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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아젠 님의 서재입니다.

과거를 살다

웹소설 > 자유연재 > 무협, 대체역사

피아젠
작품등록일 :
2017.05.28 12:40
최근연재일 :
2017.08.26 02:09
연재수 :
78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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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876
추천수 :
186
글자수 :
295,652

작성
17.08.18 00: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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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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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쪽

73

잘부탁드립니다.




DUMMY

용병들의 주둔지에서 빠져나온 다음날. 유리한 상황에서의 퇴각이라는 전사들로서는 이해할 수 없는 일이 벌어지고 나서 대부분의 전사들은 전의를 상실한듯 보였다. 대장인 구오무가 겁쟁이처럼 뒤로 물러나있었다고 비난하는 전사들도 적지 않게 보였다. 특히 이번 전투에서 동료를 잃은 전사들은 노골적으로 적의를 드러내기도 했다.

"쪼 다 우흐 고만. 쪼 카미."

전사들은 분노는 해가 중천에 떠올랐을 때 최고조를 찍었다. 결국 의견이 맞는 전사들이 함께 모여 구오무의 천막 앞에서 시위를 벌이기 시작했다. 대장으로 인정하지 않는다는 말을 시작으로 명예를 가장 중시하는 전사들에게 가장해서는 안될 말인 카미(겁쟁이)라는 단어까지 사용하는 그들의 분노를 멀리서도 느껴질 정도였다. 하지만 자신의 천막 앞에서 시위를 벌이는 전사들에게 구오무는 아무런 조치도 취하지 않았다. 대신 그들을 벌한 건 온몸에 붕대를 감은 운고토였다. 그는 손목이 깊이 베여 힘도 제대로 들어가지 않는 주먹으로 자신의 부대원이었던 전사들이 피죽으로 만들어버렸다.

"다 운고토."

전사들이 내지르는 비명에 밖으로 나온 구오무가 그 모습을 보고 씁쓸한 표정을 지으며 운고토를 말렸다.

"뇨우 그 다 툰마?"

구오무에게 왜 싸움을 피했냐고 묻는 운고토의 목소리는 진지했다. 그는 충분히 구오무의 뜻을 이해하고 있을 거라 생각했지만 그의 목소리는 답답함과 분노로 가득 차있었다.

"그흐 연툰 툰마."

"그 카이 티문."

"워 다."

구오무는 여전히 우리가 싸움을 배워야 한다고 했고, 운고토는 왜 대장인 구오무가 직접 그들을 가르치지 않느냐고 호소했다. 하지만 구오무의 대답은 여전히 부정적이었다.

"뇨우?"

"아키아 하멧 티문마."

왜냐는 운고토의 질문에 구오무는 적이 최고의 스승이라고 말했다. 내 예상대로 구오무는 적들을 통해 우리가 싸우는 법을 터득하길 바라고 있었다.

"워 카이 티문. 이스 다 툰마."

가르칠 수 있지만 그것은 싸움이 아니다. 구오무의 머릿속에는 그만의 철학이 세워지고 있는 것 같았다. 하짐나 아쉽게도 대장의 앞선 철학을 이해할 수 있는 전사는 그 자리에 없었다.

"단코 라이가 고만."

부하는 대장을 따른다. 반강제로 대장직을 맡고 있는 구오무가 대장이라는 단어를 직접 입에 올렸을 때 느껴지는 무게감은 정말이지 엄청났다. 원치 않았지만 숨길 수 없을 정도로 뛰어난 무력과 지력으로 그 자리에 올려진 구오무가 말하는 '대장'이라는 단어는 우리가 말하는 것과 전혀 다른 느낌을 주었다.

"우흐 부호마! 다 단코, 다 고만!"

"이스 주티하! 부호마 다 오샤 주티아!"

운고토는 부하와 대장이 아니라 가족이라는 이름으로 우리를 묶으려 했지만 구오무는 단호하게 이곳은 전장이며 가족으로는 이곳에서 살아남을 수 없다고 운고토의 말을 단번에 짓눌렀다. 대장이라는 책임감은 순하던 청년 구오무를 완전히 다른 사람으로 만들어놓았다.

"모우야 오샤, 라이거 워."

살고싶으면 나를 따르라. 구오무의 그 한마디는 부대를 완전히 반으로 갈라놓았다. 구오무의 강압적인 태도는 반기를 든 전사들의 분노에 더 큰 불을 지폈다. 도담이라는 이름 아래 그 어떤 부대보다 굳센 단합을 보여주던 우리 부대는 외부인조차 눈치 챌 정도로 휘청이고 있었다.

"문제라도 있습니뫄?"

어디론가 사라졌다고 생각했던 두목이 궁금증 많은 아이처럼 내 곁으로 다가와 물었다.

"아무것도 아니에요. 그것보다 왜 여기 있어요?"

"같은 동료 아닙니뫄!?"

"누가요? 두목이랑 저희가요?"

"실망입니다."

눈, 코, 입을 제외한 얼굴의 모든 부위가 털로 뒤덮인 두목의 토라진 표정을 보고 있자니 속이 뒤틀렸다. 안 그래도 머리가 복잡해죽겠는데, 이제는 머리가 지끈거리다 못해 욱씬거렸다.

"실망이면 여기서 떠나시면 되겠네요. 뭐라고 하면 되지, 돌아가다면 회.. 회촌?"

"제가 동료된 기념으로 중요한 소식 하나 알려드리려고 했는데, 알겠습니다. 떠나겠습니다."

30대의 외모로 10대처럼 쉽게 삐지는 두목을 상대하기는 여간 힘든 게 아니었다. 더 이상 상대하고 싶지 않았지만 중요한 소식이라는 게 내 발목을 붙잡았다.

"아.. 자존심 상해. 중요한 소식이 뭔데요?"

"궁금하십니뫄? 그럼 동료로 받아주시는 겁니뫄?"

"그걸 왜 저한테 물어요. 대장한테 가서 물어봐요."

"두목이면 저기 천막에 있는 분 아닙니뫄? 조금 무서워서.."

언제부터 구오무가 무서운 이미지를 가지게 됐는지 우리한테도 참 많은 일이 있었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럼 제가 나중에 말해줄 테니까, 그 중요한 소식이 뭔지나 말해봐요."

"약조하신 겁니다. 제 부하가 오늘 아침에 마혈단 주둔지에 갔는데 글쎄 있는 돈을 몽땅 끌어와서 주위에 있는 용병이란 용병은 죄다 모으고 있답니다. 모레쯤에 여길 공격할 거랍니다."

다시 복수를 하러 올 건 예상했지만 모레면 내 예상보다 훨씬 빨랐다. 특히 지금처럼 분열이 일어난 상황에서 적들과 싸우는 건 상상만 해도 끔찍했다. 믿을 수 없는 동료에게 등을 맡기면서 싸우는 그 찝찝한 기분은 여진에서 느낀 걸로 충분했다. 처음 지무 부대와 합쳐졌을 때는 전투 때마다 낭떠러지에 서있는 기분이었다. 아무튼 구오무에게 이 소식을 알리는 게 급선무였다.

"지금 말하러 가시는 겁니뫄?"

"네."

"너무 성급하신.."

"뭔 소리··· 아, 동료 그건 나중에 말해줄게요. 지금은 이게 더 급하잖아요?"

"알겠습니다.."

두목이 기운없이 답했다. 어깨가 축 처진 두목을 뒤로하고 들어선 구오무의 천막의 공기는 주인의 심기를 간접적으로 말해주고 있었다.

"구오무."

"워 샹하우 치 하이, 주운."

양손으로 얼굴을 감싼 그는 혼자 있고 싶다고 했지만 나는 말을 전하기 전까지 나갈 수 없었다.

"아키아 라이가 삼 제파."

"워 쇼."

"그 쇼?"

모레 뒤 적이 온다는 내 말에 구오무는 놀라지도 않고, 이미 알고 있다고 말했다. 그런 그의 모습에 미누타의 모습이 겹쳐보였다.

"그 요후 사주티?"

"다."

"다?"

"주운, 샹하우 치 하이."

무언가 전략을 세워뒀을 거라고 생각했지만 구오무의 대답은 '노'였다. 혼자 있게 내버려두라는 그의 말을 듣고 밖으로 나오자 의견이 맞지 않는 전사들끼리 서로 칼까지 겨누고 있었다. 누군가 이 사태를 정리해야 했다. 그리고 할 수만 있다면 그게 내가 되었으면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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