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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성 님의 서재입니다.

삼국지 : 내가 죽어 소금에 절여지기까지

웹소설 > 일반연재 > 대체역사

필성필성필
작품등록일 :
2020.05.11 16:04
최근연재일 :
2022.11.09 06:27
연재수 :
430 회
조회수 :
477,668
추천수 :
9,334
글자수 :
3,864,810

작성
20.06.20 06:30
조회
2,205
추천
37
글자
22쪽

50화 – 189년의 봄(1)

DUMMY

“그러니까 이제는 온전히 하모에 대한 것마저 끊어내셨다는 말씀이십니까?”


“사위는 어떻게 이 장인을 그리 못 미더워해요?”


“아, 아닙니다. 허나, 실로 동중이 그리 나올 줄은 정말로 예상치 못했습니다.”


“이 나라는, 또 조당은, 그리고 황궁은 그간 알게 모를 피곤함과 편협함이 과하리만치 쌓여있었어요. 그리고 기존의 갈등 덕에 다른 갈등이 세간의 바깥으로 드러나지 않고 표출되지 않았을 뿐이죠.”


“그게 세대 간의 갈등이라는 겁니까?”


“맞아요. 그리고 어차피 우리는 하씨의 이들과 거진 손을 잡을 수 없는 형국인 건 알잖아요?”


그렇게 돌연 자신을 찾아온 풍방으로 말미암아 저는 생각이 많아질 수밖에 없었다.


차츰차츰 자신이 계획한 세상을 실제로 만들어가는 눈앞의 풍방을 보고 있자니 실로 이 사람이 저를 떠받들고 있음을 은연중에 알게 된 것이다.


“어머, 뭘 그렇게 그윽하게 쳐다볼까?”


“장인.”


“왜요?”


“사위이기 이전에 제게 이리 잘해주시는 연유가 무엇이옵니까?”


“재미있으니까, 신이 나고 좋으니까. 또 함께할 수 있으니까. 그리고 주체적으로 움직일 수 있으니까. 나, 이전에는 그저 매양 아랫사람이었거든요. 뒤치다꺼리만 하고, 그렇게만 살았어요. 인정도 못 받고 작은 것 하나라도 보고하지 않으면 아니 되고 뭘 해도 허락을 받아야 하고.”


전혀 예상치 못하게 듣게 된 그의 비사였으나 반대로 이리 능동적으로 세상을 바꿔나가는 그의 능력이 발현된 계기가 무엇인지 또 이로 말미암아 그간 제대로 알지 못했던 그의 재능이 무엇인지를 다시금 확인할 수 있었다.


허나 문제는 목표이자 그림이었다.


과연, 이리 내달린 끝에 그 끝에는 과연 무엇이 자리하게 될까?


“이 끝에 뭐가 있는지는 아십니까?”


“글쎄? 다른 건 모르겠고, 그저 우리들이 다스리는 세상? 그래, 나는 그 하나만 있었으면 좋겠어요.”


“.......”


저는 역사를 안다.


그리고 제 눈앞의 장인은 풍방은 이러한 역사를 모른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어째 제가 알고 있는 역사와는 전혀 다른 역사가 펼쳐지는 것 같으면서도.


어떻게 제가 알고 있는 역사와 비슷한 혼란의 구덩이로 다들 뛰어들다 못해 모든 것을 한데로 밀어 넣고 있는지, 이리 다들 그와 관련하여 안달이 나 있는지 모르겠다.


이쯤 되면 그냥 그 어떠한 경우의 수가 발현하건 그 모든 것이 모이는 일점 위에 펼쳐지는 소용돌이의 다변화이자 그 위에서 부서지는 파랑이 아니었을까?


“왜 그래요?”


“짐승은 물을 무서워합니다.”


“그래도 범은 좀 다를 텐데?”


“범조차도 시내와 강이 아닌 바다와 그 물에서 휘몰아치는 거대한 소용돌이만큼은 이겨내기 힘듭니다.”


“그래요? 그러면 용이 되어야 되겠네.”


“그 무슨......!”


“뭘 그렇게 놀라고 그래요? 아니면 물고기가 되던가. 뭐, 방법이야 많잖아요?”


그렇게 저는 저도 모르게 멍하니 제 눈을 껌뻑이며 실로 위험천만한 비유가 아닐 수 없는 그의 발언에 한동안 멍한 상태를 유지해야만 했다.


“의외네요. 맹수가 겁이란 게 뭔지도 알고.”


“세상 무서운 줄 알아야 오래 살아남습니다.”


“하긴, 그래요. 그 정도의 융통성도 필요한 법이지요. 그래도 의외는 의외네? 마냥 막 살지는 않네요?”


“장인이 생겼고 책임져야 할 내자가 생겼습니다.”


“어머, 그건 진짜 감동적이다. 이러면 진짜 내가 너무 사위한테 빠질 텐데, 괜찮으려나요?”


“다시 한번 말씀드리지만, 저는 남자는 사절입니다.”


“장인이 사위 아끼는 건데 뭘 그럴까?”


스윽-


그리고 또다시 소름 돋는 손길이 제게 다가오고 있었다.


“어흠! 허, 허면 이만! 저는 부간의 부친을 추모하는 자리를 준비해야 되어......”


우당탕-


“어억!”


“후후훗, 귀여워죽겠네. 진짜 사람이 아니라 짐승을....., 기르는 기분이야.”


그렇게 덤벙거리며 주변의 집기를 다 떨어트린 채 도망치듯 바깥을 나선 포홍을 보며 미소를 지은 풍방이었다.


허나 이내 그 표정이 무섭게 가라앉았음에, 이내 그는 그 가라앉은 눈길로 고개를 돌려 황궁을 보았다.


“한데, 그래서 더 기분이 나빠. 뭘 안다고, 제가 뭘 안다고.”


그래서였을까?


돌연 불편한 표정을 지어 보인 풍방은 조금 전 자신이 찾았던 하모를 불러들였다.


그리고.


“그러니까, 태후 측에선 이번 일을 두고 동 중영에게 힘을 실어줄 생각인 것 같다?”


“예, 그리되면 낙양의 뚜껑 위로 전 장군이 자리하게 됩니다.”


“주목이라, 행정에 군권까지 쥐고 아주 제대로 위협하겠다는 거네?”


“허나 돌아가는 분위기로 봐서, 황상께선 이를 무조건 반기시는 것은 아닌 듯 보였습니다.”


“알아요, 어느 쪽이건 결정은 제가 해야 하는데 외척이라고 아주 양측에서 자꾸만 제 심기를 건드릴 정도로 엇나가려고 하니 절로 불편해지겠지. 어련히 알아서 정해줄까? 또 그게 자꾸만 나를 이 자리에서 물러났으면 하는, 끌어내렸으면 하는 느낌으로 다가올 테지.”


“중군 교위?”


“우리가 겉으로 수그리며 동씨 밑으로 들어간 건 이미 충분히 숙지했을 테고, 또 그쪽이야 본디 저들의 양자이자 이번 일을 기회로 보위만 바뀌면 금세 제 사람이 될 것이라 여기니, 이리 내부정보를 주는 것도 있을 거에요.”


“물론, 알고 있습니다.”


“그러니까 앞으로도 이런 정보를 잘 물어와줘요.”


“예. 저, 한데......”


“아, 이를 왜 묻냐고요?”


“그렇습니다.”


“누군가가 기분 나빴으면 해서요.”


“예?”


“내가 기분이 나빠요, 그러니까 이를 되돌려줬으면 하는데 마침 일이 그렇게 되었네요.”


그렇게 풍방의 가라앉은 시선이 다시금 황궁으로 향했다.


이에 하모 또한 은연중에 그쪽 방향으로 고개를 틀었으나 딱히 그 속에 뭐가 있는지를 제대로 밝혀내진 못했다.


* * *


쿠구구궁-


“황궁 문을 연다. 아침에 조당의 모임이 있으니 궁문의 경비를 선 이들은 그 모든 문을 열어두고 자리를 지켜라.”


그렇게 시간이 흘렀다.


그렇게 세상이 변했다.


동 태후 측은 거진 포홍을 비롯한 이들과 연수를 맺었고, 이에 맞서는 하진 측 또한 늙은 중상시들을 중심으로 한 황문과 힘을 합쳤다.


허나 그 내부의 사정만큼이나 복잡하게 돌아간 것이 외부의 사정이었으니, 전혀 예상치 못한 흑산적의 준동과 관련하여 이미 조당의 이들은 저들끼리 하나 되어 서로 다른 목소리를 내고 있었다.


“지금도 하북 각지에 준동하는 반군들의 수만 수십 만에 달한다고 합니다. 한데 뭐가 어째요? 그 병력을 다시금 돌려받겠다는 말입니까?”


“애초에 량주의 토벌을 위해 내어준 병력이 아니었소? 허니 토벌이 끝이 났으면 이제는 돌려받아야지요.”


“뭐야? 토벌이 끝나? 이런 무식한 작자를 보았나, 왕국이 죽었어도 진창을 빼앗아도 농서를 비롯해 아직도 근 십만에 달하는 병력을 쥔 한약이 남아있소. 거기다 지난 경비의 수하이자 변절자로 돌변한 마등이 그를 보좌하여 남은 군세를 수습 중에 있다고 하는데 뭐가 어쩌고 어째?”


“이미 지난 일은 지난 일이오! 거기다 그리 그대들이 자랑하는 전 장군이 일만의 군세를 이끌고 휘몰아쳐 진창으로 들이치는 한약의 반군을 박살 낸 것은 세상이 다 아는 일 아닌가? 한데 뭐가 그리 자신이 없소?”


“그거야 말이 박살이지, 마등의 선군을 무너트리며 선기를 잡자 조심스레 시간을 끌던 한약이 돌아간 것에 불과한 것이요. 거기다 진창성에 병력이 있었기에 망정이지 쥐뿔도 없는 병력으로 어찌 전장에서 승전을 약속할 수 있단 말인가?”


실상 포홍이 떠난 전장의 뒤를 책임졌던 동탁이 내보인 엄청난 성과는 도성에서도 모르는 이가 없었다.


거기다 새로이 명성을 얻으며 비록 한때나마 포홍과 대등했다고 알려진 마등을 그 자리에서 깨부수며 밀어붙였던 파상공세는, 도리어 진창까지 진출했던 한약의 이들마저 절로 겁을 집어먹고 물러나게 만들 정도였다.


물론, 작금의 사안을 두고서 이를 서로에게 유리한 쪽으로 해석하기 위한 이들의 입장은 달랐으나 그럼에도 서로 양보할 수 없는 선 가운에 자리한 요지는 결국 하나였다.


“그래서 나라에서 내어준 병력을 못 돌려주시겠다?”


“그 나라에서 흑산적의 준동을 짓누르라며 병주목으로 임명하겠다면서 굳이 병력을 가져가겠다는 그 저의가 의심스럽다는 것이지요?”


“뭐라? 저의? 자네 지금 말 다했어?”


“허면 다했지요! 나랏일에 사감 운운하며 헛짓거리를 하는 게 대저 누구랍니까!”


“뭐, 헛짓거리? 이 작자가, 감히 나라에 속한 병사를 제 사병마냥 길들이려는 것을 누가 모를 줄 아는가! 이 나라의 정의가 살아있는 한 이는 절대 불가능한 일이 될 것이다!”


“증좌 있어? 어디, 증좌도 없이 변방을 전전하는 애먼 장수들이나 모함하고 말이야! 어? 그러니까 네놈들이 안 되는 거야! 실상, 지난 황보숭의 일도 그러하지, 역적과 내통했다 뭐다 그 입지 좁혀놓고 죽어라 싸우게 만들어서 결백 증명하게 하고, 어? 그런 것들이 어디서 나라와 정의를 운운하냔 말이야!”


“이 자식이 진짜!”


우당탕탕-


“아이고, 나 죽네! 여기 애먼 관료가 사람 잡는다! 사람 잡아!”


“어, 어! 말려! 당장!”


서로를 마주한 청류와 탁류의 대표자들의 붙었고 그 와중에 입씨름도 모자라 몸싸움까지 번지게 된 추한 상황이 펼쳐졌다.


그만큼 양보할 수 없는 입장을 둔 양측은 작금의 가장 중한 나라의 사안조차 자신들끼리의 세력 구도의 우위 그리고 그 속에서 하나라도 더 많은 것을 가져가기 위한 첨예한 대립을 지속했고, 병주목으로 임명된 동탁은 그리 매양 갈등과 싸움이 끊이지 않는 조당과 관계 없이 자신의 병력을 이끌고 병주로 진군하기 시작했다.


그 와중에도 거진 도성으로부터 나온 파발이 지속적으로 동탁을 향해 달려가니, 이는 하진이 군부의 힘을 발휘하여 조당의 결정과는 별개로 그를 압박하는 수단으로 사용한 것이었으나 정작 동탁은 이를 귓등으로도 듣지 않은 채, 그 모든 하진의 권한을 무시하며 온전히 사유화시킨 제 병사들을 이끌고 병주에 발을 들였다.


그렇게 어차피 내려진 명령 덕에 모든 것을 쥔 그는 다시금 일대를 정리하고 또 수습하며 새로이 힘을 기르기 시작했고, 그 와중에 상관의 명령을 개무시하는 동탁의 태도와 더불어 흑산적들을 상대로 한 승전보가 도성에 당도하기 시작했다.


상황이 이렇게 되니 도성에서는 세상 두려울 것 없이 안하무인으로 행동하는 동탁의 태도에 놀라움을 금치 못하다 못해 조금씩 그 위명에 대한 두려움을 느끼는 자들이 늘어나고 있었다.


그 와중에 그에게 토벌당한 병주 북부의 흑산적들은 패주하여 동쪽과 남쪽 등지로 흩어져 퍼져나가기 시작하였으니, 거진 신년이 얼추 지난 189년의 봄은 이렇게 흘러가고 있었고 말이다.


그리고, 이는 그간의 동씨를 비롯한 이들의 폭주를 벼르고 있던 이들에게 새로운 기회가 되었다.


* * *


“뭐라? 황상께서 이를 두고 마음에 들어하시지 않아?”


“예, 아무래도 조당의 보고를 들으신 뒤로 좋지 않은 안색을 띄우신 모양새라 하셨습니다.”


하진이 자리한 군부.


그곳에 모여든 나름의 엘리트층이자 그를 따르는 실질적인 실세였던 이들은 곽승이 전해준 정보를 두고 고심하는 눈초리였다.


“태후의 뜻에 의해 동 중영이 나라에 속한 군병을 집어삼켰기 때문일까?”


“그것도 그렇겠지요, 아무래도 지난날 청류가 추락한 시점 이후 또 과하리만치 기세등등하게 움직인 태후 측이 황상의 눈에 거슬릴 수도 있을 것이옵니다. 허나 소인의 생각으로는 아무래도 하동을 비롯한 인근까지 흑산적들이 내려와 민심이 이반될까 그것이 걱정이신 듯 보이옵니다만.”


“아하, 민심을 잃으신다?”


“실상 지난 황건난에 거진 하남윤까지 밀린 전력이 있었지요. 그 당시 백성들이 동요하고 도성을 지나면서까지 경조윤 쪽으로 움직인 과거가 있으니 당시의 백성들은 결국 이 나라의 위정자들을, 그리고 그 정점에 계신 황상을 욕하기 바빴습니다.”


이름난 인사들은 물론, 하진의 동생인 하묘를 비롯한 이들이 자리하고 있었으나 그 와중에도 굳이 목청을 높이며 자리의 분위기를 주도해가고 있는 이는 다름이 아닌 원소였다.


“아무리 난을 수습했어도 힘든 세상이 딱히 나아진 것은 아니니, 그와 엇비슷한 일이 또다시 겹치면 실상 골치는 아프시겠군.”


“허나 그렇다 한들, 이를 빌미로 움직이는 것 또한 문제가 될 것이옵니다. 작금의 황상께서 언제고 그 심사가 불편하신 바는, 저희를 포함한 두 외척의 이들이 참을성이 없고 언제나 오르내리며 권쟁을 벌이기 때문이옵니다.”


“서열이 바뀔 때마다 민감해하신다? 그걸 아는 양반이 아직까지 보위를 정해놓지 않아?”


“........”


별 것 아닌 하진의 비아냥이었으나 이에 그 자리에 모여든 모두는 아무런 말도 할 수 없었다.


“예상보다 어려운 결정이 되었지요. 차일피일 미루고 미루다 보니 양측 모두 큼지막하게 커버린 셈입니다.”


그리고 그 속에서 오직 원소만이 조심스레 하진의 눈치를 보며 제 할 말을 다하고 있었다.


“어느 한쪽의 손을 쉬이 들어주면 그에 반발하는 세력이 있어 어렵다. 그 와중에 외부의 혼란도 극심한데 내부의 혼란까지 초래하여 안팎으로 난리통을 만들 수는 없는 일. 또한 아직 젊으신 황상의 객기도 남아계실 터. 그럼에도 그 몸뚱이는 잦은 향락 속에 마르고 말라만 가시니. 물이 마르고, 생기가 말라, 토가 과해 편중된 몸이 흙에 파묻히기 시작했다.”


그렇게 하진은 상황을 정리했다.


마치 건강을 사주와 오행에 빗대듯, 그 수명이 얼마 남지 않은 이가 알아서 흙을 파고 제 묫자리에 들어간다는 말을 서슴지 않았다.


그럼에도 그에 반발하거나 토를 다는 이들은 아무도 없었음에, 이는 거진 암묵적인 규칙이자 보다 노골적인 보위 결정에 대한 불만의 분위기가 이에 동조하고 있는 것과 같았다.


이미 하진에게 줄을 댄 이들이 결과도 보기 전에 이를 바꿀 연유는 없었고, 제아무리 밀리고 밀려 이리 몇 걸음 후퇴했다고 한들, 여전히 천하에 제일 강한 세력이자 장자를 품은 보위 1순위에 자리한 외척임은 변함이 없었다.


거기다 청류의 이들 또한 이제는 그 영원한 이상과 옳음이 아닌 권력에 대한 노골적인 집착과 광기로 말미암아 이미 제 손에 들어온 권력을 놓지 않기 위해 최선을 다하는 상황이었다.


“지난 건석이 만들어낸 제 3차 당고의 금으로 말미암아 잠시 암운이 드리워졌으나 그럼에도 우린 살아남았다. 비록 조융과 반은을 잃었으나 건석을 죽였지. 이 또한 공이라면 공이다. 진보라면 진보인 셈이고. 거기다 군부의 일을 생각한다면 부족하나마 량주의 사태를 온전히 정리했다. 진창을 얻었고 왕국의 목을 베었지. 그래, 이 정도면 나름의 조건은 충족한 셈이야.”


이제는 고작해야 몇 걸음. 앞으로 맞물리는 세월의 흐름과 더불어 단 몇 걸음이면 자신은 하늘에 도달할 수 있었다.


허나 이를 위해선 다시금 청류가, 군부가, 자신들이 도약해야 할 발판이 필요했다.


단 한 번에 판도를 뒤집어 거진 그 끝에 도달할 최후의 수단이 필요했다.


“문제는 지금이지, 그 모든 것을 결정지을 결정적인 것이 없어.”


“외부와의 연수를 끊어내고 내부의 일로 모조리 정리하는 것이 어떻겠습니까?”


모두가 침묵을 지키는 사이, 슬쩍 조조가 운을 띄웠다.


“내부?”


“실상 작금의 황상의 군세나 다름없는 서원군을 제한다면, 동씨를 비롯한 탁류의 이들은 그 병력이 거진 적습니다. 남궁의 위사들, 표기장군부에 속한 표기군 그리고 오관부에 속한 병사들 뭐 거진 다 합쳐봐야 일만도 아니 됩니다. 그 중심은 작금의 표기장군인 동중이니, 그 동중의 목을 베고 표기장군부만 접수하신다면야 도성 내부의 태후의 군사력은 거진 와해된 것이나 다름이 없습니다.”


“그러니까 지금 도성에서 칼부림이라도 벌이자는 말이야? 그것도 태후의 조카를 죽여 사생결단을 내겠다고?”


“뭐, 욕심이 있으시면 하셔야죠.”


“맹덕, 그 무슨 무례인가!”


하진의 의문에 조조가 설명을 덧붙였고 그에 대한 비아냥에 조조 또한 똑같은 비아냥을 보였다.


허나 막상 이를 지켜보던 원소가 이에 눈을 빛내며 곧바로 뛰어들었으니, 그는 조조가 내어놓은 계획의 단점을 지적하며 좀 더 설득력 있는 자신의 의견을 우선순위로 피력했다.


“작금의 맹덕이 내보인 계(計)는 보다 노골적인 황상의 반발과 더불어 기존 세력들에게도 더한 반발을 일으킬 겁니다. 그나마 남은 청류의 껍데기마저 유명무실해질 것이며 천하는 더 이상 우리를 지지하지 않은 채, 우리의 이러한 의기와 충심과 대의 그리고 정의를 의심하고 조롱하며 헐뜯고 비판할 것입니다. 그따위 자충수보다 더 훌륭한 계획은 많습니다. 거기다 이는 도약의 발판이 아닌 모든 것을 끝장낼 수 있는 한 수가 될 것이오니, 신의 계획을 들어보심이 어떠하시옵니까?”


“그러니까 허울뿐이라 해도 그 좋은 껍데기는 뒤집어쓰고 있는 게 낫단 말이지? 딱 한 번 마음 먹고 칼질하면 끝나는 것을 또 무슨 헛짓거리를 하려고?”


“닥쳐라, 맹덕! 내 말이 아직 다 끝나지 않았음이야!”


“그만. 해서 본초, 그대는 뭘 어찌할 셈인가?”


“대장군, 흑산적을 이용하시지요?”


그리고 이러한 원소의 의견에 하진의 귀가 솔깃해졌다.


“흑산적? 하동과 하남, 하내 일대로 흩어진 이들을 말함인가?”


“그러하옵니다, 대장군. 동 중영이 일을 잘 하는 듯 보여도 실상 병주의 북방을 비롯한 인근만을 토벌했을 뿐, 그 덕에 흑산적들이 사방으로 퍼져나가는 계기가 되었습니다. 허니 그 무능이 드러나면 이는 충분히......”


“고발과 탄핵의 사유가 된다?”


“예, 거기다 함께하기로 마음먹은 황문의 이들에게도 믿음직한 인상을 심어주셔야지요. 그와 동시에 동탁이 병주를 넘어 뚜껑마냥 우리를 덮었으나 우리는 그보다 더 가까이에 자리한 하내를 들이쳐 그에 대한 위세를 보인다면 태후 측의 세력 또한 그에 겁을 집어먹을 것이 분명합니다.”


아직은 달콤한 상상에 불과하였지만, 이미 하진의 표정은 은연중에 그 입꼬리가 슬쩍 올라가고 있었다.


“그리고?”


“그리고는 천하의 영웅들을 한데 불러모아야지요.”


“.......!”


허나 이 부분만큼은 실로 하진조차 예상을 못했다.


특히나 그러한 그의 이야기를 듣고 있던 다른 이들의 반응 또한 가관이었고 말이다.


“아, 아니 그게 무슨?”


“저, 대장군. 이건......”


“다들 조용히 못 할까? 내가 지금 그 이야기를 듣고 있음이야!”


말이 천하의 영웅이지, 실상 군벌들을 비롯한 유력가들을 불러들이는 것.


그러나 거기서 알게 모르게 하진은 제 머리가 트이는 느낌을 받았다.


“지속해보도록.”


“흑산적의 존재로 말미암아 도성의 방어를 강화한다는 명분 아래, 여차하면 하남윤을 비롯한 도성 인근을 제어하고 제압할 관군을 쉬이 쓸 수가 없지 않습니까? 허나 좋든 싫든 이는 사례 안에서 저들을 포위하거나 끝장내야 함에, 아직 동중을 비롯한 이들이 남아있고 그 와중에 폐하가 기르는 짐승인 포홍과 서원군이 있음을 외면해선 아니 될 것입니다.”


“그건 그렇지.”


“허니 우리가 공세에 나서려면 필연적으로 외부의 군사력이 필요합니다. 실상 사례에 속한 이들만으로는 내부를 위축시키며 동씨를 비롯한 이들을 제어하고 또 그와 동시에 병주목 동탁의 군세를 밀어낼 수 없으니 말입니다. 무능한 조치로 벌어진 실정으로 말미암아 이에 대한 고발이 가능한 마당인데 이를 그냥 날려버릴 순 없지요. 본의 아니게 황상께서 이에 대한 힐난과 비난 속에 민심을 잃으시면, 이는 곧 우리가 들고 일어서기 좋을 명분이 되어줄 것이니 말입니다. 그리고 그리되면......”


“외부에서 긁어모은 군사력으로 병주목마저 도모가 가능하다?”


“그뿐입니까? 모든 것이 끝나고 장자승계의 원칙을 들어 이에 대한 지지성명을 내면 황상마저 압박할 수 있습니다.”


우지끈-


“거기다 여차하면 도성과 사례 인근을 포위하고 내가 직접 모든 것을 결정지어도 되는 것이겠지.”


이거였다.


그의 앞에 자리한 탁자가 쪼개지며 그 솥뚜껑만한 손이 묵직하게 땅에 닿아있는 것은 거진 이러한 제 사고 속에 유레카를 부를 수 있게 되었기 때문이었다.


“대, 대장군!”


“이는 필, 필경 문제를......”


물론, 그러한 하진의 주변에 자리한 이들 중 여럿은 거진 이에 대한 우려를 표했다.


암만, 그래도 살아있는 하늘이 있었고 결국 이는 조금 전 조조가 언급했던 동씨의 이들과 대놓고 충돌하는 것과 진배없었다.


허니 어쩌면, 그보다 더 위협적인 작금의 하진을 보고 있노라면 도리어 이는 조조의 계획 자체가 작금의 하진의 성미와 맞지 않았기에 거절된 것은 아니었을까?


미적지근하다 못해 더 많은 시간을 기다려야 하지 않은가?


“너무 오래 참았어. 너무 오래 기다렸음이야.”


“역시.”


그리고 원소는 비단 작금의 하진이 내보인 조급함을 알고 있었다.


그렇기에 이를 상신했고 또 그렇기에 지난날의 저와 같이 기약 없는 득세를 위한 힘든 나날과 발버둥을 기억하고 있었다.


그렇게 원소는 승자의 눈빛으로 슬쩍 조조를 바라보았다.


이에 조조는 어쩔 수 없다는 듯, 제 어깨를 으쓱이더니 이내 이쪽을 향해 슬쩍 그 고개를 숙여 보였다.


명백한 패배에 대한 인정이었다.


“내 자네의 손을 들어주지.”


그 와중에 절차만 남았던 원소의 계가 그 눈을 빛낸 하진의 승낙을 받았다.


“그리고 맹덕은......”


허나 그럼에도 조조를 바라보는 하진의 눈빛은 아직 모든 것이 끝난 것이 아님을 말해주고 있었으니, 이번엔 이를 받아들이는 조조의 얼굴 또한 아주 묘한 빛으로 변하고 있었다.


이 작품은 어때요?

< >

Comment ' 3

  • 작성자
    Lv.49 g6******..
    작성일
    20.06.21 05:28
    No. 1

    저는? 나는 아닌가요?

    찬성: 1 | 반대: 0

  • 작성자
    Lv.49 g6******..
    작성일
    20.06.21 05:28
    No. 2

    1화에서 넘어왔는데 보기가 매끄럽지가않내요

    찬성: 1 | 반대: 0

  • 답글
    작성자
    Lv.35 필성필성필
    작성일
    20.06.21 12:57
    No. 3

    제가 글을 쓸때 '나는, 내가' 등을 배제하자고 결심한 적이 있어서 그렇습니다. 저도 이 문제를 인지하고 고치는 중인데, 애초에 글을 써올 적부터 이를 배제하고 써왔던 터라 고치는 게 쉽지만은 않네요;;

    찬성: 0 | 반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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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4 73화 – 하내군을 뒤흔든 황금빛 메뚜기의 전설 +10 20.07.16 1,693 32 21쪽
73 72화 – 사람 하나 빼고 얻을 수 있는 건 다 얻었다 +5 20.07.15 1,746 36 20쪽
72 71화 – 이중계약이 만들어낼 이중의 이간책 +4 20.07.14 1,705 34 21쪽
71 70화 – 하늘은 아직 이 땅의 짐승을 죽일 마음이 없다 +6 20.07.13 1,712 35 18쪽
70 69화 – 그림자 기사, 어둠 속에 바둑을 두는 자들 +4 20.07.10 1,771 36 22쪽
69 68화 – 회맹의 진정한 의미와 각자도생의 준비 +2 20.07.09 1,777 32 21쪽
68 67화 – 짐승을 상대하는 대나무의 본질 +2 20.07.08 1,796 33 22쪽
67 66화 – 날이 선 대나무가 짐승을 다스리는 법, 그리고 우리 속에 짐승을 가두는 법 +2 20.07.07 1,801 36 21쪽
66 65화 – 고삐가 풀린 짐승들의 포효(2) +6 20.07.06 1,852 36 19쪽
65 64화 – 고삐가 풀린 짐승들의 포효(1) +2 20.07.04 1,911 38 18쪽
64 63화 – 동탁, 포홍의 난 +12 20.07.03 2,097 42 27쪽
63 62화 – 우리 모두 짐승의 시대를 살아가자꾸나 +8 20.07.02 1,857 36 26쪽
62 61화 – 사람을 위한 시대는 정녕 끝이 났음이니 +4 20.07.01 1,828 31 18쪽
61 60화 – 고로 짐승아, 어서 문을 열거라 +6 20.06.30 1,859 40 23쪽
60 59화 – 그 문을 여는 것은 사람이 아닌 짐승이 되리라 +6 20.06.29 1,865 33 17쪽
59 58화 – 난세의, 새 시대의 봉문 20.06.27 1,891 40 19쪽
58 57화 – 그 한 송이가 남긴 것 +6 20.06.26 1,890 34 16쪽
57 56화 – 떨어지는 꽃 20.06.25 1,937 34 21쪽
56 55화 - 그 마지막 봄의 끝을 향해 +4 20.06.24 1,899 34 20쪽
55 54화 – 그 마지막 봄 +4 20.06.23 1,910 34 16쪽
54 53화 – 누군가에겐 더는 허락되지 않을 각자의 봄 +6 20.06.22 1,964 39 22쪽
53 52화 – 189년의 봄(3) +2 20.06.21 1,959 36 21쪽
52 51화 – 189년의 봄(2) +4 20.06.21 2,071 38 19쪽
» 50화 – 189년의 봄(1) +3 20.06.20 2,206 37 22쪽
50 49화 - 금줄, 목줄, 연줄, 동아줄(3) 20.06.19 2,105 38 21쪽
49 48화 - 금줄, 목줄, 연줄, 동아줄(2) +4 20.06.18 2,085 37 19쪽
48 47화 - 금줄, 목줄, 연줄, 동아줄(1) 20.06.17 2,093 38 19쪽
47 46화 – 새 주인, 새 목줄 +4 20.06.16 2,257 38 22쪽
46 45화 – 버린 주인, 버려진 짐승 +6 20.06.15 2,274 37 18쪽
45 44화 – 그렇게 돌아온 자리, 그리고 이어진 환대 +2 20.06.14 2,227 43 20쪽
44 43화 – 본래의 내가 자리한 그곳으로 +4 20.06.13 2,193 38 18쪽
43 42화 – 그 누구보다 빠르게 돌아갈 거야 +6 20.06.12 2,173 36 18쪽
42 41화 – 나는 모든 것을 내려놓고 20.06.11 2,188 34 17쪽
41 40화 – 그래서 그날이 오면 +2 20.06.10 2,213 36 16쪽
40 39화 - 무슨 일이 있어도 꼭 돌아가야지 +5 20.06.09 2,334 44 20쪽
39 38화 - 물론, 쉽진 않겠지만 그래도 +8 20.06.08 2,319 42 20쪽
38 37화 - 그래도 돌아가야지 +10 20.06.06 2,342 40 17쪽
37 36화 – 그땐 정말로 영영 돌아가지 못할까 봐 +4 20.06.05 2,399 39 20쪽
36 35화 – 혹시라도 내가 없는 사이에 무슨 일이라도 생기기라도 하면 +4 20.06.04 2,509 41 20쪽
35 34화 – 자꾸만 뒤를 돌아보게 돼 +4 20.06.03 2,517 44 17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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