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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아젠 님의 서재입니다.

과거를 살다

웹소설 > 자유연재 > 무협, 대체역사

피아젠
작품등록일 :
2017.05.28 12:40
최근연재일 :
2017.08.26 02:09
연재수 :
78 회
조회수 :
21,873
추천수 :
186
글자수 :
295,652

작성
17.07.24 15: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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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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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
글자
7쪽

58

잘부탁드립니다.




DUMMY

‘다 꿈이었나.’


예상치도 못한 현세로의 귀환이 머리를 복잡하게 만들었다.


“어떻게 된 거예요?”


상황을 이해하기 위해 어머니께 물었지만 어머니는 우시느라 내 물음에 답을 하지 못하셨다. 내가 깨어났다는 이야기를 들은 건지 한무리의 의사와 간호사가 병실로 뛰어들어왔다. 하지만 그들은 멍하니 선 채 나를 쳐다만 보고 있었다.


“어떻게 된 건지 설명 좀 해주실래요?”


내가 묻자 의사 중에 그나마 연륜이 있어보이는 남자가 앞으로 걸어나왔다.


“갑자기 쓰러지신 이후에 2개월 동안 의식이 없으셨습니다. 집주인분이 제일 먼저 발견하셔서 신고하셨구요.”


두 달, 내가 도담으로 다시 돌아가 보낸 시간과 일치했다. 하지만 전투에서 입었던 상처나 거기서의 훈련으로 늘어났던 근육은 내 몸 어디에서도 찾아볼 수 없었다. 2개월 간 움직이지 않았던 내 몸은 앉아있는 것만으로 끔찍한 비명을 내지를 정도로 약해져있었다.


“무리하시면 안 됩니다.”


의사가 손짓하자 20대 초반으로 보이는 간호사가 나를 천천히 눕혀주었다. 어머니는 내 주치의로 보이는 여자에게 연신 감사의 인사를 전하고 있었는데, 미소를 짓는 의사의 얼굴은 어색하기 그지없었다.


“제가 한 게 뭐 있다고요. 뇌사 상태의 환자가 깨어난 건 기적이에요.”


뇌사라는 단어 때문인지, 기적이라는 단어 때문인지. 혹은 자신의 노고를 아무것도 아닌 것처럼 표현해서인지 나에게 상황을 설명해준 의사가 내 주치의에게 눈치를 줬다.


진료(구경)을 마친 의사들은 어머니와 나에게 충분한 휴식을 권유하고 방을 나섰다.


“얼마나 걱정했는지 아니?”


사실 어머니의 얼굴만 봐도 얼마나 걱정했는지 알 수 있었다. 얼굴에 자리한 주름은 저번에 만났을 때 보다 더 깊어져있었고, 아들을 간호하느라 자신을 돌보지 못해 머리부터 손톱까지 온통 엉망이었다.


“죄송해요.”


고개를 숙인 내 시야에 또 다시 어머니의 얼굴을 타고 흐르는 눈물이 보였다. 아직까지 나를 이렇게까지 걱정해주는 사람이 이곳에 남아있다는 사실이 조금 놀라웠다.


“어떻게 알고 왔어요?”


서울로 올라오고 가족과 연락을 완전히 끊었던 나는 휴대폰 번호조차 알려주지 않았었다.


“가족이잖아.”


우문현답이었다. 더 이상 무슨 설명이 필요할까. 아마 쓰러진 나를 발견한 집주인이나 병원에서는 끈질기게 내 가족과 연락을 취하려고 했을 것이다. 간호가 목적이든, 내 병원비가 목적이든 말이다.


“어디서 지내셨어요?”

“경아 이모집에서.”


어머니와 어릴 때부터 친했던 친구가 서울에 산다는 이야기를 들었던 적 있었던 것 같다.


“내 자취방에서 지내시지 그러셨어요.”

“니가 싫어 할까봐.”


아마 어머니의 머릿속에 나는 서울에 올라가기 전 방에 누군가를 들이기 싫어하던 고등학생의 모습 그대로인 모양이었다. 나에 대한 배려가 고맙다가도 우리 둘 사이의 거리감이 나를 슬프게 했다.


사실 내가 싫어했던 건 아버지였고, 어머니와는 연락을 할 수도 있었지만 왜 그렇게 매몰차게 두 사람과의 연락을 끊어버렸는지 모르겠다. 아마 어머니를 보는 것만으로 아버지가 떠올라서였던 것 같다. 내 질문에 대충 스스로 답했다.


“이제 괜찮으니까, 엄마도 좀 쉬고 와요.”

“그래.”


등받이조차 없는 둥근 회전식 의자는 어머니가 자리에서 일어나자 힘없이 뒤쪽으로 밀려났다. 저 자리에 얼마나 앉아계셨던 걸까. 또 왜 그동안 연락하지 않았냐고 다그치지 않으시는 걸까. 현실의 무게는 생각보다 더 무거웠다.


그때 어설프게 닫힌 커튼 사이로 햇볕 한줄기가 안으로 들어왔다. 정확히 내 얼굴에 와 닿는 바람에 커튼을 다시 치려고 했지만 여전히 몸이 제대로 움직이지 않았다.


“이럴 줄 알았으면 엄마한테 좀 더 있어달라고 할 걸.”


몇 년만에 만난 엄마에게 너무 딱딱하게 군 건 아닌가 걱정이 됐다. 그리고 무엇보다 저 커튼을 닫아줄 사람이 필요했다. 4인실이었지만 병실에는 나밖에 없어서 다른 사람한테 부탁할 수도 없었다. 결국 간신히 팔을 움직여 베개로 얼굴을 가렸다.


눈앞이 어두워지자 목에 검이 꽂히고 맞이했던 주마등이 다시 떠올랐다. 이토록 선명한 기억들이 모두 꿈이었던 걸까. 고민하고 있던 차에 기억들이 꿈이 아니라는 것을 증명해줄 수 있는 사람이 떠올랐다. 베개를 치우고 옆을 보자 이제는 조금 낯선 내 휴대폰이 책상 위에 올려져있는 게 보였다. 누구 이런 세심한 배려를 해줬는지. 아무튼 휴대폰을 집어든 나는 전화를 걸었다. 두 번 정도 신호음이 울리고 반가운 목소리가 들려왔다.


“여보세요~?”

“안녕하세요! 저 그때 박물관에서 봤던 학생인데 기억하세요?”

“기억하죠~ 오랜만이네요.”

“혹시 두 달 동안 뭐 새로운 소식 없어요?”

“아! 두 달 전에 학생이랑 통화하고 한글이 적힌 석판이 대량으로 발굴된 적이 있어요.”


그의 흥분에 찬 목소리가 전화 너머로 그대로 전해졌다.


“여행객들이 쓴 것 같은 이상한 문장이 적힌 석판 맞죠?”

“알고 있었어요?”


내 대답에 할아버지의 목소리가 급격하게 잦아들었다.


“맞아요. 그거. 그거 때문에 난리도 아니었어요. 전시돼있던 한글이 적힌 석판도 공무원이라는 사람들이 와서 다 가져갔다니까요. 참 이상한게 분명히 석판이나 글짜는 오래 전에 적힌 게 맞다는데, 어떻게 한글이 적혀있었는지 참. 알다가도 모르겠다니까요.”


우선 내 머릿속에 있는 기억들이 단순히 꿈이 아니었다는 사실이 증명되었다.


“네, 감사합니다. 다음에 한 번 찾아갈게요.”


전화를 끊은 나는 인터넷을 이리저리 뒤지기 시작했다. 도담, 적과 청이라는 이름의 성, 여진족, 미누타, 적귀, 구오무··· 한 번이라도 들었던 단어들이나 이름들을 모두 검색어에 쳐봤지만 별다른 소득을 얻지 못했다.


“어!?”


그러다가 ‘고구려의 성’을 검색하는 과정에서 마윤이라는 이름이 눈에 들어왔다. 과거엔 고구려의 땅에 속해있었지만 지금은 선양이라는 중국 도시에 속해있었다. 하지만 마윤성이라고 아무리 검색해봐도 성의 모습은 나오지 않았다. 그저 마씨 성을 가진 윤성이라는 남자에 대한 정보만 지겹게 나올 뿐이었다.


적에서의 전투가 어떻게 됐는지 궁금했지만 아무리 찾아봐도 그 사건에 대한 거론은 없었다.


“권주운 환자님?”

“네.”

“괜찮으시면 오늘부터 재활운동 하려고 하는데 괜찮으신가요?”

“네.”


우선 생각도 정리하고 굳어버린 몸도 풀 생각으로 몸을 천천히 돌렸다. 지하 1층에 있는 재활센터까지 가는데 그렇게 오랜 시간이 걸릴 지 상상조차 못했다.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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