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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아젠 님의 서재입니다.

과거를 살다

웹소설 > 자유연재 > 무협, 대체역사

피아젠
작품등록일 :
2017.05.28 12:40
최근연재일 :
2017.08.26 02:09
연재수 :
78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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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95,652

작성
17.08.18 23: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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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쪽

74

잘부탁드립니다.




DUMMY

"빠흐!"

그만두라는 내 말에도 전사들은 아랑곳 않고 서로를 향해 으르렁거리고 있었다. 지토와 지마는 구오무의 편이었지만 전사들의 분노도 이해하고 있었기에 중립을 지키고 있었다. 과거였다면 서로 실력을 겨뤄 더 강한 쪽이 부대를 이끌면 그만이었지만 여진에서의 생활은 그들에게 다른 무언가를 가르친 것 같았다. 거대한 무력의 집합체인 고구려와의 전쟁에서 우리는 막강한 힘에 대항하는 소수의 중요성을 깨달아 버렸다. 물론 지금 우리 상황에 적용하기에는 개연성이 부족했지만 합리화가 필요한 전사들에게는 더 없이 좋은 핑계거리였다.

"무어 샹하우?"

"구오무 다 우흐 고만."

반 구오무 세력의 리더격인 세트마가 나를 노려보며 말했다. 그들은 구오무가 대장자리에서 물러나길 원하고 있었다. 구오무가 물러난 뒤 그 자리를 누가 차지할 수 있단 말인가. 운고토는 지력이, 지마와 지토는 무력이 부족했다. 아무리 살펴봐도 구오무를 대신할 수 있는 전사는 없었다. 샤미트 정도라면 가능했을지도 모르겠지만 아쉽게도 그는 여진에 남았는지 이 곳에 없었다.

"그 헤룹 구오무? 워 다 샹."

"무어?"구오무를 대신할 수 있겠냐는 내 말에 세트마가 터질듯한 팔뚝을 꿈틀거리며 내게 다가왔다. 구오무의 말이 옳았다. 가족이라는 족쇄는 부대의 체계를 완전히 붕괴시키고 있었다.

"도담 토우 툰마, 다?"

'도담은 싸움으로 말한다' 내가 기댈 수 있는 것은 과거의 잔재뿐이었다. 하지만 칼을 뽑아든 나를 보는 세트마의 얼굴은 여전히 자신만만했다. 구오무가 아닌 다른 이와의 무력 대결은 사실 그가 원하던 바였다. 불리한 싸움을 왜 일부러 걸었는지 묻는다면 나에게도 대책이 있었다.

"툰마? 우흐?"

그는 대놓고 실소하며 나를 놀림거리로 만들었다. 사실 나에 대한 부대 단위의 불신은 여전했다. 도담에서도, 여진에서도, 그리고 이곳에서도 나를 인정하는 이는 몇 없었다. 그렇기에 나는 그 방심을 노릴 생각이었다. 그러기 위해 준비도 나름 철저히 해둔 상태였다.

"카미."

여유있게 전사들의 호응을 얻어내고 있던 세트마가 겁쟁이라는 말에 석상처럼 움직임을 멈췄다. 자신들이 아무렇지 않게 구오무에게 지껄이던 말을 듣고 저렇게 당황하는 게 우스웠다. 그의 얼굴은 분노로 붉어지고 있었다.

'화가 나면 앞뒤 안 가리는 성격. 자신보다 약한 상대의 무기를 빼앗아 싸우는 걸 즐긴다.'

내가 정리한 세트마의 특성이었다. 언젠가 한 번 일어날 부족 내에서의 반란이었고, 나는 그를 준비하며 도담의 거의 모든 전사들의 전투 특성, 성격에 대한 분석을 끝내놓은 상태였다. 전투에 소질이 없다는 걸 깨달은 내 나름대로의 노력이었다. 다행히도 세트마는 평소 그 짜증나는 성격 때문에 내 관찰일기에서도 상위권에 랭크 되어있었다. 이 말인 즉슨, 그에 대해 내가 생각보다 많이 알고 있다는 뜻이었다.

'첫 일격은 왼쪽에서 날아온다.'

자신의 오른손 스트레이트에 자부심을 가지고 있는 세트마는 싸움이 시작되면 곧장 오른손을 내지른다. 하지만 그 일격을 안다고 해서 무조건 승리할 순 없다. 그가 완전한 적이라면 그 일격을 피하며 오른손을 잘라버리면 그만이었지만 지금 내 목적은 어디까지 이 사태의 진압이지 살인이 아니었다. 위협이 필요했다. 그것도 상대방이 패배를 인정할 수밖에 없는 확실한 위협이.

"카미? 그 토우 카미 워?"

세트마는 예상대로 오른손을 쥐었다폈다 하며 나에게 다가오고 있었다. 아무런 정보가 없었다면 충분히 위협적이었겠지만 어떻게 그에게서 패배를 인정 받을까 생각하는 나에게 그의 모습은 검술 훈련을 할 때 보았던 허수아비와 별반 다를 게 없었다. 정말 이상하리만큼 마음이 평온했다.

"라이가 카미."

내 마지막 도발은 걸어오던 세트마에게 속력을 붙였다. 그리고 이어진 오른손 스트레이트 생각보다 빨라 당황했지만 다행히 어깨를 틀어 피해낼 수 있었다. 공격을 피해낸 나는 곧장 칼을 뻗어 그의 목을 노렸다. 위협을 위해 칼을 목 바로 옆에서 세울 생각이었지만 예상보다 빠른 그의 움직임에 내 칼이 그의 목을 생각보다 깊게 파고 들었다.

"오우 씨.."

얼른 칼을 뽑았지만 그 선택이 더 심한 참극을 만들어냈다. 칼이 뽑혀나간 자리에서는 피가 솟구쳐올랐고, 놀란 전사들의 그의 주의로 몰려들었다. 그가 걱정됐지만 지금 상황에서 경거망동할 수가 없었다. 나는 꼿꼿이 선 채 그와 그의 동료들을 내려다보았다. 지혈이 되는 걸 보니 다행히 죽을 정도의 상처는 아니었나보다. 하지만 나의 과잉진압에 뿔이난 반 구오무파의 전사들이 일제히 무기를 꺼내들었다. 무력으로 다른 사람을 제압하려면 구오무 정도의 압도적인 무력이 필요한 모양이다. 다행히 구오무의 편에 선 전사들이 내 곁을 지켰지만 이래서는 전과 달라진 것이 아무것도 없었다.

"그흐 야크. 다, 우흐 야크. 구오무 샹하오 우흐 연툰 툰마 아이 아키아."

"그 카이 티문 우흐."

"그 토우, 그 카이 티문, 이스 다 툰마."

결국 나는 구오무와 나눈 대화를 그들에게 전할 수밖에 없었다. 구오무가 직접 그들에게 말하지 않은 이유가 분명히 있었겠지만 적어도 지금 상황을 풀기 위해서는 이 방법 밖에 없었다. 내 말은 부대 전체를 술렁이게 만들었다. 처음에는 싸움을 가르치기 위해 전사들을 죽음의 문턱에 내놓은 구오무에 대한 비난이 이어졌지만 이내 적과의 싸움을 통해 무언가 배운 전사들이 목소리를 내기 시작했다. 죽음의 순간 느꼈던 감각들과 죽음에서 돌아와 적들을 쓰러뜨릴 때의 느낌 그리고 말로 표현할 수 없지만 강해졌다는 확신. 부대 내에서도 눈에 띄게 활약을 하고 있는 이들은 모두 이러한 경험이 있었다고 입을 모아 얘기했다.

"운고토."

반 구오무파는 기울어가는 분위기를 반전시키기 위해 자신의 편이라고 생각드는 수뇌부의 이름을 불렀다. 하지만 운고토는 자기가 겪었던 그 순간을 떠올리고 있는 것처럼 보였다. 처음 죽음과 가장 가까워졌을 때 그리고 그곳에서 벗어났을 때 자신이 얼마나 강해졌었는지, 이번 싸움으로 얼마나 많은 것을 배웠는지 깨달은 것 같았다.

"그 도, 워 카미."

도담 내에서 전사라는 이름에 가장 걸맞는 운고토가 스스로를 겁쟁이라고 불렀다. 그리고 그는 구오무의 속뜻을 이해하지 못한 스스로를 비난하며 전사들에게 사과의 말을 건넸다. 또한, 대장인 구오무(그는 구오무를 '고만'이라고 칭했다)가 자신들보다 월등히 높은 곳에 도달했다는 사실을 인정하고, 자신도 그 자리에 오르기 위해 그를 온전한 대장으로 생각하고 따르겠다고 말했다. 그렇게 도담 전체를 뒤흔들던 내전이 끝을 맺었다. 물론 여전히 소수의 전사들은 불만을 가지고 있었지만 절대 다수에 의해 입을 닫았다. 큰불은 끈 것 같았다.

"진작 얘기할 걸 괜히 싸웠네."

목에 붕대를 감은 채 나를 노려보는 세트마를 보면서 괜히 마음이 안 좋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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