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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하랑님의 서재입니다

곤륜환생

웹소설 > 일반연재 > 무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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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하랑
작품등록일 :
2023.05.10 10: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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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6.20 18: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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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06.23 18: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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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쪽

적화(赤花)

DUMMY

“멸살이라.”


흑랑이었다. 그가 흥미로운 눈빛을 담아 백연을 쳐다보았다.


“어려운 일을 쉬이 입에 담는구려.”

“어렵습니까?”

“쉬웠다면 지금까지 우리 종남과, 화산에서 이리 끌려다녔겠소?”


홍유각이 고개를 저었다.


“공자가 주창하는 바가 무엇인지는 알겠소만, 그리 녹록한 일이 아니오.”

“그것은 두 문파가 쫓는 입장이었기 때문이지요.”


백연의 시선이 사람들을 무심히 훑었다.

수라궁과 두 문파의 싸움. 길게 이어지는 소요전이라 했다. 섬서 곳곳에 수라궁이 나타나 들쑤시면, 그곳 근처를 순찰하던 종남과 화산의 무인들이 가서 막아내는 형식이다.


지극히 비효율적이었다. 전투는 선공권을 가진 쪽이 백배 유리하다. 항상 수라궁의 움직임에 끌려다닐 수 밖에 없는 것이다. 종남과 화산의 무력을 합치면, 수라궁과 정면으로 맞붙어 박살내기 충분함에도.


‘오히려 넉넉하지.’


부궁주와 궁주가 있는 것도 아니다. 설명을 들은바, 사냥개 셋 중 둘이 섬서에서 활동하고 있다 했다. 금안나찰을 위시한 두 사냥개. 그들과 더불어 천 단위가 넘어가는 일반 궁도들. 강하다 하나 섬서의 두 대문파를 정면으로 상대할 힘은 아니다.


“이번에는 상황이 다릅니다. 수라궁 전체가 특정한 목적을 지니고, 그것을 차지하기 위해 달려드는 형국이죠. 우리가 이미 그 목표를 알고 있고 확보했으니 그곳으로 끌어들이면 그만.”


하오문의 정보를 들은 바, 근래 섬서 사방을 들쑤시던 수라궁이 한곳으로 모여들고 있었다. 오늘 그들이 만난 수라궁의 무리도 그런 움직임의 일환이었다. 수라궁 측에서 백철 야장의 흔적을 잡은 것이다.


“일리는 있소. 하지만 애시당초 그 미끼라는 것도 진위가 불명확하오만.”

“그건 내가 보증하지.”

“......방주 대리가?”

“천라방주의 확인을 거친 정보다. 성화방주도 알고 있으니, 이 정도면 충분하리라 생각하는데.”


흑랑의 말에 홍유각이 천천히 고개를 끄덕였다.

그러나 천월은 여전히 날카로운 눈으로 백연을 노려보고 있었다.


“자네 말대로 수라궁을 끌어들인다고 치지. 그런데 정면으로 맞붙어 일어날 피해는? 검을 들고 일선에 나서는 것은 우리 화산의 무인들이다. 그들의 목숨은 고려하지 않는겐가?”

“천월, 종남도 있소만.”

“시끄럽소. 홍유각.”


검파에 손을 올린 천월. 기세가 급하다. 지금 당장이라도 검을 빼들고 수라궁의 뒤를 쫓아가고 싶어하는 모양새다. 자신의 몸은 아끼지 않으면서도 같은 문파의 무인들은 중히 여기는 건가.


그때, 곁에서 흑랑이 입을 열었다.


“웃기는군. 네놈들이 산 위에서 허구한날 칼을 휘두르면서도 굶지 않을 수 있는 것이 이런 일에 목숨을 바치기 때문이 아닌가. 수라궁의 절멸은 네놈들이 항시 읊어대는 민초들을 위한 일인 것을.”

“방주 대리.”

“내가 오늘 들은 가장 멍청한 소리로군. 무림에 출사해 목숨을 던질 각오가 되어 있지 않았다면, 검을 부러뜨리고 평범한 삶으로 돌아가도록.”


옅은 짜증이 섞인 목소리. 그의 말에 뭐라 말하려던 천월이 입을 다물었다.

틀린 말이 없었다. 섬서 사람들을 죽이고 다니는 수라궁. 이들의 절멸을 위한 계획이라면 반대하기 어려운 명분이다.


하지만 백연은 그리 화산과 종남의 무인들을 희생시키려는 것이 아니었다.


“잠깐만 들어보시죠. 지금 천월 진인께서 걱정하시는 것은 사냥개들 아닙니까.”

“......”


침묵하는 천월.


기색으로 보아 맞는 듯 했다. 일반적인 수라궁도들이 화산파의 무인들을, 그것도 대비하고 있는 매화검수들을 상대로 목숨을 앗아가기란 쉽지 않다. 그러나 사냥개는 다르다. 전장의 구도를 뒤바꿀 수 있는 괴물들. 문파의 장로급에 달한 고수들이란 그런 존재다. 작금의 무력으로는 매화검수 개개인도 압도하겠지.


“화산과 종남의 무인분들께 사냥개를 맡길 생각은 없습니다.”

“그 무슨......?”


백연이 검을 매만졌다. 어차피 처음부터 이리 할 생각이었다. 하령에게 말한것도 있으니.

그는 타인의 손에 목숨을 기대는 사람이 아니었다. 검귀때도, 지금도.


“금안나찰은 제가 상대합니다.”

“무슨?”

“공자......!”


홍유각이 눈을 크게 뜨고, 천월이 미간을 찌푸렸다.


백연은 담담히 말을 이었다.


“다만 제가 둘을 한번에 상대할 수는 없으니, 나머지 하나를 맡아줄 사람이 필요한데.”


시선을 옆으로 돌리자 흑색 장포의 무인이 그를 내려다보고 있는 것이 보였다. 그와 눈을 마주치며 입을 열었다.


“흑랑, 아까 저를 지원해준다 했죠?”


냉막한 그의 표정이 살풋 굳는 것이 보였다. 백연은 싱긋 미소를 지어보였다.


“같이 사냥개 좀 잡아 볼까요 우리.”



※※※



“백연아!”

“이야기 끝났어?”


임시로 만들어놓은 진지. 낮게 걸린 천막을 걷고 밖으로 나오자 사형들이 달려왔다. 한달음에 다가온 단휘가 그의 몸을 확인했다.


“더 마른 것 같기도 하고.”

“아하하. 나는 괜찮아. 그나저나 사형들은 다친데 없어?”

“다칠만한 일이 없지 않냐. 소홍이라면 몰라도.”


그에 백연이 옆으로 시선을 돌렸다. 조용히 다가온 졸린 눈의 소홍이 그를 보고 고개를 끄덕였다.


“멀쩡해.”

“다행이네. 소홍 사형이 제일 위험했는데.”

“많이 배워서.”


팔영에게 배운 살수 무공을 말하는 듯 했다. 그림자들이 사용하는 보신경이라면 들키지 않고 추적하는 것에는 최적화 되어 있겠지. 그러나 그걸 감안하더라도 금안나찰을 보고 잡히지 않고 살아나왔다는 것은 놀라웠다.


“사형, 돌아가면 이야기 좀 하자.”

“......이야기?”


슬쩍 한발을 뒤로 빼는 모습. 왠지 경계하는 듯한 눈빛이었다.


“응. 무공을 새로 만들어야 하는데 사형하고 이야기 해보고 싶은게 있어서.”

“훈련, 아니지?”

“아니야. 대체 날 뭐로 생각하는건데.”

“괴물이라 생각하고 있지.”


저벅.


그의 뒤편에서 발소리가 들렸다. 묵직한 존재감이 느껴졌다. 돌아보니 흑랑이 막 걸어나오는 모습이 보였다.


“괴물이라뇨. 좋은 말 많지 않습니까.”

“무공을 그리 쉽게 만든다 말하고 실제로 행하는 것이 괴물이 아닌가. 적어도 평이한 인간의 범주에서는 벗어난 듯 싶군.”


백연은 무영방의 방주 대리를 물끄러미 바라보았다. 전에 비해 늘어난 공력이 느껴졌다. 정확한 연배를 물어보지는 않았지만, 서른에 이르지는 않은 청년이다. 삐뚜름한 웃음을 입가에 걸고 서 있는 외양이 자신감이라는 감정을 형상화 해 세워놓는다면 이러한 모습을 띄지 않을까 싶었다.


스스로의 무력은 돌아보지 않는걸까. 저런 나이에 저런 성취를 이루고, 더해 빠르게 발전중이다. 화산의 검룡도 기재라 불릴만 했지만 그가 느끼기엔 흑랑이 한 수 위였다.


“마찬가지 아닙니까?”

“맞다. 나도 자주 들은 소리지.”


그렇게 말하며 웃는 모습. 백연은 쳐다보다 입을 열었다.


“손 한번만 섞어 주시죠.”


한쪽 눈썹을 치켜올리는 흑랑.


“지금?”

“네. 잡힐 것 같은 감각이 있어서 조금 다듬어야겠습니다.”

“배짱도 좋군. 나를 시금석 취급 하다니.”


웃음을 뱉은 흑랑이 고개를 끄덕였다.


“좋다. 한번 놀아주지.”


그가 손을 까딱였다. 따라오라는 의미였다.


멀리까지 가지 않았다. 근처의 언덕. 수라궁도들이 수없이 죽어나간 자리였다. 금안나찰의 권격으로 인해 패인 분지가 옆에 보였다.


“와라.”


어느새 비도를 빼들어 비스듬히 든 흑랑이었다.


“그럼 사양하지 않고.”


말과 함께 기운을 끌어올렸다. 체내 단전에 갇혀있던 적양공의 화기가 거칠게 풀려나왔다. 기의 발출 속도가 쾌속하기 그지 없었다.


동시에 걸음을 내딛었다. 직선적인 보법. 화신풍의 걸음이 발끝에 한줄기 화염을 이끌어내었다. 순식간에 흑랑의 신형이 커졌다. 코앞에 달하는 것과 동시에 검을 발검했다.


카앙!


검신에 매달린 화염이 사방으로 흩어지며 불티를 뿌렸다. 검격 경파가 흑랑을 향해 쏟아져 내렸는데, 그는 가벼이 오른손 소매를 펄럭이는 것으로 한번에 털어내었다.


백연은 공격을 멈추지 않았다.


‘삼원.’


곤륜의 기초검격. 끊어지지 않는 삼원의 흐름이 마디마디 이어지며 불꽃의 검로를 허공에 피워냈다. 재빠르게 이어지는 연격을 흑랑이 비도 한자루로 받아쳤다.


캉! 카앙!


흑랑의 움직임은 부드러웠다. 소매를 타고 일렁이는 흑색 그림자가 비도와 함께였는데, 항시 비도를 덮고 있는 것이 아니었다. 짧게 검과 비도가 맞부딪히는 순간마다 검은 기운이 올라와 날을 덮어 대항했다. 지극히 효율적인 움직임. 그러고보니 흑랑도 아직 연배가 젊다. 축기량이 적은 것이다.


‘이런 방식으로 대응하다니.’


언뜻 가벼워 보이는 손놀림에도 자신만의 오랜 고찰이 담겨 있었다. 백연 자신도 배울만한 수법이었다. 축기량의 부족함을 해결하는 것에 도움을 받을 수 있을 성 싶었다.


‘이렇게 하는건가.’


다음 순간, 백연의 호흡과 함께 검에 맺힌 불꽃의 감각이 달라졌다. 검격을 내치는 순간 날을 타고 피어오르는 화염. 기를 수발하는 속도가 흑랑의 것과 비슷해졌다. 그것을 본 흑랑이 입꼬리를 끌어올렸다.


“도둑놈이군.”

“하하.”

“그럼 내 차례인가.”


중얼거리는 흑랑. 동시에 그의 손길을 타고 그림자가 흩어졌다. 일순 벼락같이 움직인 그의 신형. 눈앞에서 순간 사라졌다 느껴졌다.


‘아니야.’


월영신공의 보법 공능. 자신만의 간합을 마음대로 가져가는 것. 그것은 사방 공간에 가장 유리한 지점을 선택해 싸운다는 것이다. 백연의 검이 비도보다 훨씬 길었다. 그러니 지금 그가 가장 가져가기 좋은 간합은.


“후.”


짧은 호흡과 함께 백연은 땅을 박차며 사선으로 검을 날렸다. 보지 않고 휘두른 검격. 순간 손끝이 무거워지는 듯한 감각과 함께 그림자가 찢어졌다.


캉!


옆을 찌르고 들어오던 비도가 검과 부딪혔다. 어느새 옆에서 나타난 흑랑이 미소를 지으며 비도를 재차 휘둘렀다.


카각!


허공에서 얽히는 검과 비도. 흑랑의 무공은 정해진 형식이 없었다. 사방에서 짓쳐들어오는 것이 예측하기가 어렵고 변덕적이었다. 공간 전체를 활용하는 무공. 그 형식이 상하전후좌우를 가리지 않는다. 단순히 종횡으로 휘두르는 검으로는 상대할 수 없었다.


‘피워내야 해.’


공간을 제압한다. 그러면서도 상대의 방어를 찢어발길 만큼 고강해야 했다. 아직 그는 한번의 검격으로 적을 격할 수 있을 만큼 드높은 경지에 이르지 못했다. 금안나찰의 몸을 꿰뚫기 위해서는 더욱 많은 것이 필요하다.


‘한번 닿았던 감각.’


손끝에서 피어나는 화염의 폭풍. 그걸 한층 더 높이 발전 시켜야 한다.


그렇게 생각하며 손에 담긴 힘을 느슨하게 풀었다. 검파를 길게 흘려잡았다.

동시에 연속해서 들어오는 비도의 공격. 일격 일격에 점차 무거운 힘이 담기는 것이 일견 금안나찰의 권격 경파와도 비슷한 면모가 있었다.


흑랑이 도와주고 있는 것이다. 그가 금안나찰을 상대할 검격을 피워낼 수 있게.


백연은 그 도움에 응했다.


“후우.”


쿠웅.


호흡과 함께 화신풍의 진각이 흑랑의 연격 사이를 파고들었다. 일순 흩어지는 연격. 한번 공세를 놓치는 찰나의 순간, 백연의 검이 대기를 갈랐다.


“호오?”


동시에 백연의 검이 환상처럼 흩어졌다. 검 끝이 분열하는 듯이 바르르 떨리며 허공에 수없이 검로를 수놓는다. 검로 하나 하나에 적양공의 화기가 뿜어지듯 새겨졌다. 검로를 따라 피어나는 짙은 적색의 화염.


‘더 필요해.’


일순 그의 머릿속에 금안나찰의 주먹이 스쳤다. 나선으로 회전하며 주변을 박살내던 기파. 주먹에 휘감긴 힘은 회전이었다. 파괴력을 증대시키기에 더없이 좋은 기예인 것이다.


그 순간, 소년의 검은 한층 더 나아갔다. 금안나찰과의 전투에서 그의 팔을 꿰뚫었던 검로에 회전이 더해졌다. 허공에 똬리를 튼 검로가 일제히 적색의 불꽃을 회전하며 흩뿌렸다.


후욱!


화신풍의 진각과 함께 백연의 몸이 앞으로 전진했다. 허공에 새겨진 검로는 그의 걸음을 따라 자유롭게 풀려났다. 무질서한 듯 흩뿌려진 검로. 출수와 동시에 생각이 뒤늦게 따랐다. 머릿속에 줄기줄기 풀려나온 구결이 뒤섞이며 하나의 요체로 합치된다. 사방 공간을 제압하고, 자신보다 강한 적을 상대하기 위해 극한에 달한 공격 일변도의 검법.


적화검류(赤花劍流).


하늘을 수놓는 화염의 꽃이 일제히 흑랑을 향해 쏟아졌다.

언제나 침착한 그의 얼굴에 순간 당황이 스치는 것이 엿보였다. 그에 백연은 피식 웃으면서 쥐고 있는 검파에 힘을 주었다.


콰아앙!


마지막 순간 옆으로 틀어낸 검격이 흑랑을 지나쳐 오른편의 대지를 격했다. 거대한 화염의 줄기가 대지를 할퀴었다. 땅이 패이면서 날카로운 검격 줄기를 남겼다. 짙은 열기를 담은 경파가 흩어져 나오는 것을 그림자로 막아낸 흑랑이 헛웃음을 지었다.


“......미쳤군.”

“과찬이네요.”


마침내 세상에 모습을 드러낸 곤륜의 두번째 검이었다.



※※※



그 이후로 세 번의 낮과 밤이 스쳤다.

일이 결정되자 무인들은 더없이 쾌속하게 움직였다. 화산과 종남의 검객들. 이런 일에 익숙한 이들이었다. 작금 강호 무림은 그리 안온한 정세가 아니었다. 사파 준동이 더없이 성세라 했다. 구파의 일원이라면 실전은 밥 먹듯이 겪었다고.


“정말로 괜찮겠소?”


홍유각이었다. 달빛을 등지고 선 모습이 키가 컸다. 종남 특유의 백색 장포와 학이 새겨진 무복. 검은 하늘 아래 흐르는 백색 장포가 마치 선기가 흐르는 것 같았다.


“괜찮습니다.”

“허어, 젊은 치기에 그런 말을 한 것이라면 지금이라도 거두시오. 금안나찰은 그리 녹록한 상대가 아니오.”


언뜻 그를 낮추어 보는 듯한 말이었지만, 목소리에는 옅은 염려가 섞여있었다. 백연은 가만히 고개를 저었다.


“말씀은 감사합니다만 충분합니다.”


그가 한편으로 시선을 돌렸다. 그곳에는 두 흑의를 입은 검객이 서 있었다. 분홍의 매화 꽃잎이 새겨진 무복. 화산파의 천월과 유성이었다.


“저 혼자 상대하는 것도 아닌걸요.”


작전이 결정난 이후, 천월은 자신도 금안나찰을 함께 상대하겠다 나섰다. 백연 혼자 맞서는 것은 볼 수 없다는 이유였다. 자존심도 약간 상한 듯 했다. 백연으로써는 나쁘지 않은 일이었다. 손이 더해진다고 문제될 건 없었으니.


그 말에 홍유각도 입을 닫았다.


“......방주 대리도 별말 않는 것을 보니 공자의 능력을 믿는가 보구려. 좋소. 허면 염치 불구하고 부탁드리겠소이다. 나는 방주 대리와 합을 맞추어 볼 테니.”


남은 사냥개 하나를 홍유각과 흑랑이 맡겠다 했다. 두 무인의 무력이면 충분히 이길만 했다. 듣기로는 두자루의 도끼를 쓰는 놈이라고. 거력부가 생각나는 설명이었다.


백연은 바위에 걸터앉아 아래를 내려다 보았다. 발밑으로 펼쳐진 산맥. 천관이 머물고 있는 산의 끝자락에 걸친 곳이었다. 주변보다 높은 위치였기에 사방으로 펼쳐진 벌판이 전부 눈에 들어왔다.


그 아래를 따라 이곳 저곳에 자리를 잡고 진을 선 두 문파의 무인들이 보였다. 군데 군데 바삐 움직이는 것은 하오문의 그림자들이었다.


“진짜 오는 것이오?”


중얼거리는 홍유각. 백연은 고개를 끄덕였다.


“옵니다.”


지난 며칠간 하오문을 이용해 이곳의 위치를 흘렸다. 지금쯤 결집한 수라궁이 이동하고 있을 터.


‘사형들은 괜찮겠지.’


화산과 종남의 무인들에 섞여 자리를 차지하고 있다. 눈먼 칼에만 맞지 않으면 좋으련만.


그때였다.


“온다.”


후욱.


기척 없이 그의 옆에 내려선 흑랑이 중얼거렸다. 그의 말과 함께 백연은 눈에 공력을 집중시켰다. 단순한 안법. 활성시키는 순간 시야 저편에 죽 늘어선 사람의 무리가 보였다.


“......정말이구려.”


홍유각의 침음성. 백연은 가만히 검파를 붙들었다.

하단전에 채워진 불꽃이 점차 기세를 불려나가고 있었다.


“준비하세요.”


백연이 담담히 말하는 순간이었다. 그의 시선이 까마득하게 멀리 있던 놈의 눈과 마주쳤다. 샛노란 눈동자가 그를 인식하는 것과 동시에 반달처럼 휘어졌다. 반갑다는 듯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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