퀵바

설하랑님의 서재입니다

곤륜환생

웹소설 > 일반연재 > 무협

새글

설하랑
작품등록일 :
2023.05.10 10:05
최근연재일 :
2024.06.15 18:10
연재수 :
288 회
조회수 :
1,507,567
추천수 :
30,259
글자수 :
2,199,617

작성
23.07.15 18:10
조회
8,426
추천
152
글자
16쪽

용봉지회(3)

DUMMY

시선이 얽혀든 것은 찰나였다. 뇌룡의 창술은 멈추지 않았다. 그녀 또한 경지에 발을 내딛고 있는 무인인 것이었다.


흐릿하게 흩어지는 시야 속에서 백연은 반쯤 감각에 의지해 검을 내쳤다. 적양공을 일으키지 않은 상태. 눈에 보이는 것이 적었다. 의식하지 못한 사이 적양공을 일으킬 때마다 안법 구결 비슷한 것을 발동하고 있었던 모양이다.


‘역시 통제가 필요해.’


무학은 주인을 집어삼켜서는 안된다. 마도의 무인 중, 제대로 된 스승을 만나지 못해 무학에 집어삼켜지는 이들을 수도 없이 봐왔다. 본인의 의지 아래 제대로 통제되지 않는 무공은 어린 아이가 큰 칼을 들고 설치는 것과 같다.


카앙!


다시 한번 허공에서 검과 창끝이 맞부딪혔다. 삼원검의 끝자락에 걸려드는 창의 공격 기파. 그 무게가 엄청났다. 찔러들어오는 창끝을 쳐내기 위해 온 힘을 다해야 했는데, 어깨가 시큰하게 아파올 정도였다.


하지만 덕분에 섬전처럼 허공을 가르던 창이 잠시나마 검과 힘을 겨뤄냈다. 오른손을 뒤로 당긴채로 두 손으로 창을 쥔 악예린의 모습.


그 순간, 그의 눈에 악예린이 입을 벌리며 중얼거리는 것이 보였다.


“연환창식(連環槍式).”


철컥.


검과 힘을 겨루고 있던 창 끝이, 마치 살아 움직이는 듯이 꿈틀거렸다. 그런 느낌이 들 정도였다. 땅에 디딘 발 끝부터 올라온 힘이 허리를 지나 팔까지 연결되는 일련의 동작이 더없이 자연스러웠다. 분명 무겁기 그지없을 저 커다란 창을 몸의 일부마냥 다뤄낸다.


“회천(回天) 란(攔). 굉뢰(轟雷).”


동시에 백연의 검이 저절로 밑으로 향했다. 어느새 물 흐르듯 그의 검신 위를 타고 올라온 창이 검면을 내리누르며 앞으로 뻗어지고 있었다. 공방일체의 무공. 공격 자체를 방어초로 삼는 기예이다.


그리고 그와 동시에, 악예린의 몸을 타고 막대한 기파가 뿜어져 나왔다. 한순간 그녀의 손에 잡힌 창이 안쪽으로 회전했다. 짧은 찰나에 가속된 창. 그녀의 내력이 물결치듯 창을 타고 내달리고, 내부에서 반발하며 번뜩였다.


백연은 본능적으로 걸음을 내딛었다.


연환창식. 저 초식을 정면으로 받아쳐선 안된다. 악예린의 창은 공격 일변도에 가까운 극공의 무학. 더해 관통력으로는 어떤 검법도 뛰어넘는 것이 창이란 무기다. 그 파괴적인 면모만 따지면 절세의 호신강기라도 막아내기 어려운 공격이다.


‘흘린다.’


생각 이전에 걸음이 바람을 잡아챘다. 익숙한 바람이 어깨를 감싸며 장포처럼 그의 뒷자락에 펼쳐졌다. 무시무시한 기세로 그를 향해 짓쳐오는 창격. 눈으로 인지하지 않고 앞을 향해 한 발을 전진했다.


‘한결 가벼워.’


문득 머리를 스치는 생각이었다. 전에 운연동공을 수련하면서 느꼈던 감각. 오랜만에 다시 느끼고 있었다. 창을 비껴 간합을 좁히는 몸놀림이 스스로 보아도 놀랄 정도로 유려해져 있었다.


이유가 궁금했으나 뒷전으로 미뤄뒀다. 훅 다가온 악예린의 신형이 그의 눈앞에 나타났다. 내뻗은 창격이 그의 오른편으로 빗나간 상태였다.


쿠르릉!


직후 굉음이 귓가를 찢었다. 소리가 창격의 뒤를 따른 것이다. 허공으로 빗나간 일격이 공기를 찢는 소리가 요란했다. 마치 우레와도 같은 음률.


뇌룡이라 불리는 이유가 있었다. 악가의 창은 번개를 닮았다더니.


잡다한 생각을 머릿속에 띄워내면서 백연은 왼손을 내뻗었다. 굳게 쥔 그의 주먹 결을 따라 나선의 바람이 휘감겼다. 회전하는 바람의 경파가 묵직한 파괴력을 지닌채로 악예린의 옆구리를 향해 짓쳐 들어갔다.


“흡!”


짧게 내지르는 기합성이 귓가를 울렸다. 창을 쥐고 있던 오른손을 놓아버린 악예린이 그대로 몸을 비틀었다. 순식간에 근접해 달라붙은채 짓쳐오는 백연의 주먹. 그 위를 향해 악예린의 팔꿈치가 내려찍혔다.


터억.


팔꿈치가 그의 팔 윗부분을 내리찍으려는 그때, 백연이 손을 펼쳤다. 찰나에 권격에서 금나수로 전환된 그의 손이 유려한 움직임으로 악예린의 팔을 붙잡아 옆으로 밀쳐냈다. 손 끝에 닿는 감각이 강력했다.


공방 교환은 찰나였다. 백연이 밀쳐내는 순간, 악예린도 저항하지 않고 옆으로 보법을 밟았다. 창을 회수하면서 순식간에 거리를 벌린 그녀가 재차 창끝을 들어올려 겨눴다.


‘근접 박투에도 능하군.’


짧은 순간에 알아차렸다. 창술의 가장 큰 단점인 근접전에서도 이미 악예린은 강자였다. 방금 그가 그녀를 밀쳐내지 않았다면 왼손에 쥔 창의 자루 끝 부분으로 연격이 들어왔을 터.


여휘검을 비틀어 쥔 백연이 악예린을 응시했다.


창을 겨눈 그녀가 의아한 목소리를 내었다.


“불꽃은 쓰지 않나요? 소문을 많이 들었는데.”

“잡힐 것 같은 감각이 있는지라.”


짧게 답한 백연의 말에 악예린이 고개를 천천히 끄덕였다. 그녀의 흑단같은 머리칼이 뺨을 타고 흘러내렸다.


“이해했어요. 그럼 끝까지 갈게요.”


언뜻 보이는 눈빛이 강렬했다. 그 속에서 백연은 자신과 비슷한 의지를 읽을 수 있었다. 무학에 미친 사람. 당소하가 그렇게 표현했었는데, 그보다 나은 말이 없었다.


지금 끝까지 간다는 말도 그렇다. 무학을 대함에 있어서 한치의 웃음기도 없는 것이다. 극도로 진중한 자세가 인상적이었다. 백연이 새로운 무학의 단초를 잡아내는 대련에 손대중을 둬 감각을 망치지 않겠다는 의미.


백연이 천천히 호흡을 가다듬었다. 동시에 그의 하단전에 머무는 물의 고리에 정신을 집중했다.


‘수기를 밖으로 꺼내는 것은 쉽다.’


단순히 물의 기운을 꺼내드는 것이라면 지금도 가능하다. 회녕에서 비도를 만들때 백철을 다루기 위해 흉내낸 적이 있었으니. 하지만 관건은 출력을 늘리는 것이었다. 적양공의 넘실거리는 화기를 통제할 수 있을 정도의 양이 필요했다.


그리고 지금, 그의 손끝에 닿은 하나의 감각이 머릿속을 밝히고 있었다.


‘개(改) 낙안권의 나선 경파. 회전의 가속은 파괴력을 증폭시켜준다.’


증폭이다. 한정적인 힘을 지닌 단순한 권격에 막대한 파괴력을 더해주는 것이 나선 경파. 금안나찰의 권격에서 얻어낸 영감이 다른 감각으로 손끝에 돌아왔다.


직전 악예린과의 짧은 공방에서 얻어낸 감각이었다.


‘연환창식도 회전을 더했지.’


회천 란, 굉뢰. 공방일체의 독특한 창술 속에서 일순 회전하는 창을 보았다. 실려있는 내공의 양도 적지 않았지만, 그 파괴력과 관통력을 증폭시켜준 것은 분명 회전의 힘도 더해져 있었다.


“갑니다.”


악예린의 출수는 말과 동시에 이뤄졌다. 쾌속의 극치에 달해 말이 뒤늦게 이어졌다 느낄 정도였다. 짓쳐 들어오는 창격이 날카로웠다. 예리하게 내지르는 공격. 이번에는 꿈틀거리듯 흩어진 창끝이 두갈래의 길로 짓쳐오고 있었다.


좌우를 동시에 격하는 창격. 분명 하나의 창을 내질렀는데 두 점을 공격한다. 신기에 가까운 창술이었다. 아까의 일격에 비해 파괴력을 덜어낸 대신 그가 보법으로 회피할 공간을 막아선 것이다.


소리를 뒤에 놓고 짓쳐오는 창격을 백연은 감각 너머로 인지했다.


‘적양공을 끌어올리지 않았는데도 감각이.’


문득 머리를 스치는 생각. 그 순간 이미 백연은 체내의 수기를 가속시키고 있었다. 한쪽 방향으로 회전하던 물의 고리가 퍼져나오며 힘을 더하고 있었다. 회전 속도의 증가가 수기 자체의 힘도 증폭시킨 것이다.


일련의 과정이 부드럽기 그지없었다. 너무 부드러웠다.


‘이래서는 안돼.’


그의 생각은 이미 다른 시간의 흐름에 있었다. 찰나에 늘어지듯 증폭된 사고 속에서 백연은 문득 처음 수기와 화기를 얻어낼 때 보았던 천관의 모습을 떠올렸다.


그의 왼팔. 바다를 통째로 담아낸 것 마냥 무겁고 한랭했다. 휘몰아치는 팔의 움직임이 거친 파도의 흐름과 진배없었으니.


‘거친 파도.’


그 생각이 드는 순간, 백연은 체내의 수기에 제동을 걸었다. 맹렬하게 회전하던 수기를 억지로 비틀어 잡아챘다.


처음 야장의 집 앞에서 수기를 몸에 담던 순간부터 끊임없이 한쪽 방향으로 돌던 수기의 고리. 그 사이에 억지로 새로운 흐름을 만들어내었다. 역방향이었다.


한순간 회전하는 두개의 흐름이 맞부딪히며 꼬이고, 동시에 물의 기운이 극도로 압축되며 터져나올듯이 증폭되었다.


소년의 몸속에 파도가 일었다.


여휘검이 움직였다. 자연스럽게 펼쳐지는 삼원검. 검끝에 매달린 것은 짙은 적색의 불꽃이 아닌, 한없이 검은 북해(北海)의 바다였다.


대기가 가라앉았다. 한랭한 수기가 사방을 가득 채우며 허공에 맴도는 모든 강렬한 기파를 아래로 끌어내렸다. 섬전처럼 날아오는 쾌속한 일격을 상대로 펼쳐진 검은, 무거우면서도 바다처럼 끊이지 않는 흐름을 담아냈다. 중검과 유검의 묘리. 여휘검에서 터져나온 수기의 경력 파편이 창끝을 휘감았다.


카강!


“흐읍!”


거칠게 튕겨나간 두 줄의 창격. 하나의 창으로 두 점을 격하던 신묘한 창술을, 똑같이 하나의 검으로 두 번 받아쳤다. 재빠르게 창을 당기며 회수했지만 충격이 배로 다가올 수 밖에 없었을 터.


“......후.”


백연이 복부에 호흡을 가두었다. 공세를 가져온 것이다.


몸을 타고 거칠게 흘러넘치는 파도가 느껴졌다. 혈맥을 따라 휘도는 한랭한 수기. 그대로 이끌어 내 검끝에 매달았다. 동시에 화신풍 보법을 밟자 발끝에 걸려오는 감각이 묵직했다. 발치를 따라 길게 이어지는 경파 조각이 파도를 걸음에 매단 듯 했다.


운연동공의 바람이나, 적양공의 불꽃을 일으킬 때보다 쾌속하진 못했다. 보법의 속도가 느려진 것이다. 하지만 그조차도 상쇄시킬 만한 감각이 사방을 내리누르고 있었다.


“몸이......”


악예린이 창을 비틀어 쥐며 중얼거리는 것이 보였다. 전에 비해 한결 느릿해진 그녀의 움직임. 사방 대기의 기파가 수기의 지배 아래에 들어온 것이다.


느려진 세상 속에서 백연이 입가에 미소를 걸었다. 보이지도 않을 정도의 속도로 움직이던 악예린의 시간이, 그와 같은 정도로 끌어내려졌다.


순식간에 간합을 좁힌 백연이 그대로 검을 내쳤다. 검끝을 타고 이어지는 수기의 자국이 대기에 짙은 검흔을 남기며 펼쳐졌다.


캉! 카앙!


검과 창이 얽혀들었다 물러서길 반복했다. 하지만 공방이 반복 될수록 우위를 점하고 있는 것은 백연이었다.


공격 일변도의 창술. 달리 말하면 방어초가 약하다는 이야기도 된다. 백연 자신의 적화검류와 같은 부분에서 단점을 공유하고 있었다. 상대의 공세에 취약할 수 밖에 없었다.


악예린도 그것을 잘 알고 있었다. 때문에 순간 방어초로 일관하던 그녀의 기세가 훅 돌변했다. 삽시간에 아래에서 위로 치솟는 창의 찌르기. 수기에 휩싸였음에도 그 쾌속하기가 절세에 달하고 있었다.


백연의 눈이 날카로워졌다. 그가 시선 끝에 창을 담아냈다. 짓쳐오는 창의 형상을 끝까지 마주하며 백연이 걸음을 내딛었다.


그간 사방에 뿌려놓은 수기 사이로 여휘검이 가속하며 대기의 기파를 휘감았다. 허공에 잔존하는 기파를 두르는 것이었는데, 아까 단휘가 보여주었던 것과 일견 비슷했다.


몸 속에서 파도가 휘몰아쳤다. 일순 검에 감긴 묵직한 무게가 물결을 이끌어 휘두르는 듯 했다.


‘역방향으로 압축해 증폭시키는 거야.’


생각에 앞서 몸의 기운이 그의 의지에 동화했다. 한순간 역으로 가속한 수기가 여휘검의 내에서 비틀리고 증폭되며 대해의 무게를 담아냈다.


다음 순간.


백연은 정면으로 보법을 밟았다. 창을 피하려는 움직임은 없었다. 주욱 이어지는 발끝에 실린 물결이 사방으로 동심원을 그리며 퍼져나갔다. 주변의 모두가 피부로 느낄만큼 한랭하고 습한 기운이 사방을 뒤덮었다.


‘붉은 태양을 담아낼, 검은 바다.’


후욱.


악예린의 창끝을 정면으로 마주하며 진각을 밟음과 동시에 청강석으로 된 연무장 바닥이 미미하게 패여들었다. 그와 함께 머리 위로 한껏 치켜든 백연의 검이 낙하했다. 내딛은 화신풍 보법의 반탄력이 발끝을 타고 올라와 허벅지 위 대둔근을 통해 척추의 기립근을 거쳐 온몸을 지탱했다. 일련의 모든 과정 끝에, 바다를 실은 검이 악예린의 창끝과 맞닿고.


콰아앙!


검은 창이 허공에 날아올랐다.


휘날리는 검은 머리칼이 눈앞을 스쳤다. 그속에서 백연은 악예린의 침착한 눈빛을 보았다. 아직 대련이 끝나지 않았다.


백연은 내딛던 걸음 그대로 한걸음을 더 짓쳐 들어갔다. 온몸에 휘감은 수기의 경파 조각이 갑옷처럼 몸을 뒤덮은 상태였다. 그 너머에서 악예린의 손이 내공을 싣고 허공을 갈랐다. 군부에서 전해졌다는 악가의 응조권(鷹爪拳). 조법을 펼쳐낸 손끝이 예리했다.


허나 그 전에 이미 백연의 손도 움직이고 있었다. 연격을 이어내는 것은 전투의 기본중의 기본이었기에.


막대한 수기를 나선으로 휘감은 소년의 손날이 허공을 갈랐다. 낙안권의 일수가 땅에 내려앉는 기러기마냥 가볍게 악예린의 손목위로 내려앉고.


터억.


가볍게 그녀의 손목을 내리찍어 응조권을 파훼한 백연이 회전하며 여휘검을 내쳤다.


휘익-!


일순 번뜩인 은빛 검광이 섬뜩한 빛을 뿌렸다. 시야 끝자락을 타고 검은 머리칼이 몇가닥 잘려나가 나풀거렸다.


검신은 정확히 악예린의 목덜미 옆에서 한뼘 떨어전 허공에 멈춰서 있었다. 악예린과 백연의 눈이 마주쳤다. 격렬한 공방 속에서 달아오른 호흡을 천천히 가다듬은 악예린이 이윽고 입을 열었다.


“졌네요.”


담담한 선언이 나오고 나서야 백연은 검을 거두었다. 가벼운 손짓으로 납검한 그가 손을 모으며 포권했다.


“덕분에 감각을 잡았습니다. 감사를 드려야겠군요.”


악예린의 시선이 그를 물끄러미 훑었다.


“......방금 전 무공. 소문에는 들어본적 없는 것인데. 무학의 이름을 물어도 될까요?”


백연이 망설임 없이 고개를 끄덕였다. 검은 바다를 연상하며 무공을 엮어내는 순간 이미 그 명칭은 정해졌다. 적양공을 담아낼 심법인 바.


“현음공(玄陰功)이라 합니다.”



※※※



가벼운 대련은 그리 마무리 되었다. 백연에게는 더없이 큰 소득을 남긴 채였다. 반대급부로 악예린에게는 손해밖에 없었을 대련이었다.


하지만 그녀는 전혀 개의치 않는 표정으로 그 자리에서 수련에 들어갔다. 자신도 새로운 감각을 얻은 것 같다면서.


“너나 저놈이나. 끼리끼리 잘 노는군.”


당소하가 질색한 표정을 짓는 것이 재밌었다.


악예린에게 인사를 하고 연무장을 떠나는데 따라붙는 시선이 배로 많아진 느낌이었다. 당연한 일이었다. 뇌룡을 사람들이 보는 앞에서 꺾어버렸으니. 그것이 단순한 대련이었다 해도 큰 반향을 불러 일으킬 일이었다.


“이제는 정말로 네 소문을 믿는 사람들이 많아지겠군. 유명해진 기분이 어떠한가?”

“별 생각 없는데.”


백연이 어깨를 으쓱였다. 어딜가나 그를 쳐다보는 시선이 많은 것은 익숙한 일이었다. 이번 생에 들어 한동안 조용했다만, 다시금 이렇게 되니 익숙한 기분이 새록새록 감돌았다.


전생과 달라진 것은 하나밖에 없었다. 그가 사람들에게 조금이라도 인사를 답한다는 것. 수많은 인연들과 척을 져 좋을 것이 없었다. 언제 어디서 엮일지 모르는 은원이니.


그렇게 하루가 흘렀다. 밤새 방에 틀어박혀 현음공의 구결을 정리하는 것과 함께였다. 회전과 역회전. 반대 방향으로 압축시켜 증폭한다는 기예는 여러 방향으로 응용할 곳이 많아 보였다. 유용한 무공을 탐구하는 사이 마침내 용봉지회 본 대회의 아침이 밝아왔다.


정오에 다다를 무렵, 백연은 퀭한 눈을 하고 대회장의 한 구석에 앉아 있었다.


드높이 치솟은 하늘 아래 모여든 수많은 인파. 그 한 가운데에 천천히 걸어 올라오는 인영이 있었다.


연신 하품을 하던 백연이 정신을 모으며 눈을 가늘게 떴다. 그러나 무대 위에 올라온 사람의 얼굴을 확인하는 순간, 백연은 잠이 번쩍 날아가는 느낌을 받았다.


그의 시선이 날카로워졌다.


무대 위에 올라, 본 대회의 시작을 선언하는 사람. 남궁산이 아니었다. 남궁산의 집무실에서 보았던 익숙한 어투와 모습.


‘남궁산은 어디가고?’


소가주 남궁혁이 대회의 시작을 알리고 있었다. 그의 얼굴에 걸쳐진 미소가 더없이 선연했다.


이 작품은 어때요?

< >

Comment ' 5


댓글쓰기
0 / 3000
회원가입

곤륜환생 연재란
제목날짜 조회 추천 글자수
82 선택(5) +6 23.08.23 6,908 121 21쪽
81 선택(4) +5 23.08.21 6,744 122 20쪽
80 선택(3) +8 23.08.18 7,260 126 22쪽
79 선택(2) +6 23.08.16 7,224 120 24쪽
78 선택 +6 23.08.14 7,379 127 21쪽
77 검귀의 검, 곤륜의 검(6) +8 23.08.11 7,454 139 19쪽
76 검귀의 검, 곤륜의 검(5) +8 23.08.09 7,158 125 20쪽
75 검귀의 검, 곤륜의 검(4) +7 23.08.07 7,289 132 21쪽
74 검귀의 검, 곤륜의 검(3) +6 23.08.04 7,548 134 18쪽
73 검귀의 검, 곤륜의 검(2) +4 23.08.02 7,760 134 19쪽
72 검귀의 검, 곤륜의 검 +5 23.07.31 8,098 140 16쪽
71 검왕(4) +10 23.07.30 7,598 121 13쪽
70 검왕(3) +7 23.07.29 7,354 138 12쪽
69 검왕(2) +7 23.07.28 7,374 134 15쪽
68 검왕 +8 23.07.27 7,451 141 16쪽
67 마기 +5 23.07.26 7,492 132 14쪽
66 금원방(2) +5 23.07.24 7,660 141 16쪽
65 금원방 +4 23.07.23 8,109 136 17쪽
64 용봉지회(9) +6 23.07.22 8,115 138 20쪽
63 용봉지회(8) +4 23.07.21 7,840 137 15쪽
62 용봉지회(7) +6 23.07.20 7,906 141 16쪽
61 용봉지회(6) +5 23.07.19 7,889 143 18쪽
60 용봉지회(5) +6 23.07.17 8,242 150 17쪽
59 용봉지회(4) +6 23.07.16 8,320 153 16쪽
» 용봉지회(3) +5 23.07.15 8,427 152 16쪽
57 용봉지회(2) +5 23.07.14 8,595 156 17쪽
56 용봉지회 +7 23.07.13 8,789 150 17쪽
55 남궁세가(4) +8 23.07.12 8,480 161 17쪽
54 남궁세가(3) +7 23.07.10 8,747 155 16쪽
53 남궁세가(2) +7 23.07.09 8,665 152 17쪽

구독자 통계

신고 사유를 선택하세요.
장난 또는 허위 신고시 불이익을 받을 수 있으며,
작품 신고의 경우 저작권자에게 익명으로 신고 내용이
전달될 수 있습니다.

신고
비밀번호 입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