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곤륜환생

웹소설 > 일반연재 > 무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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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하랑
작품등록일 :
2023.05.10 10: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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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6.15 18: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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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06.24 18: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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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
16쪽

적화(赤花) (2)

DUMMY

※※※



싸움은 소리 없이 시작되었다. 전쟁처럼 고함과 북을 올리며 달려나가는 것이 아니었다. 고요한 적야를 채운것은 허공에 가득 피어나는 화산의 연분홍빛 매화와, 사방을 짓누르며 적을 격하는 종남의 은하수같은 경공이었다.


피륙음과 기합성. 짧은 호흡간에 섞여 들려오는 수라궁도들의 괴성이 선연했다. 일차적인 격돌. 화산과 종남의 검은 날카로웠다. 적들의 목을 거두는 것이 길거리에 자라난 잡풀을 베어내는 것 보다도 여유로웠다.


그러나 연속해서 몰려오는 궁도들의 돌격에 이윽고 전장이 뒤섞여 들었다.

한순간이었다. 멀리 자리하던 수라궁의 물결이 산을 뒤덮고 올라오는 것은.


그리고 그 안에서, 두 거인이 당당하게 서 있었다.


홍유각이 나직이 뇌까렸다.


“금안나찰과 광뢰야차(狂雷夜叉)......”


검파를 잡은 손에 힘이 잔뜩 들어간 것이 긴장한 듯했다. 종남의 검객 홍유각. 명망이 드높다 했다. 그런 이도 긴장감을 가져가야 하는 상대라는 뜻이다.


“화산, 종남, 하오문의 떨거지들까지. 잔뜩 모였군.”


웅웅 땅을 울리는 목소리였다. 이빨을 드러낸 금안나찰이 그들을 보며 웃었다. 산 중턱에 곧게 선 모습. 백여장에 달하는 거리에도 불구하고 목소리가 선명히 들렸다. 담겨있는 공력이 무거웠다.


그러나 백연은 눈을 깜빡였다.


‘조금 약해졌는데.’


며칠 전 마주했을 때보다 목소리에 담긴 공력이 옅어졌다. 의도적으로 줄인 것인지, 아니면 하령과의 전투로 인해 후유증이 있는지 모를 일이었다.


“성화방주를 맞이하자마자 꼬리를 말고 도망친 놈이 기세도 좋군.”


흑랑의 냉막한 목소리가 울리자 금안나찰이 웃었다. 개의치 않는 모습이었다. 사파의 고수들은 패배를 죽기보다 싫어한다던데, 놈의 기질은 전혀 달랐다. 이기는 싸움만 한다 그랬나. 자기보다 강한 상대를 맞이하지 않는 것이 늑대나 개와 다를바 없어 보였다.


“하지만 그 대단하신 성화방주는 지금 이 자리에 없지. 알고 있다. 듣자 하니 하오문의 내분을 막느라 바쁘다고 하던데. 서안의 꼭두각시 노괴가 없는 이상 내가 두려울 것은 없다.”


그 말과 함께 놈의 노란 눈이 번뜩였다. 일순 길게 늘어난 듯 보이기도 했다. 동시에 그의 신형이 사라지듯 허공을 도약했다. 갑작스레 뿜어져 나온 기파가 거대했다. 한순간 극성으로 전개한 월영신공을 연상시킬 정도였다.


콰앙!


맨 앞에 버티고 서 있던 천월이 즉각 반응했다. 매화검수의 검신을 타고 피어오른 수십겹의 매화가 금안나찰의 주먹을 허공에서 멈춰세웠다. 그의 몸에서 피어오른 기세에는 뚝뚝 흘러내리는 듯한 살기가 가득했다.


금안나찰이 입매를 비틀었다.


“그런고로, 이 자리에서 네놈들은 전부 죽는다.”

“수라궁의 더러운 개가!”


이를 악문 천월의 외침. 공력에서 서서히 밀려나는 것이 보였다. 동시에 금안나찰이 짧게 중얼거렸다.


“전부 죽이고 야장을 찾아라.”


그의 목소리에 궁도들이 반응했다. 파도같은 기세가 거세졌다. 사방에 흩어진 궁도들이 일제히 몸을 변용시키며 달려들기 시작했다.


수가 많았다. 사방에서 달려드는 기세가 드높았다. 백연을 향해 쏟아지는 수도 여럿이었다. 난전이었다. 그러나 주변에서 솟아오르는 그림자들은 궁도들을 가만히 내버려두지 않았다.


“가시오, 공자.”


일순 허공을 번뜩이는 비도의 잔영들. 언제 나타났는지 모를 팔영이 그를 향해 고개를 끄덕였다.


“산 위로 올라가지 못하게 지키겠소.”


백연은 가벼이 고개를 끄덕이며 내공을 끌어올렸다. 그의 시야에 천월과 합을 나누는 금안나찰의 모습이 들어왔다. 그 옆의 한켠에서는 발끝에 희끄무레한 보법을 새긴 홍유각이, 짓쳐오는 도끼를 연신 쳐내고 있었다.


개전이었다.


백연은 주변을 훑으며 호흡을 끌어올렸다. 검파를 쥔 손에 힘이 들어갔다. 하단전에서 가닥가닥 풀려나온 기운이 발 뒤꿈치를 휘감으며 바람과 같은 경파를 다리에 불어넣었다.


‘화신풍.’


걸음이 바람으로 화했다. 한걸음 내딛는 순간, 천월의 곁에 도달했다. 금안나찰의 권격을 재차 막아내는 매화 꽃잎들.


코앞에서 진각을 밟으며 적양공을 일으켰다. 쾌속하게 발출된 화기가 발검과 동시에 심장 중단전 부근을 지나 어깨를 타고 오른팔에 흘러들었다. 검신이 불꽃에 휩싸이는 것은 한순간이었다. 화염의 꼬리를 매단 검격이 꽃잎의 사이를 타고 흘러 금안나찰의 목을 향해 파고들었다.


카가각!


사각을 노린 쾌검. 그러나 살을 파고드는 감각은 없었다. 어느새 왼팔을 들어 검격을 막아낸 금안나찰이 노란 눈을 옆으로 옮겼다.


“네 목, 확실하게 거두어 가겠다.”


선언이었다. 미래의 위협을 이 자리에서 배제하겠다는.


백연은 대답하지 않았다. 검이 막힌 순간 그의 걸음은 다음 움직임을 내딛고 있었다. 발줄기에 걸린 불꽃이 발바닥 아래에서 터져나오며 허공을 격했다. 일순 위쪽으로 몸을 날리자 몸이 거꾸로 뒤집어졌다. 흑랑과의 비무에서 느꼈던 것. 상하전후좌우를 가리지 않고 검격을 내칠 수 있어야 했다. 금안나찰이 사방 대지를 동시에 격할 수 있다는 것을 겪어본 이상 땅에만 발 붙이고 상대할 수 없었다.


‘삼원.’


삼원의 제 삼검. 수검(水劍)이 물결처럼 풀려나왔다. 사파의 검이었다. 물처럼 흐름이 자유로운 것이 어떤 자세에서도 펼치기 용이했다. 한줄로 엮여나온 검격이 허공에서 금안나찰의 머리 뒤편을 노리고 쾌속하게 대기를 갈랐다.


“흐읍!”


금안나찰의 기합성. 동시에 그가 천월을 향해 내뻗고 있던 주먹을 회수하며 몸을 둥글게 접었다. 그가 땅에 닿을 듯 낮게 회전하며 왼팔을 크게 펼쳤다. 원형으로 범위를 격하는 수법. 권격 이치에서 벗어나 있었다. 그 또한 사파의 무인이었다. 개싸움에 능했다.


콰앙!


그러나 그 효과는 확실했다. 검날과 권면이 마주쳤다. 밀려난 것은 백연이었다. 반탄력에 의해 단번에 수 장을 튕겨나간 백연은 한차례 구르며 충격을 흡수했다.


“놈!”


천월의 외침이 강맹했다. 시야 한켠에 들어오는 수십에 달하는 검로. 극성에 이른 매화검법이 달콤한 향마저 뿌렸다. 한순간 매화가 허공에 가득 피어올랐다. 중년의 매화검수는 백연이 만들어낸 틈을 놓치지 않았다.


구파 무공은 세월의 무공이라 했다. 시간마저 비껴나가는 몇몇 천고의 재능들이 아닌 이상 그렇다. 눈앞에서 펼쳐진 천월의 검은 그것을 증명하고 있었다. 유성이 보여주던 매화 꽃잎보다 짙고 날카로웠다.


‘하지만, 부족해.’


귀를 아리게 만드는 소리. 금안나찰이 주먹을 움켜쥠과 동시에 대기가 일렁였다. 강대한 기파가 모여드는 모습이었다. 둘을 한번에 상대하면서도 금안나찰의 시야는 좁아지지 않았다.


“육합(六合) 뇌명(雷鳴).”


콰르르릉!


주먹이 꽃잎을 찢었다.

일순 귀가 먹먹해지는 굉음이 사방 지천을 울리고, 허공에 가득 피어나던 꽃잎의 경파가 잘게 박살나 흩날렸다. 주먹에서 솟아나온 기파가 천월의 뒤편에 가득한 나무들마져 짓이기며 허공으로 뻗어나갔다.


백연은 지체하지 않고 다시 진각을 밟았다. 천월의 한수로 호흡을 붙잡은 참이었다. 하단전에 가둔 불꽃이 재차 피어오르며 점차 커져갔다. 자연히 화신풍의 보법 전진 속도도 가중되고 있었다.


‘밀려선 안돼.’


수많은 궁도들과 화산, 종남, 그리고 하오문의 무인들이 교전하고 있으나 이 싸움의 승패를 결정하는 것은 그들이 아니었다. 무림의 대전(大戰)이란 그러했다. 일격에 수십에 달하는 적을 격살할 수 있는 고수들. 지금 이 자리에 있는 무인중에는 금안나찰과 광뢰야차가 그러했다. 저들을 격살할 수 있느냐 없느냐가 싸움의 결과를 결정할 것이었다.


화악!


검신에서 짙은 불꽃이 일었다. 동시에 허공을 따라 백연의 검이 흩어졌다. 순간 막대한 공력이 빠져나가 검을 타고 피어났다. 한줄 한줄 이어지는 검격 속에 여러가지 묘리가 뒤섞여 중첩되었다.


‘적화.’


그가 환생한 이래 처음으로 펼쳐내는 상승의 검법이 사방 공간을 타고 전개되었다. 한 순간 주변 일대의 기운이 짙은 열기로 뒤바뀌었다. 붉은 화염으로 이루어진 꽃잎들. 눈을 아리게 할 정도로 강렬한 풍경이 천월을 향해 권격을 내치던 금안나찰마저 순간 뒤돌아보게 하였다.


“네놈......!”


노란 눈에 붉은 검로가 비춰졌다. 백연은 지체하지 않고 검을 휘둘렀다. 허공에 새겨진 검로가 그의 검격과 동시에 일제히 금안나찰의 거체(巨體)를 향해 쏟아졌다.


콰아앙!


찰나의 순간에 쑤셔넣은 수십 차례의 연격. 뒤따르는 화염의 폭풍이 강렬했다. 사방 공간을 에워싸는 불꽃 속에서 백연은 미간을 좁혔다. 검끝에 느껴지는 감각이 단단했다. 적을 꿰뚫고 가지 못한 것이다.


“재주가 늘었군.”


후욱.


거칠게 일어난 기파가 주변을 에워싸던 불꽃을 한순간에 날려보냈다. 그 안에는 두 팔을 교차해 그의 검격을 막아낸 금안나찰이 서 있었다. 호신기가 부서졌는지 그의 팔을 따라서는 옅은 자상이 수십갈래 피어나 있었다. 그러나 어느것도 치명상이라 부를 만한 수준이 되지 못했다.


“하지만 약하다.”


동시에 금안나찰의 오른손이 움직였다. 허공을 움켜쥔 주먹이 강대한 기파를 모았다. 즉시 검을 당겨 몸에 공력을 두르는 순간. 주먹이 앞으로 내질러졌다.


콰앙!


검면에 느껴지는 경파가 강력했다. 정면으로 주먹을 받기는 두 번째였는데, 지극히 무거운 주먹 언저리에서 뻗어나오는 기파가 몸으로 흘러들어오고 있었다. 백연은 버티지 않고 뒤편으로 주륵 날아갔다. 온몸에 운연동공을 돌려 체내에 들어온 기운의 여파를 해소하면서였다.


몸 속에서 비릿한 핏물이 올라오는 것이 느껴졌다. 한순간 허용한 일격이 치명적이었다. 욕지기를 참으면서 뒤로 한바퀴 굴러 두 발로 착지했다. 이어져 올 연격에 대비해야 했다.


그러나 재차 이어져 와야 할 연격은 도달하지 않았다. 사이에 끼어든 인영 때문이었다.


“매화구변(梅花九變).”


검은 장포가 펄럭이고, 손끝에 매인 검이 이지러졌다. 아홉 차례의 검로가 허공을 무질서하게 베어내며 백연의 눈 앞을 가렸다. 동시에 검로를 따라 연분홍빛 매화 꽃잎이 흐드러지게 피어올랐다. 검기의 벽이라 할만했다.


“유성!”


뒤편에서 들리는 천월의 목소리. 그 소리가 닿기 전에 금안나찰의 주먹이 짓쳐들어왔다.


“육합(六合) 공파(空破).”


묵직한 목소리였다. 그와 함께 내뻗어진 주먹이 꽃잎을 바스라뜨리며 앞으로 짓쳐들어왔다. 검을 내뻗고 선 유성의 손이 일순 흔들렸다.


쩌엉-!


일순 일어난 소리가 귀청을 찢을 듯이 울렸다. 한치의 움직임도 없이 앞을 막아선 유성의 검이 한순간 주먹과 겨루는 듯 했다. 경이로운 무위였다. 검룡이 지닌 공력을 생각해보면 성립하기 어려운 힘겨루기다. 그것을 증명하듯이 유성의 입가를 따라서 떨어지는 핏물이 눈에 들어왔다.


금안나찰의 눈이 휘었다.


“네가 화산의 미래로군.”


이를 드러내는 모습. 검날에 닿은 주먹을 회수하며 동시에 반대 손을 뻗은 그가 매서운 속도로 권격을 날렸다. 허공을 찢는 나선의 경파가 무시무시했다. 회전하는 기파는 거침이 없었는데, 보는 순간 알 수 있었다. 막으려 들면 안되는 일격이었다.


“피해야......!”


외치며 걸음을 떼려 했으나 거리가 멀었다. 주먹의 속도를 따라잡기에 발끝이 무거웠다. 급한대로 검이라도 던지려던 순간이었다.


“감히!”


노호성과 함께 허공을 뒤덮는 옅은 향. 순식간에 공간을 점하며 나타난 암향표의 걸음이 유성의 옆을 틀어막았다. 천월이 검은 장포를 휘날리며 검을 휘둘렀다. 일순 사선을 격하고 들어오는 검에 금안나찰이 재빠르게 몸을 틀었다. 그의 주먹이 즉시 천월을 향했다.


콰득!


섬뜩한 소리가 허공에 울려퍼졌다. 허공으로 비산하는 핏물이 느릿하게 움직이는 것처럼 보였다. 동시에 왼팔로 유성을 끌어안은 천월의 신형이 다시 한번 보법을 밟으며 옆으로 벗어났다. 목표를 놓친 금안나찰이 눈을 번뜩였다.


“매화검수, 그 애송이가 그리 소중한가 보군? 팔까지 내줄 정도라니.”

“천월 사숙조!”


금안나찰의 공격권에서 벗어난 천월이, 유성을 옆에 내려놓으며 한쪽 무릎을 꿇었다. 그의 날카로운 얼굴이 창백한 빛을 띄었다. 그의 검은 장포가 어깨 부근부터 뜯겨나가 있었다. 검을 쥐던 우수(右手)였다. 마구잡이로 뜯겨나간 어깻죽지에서 피가 철철 흘러나왔다.


전장 이탈이었다.


툭.


손에 들린 천월의 팔을 바닥에 아무렇게나 내버린 금안나찰이 시선을 돌렸다. 그의 눈길이 백연을 향했다. 그러쥔 주먹. 모여드는 기파가 웅웅거리는 소리를 내었다.


“화산의 떨거지들, 거기서 지켜보고 있거라. 조금 뒤에 죽여줄테니.”


중얼거리는 금안나찰. 눈매가 휘어지는 것이 자신만만해 보였다. 여태껏 자신을 계속해서 노리던 천월의 검이 부담이었겠지. 강대한 권격 수위에 비해 몸을 지키는 호신기가 너무 약한 놈이었다. 여러 적을 상대하는 것이 달갑지 않은 것만은 확실했다.


투웅-


가볍운 발놀림과 동시에, 금안나찰의 신형이 사라졌다.

백연은 즉시 검을 휘둘렀다. 불꽃이 휘감긴 검이 사선으로 검로를 남기며 쾌속하게 베어졌다.


카앙!


주먹과 검이 부딪혔다. 아릿한 충격에 손이 저려왔다. 반면 금안나찰의 표정은 여유로웠다. 그가 주먹을 재차 회수하며 이를 드러냈다.


“한순간이지. 전장에서 싸움이 결정되는 것은.”

“그건.”


백연이 손목을 비틀었다. 직전 유성이 주먹을 막아서는 순간부터 머릿속이 어지러웠다. 사지 혈맥을 흐르는 불꽃의 열기가 점점 강해지고 있는 듯했다. 끓어오르는 불꽃이 검신을 타고 줄줄 흘러나왔다.


“내가 더 잘 알거든?”


귓가가 먹먹했다. 몸 안에 흐르는 피의 소리가 들려오는 듯 했다. 백연은 본능적으로 검을 휘둘렀다. 보법과 함께였다.


캉! 카앙!


주먹과 검이 허공에서 연속해 부딪히며 불티를 뿌렸다. 검신에 휘감긴 불길이 긴 꼬리를 그리며 사방을 짓이겼다. 주먹을 완전히 내뻗기 전에 검격을 사이에 끼워넣어 힘을 차단시키는 것. 절대적인 힘 대결에서 밀리는 것을 보완하기 위한 방법이었다. 아슬아슬한 줄타기였다. 실수하면 한번에 사지 일부가 날아가도 이상하지 않았다.


생각하지 않았다. 목숨을 내놓고 싸우는 것은 그의 특기였다. 오히려 그의 머릿속을 채우고 있는 생각은 다른 것이었다.


‘천월.’


문파의 제자를 위해 한 팔을 희생했다. 검수로써 치명적인 일이다. 유성을 지키기 위해 희생한 것이다. 그리고 그 유성이 끼어든 이유는.


‘나한테 한 호흡을 벌어주려.’


본디 홀로 상대하려 했다. 무공의 고하와 싸움의 승부는 다른 영역이다. 그러했기에 홀로 상대한다 말을 내걸었건만.


점점 머릿속을 채운 불꽃이 짙어졌다. 동시에 그의 검격이 한층 더 힘을 더했다. 주먹에 진기를 모으며 권격을 내뻗으려는 금안나찰. 한결 무거워지는 권격을 상대하기 위해 한번 검을 내치는 순간 두번의 연격을 더했다. 불꽃의 꼬리가 마구잡이로 허공으로 흩어지며 검로를 그려냈다.


눈이 점차 뜨거워졌다. 어느 순간, 그의 눈동자 한 가운데에 자리한 것은 짙은 적색의 불꽃이었다.


콰아앙!


검과 주먹이 맞부딪혔다. 쾌속하게 공방을 이어나가던 싸움이 일시적으로 느려졌다. 검에 힘을 불어넣으며 금안나찰과 시선을 마주쳤다.


“크흐. 지금도 성장하고 있는가. 숫제 괴물이로군. 조금만 인내심을 가지고 숨어 수련했다면 천하에 이름을 떨칠 무인이 되었을 것을, 어째서 이곳에서 내게 덤벼들어 의미없는 죽음을 자초하는 것이지?”


금안나찰이 의아하다는 듯이 물었다.


‘어째서라.’


이유를 찾자 하면 찾을 수 있었다. 한둘이 아니겠지. 야장을 지키기 위함도, 민초를 학살하는 수라궁의 모습이 거슬려서도, 또는 죽어나간 화산파의 무인들이 안타까워서도. 전부 이유라 하면 이유였다.


하지만 그 모든 이유를 내세우는 대신, 백연은 검파에 힘을 주며 여상히 답했다.


“네 눈깔이 마음에 안 들어서.”


다음 순간, 그의 손에 들린 검이 번뜩였다. 검신 내부에서 연속으로 화기가 중첩되며 터져나갔다. 화신풍의 보법 묘리가 검신을 타고 재현된 것이다.


한순간 그의 검이 원형으로 불꽃의 꼬리를 남기며 허공을 갈랐다. 스스로의 인지조차 뛰어넘은 쾌검이었다.


서걱!


직후, 땅바닥으로 살덩이가 떨어져 내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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