작스런 급가속에 일격을 당해 비파와 함께 저 멀리 튕겨졌다.


“으윽...”


다행히 뇌전편이 회수될 때의 파괴력은 초월적인 속도만큼 강력하지는 못해 심한 내상은 아니겠지만 정상적으로 싸우는 것은 불가능했다.


“자, 이쪽도 사이좋게 똑같이 당해야지!”


목울대를 움켜진 거친 손아귀에 놀란 눈만 껌벅이니 반격의 기회조차 달아난 상태였다.


‘에이 씨, 대들지도 못 하는데 패줄려니 찜찜하네. ...그런데 이 여자가 어딜 보고 있는 거야?’


주먹을 움켜쥐고 ‘쥐어박아? 말아?’ 갈등 중인데 여인의 눈길이 한곳에 꽂혀 멍 때리고 있었으니...


...추행이라도 당한 것처럼 얼른 고개를 내려 옷매무새를 확인했다.


상의가 격전의 여파로 여기저기 찢겨져 있었으나 심하게 맨살을 드러낸 곳은 없었다.


거시기(?)가 달랑거리는 걸 제외하면.


‘무척 까다로운 싸움이었는데 이만하면 이대일로 잘 싸웠네. 앞으로 무공연습을 게을리 하면 안 되겠어.’


황궁을 나올 땐 무공은 별반 필요 없을 것 같았는데 이런 촌구석에서 피를 볼 뻔했으니 흑뇌곤이 없다는 핑계를 대는 건 쪽팔린 일이었다.


“고, 공자님!”

“그래, 내가 변태 포쾌는... 응! 공자님이라니?”


또다시 변태니 뭐니 욕이라도 하는가 싶었는데 공자님이라니, 이 아줌마가 머리에 심한 충격을 받았나 싶었다.


“그 목걸이...”

“이거? 돌아가신 어머니 건데?”


격전으로 품에서 살짝 튀어나오는 바람에 눈앞에서 달랑거리는 목걸이였다.



...위에 말한 거시기는 목걸이임...



“혹시 선대부인(先大夫人)께서...”

“!!”


-....

-...

-...

-...


목을 움켜잡았던 손은 풀렸고 치켜 올린 주먹도 내린지 한참이나 되었건만 두 사람의 전음이 계속되었다.


영문을 모르는 순후와 일화는 내게 바짝 달라붙어 주위를 경계했고, 싸우는 것도 화해한 것도 아닌 어정쩡한 상황에 부상당한 여인네들도 내상을 추스르며 긴장의 끈을 놓지 않았다.



잠시 후...


“안 해!”

“하셔야 됩니다.”

“난 안 한다고!”

“반드시 하셔야 합니다. 안 그러면 소신은 이 자리에서 자결하겠습니다.”

“아, 죽든지 말든지 알아서 하고. 난 절대 못해!”

“공자님...”


...여인네가 하자면(?) 좋은 것 아닌가? 그런 걸 거절하다니...


두 사람이 갑자기 언성을 높이며 하니 못하니, 죽니 사니 하자 분위기가 싸해지며 무기를 쥔 손에 다들 힘이 들어갔다.


“일화야, 힘 풀어 다시 싸울 일 없으니까.”

“예... 그런데 오라버니, 시간이 한참 지났는데요.”

“뭔 시간?”

“오늘이 총상대회 날이잖아요?”

“아! 맞다.”


봉양방에 가는 날이 총상대회 날과 겹쳐 빨리 마치고 돌아가야 했는데 한바탕 싸움에 몰두하다 보니 깜빡 잊고 있었다.


“늦었다. 어서 가자.”

“예. 오라버니.”


“...공자님, 공자님!”


애타게 부르는 여인을 쌀쌀맞게 내팽개치고 달아났다.



하지만


십리는커녕 오리도 못 가서 다시 발목이 잡혔으니... 이번엔 거지들이었다.


백여 명이나 되는 거지들이 길을 떡하니 막고선 시비를 걸어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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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7. 격전이 벌어진 공간을 종잇장처럼 찢어발기며 23.11.11 215 1 11쪽
16 16. 옷만 벗기지 않았지, 다 보여주는군. 23.11.05 265 2 14쪽
15 15. 한때 마교라 부르던 마기라니... 23.11.04 262 2 14쪽
14 14. 그, 그놈은 설산은묘! +2 23.11.04 256 2 1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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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 11. 흥! 초랑, 그놈은 이령이 만취독... 이런, 젠장! 23.10.27 330 1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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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 6. 쥐꼬리가 호랑이 꼬리처럼 느껴지니 그런 것이지 23.10.21 389 1 15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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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3. 직속상관 정 포두 +2 23.10.20 554 5 13쪽
2 2. 이년? 미쳐? +3 23.10.20 664 6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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