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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아젠 님의 서재입니다.

과거를 살다

웹소설 > 자유연재 > 무협, 대체역사

피아젠
작품등록일 :
2017.05.28 12:40
최근연재일 :
2017.08.26 02:09
연재수 :
78 회
조회수 :
21,871
추천수 :
186
글자수 :
295,652

작성
17.07.22 16:10
조회
1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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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
글자
8쪽

56

잘부탁드립니다.




DUMMY

“열려라!!”


지무의 외침과 함께 성문이 가루가 되어 바람에 흩날렸다. 등을 기대고 있던 성문이 사라지자 병사들은 우리 부대에 밀려 성 안쪽으로 밀려들어왔다.


“성문을 아예 없애면 어떡해!”


안으로 들어온 내가 우리 부대의 꼬리를 물고 성 안으로 진격하는 적들을 보며 소리쳤다.


“힘 조절이 안 됐어.”

“적이 들어오지 못하게 막아라!”


예상치 못한 상황에 미누타도 살짝 당황한 듯 보였다. 안으로 들어온 우리가 몸을 돌려 적의 진격을 막으려고 했지만 추진력을 받은 적의 부대는 파도처럼 우리를 덮쳐왔다. 달려드는 병사를 쓰러뜨린다고 대수가 아니었다. 적이 채 쓰러지기도 전에 다른 병사들이 시체를 방패삼아 우리 쪽으로 달려왔다. 멈추지 않는 기차 앞에 매달린 사람처럼 병사들은 우리의 손에 들린 무기를 향해 뛰어들었다.


“해볼게.”


물러서며 싸우고 있는 내 뒤에서 지무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미누타와 무언가 상의를 마친 그는 전사들을 이끌고 적들이 자리잡고 있는 성벽을 향해 달려갔다.


“지무의 부대를 엄호하라!”


미누타의 명령에 보호를 나타내는 주황색 깃발과 지무의 부대를 나타내는 별모양 깃발이 동시에 올라갔다. 힘겹게 병사를 싸우는 와중에 신경 써야 할 곳이 하나 더 생겨버렸다. 가장 먼저 적귀의 부대가 자신의 허리를 내어주면서까지 지무의 부대를 엄호했다. 그리고 곧이어 구오무의 부대가 지무를 앞질러 성벽 위로 올라가는 병사들을 상대하기 시작했다. 맞다. 나도 거기 속해 있었다.


“죽겠네, 진짜.”


성벽으로 올라가는 계단을 이미 선점한 적들을 올려다보며 싸우려니 아주 죽을 맛이었다. 다행히 칸의 부대가 성벽 위에서 엄호를 해주고 있었지만 아무리 베어도 적의 숫자가 도저히 줄어들질 않았다.


“도라!!!!”


그때 뒤에서 운고토의 낑낑거리는 목소리가 들려왔다. 그의 손에는 어디서 구해왔는지 커다란 방패가 들려있었는데 혼자 들기 벅찬지 다른 전사들이 양옆에서 방패를 같이 받쳐주고 있었다.


“칸! 인형들로 밀어!”


거대한 방패의 출처인 지무가 위를 올려다보며 소리쳤다. 잠깐 고민하던 칸이 무어라 중얼거리자 병사들과 싸우고 있던 세 거인이 떨어진 방패를 주어들고 계단으로 달려왔다. 아래쪽에서는 운고토와 전사들이 든 방패가, 위에서는 거인들이 든 방패가 병사들의 숨통을 조여 왔다. 상처를 입는 것을 겁내지 않는 그들의 전진은 자동차를 찌그러뜨리는 파쇄기처럼 조금씩 거리를 좁혀 들어갔다.


“멈춰 세워라!”

“으악!”


병사들 중 지휘관으로 보이는 이가 소리쳤지만 그들이 휘두르는 검과 창은 인간 파쇄기를 멈춰 세우기에 역부족이었다. 양쪽의 진격이 이어지자 공간이 협소해진 병사들이 계단 아래쪽으로 하나둘씩 떨어지기 시작했다. 높이가 높았던 터라 떨어진 병사들은 하나 같이 다리를 붙잡고 비명을 내질렀다.


“취가!”

“지무!”


운고토와 구오무의 외침이 연이어 들려왔다. 그 순간 내 바로 뒤에 있던 지무가 쏜살같이 성벽 위로 튀어 올라갔다. 성벽 위에는 적들의 잔존병력이 남아있었지만 지무는 그들을 모두 무시한 채 몸을 날려 성문이 있었던 곳 바로 위에 도착했다.


“후~”


아래쪽을 확인한 지무가 양쪽을 살피더니 그곳에 서있던 병사들을 옆으로 물렸다. 적들과 싸우는 터라 자리를 옮기기 불편했지만 성격이 지랄 같기로 유명한 지무의 명령에 병사들은 오만상을 쓰며 그곳에서 벗어났다. 자신도 거기서 벗어난 지무는 바닥에 손을 대고 두 눈을 감았다.


“들어간 뫄!?”


아래를 내려다보자 이제 막 성으로 입성하려는 왕인의 모습이 보였다. 옆에 떨어진 활을 주어들고 화살을 날렸지만 그의 옆에 있던 자웅이 날아오는 화살을 쳐냈다.


“곧 복수하마.”


자웅이 방패를 걷어내자 왕인이 얄미운 얼굴로 자신의 코 위에 난 흉터를 가리키며 말했다. 아마 전에 있었던 전투에서 내 박치기 때문에 생긴 상처인 모양이다.


“들어와, 죽여 버릴 테니까.”


내가 이를 부득부득 갈며 말했다. 사실 따지고 보면 원망이 더 큰 쪽은 말할 것도 없이 내 쪽이었다. ‘미라주’. 한동안 잊고 있던 이름이 또다시 나를 집어삼켰다. 행복했던 미소, 즐거웠던 기억은 어느새 사라지고 내 머릿속에는 온통 끔찍했던 그녀의 마지막만 남아있었다.


“멈춰!!”


성벽을 지나던 병사 하나가 갑작스러운 변화를 느끼고 소리쳤다. 하지만 주위 동료들은 그의 비명을 그저 겁먹은 병사의 투정정도로 여긴 채 진격을 멈추지 않았다. 그리고 왕인이 성벽으로 들어오는 모습을 확인함과 동시에 지무가 손을 대고 있던 부분, 정확히 말하면 성문이 있었던 바로 위쪽 성벽이 그대로 아래쪽으로 무너져 내렸다.


젠가를 빠르게 빼낸 것처럼 반듯하게 잘린 성벽이 이제는 투석용 바위가 되어 아래쪽으로 떨어졌다. 아래를 지나던 병사들은 떨어지는 성벽을 보며 죽음을 맞이했고, 진격하던 병사들은 아군과 바위 사이에 껴 압사했다.


“왕인!”


고통 없는 죽음을 용납할 수 없었던 내가 그의 이름을 불렀다.


“내려오거라.”


다행인지 불행인지 그는 무사히 성 안으로 들어와 있었다. 잘려나간 돌덩이가 제법 컸기에 외부에 있는 병사들이 안으로 합류하는데 시간이 더 걸릴 것 같았다. 그동안 성벽 위에 완벽하게 자리 잡은 전사들이 구오무의 지휘에 따라 안으로 진입하려는 병사들을 차분하게 줄여갔다.


“갔다올게.”


내 말을 들은 구오무가 아래쪽에 왕인을 한 번 보더니 고개를 끄덕였다. 왕인의 명령으로 평야에서 가족을 잃어야했던 전사들이 눈빛으로 복수를 부탁했다. 다른 사람의 복수를 등에 지고 있다는 사실을 깨닫자 어깨가 무거워졌다.


“저 놈이야? 네가 죽이고 싶다고 했던 놈이?”


칸의 병력과 함께 아래로 내려오자 적귀가 나를 보며 물었다.


“그 중에서 독보적으로 1위인 놈이야.”


뒤를 따르던 병사들과 단절되어 위기에 노출 돼있던 왕인의 주위에는 어느새 윤목이 보낸 병사들이 진을 치고 있었다.


“병사들을 물려라!”

“위험합니다.”

“물리래도?”


나를 발견한 왕인이 주운의 만류에도 불구하고 고집을 피웠다. 병사들이 길을 열자, 자연히 우리 쪽도 나에게 길을 열어주었다.


“보호자 없이 싸워도 되겠어?”


왕인 앞에 선 내가 윤목이 있는 쪽을 힐끗거리며 물었다. 내 의도에 맞게 왕인의 얼굴이 보기 좋게 일그러졌다.


“싸움에 끼어드는 자는 모조리 목을 칠 것이다. 됐느 뫄?”


보기 좋게 걸려든 왕인이 병사들을 향해 소리쳤다.


“미친놈.”


조소를 지은 내가 검을 뽑았다.


“넌 도대체 뭐가 그렇게 화가 나는데?”

“이 상처를 보고도 그런 말이 나오느 뫄?”

“상처? 니가 한 짓에 비하면 그건 아무것도 아니잖아.”

“설마 그 여인과 나를 비교하는 것이 뫄?”


내 대답에 왕인이 큰소리로 웃음을 터뜨렸다. 그렇게 한참을 웃던 왕인이 천천히 입을 꺼내들며 말을 이었다.


“무게가 다르지 않느 뫄.”


무거운 돌멩이 하나가 목에 걸린 것처럼 말이 나오지 않았다. 눈동자가 뜨거워지는 것이 느껴졌다. 가슴이 답답하고 눈물이 흘렀다. 이곳에 와 처음으로 내비친 호의가 만들어낸 절망이 죽을 만큼 원망스러웠다. 지금이라도 그 연쇄의 고리를 끊어야 했다. 이를 악물었다. 이 자리에서 저 놈을 죽이고 말겠다. 다짐하고 또 다짐했다.


“백성들은 죽여도 계속 나오니, 걱정할···”

“아가리 닥쳐 미친 새끼야!!”


신중하게 싸우려던 내 계획이 왕인의 한 마디에 완전히 날아가 버렸다.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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