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곤륜환생

웹소설 > 일반연재 > 무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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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하랑
작품등록일 :
2023.05.10 10: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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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12.26 18: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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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쪽

철야방(11)

DUMMY

※※※



“안자고 뭐해?”


문득 뒤에서 들려온 목소리에 선아가 시선을 홱 돌렸다.


석 야장의 집 앞이었다. 야장과 석려려가 들어가 잠든지 좀 지난 시각. 깊은 밤임에도 잠들지 못한 선아는 손님방에서 슬며시 빠져나와 있었던 것이다.


딴에는 조용히 나왔다고 생각했는데.


“피곤하지 않아?”


언제 따라나왔는지 모를 소년이 등 뒤에서 생글생글 웃고 있었다. 담벼락에 비스듬히 걸터앉은 모습이 눈에 훅 들어온다. 백청색 장포가 소년의 어깨를 타고 흘러내리듯 걸쳐져 있었는데, 그것이 참으로 잘 어울렸다. 청율 사숙의 감각은 더없이 좋았다.


‘정신 차려!’


마음 속으로 외친 선아가 목을 가다듬었다.


“괜찮아. 내가 너보다 체력 좋거든?”

“하하.”

“야장 일은 며칠씩 밤새워 하는 경우도 있단 말이야. 내 걱정 말고 너부터 푹 자고 나와. 안그래도 지쳤으면서.”


스스로가 내뱉은 목소리에 다른 감정은 티끌 하나도 없이 오롯이 친우를 걱정하는 마음만 담겼다는 것을 확인한 선아가 속으로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비무제전이 언제부터 시작이라고 했지? 몸 상태도 관리해야지.”

“나흘 뒤라 알고 있긴 한데.”


백연이 웃음을 흘렸다. 어느새 바람같은 움직임으로 선아의 곁에 내려선 뒤였다. 소년의 소리없는 걸음을 인지하지 못한 선아가 화들짝 놀라 한걸음 옆으로 물러섰다.


“언제나 만전으로 싸울수는 없는 법이지. 전장에서 악착같이 검을 며칠이고 휘두르다 보면 단전이 텅 비고, 선천진기에 손을 뻗어 싸우고, 그러고도 부족해 근맥을 억지로 짜내어 검을 휘둘러.”

“여기는 전장이 아니잖아.”

“......”


백연은 답하지 않았다. 그의 시선이 하늘을 향했다가, 다시 선아에게로 떨어졌다.


수라궁에게 쫓기던 소녀 야장. 이제는 어엿한 곤륜의 무인이다. 그것은 여러가지를 의미했다.


평생 망치를 쥐고 검을 만들기만 하던 손이, 검을 쥐고 사람을 베어야 한다.


물론 그것이 언제가 될지는 모른다. 그녀가 전장에서 검을 쥐고 악귀처럼 싸우는 일은 영원히 없을 수도 있다.


그럼에도.


‘난세가 다가온다.’


세상의 모든 일에는 흐름이 있다. 신교대전이 일어나기 전도 그러했고, 그보다 더 전, 과거 원(元)이 무너질때도 그러했다.


신교대전 이후 백여년간의 표면적인 평화가 있었다. 신교는 마교가 되어 간헐적인 소요전만을 일으켰고 사파 무림은 깨질듯한 균형을 유지하고 있다. 서제동왕의 일각은 자리에서 물러났고 패퇴해 사라졌던 마교의 우호법은 힘을 되찾았다.


수라궁의 움직임. 하오문의 내분. 만금장의 수상한 동태. 혈교와 새외 무림의 동향까지.


좋든 싫든 흐름은 이미 움직이고 있었고, 그 끝이 어디서 시작될지는 모를 일이다.


백연이라 해서 그것을 붙들어 멈출 힘은 없었다.


다만.


“정말, 너는 네 몸을 너무 신경을 안써. 전에도 그랬다며? 네가 수라궁 금안나찰과 싸운 이야기도 다 들었는데......”


이 아이들은 최대한 늦게 파도를 맞게 해줄 것이다. 충분히 시간을 들여, 파도를 헤쳐나갈 힘을 쥐어줄 생각이다. 하나의 검으로써 오롯이 설 수 있도록.


“쉿. 앞으로는 주의할게.”


백연의 손이 가벼이 움직였다. 걱정 가득한 목소리로 말을 줄줄 내뱉던 선아의 머리를 쓰다듬는 움직임이었다. 그에 선아가 몸을 바짝 굳히더니 입을 다물었다.


고요가 스쳤다. 겨울 바람이 허공을 맴돌며 백연의 뺨을 쓸었다.


그의 몸 상태도 거의 정상으로 돌아왔다. 아까 전보다 한층 머리가 맑아진 것이 느껴진다.


거의 사흘간 이어진 철야방의 일이 바빴다. 그가 예상치 못한 방향으로 일이 흐르고 있었다. 여기에서 끝나고 말것 같지 않다는 예감이 들었다.


“귀찮은 일을 맡겨버렸네.”


백연이 말했다.


균열의 정체는 그 누구도 알지 못했다. 그 노도사라는 작자를 찾아내면 알 수 있겠지만, 그자가 흔적을 남겨두지 않았을 가능성이 높다. 애시당초 무당파의 영역에서 그리 대담하게 움직이는 자는 둘중 하나다.


별 볼일 없는 머저리거나, 무당조차 상대하기 까다로운 괴물이거나.


이번 일은, 아무래도 후자의 경우에 좀 더 무게가 실렸다.


“내 나름대로 추적을 좀 해보겠지만......”

“아니. 너는 이제 비무제전에 집중해. 무기가 무슨 용도인지는 내가 알아낼게.”


선아가 백연을 돌아보며 생긋 웃었다.


“내 분야잖아. 자신있어.”

“그래도......”

“그리고 추적은 무당파 도사들에게 맡겨. 여긴 그 사람들 영역이고.”


선아가 미간을 살풋 좁혔다.


“너는 충분히 할일을 했으니깐. 혼자 전부 다 해결할 수는 없어.”


그를 생각하는 마음이 느껴졌다. 그랬기에 백연은 반론하지 않았다. 소년은 가만히 옅은 미소를 입가에 걸었다.


그렇게 조금의 침묵이 더 흐르고.


“려려는 괜찮을까?”


선아가 중얼거렸다.


“석 야장은......”

“철야방주가 처벌하겠지. 본래라면 무당파가 처분권을 요구할 수도 있겠지만, 팽악에게 우선권이 있으니.”


그리고 그 팽악은 백연에게 알아서 하라며 일을 떠넘겼다. 목숨이 위협당했다고 길길이 날뛰던 소가주의 성정 치고는 의외의 결정이었다.


‘절맥증에 무슨 경험이라도 있는지.’


유달리 석려려를 신경쓰는 눈치던 팽악이다. 무슨 일이 있는지 모르겠지만, 그의 마음이 평소와 다르게 움직였다는 것 만큼은 분명해보였다.


“......하아.”


선아가 한숨을 내쉬었다. 백연이 그녀를 돌아보았다.


“왜, 마음이 불편해?”

“분명 큰 잘못을 했지. 야장의 명예를 더럽혔고 크게 처벌을 받아야 한다는 것도 알아. 그런데......”


말을 끝맺지 못하는 선아였다. 고요히 잠든 집을 스치는 눈길이 파르르 흔들렸다.


할아버지와 손녀의 모습에서 무언가를 떠올리기라도 하는 듯이.


“아이는 죄가 없잖아. 네가 말한대로.”


백연이 선아를 물끄러미 바라보다 입을 열었다.


“백선아.”

“응?”

“네가 책임질 수 없는 선택은 해서는 안 돼.”


한번 배신을 했던 사람이다. 석려려를 위해서였다곤 해도 그 과거가 사라지지는 않는다. 흰 도화지에 첫 먹선을 그리는 것은 어렵지만, 두번째부터는 다르다. 다시 이런 일이 일어날 수도 있는 것이다.


“......나도 알아. 그냥 마음이 쓰여서 그래.”

“하지만.”


그럼에도.


아이에겐 죄가 없었다. 아프다는 것이 죄라 말할수는 없는 일이다. 그렇기에 백연은 선아의 고민이 어느 부분에서는 옳다고 여겼다.


“이번만은 그런것을 생각하지 말고 선택해. 네가 가서 철야방주와 이야기 하는거야.”

“어, 어? 네가 아니라?”

“책임은 내가 질테니까.”


선아가 눈을 휘둥그레 떴다. 반쯤 담벼락에 기대어 앉아 있던 그녀가 벌떡 일어나 백연을 와락 안았다.


“고마워!”


그 직후, 선아가 갑자기 깜짝 놀란듯이 후다닥 뒤로 물러났다. 눈을 데구르르 굴리는 모습에 당황이 잔뜩 섞여 있었다. 그 모습을 보며 백연이 웃었다.


처음 봤을때 그를 향해 칼을 찌르려고 막무가내로 덤비던 모습이 문득 생각나서였다. 그로부터 반년이나 지났는지. 이리 같은 문파에 들어와 잘 적응한 것이 기특하다면 기특했다.


“아, 이건......”


당황한 목소리로 뭔가 변명하려는 듯 입을 열던 선아가 천천히 미간을 좁혔다. 이윽고 한숨을 푹 내쉰 그녀가 중얼거렸다.


“너......지금 굉장히 기특해보인다는 그런 웃음 짓고 있는데.”

“아하하.”

“하아, 내가 기대를 말아야지 혼자 궁상맞게 뭐 하는건지......”

“응? 왜?”

“아무것도 아니야.”


언뜻 시무룩해진 목소리였다. 무슨 이유에선지.


백연은 의아한 표정으로 눈을 깜빡였으나 선아는 답해주지 않았다. 소년의 머릿속엔 오랜만에 풀 수 없는 의문이 들어찼다.



※※※



이튿날 아침.


“......흐음.”


낮은 목소리가 깔렸다. 그저 평범한 음성이 아니었다. 목소리에 옅은 의념이 실려 있었는데, 한순간 주변의 공기가 저절로 열기를 품는 듯 했다.


“우선 팽가의 소가주.”


끼익.


철야방주가 몸을 일으켰다. 집무실을 꽉 채울듯한 거구의 사내가 침중한 얼굴로 고개를 숙였다.


“철야방의 방주로써 사과하겠네. 보상을 받고 싶다면 말하게.”


막 길다란 이야기가 끝난 직후였다. 모든 진상을 알게 된 철야방주는 별다른 말 없이 곧장 사과를 입에 담았다.


일전 처음 왔을때 건넨 사과와도 전혀 달랐다. 회백색 머리칼이 아래로 축 늘어졌다. 허리를 반으로 접으며 말하는데, 그 말의 무게감이 가볍지 않았다.


하오문을 이끄는 칠방 방주중 하나.


사파라곤 하지만 천하에 가장 큰 문파중 하나다. 소림이나 무당의 장로가 고개를 숙인것과 진배없다 보아야 했다. 어쩌면 그보다도 더 큰 의미를 지닐지도 몰랐다. 하오문은 칠방의 연합체이고, 방주는 그 각 방의 수장이었으니까.


이런 방식으로 사과를 하는 일이 극히 드물다. 저 세가의 가주들이나 구파의 수장들에게도 함부로 머리를 숙이는 일이 없는 자들.


그 때문일까, 팽악조차 한순간 말문을 잃었다.


“......사과를 받아들이겠소. 보상은 나중에 이야기 하는게 좋겠구려.”


이윽고 정신을 차린 팽악이 답했다. 전에 없이 정중한 태도였다.


“가주님 없이 단독으로 논할 일이 아닌듯 싶소.”

“이해했네. 사과를 받아주어 고맙군. 그럼 보상 부분은 팽가주가 오면 다시 이야기 하도록 하지.”


직후 천천히 고개를 들어올린 철야방주가 다시 입을 열었다.


“다음으로, 범인의 처벌에 대해서 이야기 해보겠네. 팽악 그대가 원하는 바가 있는가? 팽가에서 처분하고자 하면......”

“아니오. 내 권한은 전적으로 이놈에게 위임하지.”


한발 물러선 팽악이 백연의 어깨를 턱 짚었다. 그에 철야방주의 시선이 백연을 향해 돌아갔다.


“암화. 그대가 저자의 처분을 결정할텐가?”


철야방주의 손이 방의 한켠을 가리켰다. 집무실의 자리. 석 야장이 창백한 얼굴로 고개를 숙이고 서 있었다. 묵직하게 내뱉는 철야방주의 음성에는 옅은 분노가 서려 있었는데, 그 기운이 석 야장의 주변을 짓누르고 있었다.


감정으로 인해 일어난 기파가 주변에 영향을 미치고 있는 것이다. 백연과 팽악, 그리고 선아를 향해서는 기운이 향하는 것을 의식적으로 자제하고 있으나 석 야장에게는 그런 호의를 베풀지 않는다.


잠시 철야방주를 응시한 백연이 입을 열었다.


“철야방에서는 이런 일을 어찌 처분합니까?”

“소림의 파문제자 이야기를 들어봤나? 단전을 폐하고 근맥을 자르지. 철야방에서 그냥 나가는 것이 아니라, 불미스러운 일로 명예를 실추시켰으니 마찬가지일세.”


철야방주가 또렷한 시선으로 백연을 내려다보았다.


“앞으로 야장 일을 할 수 없게 손을 뭉게버리겠지.”

“합당한 처사이긴 하군요.”

“철야방의 이름에 먹칠을 하고, 나아가 야장의 명예를 스스로 오물에 처박았네. 과한것은 아니지. 외려 관대하지 않나.”


백연은 가만히 어깨를 으쓱였다. 그도 기본적으론 동의하는 바였다. 아니, 애초에 검귀였다면 그의 마을에 이런식으로 해를 끼친 놈은 머리를 날려버렸을 것이다.


하지만, 지금의 그는 검귀가 아니었다.


“선아야. 들었지? 이제 네가 정해.”

“흐음?”


백연의 말에 선아가 한걸음 앞으로 나섰다. 어제와는 달리 더없이 침착한 표정이었다. 그녀를 마주한 철야방주가 눈썹을 치켜올렸다.


“야장이라 했던가.”

“예. 그리고 이번 일에 대한 처분도 선아가 정할겁니다.”

“......팽악 그대도 동의하나?”

“전적으로 위임한다 했소. 그 뒤는 암화가 알아서 할 일이오.”


철야방주가 수긍한듯 고개를 끄덕였다.


“그렇다면, 어찌 할 생각인가?”


철야방주의 물음에 선아가 천천히 시선을 돌려 석 야장을 쳐다보았다. 그리고는 백연에게 눈길을 옮겼다가, 다시금 철야방주를 향했다.


“철야방에서 저 사람을 쫓아내주세요.”

“그게 전부인가?”

“아니요. 앞으로 제 밑에서 일하게 해주세요. 사람이 필요합니다. 청해 옥수에는 뛰어난 야장이 많지 않으니, 손이 있으면 좋을 일이지요. 다만 벌이를 챙겨줄 수는 없습니다.”


그 순간 석 야장이 서있는 방향에서 숨을 헉 들이키는 소리가 들렸다. 그조차도 예상하지 못한 말이었는지. 반면 그녀의 말에 철야방주는 거칠게 자란 수염을 쓸었다. 미간을 찌푸리는 것이 어지간히 마음에 들지 않는 모양이었다.


“선아라 했나. 죄를 저지른 이를 노비로 쓰겠다는 것인가. 책임질 수 없는 말은 함부로 하지 않는것이 좋아.”

“알고 있습니다.”

“저자가 다시 죄를 저지르면 이제 그 책임은 자네에게 가게 되네.”

“그것도 알고 있습니다.”


쯔읏, 하고 혀를 찬 철야방주가 말을 덧붙였다.


“그리고, 저자는 철야방의 명예도 실추시켰네. 가만 보아 넘기기에는 너무 처벌이 약하다 생각되는군.”

“그것도 알고 있습니다. 하지만 야장의 아이에게는 죄가 없는 것도 사실이지요.”


선아가 철야방주를 똑바로 올려다보았다.


“아이에게는 할아버지가 필요합니다. 저 또한 그랬으니까요.”

“......사사로운 동정심에 돌이킬 수 없는 멍청한 선택을 하는게 아닌가 싶네만.”

“평생 보아 감시하겠습니다. 죽을때까지 청해 옥수에서 벗어나지 못하게.”


철야방주가 한숨을 푹 내쉬었다. 그가 백연을 향해 시선을 돌렸다.


“곤륜파가 책임지겠다는 소리로 들리네만.”


백연이 어깨를 으쓱였다. 이미 어젯밤에 다 이야기를 나눈 사항이다.


“철야방주께서도 이미 아시겠지만, 친우중에 당가놈이 하나 있습니다. 정 필요하면 야장에게 독이라도 먹여놓지요.”

“아이 하나를 위해 그렇게까지 귀찮은 일을 떠안겠다는 소리인가.”

“예.”


답에 망설임은 없었다. 그에 잠시 그를 내려다보던 철야방주가 이윽고 고개를 저었다.


“......그렇다 하니, 알아서들 하게.”

“감사합니다.”

“곤륜파는 답답한 작자들이군.”


말하는 철야방주가 희미한 미소를 지었다.


“그러나 이리되면 나도 할말이 있긴 하군. 석 야장은 우리 철야방에도 막대한 손해를 끼쳤네. 본래는 처벌을 해 본보기를 보여야 하나, 일이 이렇게 되었으니 반발을 무마할 필요성이 있지. 무언가 형식적으로라도 대가를 받아야겠어.”


완전히 틀린 말이 아니었다. 철야방의 대외적 평판에 먹칠한 석 야장을, 그냥 놓아주면 철야방주의 체면에도 흠이 생긴다.


그러나 선아는 자신있게 고개를 끄덕였다.


“대가는 드리겠습니다.”

“무엇으로?”


철야방주의 목소리가 흥미롭다는 듯이 올라갔다. 백연도 의아한 표정으로 선아를 쳐다보았다. 이것은 그와 미리 이야기가 안된 내용이었는데. 대체 무슨 자신감인지 궁금했다.


그때 선아가 자연스레 이쪽으로 손을 내밀었다.


“엥?”


백연이 의아한 목소리를 내자 선아가 말했다.


“검. 잠깐만 빌리자.”

“아.”


백연이 헛웃음을 지었다. 이런 식으로 대가를 지불할 것이라고는 상상도 하지 못했는데. 탁 노인에게 한번 백철 야장임을 드러낸 이후에는 거침이 없어졌다. 백연은 순순히 여휘검을 풀어 선아에게 건네주었다.


“그게 뭔가? 검을 넘겨주겠다는 의미는 아닌듯 싶은데.”

“당연히 아니죠. 다만, 잠깐 보여드리는 걸로 충분할거에요.”

“어떻게 보여주는게 대가가 될 수 있......”


철야방주가 미간을 찌푸리려던 그때 선아가 지체없이 검을 뽑아들었다. 찰나 묵직한 스릉 소리와 함께 흑단목 검집에서 여휘검이 뽑혀나왔다. 흐린 빛이 한순간 물결처럼 방 안에 퍼져나가고.


팔짱을 끼고 있던 철야방주의 눈이 서서히 커졌다.


“배, 백철?”


그의 눈이 사정없이 떨렸다. 검과 선아를 왔다갔다 하면서 믿을 수 없다는 듯이 입을 벌린 그가 침을 삼키고는 목소리를 내었다.


“아니, 이건. 이런걸 어찌 구했지?”

“제가 만들었습니다.”

“......뭐?”


이전까지의 위압적인 기세는 어디가고, 거한이 잔뜩 얼빠진 표정으로 선아를 쳐다보았다. 이윽고 그가 천천히 중얼거렸다.


“......천관님 말고 다른 백철 야장이 존재했다고?”

“아, 그분이 제 할아버지에요.”


철야방주가 눈을 깜빡였다.


철야방 방주의 집무실에 기묘한 침묵이 감돌았다. 백연은 슬쩍 한발 물러서서 흥미로운 기분으로 상황을 관찰했다.


아무래도 지금, 철야방을 이쪽 편으로 끌어들일 기회가 눈앞에 나타난 듯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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