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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아젠 님의 서재입니다.

과거를 살다

웹소설 > 자유연재 > 무협, 대체역사

피아젠
작품등록일 :
2017.05.28 12:40
최근연재일 :
2017.08.26 02:09
연재수 :
78 회
조회수 :
21,872
추천수 :
186
글자수 :
295,652

작성
17.08.19 23:30
조회
8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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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
글자
7쪽

75

잘부탁드립니다.




DUMMY

어제 그 소동 이후 겉으로는 모든 문제가 해결된 것 같았지만 부대 내에 눈에 보이지 않는 파벌 같은 게 생겨버렸다. 원래부터 지휘관의 성향에 따라 어느 정도 전사들의 스타일이 갈리긴 했지만 구오무에 대한 반감과 존경으로 나뉜 부대는 공기조차 불편했다. 다행히 쳐들어올 적들에 대한 대비로 바쁘게 움직인 덕분에 육체적은 충돌은 없었지만 준비를 하는 내내 불협화음이 계속 되었다.


"쪼흐 쇼 닌탄 툰마"


지휘자인 구오무는 조율이 필요하다는 내 말에 싸운 후에 전사들이 스스로 깨닫게 될 거라고 말했다. 수를 부풀린 적이 처들어온다는 사실은 조금 걱정됐지만 부대 분위기상 차라리 빨리 싸우고 싶은 마음이 컸다. 구오무의 말대로 싸움에서 무언가 배워 이 사태를 끝맺을 수 있다면 최대한 빨리 끝내고 싶었다.


"운고토."


내 목소리를 듣고 잠시 멈춰섰던 운고토가 내 옆에 서있는 구오무를 보고 다시 걸음을 재촉했다. 그 사건 이후로 운고토와 구오무의 사이는 조금 어색해진 상태였다. 결과적으로 다시 구오무를 따르겠다고 했지만 반란의 시작점에 자신이 서있었다는 걸 알고 있는 그는 미안함과 죄책감을 느끼고 있는 것 같았다. 구오무는 억지로 다가가지 않고 운고토가 스스로 그 감정들을 극복하길 기다리고 있었다.


"흐허, 고만."


자신의 부대를 살피러 간 구오무와 헤어져 우리 부대로 돌아오자 복부에 커다랗게 붕대를 감은 서란이 양손을 모으며 말했다.


"무어?"


"워 티우 그 툰마 간 세트마."


"아~"


어제 세트마와 내가 싸운 얘기를 들었는지 서란이 손으로 목을 치는 시늉을 하며 말했다. 사실 오늘 깨어난 서란이 아니더라도 어제 내 모습을 본 우리 부대원들은 나에 대해 생각보다 괜찮은 재평가를 내놓았다. 과잉진압이라는 다른 부대원들과 달리 우리 부대원은 늘 무시당하던 대장인 내가 보여준 값진 승리에 환호했다.


"텐데 더샤이 그."


서란이 오랜만에 느껴보는 존중에 대해 감상에 젖어있던 내 팔을 잡아끌었다. 전사들이 기다리고 있다는 그의 말마따나 우리 부대 앞쪽에 위치한 광장에는 각각의 무기로 무장한 전사들이 근엄한 모습으로 정렬해있었다.


"무어 더샤이?"


"우흐 고만, 주운. 티문 우흐."


"티문 우흐."


내 생각보다 세트마라는 전사의 명성이 괜찮았던 모양이다. 그를 이긴 걸로 이렇게 전사들이 내게 싸움을 배우려한다는 사실이 신기하기만 했다. 적에게 배우는 게 가장 효율적이라던 구오무의 말을 변명으로 이 상황을 벗어날 수도 있었지만 오랜만에 느껴보는 존경어린 저 시선들을 무시할 수가 없었다. 결국 분위기에 휩쓸려 칼을 뽑아들었다.


"라이가!"


제일 먼저 내 앞에 선 건 우리 부대 내에서 중간보다 약간 아래의 실력을 가진 마토라는 전사였다. 실제 나이는 고등학생 정도였지만 갖은 고생으로 그의 액면가는 나와 비슷했다. 15살부터 전투에 참여 가능한 도담의 규칙 상 그의 전투 경험은 다른 전사들에 비해 월등히 적었다. 또한, 지마의 부대에서 나와 우리 부대로 옮기는 과정에서 주무기를 창에서 칼로 바꿨는데 그때문에 검술도 많이 미숙했다. 부대 내에서 중간 정도의 검술 실력을 가진 나로서도 충분히 교육하면서 가르칠 수 있는 학생이었다.


"미왼! 히오! 카미에!"


양쪽에서 번갈아 날아온 내 공격을 간신히 막던 마토가 내가 내지른 발차기에 맞아 바닥을 뒹굴렀다. 적당히 상대하려고 했는데 막상 칼을 부딪혀보니 내 예상보다 실력이 뛰어났다. 결국 추하지만 있는 힘을 다해 그를 상대할 수밖에 없었다.


"흐허."


"흐허, 고만."


쓰러진 마토가 내 손을 잡고 일어났다. 결과에 승복하고 환하게 웃는 그의 얼굴을 보자 조금이라도 더 알려주고 싶은 마음이 들었다. 결국 나는 내 나름대로 모은 정보를 토대로 그에게 부족한 점들을 알려주었다. 대부분의 전투에서 리치가 긴 창을 이용해온 마토는 칼을 쥐고 있음에도 자신의 사거리를 생각하지 않고 달려들 때가 많았고, 이는 곧 적에게 반격의 기회를 주는 꼴이었다. 자신이 쓰는 무기가 무엇인지 확실히 파악하고 적을 상대해야 하며 그런 노하우는 전투를 통해서 배울 수 있을 것이라고 알려주었다. 내 짧은 강의가 끝나자 마토의 눈동자에는 한층 더 깊은 존경이 깃들어있었고, 몇 몇 전사들은 나에게 박수까지 보내왔다.


"워 타인!"


박수는 박수고 마토가 물러가기 무섭게 백정이라는 별명을 가진 다이바가 자신의 무기인 커다란 망치를 들고 앞으로 걸어나왔다. 단순 전투력만 두고보면 우리 부대 내의 상위권에 위치한 전사였다. 하지만 그의 등장도 나를 안심시켰는데 그 이유는 전투력에 비해 그의 전투 스타일이 단순했기 때문이다. 쉽게 말해서 조금 멍청했다.


"다!, 다!"


힘을 실어 휘두르는 망치를 살짝 살짝 쳐내며 나는 그의 전투 스타일이 잘못 되었음을 지적했다. 하지만 그는 휘청거리면서도 끈질기게 망치를 휘둘렀다.


"나도 못 맞추는 망치로 누굴 맞추겠다는 거야."


횡으로 크게 망치를 휘두른 다이바의 중심이 흐트러진 틈을 타 검신으로 칼의 손잡이 부분으로 그의 손목을 힘껏 내리쳤다. 어설프게 내리치면 곧장 반격을 해올 것 같아서 꽤나 무게를 실었던 모양이다. 손목을 맞은 그는 망치를 내려놓고 뒤로 몇 발자국 물러났다.


"흐허."


"흐허, 고만."


칼을 그의 목에 겨눌 필요도 없이 그는 자신의 패배를 인정했다. 떨어진 망치를 주어 멀쩡한 손에 쥐어준 나는 그가 너무 힘만 믿고 무기를 휘두르는 게 문제라는 것과 망치를 다루는 법이 너무 정직하다는 사실을 지적했다. 또한, 곤봉을 자유자재로 사용하는 운고토의 전투를 참고하여 몇 가지 조언도 해줄 수 있었다. 쇠로 된 망치의 머리 부분이 아니라 손잡이 부분도 충분한 무기가 될 수 있다는 점과 상대가 서있는 지형에 따라 망치로 그들의 중심을 무너뜨릴 수 있다는 내 말을 들은 다이바의 표정은 급속도로 밝아졌다.


"가르치는데 재능이 좀 있나본데."


처음에는 막막했던 교육은 진행될수록 수월한 느낌이 들었다. 전사들에 대해 조사해놓은 게 큰 도움이 되었고, 많지 않았지만 그렇다고 또 적지도 않은 전투 경험은 그들에게 무언가를 알려줄 수 있는 배경지식이 되어있었다. 다가오는 마혈단과의 전투에서 우리 부대가 충분히 활약할 수 있을 것 같은 기분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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