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흉적 님의 서재입니다.

아카데미로 날아간 게이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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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결

흉적
작품등록일 :
2022.01.27 01: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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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07.10 23: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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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05.27 12: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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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쪽

길고 긴 여름 방학 - 2화

DUMMY

루메의 안드로메다가 막아준 덕분에 이진건과 엘라노어는 간신히 격납고로 들어갈 수 있었다.


중력장에 휘어진 빔과 탄환이 주변에 튀어 폭발이 일어나고, 이진건과 엘라노어는 격납고의 엘리베이터가 도착했다.


하지만 적들의 집중사격에 안드로메다는 천천히 물러설 수밖에 없었다.


-어서 들어가!


루메가 적들의 공격을 막으면서 외쳤다.


“루메! 우리가 들어가면 너도 빠져!”


엘라노어 역시 고개를 들어서 소리쳤다.


아무리 루메와 안드로메다라고 해도 일곱 대의 레버넌트를 동시에 상대하는 것은 무리다.


엘리베이터의 문을 닫고 내려가자 조금 안심이 되었다.


“윽!”


이진건이 짧은 신음과 함께 주저앉았다.


“진건아! 괜찮아?”


엘라노어가 놀라서 다가왔다. 그리고 혹시라도 총상을 입지 않았나 싶어 여기저기를 살폈다.


“으응, 괜찮아. 그냥, 피오가, 무거워서.”


“뭐야, 그게.”


이진건의 말에 엘라노어가 어이없다는 듯이 웃었다.


하지만 불행히도 농담이 아니다.


피오의 체중은 157kg이다.


방금 이진건은 죽을 각오로 피오를 들고 전력 질주했지만, 막상 도착하고 나니 무릎하고 허리가 비명을 지른다.


몸 곳곳에 박힌 뉴로 크리스털이 아니었으면 척추나 무릎 쪽에 큰 부상을 입었을 것이다.


하지만 이진건은 자신의 몸뚱아리 보다는 피오가 더 걱정되었다.


그녀가 아무리 튼튼한 육체를 가졌다고 해도 수차례 사격을 받고 소이탄에 불탄 몸이다.


빨리 치료를 해야 한다.


“아, 어?”


그때 피오가 간신히 눈을 떴다.


언제나 윤기 있는 핑크빛 눈동자가 지금도 빛나고 있지만 한쪽만 뜨고 있다. 총에 맞은 눈은 깨져서 크리스털 안구 조각이 눈 안에서 바스락 거린다.


“진, 건아. 엘라, 노어.”


피오가 더듬더듬 입술을 열었다.


“그래. 나 여기 있어.”


엘라노어가 울먹이면서 다가갔다.


“너희들, 괜, 찮아?”


피오의 쉭쉭대는 목소리에 이진건과 엘라노어는 울컥했다.


지금 그녀는 다친 자신보다는 친구들을 걱정하고 있는 것이다.


그래서 이진건은 자신의 품안에 있는 피오에게 웃어보였다.


“우린 괜찮아. 루메도 지금 안드로메다가 타고 있어. 걱정하지 마.”


그때 위에서 폭음이 들려온다.


엘리베이터가 도착하자 일행은 서둘러 내렸고, 위에서 차츰 파편이 떨어지기 시작했다.


지상에서 전투가 격렬해지고 있다는 증거다.


이진건은 서둘러 응급키트를 찾아 소독제를 피오의 피부에 발랐다.


아무리 강인한 그녀라고 해도 응급처치만으로 치료가 되지 않는다. 서둘러 제대로 된 의료시설로 가서 제대로 된 치료를 받아야 한다.


하지만 이렇게 아머드 기어 전투가 벌어지고 있는 상황에선 당장은 무리다.


“우리도 올라가서 루메와 합류하자.”


이진건이 피오를 안고 힘겹게 일어났다.


“나, 도. 갈래.”


그때 품 안의 피오가 꾸물댔다.


“피오?”


“나, 탈래. 체리 다이아몬드에 데려다 줘.”


피오의 피부 여기저기는 화상에 터져 피가 흥건하다. 그런 그녀가 지금 억지로 몸을 일으키려 하고 있다.


“무슨 소리야. 지금은···.”


피오를 설득하려는 이진건의 머리 위로 먼지가 후두둑 떨어진다. 적들의 공격이 격납고를 직격하고 있는 것이다.


이래서는 피오를 두고 갈 안전한 곳이 없다. 그래서 일단은 다른 사람의 조종석에 태울 생각이었다.


하지만 피오는 그것을 눈치 채고 자신의 기체에 타려고 했다.


“자, 봐.”


피오가 옆에 있던 드라이버를 들고 손가락 사이에 끼웠다. 그리고 힘을 줘 휘었다.


“으랏차! 히히.”


까맣게 탄 얼굴이 히죽 웃는다. 자신을 걱정하지 말라는 듯이.


하지만 그녀가 정상적이었다면 저 드라이버 따윈 그냥 가볍게 휘었을 것이다.


“나 체리 다이아몬드 탈 수 있어.”


피오의 핑크빛 눈동자가 이진건을 바라본다.


“···알았어.”


“진건아!”


이진건의 대답에 엘라노어가 놀란다.


“괜찮아. 방법이 있어. 엘라노어, 넌 갈레온을 타고 먼저 나가. 가서 루메를 도와줘.”


“알았어!”


엘라노어는 서둘러 달려가 갈레온에 탔다.


그리고 갈레온은 리프트를 쓰지 않고 자력으로 날아올라 게이트를 부수며 격납고를 나갔다.


이진건은 피오를 안고 체리 다이아몬드로 가 그녀를 태웠다.


“괜찮겠어?”


이진건의 물음에 피오는 그저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알았어. 잠깐 기다려.”


이진건은 체리 다이아몬드의 패널을 조종해서 바깥의 로봇암을 작동시켰다.


그러자 로봇암들이 하나의 부품을 들고 와 체리 다이아몬드의 백팩 쪽으로 가져간다.


“기가스 드라이브야. 루메에게서 받은 중력장 기술을 응용해서 만든 거지.”


원래는 시랑이나 폐폐에 달려고 했지만, 비행하는 가변형 기체에는 아무리 봐도 궁합이 맞지 않아 빼놓은 부품이다.


그리고 폐폐는 어쩌다가 갑자기 굿호프 쪽으로 가버려서 뺀 것이 나았다.


“지금 체리 다이아몬드에 장착된 재생장갑은 크게 믿지 마. 다수의 레버넌트가 공격하면 오래 버티지 못해.”


지금 레버넌트가 운용하는 화기들조차 기존의 팔라딘이나 알비온이 쓰는 공용화기가 아니라 화력이 강화된 차세대 버전이다.


저런 것이 다수로 모여 집중포화를 가하면 재생장갑의 한도는 금방 깨진다.


때문에 불가사리도 지금 나가봤자 활약하지 못한다.


굉음이 울려 퍼지는 격납고 안에서 이진건은 체리 다이아몬드에 기가스 드라이브를 장착한 다음 세부조정을 하기 시작했다.


*****


“늦어서 미안!”


갈레온이 게이트 위로 날아오르자 아래에선 적의 사격을 피해 도망치는 안드로메다가 보인다.


-일찍 왔네에에엣!


루메의 인사 끝이 비명으로 바뀌며 안드로메다가 급기동을 한다.


안드로메다가 지나간 자리로 화선이 그어지고, 미사일이 착탄해 폭발이 일어난다.


지금 루메는 적들과 사격을 주고받으며 치열하게 싸우고 있었다. 하지만 급하게 나오느라 무장을 하나도 못 챙겨서 기본으로 장착된 레이저만 쏘는 중이었다.


“헤헤, 루메. 신고식 거하게 치르는데?”


엘라노어가 급강하하면서 챙겨온 레일건을 던져주었다.


-오호오ㅡ그러셔? 네 차례 되면 두고 보겠어.


루메는 레일건을 받은 다음 엘라노어와 좌우로 갈라지며 사격했다.


그러자 적들의 화선도 분산되어 아까보단 상황이 나아졌다.


-엘라노어, 조심해. 저쪽 화력이 월등히 높아.


“높아? 그거 잘됐네?”


루메의 경고에 엘라노어는 히죽 웃으며 뒤로 슬쩍 빠졌다.


*****


게벨 카리옷은 가증스런 디메스의 기체를 노려보며 조준했다.


안드로메다, 디메스의 하급 아머드 기어. 지금까지 질리도록 싸워온 적 기체다.


‘흥, 루메 위리브 라고 했던가.’


감히 디메스족 따위가 아머드 아카데미 아퀼라에 비공식적 대사 지위로 입학한 것만 해도 속이 쓰라린데, 한 술 더 떠 호수의 여인에서 살고 있다고 하니 게벨은 하루하루가 치욕스러웠다.


‘이제는 그것도 끝이다.’


안드로메다의 중력장 방어막은 과거에 많이 싸워본 경험이 있다. 루메의 실력이 좀 더 뛰어난 것 같았지만 일곱 대의 레버넌트가 뿜어내는 화력 앞에선 버틸 수 없을 것이다.


-삑!


그때 갑자기 새로운 적이 나타났다는 경고가 뜬다. 위치는 바로 옆, 어떤 징조도 없이 나타난 적에 게벨은 놀라서 기체를 급회전시켰다.


‘칫! 아래쪽 격납고에서 나왔나.’


지금 그들의 발아래는 호수의 여인이 쓰는 격납고. 그러니 갑자기 튀어나와 기습할 수도 있다.


게벨은 새로이 나타난 적을-붉게 타켓팅 된 적 기체를 향해 반사적으로 방아쇠를 당겼다.


연사로 놓은 레일건에서 초음속 탄이 발사돼 적에게 명중한다.


레버넌트에게.


“어엇!”


아군을 사격하고 놀란 게벨에게 상대편 아머드 기어의 반격이 날아든다.


“큭! 멈춰!”


다행히 사격은 금방 멈추고 통신이 날아온다.


-게벨? 뭐 하는 짓이야? 아니, 이게 뭐지?


당황한 앨리엇의 목소리다.


방금 게벨은 앨리엇의 레버넌트에게 사격을 했고, 앨리엇은 공격을 받고 바로 반사적으로 사격한 것이다. 자신을 사격한 적 기체에게.


“앨리엇, 피아식별이 이상해. 지금 네가 적으로 뜨고있어.”


게벨이 아무리 조정해 봐도 앨리엇의 레버넌트가 적으로 구별되고 있었다. 앨리엇도 마찬가지인 것 같았다. 그래서 방금 같은 사고가 발생한 것이다.


-나도 그래. 게벨, 네 레버넌트가 지금 적으로-으헉!


앨리엇의 레버넌트가 휘청한다. 기체의 후면에 미사일이 명중한 것이다.


“이 미사일은? 설마 아군?”


게벨이 주위를 살폈다. 다섯 대의 적들이 서로 싸우고 있었다.


그러나 그 적들이 있는 위치는 방금까지 아군들이 있던 자리였다.


“이게 어떻게 된 거야?”


분명히 아군이었던 레버넌트들이 지금은 적으로 보이고 있다.


피아식별장치가 고장나도 이렇게 한꺼번에 고장날 수는 없다.


“다들 정신차려! 피아식별장치를-.”


그렇게 소리치는 게벨의 옆을 레일건이 직격한다.


“쏘지 마! 아군이라고!”


돌아보는 게벨의 눈에는 아군이 보인다.


안드로메다가 초록색의 아군 표시로 마크되어 이쪽을 향해 레일건을 쏘고 있다.


“어째서?”


게벨이 반격하기 위해 안드로메다를 겨누고 방아쇠를 당겼다.


-삑!


아군 오사를 막기 위한 경고가 뜨며 일차적으로 사격이 막혔다.


그사이에도 안드로메다의 사격은 계속해서 날아온다.


“으으억!”


게벨은 사격 시스템을 완전히 수동으로 돌린 다음 레일건의 방아쇠를 당겼다.


발사된 초음속의 니켈텅스텐 합금탄은 날아가다가 안드로메다의 손에 막혔다.


그리고 압축된 중력장에 궤도가 비틀린 탄환이 안드로메다의 동체를 한 바퀴 돌아 도로 이쪽으로 날아온다.


안드로메다가 쏘는 레일건과 함께.


“아악!”


게벨의 정면으로는 자신과 안드로메다가 쏜 레일건이, 사방에선 아군이 쏜 미사일이 날아온다.


집중포화에 게벨의 레버넌트가 폭발했다.


*****


“게베에엘!”


앨리엇은 게벨의 레버넌트 상부가 통째로 폭발하는 것을 보며 비명을 질렀다.


아무리 생존력이 뛰어난 레버넌트라고 해도 이정도면 일격에 파괴된다.


“모두 조심해! 피아식별시스템이 이상하다! 각자 수동으로 전환해!”


앨리엇이 목이 터져라 소리쳤지만 대답이 없다.


“대답해! 피아식별장치를 믿지 마. 고장이 났거나 적이 무슨 수작을 부린 것 같아.”


그러나 이번에도 역시 아무런 대답이 없었다.


더구나 이렇게 혼란스런 와중에 누구에게서도 통신이 들어오지 않았다.


방금까지만 해도 긴밀히 연락하던 동료들로부터의 통신이 완전히 두절된 것이다.


“통신이 끊겼어?”


앨리엇은 믿을 수 없는 사태에 패널을 두들겼다.


모든 회선이 끊겨있다.


“어째서? 통신 시스템은 우리가 장악했을 텐데?”


이번 거사를 치르기 전에 아머드 아카데미 아퀼라의 통신은 모두 카리옷이 장악했다.


그래서 이번 일은 바깥으로 알려지지 못할뿐더러, 카리옷이 아니라면 어느 누구도 통신을 할 수 없다.


“그랬을 텐데!”


이를 가는 앨리언의 옆에 큰 충격이 느껴진다.


“어헉!”


고개를 돌려보니 갈레온이 보인다.


갈레온은 레이더에 아무런 반응도 없이 다가와 앨리엇의 레버넌트를 붙들었다.


“이익!”


앨리엇이 반격하려 했지만 갑자기 기체가 움직이지 않았다. 뿐만 아니라 시스템이 하나씩 꺼지고 있었다.


“어떻게 된 일이야! 이게!”


이어서 기체가 크게 흔들리고 높은 G가 걸렸다.


앨리엇은 완전히 시스템이 꺼지고 격렬히 흔들리는 기체 속에서 강제로 조종석을 열었다.


그러자 아머드 아카데미 아퀼라의 본관이 보였다. 그런데 너무 작다.


“어, 어.”


지금 앨리엇은 아카데미 상공에서 낙하하고 있었다.


“으아아아-!”

그는 비명을 지르며 기체를 재기동하려 했지만, 아무런 조작도 먹히지 않았다.


잠시 후, 레버넌트 한 대가 격전지 가운데로 떨어져 산산조각이 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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