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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아젠 님의 서재입니다.

과거를 살다

웹소설 > 자유연재 > 무협, 대체역사

피아젠
작품등록일 :
2017.05.28 12:40
최근연재일 :
2017.08.26 02:09
연재수 :
78 회
조회수 :
21,874
추천수 :
186
글자수 :
295,652

작성
17.07.18 12:26
조회
119
추천
0
글자
7쪽

52

잘부탁드립니다.




DUMMY

그렇다고 그 속에서 나왔던 악당들처럼 곱게 당해줄 생각은 없었다. 만약 누군가가 고구려 입장으로 쓰인 역사서를 읽고 있다면 우리의 모습이 그다지 아름답게 그려지지 않았겠지만 여기서 지면 죽는 건데 얼굴도 모르는 독자를 위해 죽어줄 마음은 없었다.


“이거 왜 이래.”


정의를 좌절시키는 악당의 모습으로 전장에 합류 하려던 나는 끔찍한 진실과 마주했다. 여기서 꽤나 많은 전투를 했지만 생각해보니 기마전은 처음이었다. 말 위에서 열심히 칼을 휘둘렀지만 길이가 짧아서 적들에게 아무런 위협도 안 되고 있었다. 누가 타던 말인지 능숙하게 적들 사이를 누볐지만 위에 탄 사람은 아무것도 못하고 있었다.


“에이.”


전쟁터에서 낙마는 곧 죽음이라는데, 답답해진 나는 스스로 죽음을 길을 선택했다. 말에서 내리자 다리를 묶고 있던 족쇄가 풀린 것처럼 몸 전체가 가뿐해졌다.


“주운!!”


내가 말에서 내려 싸우는 걸 발견한 구오무와 운고토가 손에 잡히는대로 적들을 죽이며 나에게 달려오는 게 보였다. 그들의 눈에는 내가 말에서 떨어져 위기에 처한 걸로 보였나보다. 구오무도 말을 타고 싸워본 경험이 그리 많지는 않았을 텐데 어쩌면 저렇게 능숙하게 말을 다루는지 궁금했다. 칼과 창은 또 어찌나 잘다루는지 적들조차 뒷걸음질칠 정도였다. 운고토? 뭐 말이 필요한가. 지무가 만들어준 건지 쇠로 된 방망이는 적들의 몸 속에 있던 것들이 눌러 붙어 끔찍한 형상을 하고 있었다.


“젠타?”

“도, 젠타.”


사실 겉모습으로만 보면 괜찮냐고 묻는 운고토 쪽이 훨씬 더 많이 다친 것처럼 보였다. 내 생각을 읽었는지 그는 몸을 한 번 쓸어내려 자신의 몸을 덮고 있는 피가 적들의 피라는 것을 굳이 알려주었다.


나를 태우고 여길 빠져나갈 계획을 세우고 안으로 들어온 구오무는 운고토의 존재를 발견하고 곧바로 말에서 뛰어내렸다. 도대체 왜 그러는 건지, 나 때문에 우리 셋은 적진 한 가운데 갇히게 됐다.


빼곡하게 우리를 둘러싼 적들을 보는 순간 잊고 있던 ‘죽음’이라는 단어가 떠올랐다. 능력을 잘 활용하면 이 최악의 상황을 벗어날 방법이 몇 개 정도 있었지만 내 옆에 서있는 이 둘의 목숨을 보장할 수 없었다.


원래 있던 곳보다 죽음과 훨씬 가깝게 지내야 했지만 그 존재를 깨닫게 해준 건 내가 아닌 다른 사람이 죽을 수도 있다는 가능성이었다.


“취가.”


멍하니 서있는 나를 깨운 건 운고토였다. 그는 조금 떨어진 곳에서 전투를 벌이고 있는 아군들을 가리키며 앞으로 나아갔다. 운고토의 압도적인 외형에 겁을 먹고 있던 병사들은 지휘관의 호령에 다시 대열을 갖추기 시작했다.


마치 좀비와 싸우는 기분이었다. 구오무의 활이 어느 병사의 목을 꿰뚫으면 곧바로 그 자리가 다른 병사에 의해 채워졌다. 운고토가 휘두른 곤봉에 피떡이 된 동료들을 밟으면서 병사들이 우리를 조여왔다.


“지무! 여기 지원병력 좀 보내줘.”


내 말을 들은 게 분명했지만 그는 못 들은 채 하고 병사들을 미누타 부대가 도망친 방향으로 이끌었다.


“뭐하는 거야!?”

“여긴 너희한테 맡길게. 구오무 대장님한테는 네가 좀 전해줘라.”


전사들 중 몇몇은 망설이는 모습을 보였지만 대부분의 전사가 여전히 지무를 대장으로 여기고 있는지 그의 뒤를 쫓았다. 우세하던 전장은 지무 부대의 이탈로 빠르게 적에게 기울었다.


“하~”


화가 난 구오무가 활로 지무의 뒤통수를 꿰뚫어주길 바랐지만 구오무는 그런 그의 이탈을 예상이라도 하고 있었다는 듯 짧은 한숨만 내쉴뿐 별다른 움직임을 보이진 않았다.


“구오무, 운고토, 주운.”


지토, 지마가 이끄는 부대가 우리 근처에 도착했을 땐 이미 미누타가 출전 전에 말했던 시체의 산들이 이미 우리 주위에 세워진 뒤였다. 목숨도 부지 했고, 적들에게 공포심도 심어주었지만 온몸을 덮은 상처는 전투가 얼마나 치열했는지를 보여주고 있었다.


“취가.”


말에 올라탄 구오무가 전사들을 이끌고 전투가 한창인 지역으로 달려갔다. 그곳에서는 지무의 부대와 자웅의 부대가 접전중이었다.


“여긴 맡길게.”


구오무를 앞지른 내가 말을 달려 적귀 부대에 합류했다. 구오무도 지무가 마음에 안 들었는지 그대로 그를 지나쳐 우리쪽에 합류했다. 적귀의 부대는 검은색 갑옷을 입은 소규모 부대와 전투중이었는데 상황은 한 눈에 보기에도 나빠보였다.


검은 갑옷을 입은 병사들은 모두 기마병으로 칼을 다루는 병사가 최전방, 창을 다루는 병사가 그 뒤 그리고 조금 떨어진 곳에서는 활을 든 병사가 지원 사격을 해주고 있었다. 전사 몇이 귀찮게 활을 쏘는 병사를 잡으러 말을 달렸지만 그들을 지키고 있는 보병들에 의해 가로막혀 버렸다.


“아, 짜증나게.”


칼을 크게 휘두르는 바람에 틈을 보인 적에게 칼을 꽂아넣으려던 적귀가 뒤에서 날아온 창을 간신히 피해내며 중얼거렸다. 그가 창을 피하기 무섭게 날아든 화살은 그의 귀를 살짝 찢고 뒤로 날아갔다. 잘 훈련된 병사들의 공격은 수적 열세에도 불구하고 압도적으로 상대방을 찍어 눌렀다. 실력 차이도 매꾸는 적의 전략에 우리가 감탄하는 사이 구오무는 대장으로서의 역할을 하기 위해 움직였다.


“지무, 지마 취가 적귀, 주운 라이가.”


언제 부대 편성까지 끝난 건지 지무와 지마가 적귀의 부대가 있는 쪽으로 향하자 반 정도의 전사들이 그들의 뒤를 따랐다.


“콸!”


그의 외침에 우리 뒤에 서있던 전사들이 등에 걸려있던 활을 꺼내들었다. 구오무는 저 멀리 떨어진 궁병들을 가리키고 활에 화살을 먹였다. 그의 화살을 시작으로 전사들이 쏜 화살이 궁병들에게 날아 들었고, 꽤나 높은 명중률을 보여주며 적의 수를 줄였다.


“봤냐? 그러니까 너희도 궁병 좀 넣으라니까.”


구오무의 활약을 확인한 내가 열심히 싸우고 있는 적귀에게 소리쳤다.


“칼로 충분해.”

“요즘 같은 시대에 칼만 잘쓴다고 이기냐? 창도 쓰고, 활도 쓰고 그래야지.”

“무슨 자격증이냐, 이것도 따고 저것도 따고 하게.”

“앞에 봐.”


적귀가 날아오던 칼을 아슬아슬하게 피해냈다.


“아! 말 시키지 마.”

“취가!”


짜증을 내는 적귀를 한 번 쳐다본 구오무가 말을 달렸다. 여기서 활이나 쏘면 될 줄 알았는데 그게 아니었던 모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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