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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성 님의 서재입니다.

삼국지 - 들개의 머리

웹소설 > 일반연재 > 대체역사

필성필성필
작품등록일 :
2020.01.29 23:32
최근연재일 :
2021.11.18 02:42
연재수 :
427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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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9,97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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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508
글자수 :
4,187,164

작성
20.11.19 19:06
조회
242
추천
7
글자
21쪽

외전 3장 11화 – 남양은 보주의 땅, 뱀과 개는 그 보주를 얻고자 한다(1)

DUMMY

“자네, 지금 대체 무슨 생각을 하고 있기에.......”


“제가 뭐 이 상황에 별다른 생각을 하겠습니까? 지금은 그저 한 장령의 얼굴에 드리워진 그 암운을 걷어낼 생각 뿐이지요.”


조홍은 이미 제 뇌리 속에 펼쳐진 기계(奇計)를 펼칠 마음에 신이나 있다고 봐도 과언이 아니었다.


허나 그 생각에 생각지도 않는 방해꾼이 생겼다.


“뭐라구요?”


조홍의 얼굴은 일그러지다시피 했고 이는 그런 그들을 지켜보는 손하와 한충이라고 다를 바가 아니었다.


떡하니 계획을 설명한 이상 가장 중한 역할을 해줘야할 이가 보다 침묵을 이겨내고 끄집어낸 말이 고작 거절을 위한 한 마디라니. 그것도 그간 교를 위해 충성을 다해온 그가 말이다.


“불가하다 했소.”


“아니, 어째서.......”


“야견의 이들과 이쪽은 안면이 있으니까.”


“고작 작은 안면 따위, 신구패라는 그 작은 것이 그리 압도적인 무용을 보였던 이의 발목을 잡는 일입니까?”


“참모, 우리의 목적이 뭐요?”


“그야, 형주를 안전하게 통과하는 것 아니겠습니까?”


“그거 말고, 본래의 목적.”


“본래의 목적이야, 익주로 가서 그 금범회인지 뭔지 하는 조직을 흡수하는 것 아닙니까?”


“맞소. 그리고 나는 그 금범회주의 아우이자 함께 금범회를 세웠던 식구였던 사람이지요.”


“아, 그렇습니까? 헌데 그 이야기를 왜 지금?”


“내가 살면서 가장 무섭고 두려워하는 이가 있는데 그게 바로 회주라면 이해가 가겠소?”


“그러니까 그 이야기가 대저 지금 왜 나오냐는 소리입니다. 무슨 할 말이 있으신 겁니까?”


“헌데 그와 별개로 내가 무섭고 두려워하는 이가 하나 더 있다면 어떻겠소?”


“그러니까 대체 그 따위 말씀을 왜......., 아니. 지금 그 이야기는, 설마?”


조홍은 이해가 아니 된다는 얼굴빛을 띄었다 이내 뭔가 떠오르다시피 한 얼굴로 악광을 보았다.


“야견이라는 이의 저력을 생각보다 높게 보고 계시는군요. 신구패라서 잘 알고 계신 것입니까?”


“아니, 그놈은 내 아우요. 고작 신구패 따위의 세월보다 더 많은 세월을 함께 보냈지요. 그놈도 회에서 나온 놈이요. 그것도 나보다 훨씬 더 어린 나이에.”


조홍은 지금 제가 듣고 있는 것이 생각지도 못한 그의 비사임을 알았다.


그가 언제 자신의 과거를 말했던 전력이 있던가?


헌데 생각지도 못한 시기에 이리 자신의 이야기를 급작스레 이야기하니 옆에서 이를 지켜보던 손하도 또 한충도 휘둥그레진 눈으로 귀를 쫑긋 세운 채 이쪽에 온 신경을 쏟고 있었다.


“결국, 결론은 같은 것이로군요. 야견과의 충돌을 거부하겠다.”


잠시, 고심을 하던 조홍은 이내 제 고개를 끄덕이더니 조금은 실망했다는 눈초리로 한마디를 건넸다.


허나 막상 그러한 실망감을 보고도 악광은 그 어떠한 동요도 없었다.


“주직이 일시적으로 야견의 이들을 남양에서 몰아낸다 해도 그놈은 절대로 그냥 물러나줄 놈이 아니니 드리는 말씀이오. 그렇다고 죽어줄 놈도 아니지. 필히 주직은 화를 입게 될 것이오, 그것이 휘하의 이들이 죽는 것이 되었든 그도 아니면 주직 그놈의 목이 잘리든 그건 나중에 확인해 볼 일이지.”


“아니, 그 정도로......”


“사람 죽이는 살수들로 시작된 조직이었소. 높으신 양반들이나 돈깨나 있는 자들의 구린 구색도 맞춰주며 자랐겠지. 실력도 있는데 뒷배도 있다면 어쩌시겠소? 그리고 그 정점은 알다시피 중상시였지. 허나 그 중상시가 사라진다 한들, 이 땅에 자리한 사족이나 호족과도 같은 이들이 사라진 것은 아니지 않소?”


“......그건 그렇습니다.”


“문제는 또 있소.”


“무슨 문제 말입니까?”


“나도, 그놈도 회주와 형 동생 하는 사이이기 때문이오. 혹시라도 이쪽의 전력이 노출이 되어 야견이 이를 알아본다면 당연 그 보고는 자연스레 익주로 향하겠지요. 허면 어찌될 것 같소?”


순간, 조홍은 일말의 탄식을 뱉으며 손가락으로 제 미간을 짚었다.


“........그 또한 필히 대비를 하겠지요. 겉으로는 환대할지 몰라도 알게 모르게 그에 대한 대비를 할 것입니다. 한 식구가 갈라져 싸운 것으로도 모자라 제 발로 나갔던 이가 무언의 꿍꿍이를 품고 돌아온다면 말이지요.”


“영민한 이가 참모여서 좋구려.”


“하지만 그대는 이미 교를 위해 충성하는 이가 아닙니까? 제가 몸담은 식구와 갈라선 전력이 있으며 과거의 인연을 정리하려 마음먹은 몸이 아닙니까? 헌데도, 헌데도 그리 나오신다는 것은 앞뒤가 맞지 않습니다.”


하지만 조홍에게도 그만의 의문점이자 패는 확실하게 남아있었다.


허나 아픈 구석을 찔릴 것이라 확신한 조홍의 예상과는 달리 악광의 표정은 그 어떠한 변화도 없었다.


“그대는 모자란 사람이요?”


“이거, 기분이 좋지 않군요. 그저 그런 비아냥은 아닌 것으로 알아듣겠습니다만, 대저 그 무슨 말씀이시랍니까?”


“허면, 본래의 목적을 두고 굳이 적이 아닌 이를 적으로 두는 것으로도 모자라 동네방네 스스로의 정체를 다 까발리고 다니는 이를 두고 모자란 것이 아니라 도리어 차고 넘친다고 해야 하오? 하나의 적을 상대함에 있어서도 전력을 투입해도 모자랄 판이요. 헌데 그 잘난 머리 도는 것 하나 억누르지 못해 제 뇌리 속에 떠오르는 게 분뇨인지도 모르고 막 뿌려대면 그 수습은 누가하오? 그리고 야견은 최소한도 익주를 집어삼킨 뒤에 적으로 돌려도 늦지 않소. 어차피 작금의 중한 것은 야견보다 더 월등한 전력인 회를 집어삼키는 일이니까.”


“아아......., 이거 제가 큰 실수를 저질렀습니다.”


제가 찌른 비수가 그대로 제게 돌아왔달까?


살면서 일개 도적 두목에게 지적을 당하는 일이 얼마나 있을 것이라는 오만함은 지난 복사와의 만남 이후로 또다시 조홍을 무너트리고 있었다.


“뭐, 이해를 못하는 것은 아니요. 야견, 그놈도 제 어릴 적에 병법이다 뭐다 하면서 제 머릿속에 떠오르는 그대로를 지껄이곤 했으니까. 헌데 한 가지 알아두셨으면 하는 것이 있소. 그 잘난 머리를 쓰는 이들이 언제고 화수분마냥 뇌리 속에 많은 것들이 터져 나오는 것을 모르는 바가 아니요. 허나 상황이란 놈이 있소, 그놈은 언제고 사람의 사정을 봐주는 놈이 아니니 제게 들어맞는 놈만 허락해주는 버릇이 있음을 잊지 마시구려.”


악광은 무심한 얼굴로 그런 조홍의 어깨를 짚어준 뒤, 제 수하들을 향해 몸을 돌렸다.


그리고 그렇게 멀어져만 가는 악광을 바라보던 조홍의 손끝은 이미 파르르 떨리고 있었다.


제 실수를 깨달은 그 자리에서 한 발짝도 움직이지 않은 채 부끄러움에 휩싸인 그는 이미 수치심에 몸 둘 바를 모를 지경에 이르렀던 것이다.


“어째 돌아가는 분위기가 요상한 것 같지요, 형님? 아니, 그보다도. 저 놈이 저리 머리도 좋았습니까?”


“그러게 말이다, 그간 잠자코 있던 것이 괜한 침묵이 아니었어. 스스로 지킬 선을 지켜왔고, 이젠 아니다 싶으니 서열마저도 바뀌게 되었구나.”


“하, 이거 미치겠네. 일이 어찌될는지 원.”


“아니, 차라리 잘되었다. 어찌되었든 이쪽과 섞이기 시작하지 않더냐?”


이는 어느새 그러한 그들을 지켜보는 손하와 한충에게도 영향을 미치고 있었다.


둘의 관계가 뒤바뀌어버리는 순간, 그들은 제 앞을 지나는 악광을 보며 단 한 마디도 하지 못했다.


대신, 그가 등을 보인 뒤에야 눈치를 보며 소곤소곤 저들끼리의 의사를 주고받게 만들었고, 그렇게 남양 초입에서의 하루가 지났다.


* * *


와아아아아-


“쳐라! 쳐! 저놈들 발모가지 모조리 베어버리면서 위로 올라서라!”


“무조건 밀어내라! 죽이지 못해도 상관없으니까 더 기어오르지 못하게 밀란 말이다!”


수천에 달하는 무리가 한데 뒤엉켜 있다.


한쪽은 언덕의 위, 한쪽은 언덕의 아래 제각기 시퍼렇게 날을 세운 무기를 휘두르며 사람이 사람을 죽이는데 그 어떤 거리낌조차 보이지 않고 있다.


괴성을 토해내고 핏물을 뒤집어쓰며 포효하는 이들의 모습은 가히 짐승에 가까웠고 그런 이들의 난전과 다름없을 처절한 생투를 지켜보는 이들의 미간은 이미 굳어지다 못해 찌푸려지고 있었다.


“지금 동원된 병력만 몇이라고?”


“확인된 이들만 삼천이 넘는다합니다. 거기다 야견의 이들까지 더해진다면 못해도 오천에 임박한......”


“정신 나간 새끼들, 이것들은 정녕 지들이 군벌이라도 되는 줄 아나? 거기다 뭐? 야견, 그놈들은 병력이 얼마 없다며? 헌데 여기 말고 그쪽으로도 투입할 병력이 있어?”


“아, 아무래도 추가로 징집한 병력이 아닐까 합니다.”


“제기랄, 징집이라고? 자기네가 군이라도 된다는 거야? 내 아무리 우리 참모의 명을 따른다지만 이건 진짜 전란(戰亂)이 따로 없군. 저 아까운 놈들 좀 봐라, 그 실력 하나 평범하지 않은 것들이 아무런 연유도 없이 죽어나간다. 내 휘하였으면 한 줄기 빛이라도 봤을 놈들이 저리 개죽음을 당한다고. 어? 아니 그렇소, 형님?”


악광의 수하로부터 보고를 받으며 제 앞에 펼쳐진 지독한 장관을 보고 있던 손하는 이내 탄식과 함께 제 머리를 박박 긁으며 제 옆에 자리한 한충을 찾았다.


“그렇구나.”


“아니, 고작 그 가벼운 한마디로 이 모든 상황이 말이 된다 생각하쇼? 저놈들 좀 보시오. 이게 뭐라고. 대체 이게 무슨 의미가 있다고. 고작 영역다툼이나 다름없을 왈패들 간의 패싸움인 건데, 어째 관병들도 목숨 내놓고 치루지 않는 전투를 어째 저놈들은 제 팔다리 잘려나가는 거 신경 쓰지도 않으며 저리 벌일 수 있단 말이요? 어디 저게 도적놈들인가? 미친놈들이지.”


“주직이 두령자리와 더불어 포상을 약속했다고 했더구나. 그리고 잘은 모르지만 아마 야견의 이들도 같은 것이라 봐야겠지.”


“포상만으로 과연 저게 되나? 어휴, 징그러운 것들.”


손하는 이미 질색한 표정이었으나 그러한 와중에도 그 시선은 난전이 벌어지는 언덕에서 떠나갈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었다.


“야견네 이들이 이제 일천도 아니 남은 것 같고, 주직의 이들 또한 그 사이에 수가 많이 줄었소. 헌데 이거 얼추 죽은 놈들의 수를 보고서도 승패를 모르겠네? 형님은 어찌 보시오?”


“아직은 끝나지 않았으니 쉬이 판단이 서지 않는 것이겠지. 아마 해가 지는 즈음해서 전투가 끝이 날 게다. 다만 결과라 하긴 뭣하고 소기의 성과는 확실히 보이는구나.”


이미 경사진 언덕 그 하나의 경계를 사이로 서로를 밀어내려는 듯 들러붙은 개미 떼와도 같은 이들의 팽팽한 힘겨루기는 생각보다 미진한 듯 보이면서도 은근한 결과를 말해주고 있었다.


꽤나 높은 고지로 밀려올라가는 야견의 이들의 위치는 확실히 이전만 못해졌고 수많은 시체들이 나뒹구는 경사진 표면의 위로 살아남은 주직의 이들이 그 마지막 부침의 결실을 맺으려하고 있었다.


“도적들 생리에 하루를 넘어가는 때가 다 있을 줄이야. 형님, 어째 이거 우리가 보고 있는 것이 실로 전쟁이 아닐까 하는데, 형님 생각은 어떻소?”


“전쟁이라? 그래, 그럴지도 모르지.”


한충은 이미 제 머리 위를 빙글빙글 날고 있는 까마귀 떼를 보고 있었다.


뭐가 그리 즐거운 것인지 하늘을 빙그르르 돌며 하염없이 울어대는 까마귀 떼들의 외침은 절로 그 주변에 자리한 이들의 내재된 불안을 일깨우기에 충분했다.


“차라리 저 한복판에 자리하고 있었다면, 이러한 불안함 따위 딱히 느끼지 않았어도 되었거늘.”


“쳇, 그래도 고작 일천 대 이천이 맞붙는 촌구석보다야 그래도 이러한 장관을 보는 이곳이 훨 낫질 것 아니겠소?”


“그렇지. 거기다 그쪽은 미끼다. 더 많은 희생을 불러들일 미끼.”


한충은 작금의 자리에 없는 악광과 조홍을 떠올리며 자신들이 자리한 언덕의 서녘을 바라보고 있었다.


* * *


휘이이이잉-


“비탈길이 어지간히도 축축합니다. 비 한 방울 내리지 않은 땅이 이리 질척거리게 될 줄이야.”


조홍은 제 발 아래 자리한 흙을 짓이기며 제 옆에 자리한 악광을 자극했다.


어느새 어둑해진 하늘은 이미 해가 지고 있음을 의미하고 있었고 누런 석양을 받아가며 제 빛깔 하나 제대로 내지 못한 대지엔 이미 햇빛을 받아 누렇게 변해버린 핏물과 시체만이 사방에 자리하고 있었다.


“이 모든 것이 고작 오늘 하루의 충돌로 죽어나간 이들입니다. 칠백, 말이 칠백이지 도적놈들끼리 벌이는 판에는 과분한 숫자지요. 헌데 어째 그것도 지독하리만치 일반적입니다.”


사방을 적셔오는 비릿한 피 냄새만으로도 이미 알 수가 있다.


높다고 할 수 없지만 길게 늘어진 이 경사면의 지형이 주직의 이들을 모조리 잡아먹게 되는 단초가 되었다는 것을.


그 때문에서라도 조홍은 제 미간을 찌푸린 채, 악광에게로 시선을 건네며 제 시야 속에 담긴 언덕 위에 자리한 야견의 이들을 가리켰다.


“제아무리 전장을 축소시킬 미끼라지만 이리되면 곤란해지는 것은 이쪽입니다. 대저 저놈들 정체가 뭡니까?”


“그리 물으신다 한들, 내가 아는 이였다면 이미 말씀을 드렸지 않았겠소?”


“아, 그렇게 사이가 돈독하심에도 모른다? 너무하신 것 아닙니까?”


“나라고 뭐, 모든 세월을 함께 보낸 것은 아니니 그럴 수밖에. 다만, 굳이 말씀드리지 않았던 것은 실로, 내가 알고 있는 그의 수하가 아니기 때문이오.”


원하는 답을 얻을 수 없어 답답함을 느끼던 조홍은 이내 무언가를 깨달은 얼굴로 다시금 악광을 쳐다보았다.


“할 말이 있으시오?”


“어찌 없겠습니까?”


“해서 할 말은?”


“야견의 휘하에 자리한 이들 이야기 좀 해주시지요. 그래야 제법 상대하기가 편할 것 같습니다.”


“알려준다고 해도 이곳에서 써먹을 순 없을 것인데?”


“분명 말씀드리지 않았습니까? 전장을 축소시킬 미끼라고. 그런 주직의 노림수를 모르는 이쪽이 아닌데 대비는 해놔야 되지 않겠습니까? 무엇보다 병력을 이동시키려면 야견의 뒤로 병력을 이동시켜야 하고, 그 동안에 주직이 숨겨둔 이들이 야견의 이들을 집어삼킬 때까지 그들에게서도 정체를 들키면 아니 될 일입니다.”


“이거 내가 잘못 생각하고 있었군. 미끼라고 해서 다른 뜻이 있을 줄 알았더니, 예서 승부를 보는 것이 아니라 능선 너머 건너편에 자리한 전장에서 끝을 내겠다는 뜻이오?”


“......”


질문에 대한 무언의 답은 이미 많은 것을 내포하고 있었다.


조홍의 날이 선 눈빛, 각오를 다진 그 하나로 설명이 되었던 것이다.


“이곳의 전장이 정리된다면 알려주겠소. 그 전까지는 믿음을 주기가 어려우니 전장을 지켜보며 안목을 기르시오.”


“아니, 그럴 필요 없습니다. 하루, 단 하루면 끝이 납니다.”


“뭣이?”


“뱀이 어떨 때 가장 커지는지 아십니까? 바로 제 몸뚱이와 다름없을 것을 집어삼켰을 때입니다.”


“해서 하고자 하는 말이 무엇이오?”


“야견의 이들에게 빚을 지워둘 것입니다. 그리고 그들을 집어삼켜야지요.”


조홍은 수염이 나지 않은 제 입가를 쓸어내리며 쩍하니 제 입을 위아래로 크게 벌리고는 기다란 혓바닥을 내밀었다.


허나 이는 도리어 악광에게 반감만을 추켜세웠을 뿐이다.


“조금 버거울지라도 삼키고 나면 오랜 시간동안 배가 부르지 않겠습니까?”


“장난은 거기까지, 속셈이 무엇이오?”


“없습니다. 노림수도, 속임수도 없지요. 이미 알고 있는 대로 전장은 오직 동녘 그 하나로 국한됩니다. 물론, 약간의 장치가 있겠습니다만 이는 이쪽의 전장을 정리하기 위한 조치이니 논외. 허니 이는 진심이지요. 제 진심을 믿어주시겠습니까?”


“......나는 지금 참모가 무슨 생각을 하는지 모르겠소. 하지만 오늘이 지나면 알게 되겠지. 하지만 확언에 대한 책임은 저야 할 것이오, 확언은 한 번이면 족하니까. 나는 모자란 이로 인해 내 명을 단축되는 것을 싫어하는 사람이니, 부디 내가 익주로 가기 전에 말썽은 없었으면 하오.”


이미 한 차례의 마찰로 인해 서로가 불편함이 생겨버린 사이였다.


허나 그럼에도 조홍은 저와 함께할 이로 악광을 택했고 이는 작금의 상황에 둘이 마주하게 될 마찰을 일부러 만들어낸 것과 다름이 없는 조치였다.


허면 조홍은 대저 왜 악광을 자극했던 것일까?


이미 한 차례 제게 실망감과 반감을 품은 악광이 멀어진 자리에서 조홍은 그 연유를 밝혔다.


“차라리 잘된 일입니다. 서찰 두 통으로 전장 하나를 지워낼 수 있다면, 무너진 면이 다시 서겠지요. 이번 원행을 총괄하는 이는 그쪽이 아니라 납니다. 그 어떠한 이도 이 조홍에게 불평과 불만을 가질 수 있어도 이 조홍이 내리는 명에 반기를 들 수는 없어야 하지요. 송구하지만, 신상사라 생각하고 짓눌러드리겠습니다. 겸사겸사 큰 상대를 위한 연습이라 해두지요.”


이미 조홍은 더 이상의 선택지가 없는 제 스스로를 또다시 더한 한계로 몰아붙이듯 계획을 세웠다.


그리고 동시다발적으로 이를 진행시켰다.


눈앞에 야견과 주직의 이들이 전쟁을 벌이는 그 와중에 제가 뿌린 씨앗은 과연 어떠한 수확의 열매를 가져오게 될까?


그 모든 조처를 확인해볼 시간은 바로 내일이 될 것이다.


“그나마 한 가지 아쉬운 것이 있다면 이번 일에 신상사를 끼워 넣어야 한다는 것이랄까? 뭐, 교에 대한 충정을 증명하는 기회이기도 하니 딱히 상관은 없겠지만 판이 너무 커져 버렸지.”


스스로가 자신이 과거를 돌이켜봐도 너무 간 것은 아닌가 하는 판단이 들 정도다.


하지만 그럼에도 이러한 판단을 내릴 수밖에 없었던 또 다른 노림수가 그 안에 자리하고 있기 때문이었다.


“쥐새끼나 개새끼나 범새끼나 괭이새끼나 뭐 다를 바 없다지만, 최소한도 이러한 일에 귀한 전력을 내보일 수야 없는 일. 허면 필히 교병들을 제한 도적이나 다름없을 이들이 움직인다. 바로 손하와 한충의 이들이 이쪽에 가까워지는 것이지.”


최단 시간 내에 형주의 일을 마치고 익주로 건너가 최단 시간으로 형주로 돌아온다.


이때 북형주 삼군에 속한 강하를 관리하는 병력은 분명 손하와 한충 휘하의 이들이 될 것이 자명한 일이다.


이미 정리가 끝이 난 북양주와는 사정이 다르며 주직이 비워둔 그 영역을 노리는 주변의 무리가 이를 가벼이 여기지 않을 것이 빤하니, 기회를 봐서 남은 주직의 이들이 얼마없는 작금의 시기에 그 정보가 여남이나 남형주를 비롯한 인근 군현에 넘어가기 전에 차지해야 할 것이고, 막상 차지한 이후라고 해도 여전히 강하를 노리는 이들을 견제해야 하니 최소한도 이천이 넘는 병력이 강하에 남을 것이 빤하지 않은가?


죽 쒀서 개 줄 수 없는 노릇이며 강하 또한 남양에 비해 부족하다곤 해도 그냥 두기에는 너무나도 아까운 땅이다.


“그렇다고 손하와 한충 휘하의 이들이 강하를 포기할 만큼 먹음직스러운 것도 아니고, 이미 얼추 교병들이 만들어진 상황에 병력 몇 얻자고 그 우두머리를 대놓고 날리는 무리한 방책을 쓰기도 요원한 법이지. 그나마 한충과 손하가 알아서 교인을 자처한 모양새인데 그들이 죽는다면 도리어 그 휘하의 이들에게 반감만을 주입시킬 테니까. 결국, 이쪽이 살아서 돌아가면 모든 것이 다 해결되긴 하겠지만......., 문제는 그 일이 어찌 풀리건 신상사가 이득을 가져가는 결론이 바뀌지 않는다는 그 하나다. 애석하지만 답이 없단 말이지, 답이. 세우고 싶어도 발톱을 세울 수가 없어.”


일이 성공한다면 신상사는 자신들을 비롯해 새로이 악광을 중심으로 한 금범회라는 수천의 전력을 얻게 된다.


그것도 무지렁이와 다를 바 없는 어벙한 교의 신병들과는 확연히 그 자질부터 다른 짐승 같은 이들을 말이다.


거기다 제가 뿌린 씨앗 덕에 강하마저도 함께 가져가게 된다.


물론, 반대로 일이 실패한다면 금범회의 이들은 얻지 못한다 한들, 강하와 더불어 그 우두머리 자리가 비어버린 손하와 한충의 병력을 온전한 제 것으로 만들 수가 있었다.


“이것도 그 잘난 신께서 보여준 것이라, 하겠지? 그도 아님 하늘이 보살폈기 때문이라고 할까? 뭐가 되었든 마음에 들지 않는단 말이지. 영험한 척 위세를 떠는 오만한 것들.”


신상사의 얼굴만 떠오르면 되는 것을 그와 별개로 복사의 얼굴까지 떠오르는 것은 왜였을까?


생각해보면 그가 깨진 모든 경우에는 공통점이 있었다.


신, 그리고 하늘.


사람이 쉬이 입에 담지 못할 것들을 담고 다닌다는 이들에게 저는 언제고 쥐약이었던 것이다.


“허니 기필코 용이 되어야지. 용이 되지 못한다면 이무기라도 되어야지.”


그렇게 조홍은 제 품에 자리한 용사의 부적을 움켜쥐었다.


저 스스로가 용으로 거듭나기를 바라면서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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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75 외전 3장 20화 – 드러난 가이(假利), 숨겨진 진의(眞意) 20.12.02 215 6 22쪽
274 외전 3장 19화 – 대의(大意)와 대이(大利) 20.12.01 225 6 25쪽
273 외전 3장 18화 – 태대형과 회주 20.11.30 246 8 20쪽
272 외전 3장 17화 – 용연의 땅엔 보주가 없고 대신 방울이 있다. +2 20.11.27 250 9 22쪽
271 외전 3장 16화 – 드러나지 않았던 이들 20.11.26 239 6 25쪽
270 외전 3장 15화 – 이무기가 물지 못한 보주 20.11.25 215 8 24쪽
269 외전 3장 14화 – 남양은 보주의 땅, 뱀과 개는 그 보주를 얻고자 한다(4) +2 20.11.24 233 5 22쪽
268 외전 3장 13화 – 남양은 보주의 땅, 뱀과 개는 그 보주를 얻고자 한다(3) 20.11.23 221 6 21쪽
267 외전 3장 12화 – 남양은 보주의 땅, 뱀과 개는 그 보주를 얻고자 한다(2) 20.11.20 223 5 23쪽
» 외전 3장 11화 – 남양은 보주의 땅, 뱀과 개는 그 보주를 얻고자 한다(1) 20.11.19 243 7 21쪽
265 외전 3장 10화 – 뱀이 지나는 이무기와 여의보주의 땅(3) 20.11.18 211 7 30쪽
264 외전 3장 9화 – 뱀이 지나는 이무기와 여의보주의 땅(2) +2 20.11.17 220 6 20쪽
263 외전 3장 8화 – 뱀이 지나는 이무기와 여의보주의 땅(1) 20.11.16 231 8 20쪽
262 외전 3장 7화 – 여의보주를 지나 용연(龍淵)의 땅을 찾아가는 이유 20.11.13 235 6 27쪽
261 외전 3장 6화 – 신인과 뱀 그리고 하늘 20.11.12 249 6 21쪽
260 외전 3장 5화 – 하나의 동산, 두 마리의 뱀(2) 20.11.11 231 7 20쪽
259 외전 3장 4화 – 하나의 동산, 두 마리의 뱀(1) 20.11.10 245 6 18쪽
258 외전 3장 3화 – 후경(後景)(3) 20.11.09 239 7 21쪽
257 외전 3장 2화 – 후경(後景)(2) 20.11.09 238 7 24쪽
256 외전 3장 1화 – 후경(後景)(1) 20.11.09 235 8 15쪽
255 외전 3장의 서 – 건석과 조등 20.11.09 283 9 22쪽
254 3장 63화 – 그때와 그해, 그날을 기리며. +2 20.11.06 401 8 20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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