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곤륜환생

웹소설 > 일반연재 > 무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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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하랑
작품등록일 :
2023.05.10 10: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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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12.14 18: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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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야방

DUMMY

“그게 무슨 말이요, 소가주!”


당황한 목소리가 뒤편에서 울렸다. 모위진과 같은 무복을 입고 있는 것으로 보아 점창파의 무인들인 듯 했다.


“귓구멍이 막혔나? 꺼지라고.”

“저런 무례한......!”

“무례? 무례는 네놈들이 이 꼬맹이한테 저지르고 있는 것이 무례고.”


팽악이 그렇게 말하며 손을 뻗었다. 자연스레 백연의 어깨를 움켜잡은 그가 백연을 끌어당기려 했으나 손은 허공을 스쳤다.


“음?”

“그럴 필요 없습니다. 왜 당신이 나서서.”


팽악의 손을 슬쩍 피해 그의 옆에 선 백연이 중얼거렸다. 그에 팽악이 코웃음을 쳤다.


“내가 선약을 했는데 기분 나쁘게 끼어들려 하잖나.”

“......그런 이유였습니까?”


실로 황당한 소리였다. 그때 영웅건을 두른 모위진이 한걸음 앞으로 나섰다.


“도룡, 저는 당신에게 물으러 온 것이 아닙니다. 암화에게 비무를 신청하고자 하는 것이지.”

“그래서.”


팽악이 팔짱을 꼈다. 위압적인 거구의 시선이 모위진을 짓누르듯 내려다보았다.


“어쩌라고.”

“당신이 제멋대로 사는 사람이라는 것은 알고 있지만, 평소보다 정도가 심하군요.”

“비룡 너야말로 머리가 돌았군. 지금 막 도착한 놈이다. 천천히 기다렸다가 정식으로 비무를 신청해도 모자랄 판에 여기에 밀고 들어와서 고함을 쳐? 구파의 종자들은 요즘 이렇게 위세를 과시하고 다니나.”


백연이 팽악을 슬쩍 쳐다보았다.


놀랍게도 그의 말에 틀린 점이 없었다. 제아무리 구파의 유망한 후기지수라 해도 선이 있다. 지금 비룡 모위진은 그 선을 넘었다고 할 수 있었다.


다만, 그 말을 하는 장본인이 팽악이라는 점이 심한 위화감을 조성하고 있을 뿐.


‘뭐지.’


선약 때문에 기분이 나빠 그랬다곤 하나 그가 이리 움직일 이유는 없었다. 그럼에도 어째서인지 적극적으로 나서는 모습.


“말을 가려서 하시지요. 저 또한 아무 이유 없이 온 것이 아닙니다.”


모위진이 말했다.


“일전 천주산의 사건. 자세한 내막이 알려지지 않았습니다. 그런 와중에 몇몇 사람들의 입에서 나온 소리만으로 암화의 이름이 점점 올라가고 있지요. 그런 허명(虛名)에 기대어 곤륜의 문도들이 위세를 부리고 다니니, 가만히 보고만 있을수는 없는 일 아닙니까?”

“무슨 소리를!”


발끈한 목소리가 터져나왔다. 어느새 백연의 근처에 서 있던 도현 사형이었다. 그의 얼굴이 평소와 다르게 잔뜩 달아올라 있었다.


“그쪽 무인들이 먼저 우리 백연이를 까내렸지 않습니까!”

“까내리다니요. 분명 제가 용봉지회에서 언뜻 본 그 실력이 뛰어나긴 하나, 칠룡의 위에 암화가 있다느니 하는 말도 안되는 헛소리는 지양해야 하는 것 아닌가 말한 것 뿐입니다.”

“구파의 일좌라는 점창에서 그따위로......!”

“사형.”


백연이 도현의 어깨를 짚었다. 잔뜩 시뻘개진 도현이 그를 슬쩍 보곤 입을 다물었다. 이렇게 화난 표정은 백연도 처음 보는 것이었다. 왠지 만족스러운 기분이 들었지만 그냥 놔둘수는 없었다.


‘말려들어 좋을게 없다.’


모위진의 화술이 교묘했다. 백연은 당연히 도현의 말을 믿었으나, 좌중에게는 그 모습이 다르게 비칠 가능성이 높았다.


구파에 속한 점창파. 그 위세를 등에 업은 명망높은 후기지수인 비룡 모위진이다.


그가 예전에 했던 말마따나 산골 벽지의 곤륜파에서 온 이름 모를 무인과 비교했을때, 당연히 모위진의 말을 믿는 사람이 많을 수 밖에 없는 것이다.


적어도 이 자리에서 사형이 쓸데없는 논쟁에 휘말리는 것은 피해야 했다.


‘그리고 모위진이 없는 사실을 지어내고 있지는 않다.’


천주산 용봉지회에서 열린 일에 대한 자세한 내막을 알고 있는 이가 몇 없다. 백연 자신과 뇌룡, 도룡이 금원방주를 상대했다는 것도. 만금장이 이 사건에 개입해 거대한 규모의 일을 벌렸다는 것도. 검왕의 자식이 그 일의 핵심에 속해 있었다는 것도.


모든 내용이 세간에 공개되지는 않은 것이다. 하나 하나가 세상에 큰 반향을 불러 일으킬 일들이기에.


그러나 동시에 모든 내용이 완벽하게 함구될 수는 없다. 그런 이유로 암화의 위명은 조금씩 올라가고 있었던 것이다. 그의 활약을 본 소수의 사람들의 입에서 시작해, 세상 바람을 타고서.


그것이 때로는 그를 알아보고 호의를 품는 사람들을 만들기도 했을테지만, 반대로 그에 불만과 악의를 품는 사람을 만들기도 한다.


그리고 눈앞의 모위진은 명백히 후자로 보였다.


그와, 그 뒤의 점창파 무인들까지. 문파 전체의 생각인지는 확신할 수 없으나 이곳에 몰려온 이들의 표정은 하나같이 비슷했다. 그를 향한 불신의 눈초리와 마음에 들지 않는다는 표정.


나머지 무인들은 제각각이다. 모두가 점창이나 곤륜의 사람은 아니었는데, 대다수는 그저 흥미 가득한 표정을 짓고 있을 뿐이었다. 그것까지 확인한 백연이 천천히 입을 열었다.


“비룡 모위진 소협. 그 위명은 익히 들었습니다. 칠룡의 일좌시라고. 일전 용봉지회때도 얼굴은 잠깐 뵈었던 것으로 기억합니다만.”

“맞습니다. 그래도 말이 통하는 분이시군요.”


그리 말하며 웃는다. 백연은 개의치 않고 말을 이었다.


“저 또한 스스로가 칠룡의 위에 있다고 생각지는 않습니다.”

“뭐? 네놈. 개소리를......”

“길고 짧은것은 대봐야 아는 일이겠지만, 대방파에서 수련을 거듭한 무인들의 세월을 하루아침에 따라잡긴 힘들겠지요.”


모위진의 입가에 미소가 그려졌다. 어처구니 없다는 시선으로 그를 쳐다보는 팽악은 덤이었다. 하지만 백연의 말은 아직 끝나지 않았다.


“허나 제 사형들이 그런 위명을 등에 업고 위세를 떨었을 것이라고는 생각되지 않는군요.”

“사형분들을 잘못 알고 계셨을수도 있지요.”

“저를 향한 모욕은 보아 넘깁니다. 어차피 검을 맞대면 바로 확인될 일인데. 하지만.”


백연이 담담한 표정으로 검파를 쥐었다.


찰나지간이었다. 소년의 옷자락을 타고 시리도록 새하얀 빛이 명멸했다. 한순간 군중이 일제히 눈을 피해야 할 정도로.


직후.


쩌저저정!


깨지는 듯한 벼락 소리가 주변을 휩쓸었다. 다음 순간 사람들이 백연을 쳐다보았을때, 그는 팽악의 곁에 서있지 않았다. 여전히 똑같은 자세와 표정으로 모위진의 등 뒤에 선 그가 눈앞의 무인들을 보며 말했다.


“곤륜파의 무인들을 건드리는건 가벼이 넘기지 않으려 합니다.”

“......!”


옅은 경악성이 서렸다. 누구도 백연이 움직이는 것을 정확하게 인지하지 못했다. 백광으로 시선을 피해야 했다고는 하나 그것이 변명이 될 수는 없었다. 실전에서도 그리 눈을 피하다 죽을 심산이 아닌 이상에야.


“그러니.”


백연이 힐끗 뒤를 돌아보았다.


천천히 몸을 돌리고 있는 모위진. 그 얼굴에 더 이상 미소가 걸려있지 않았다. 불쾌한듯 잔뜩 미간을 좁히고 있는 표정이다. 영웅건 아래 그늘진 눈이 날카롭게 백연을 노려보고 있었다.


뒤를 잡혔다. 명백히 실수였다. 모위진은 그리 생각했다.


‘백광으로 시선을 빼앗고 기습을.’


자신이 너무 방심하고 있었다. 제아무리 비무조차 아니라 해도 뒤를 쉬이 내줘서는 안되는 것이다. 또다시 이런 일은 없을 것이다. 그렇게 속으로 다짐하는 모위진의 귓가에 백연의 목소리가 틀어박혔다. 언뜻 노래하듯 맑고 투명한 음성이 겨울 바람처럼 차가운 기색을 띄고 있었다.


“비룡 소협께서는 쓸데없는 말을 덧붙이지 마시고 원하는 바를 명확히 해주시지요. 저와 비무를 하고자 하시는 겁니까?”


멈칫한 모위진이 입을 열었다.


“물론입니다.”

“그럼......”

“어이, 잡것들. 네놈들끼리 쑥덕대지 마라.”


그때 굵직한 음성이 백연의 말을 자르고 들어왔다. 잔뜩 미간을 구긴 팽악이었는데, 말하며 성큼성큼 걸어와 모위진의 앞에 섰다.


“왜 그러십니까, 팽악?”

“네놈, 약속했지 않나? 내가 먼저다.”

“상황이 곤란하게 되었으니 말입니다.”

“육갑들을......”


아드득.


이를 간 팽악이 눈을 부라렸다. 이윽고 거칠게 숨을 내쉰 그가 잇새로 말을 흘렸다.


“내가 하겠다.”

“무엇을 말입니까? 당신과 대련은 조금 뒤로 미뤄도......”

“이 점창놈이 신청한 비무. 내가 받아주겠다고.”


백연이 눈을 깜빡였다. 그러거나 말거나 팽악은 모위진을 향해 손가락을 까딱였다.


“비룡. 너는 나랑 붙는다.”

“말을 함부로 하지 마십시오 도룡. 제가 당신과 비무를 할 이유도 받아줄 이유도 없습니다.”

“아니, 명확한 이유가 있지. 첫째, 너는 나와의 비무 전적이 현저히 밀린다.”

“그건......”

“그리고 둘째.”


잠시 말을 끊은 팽악의 시선이 백연을 스쳤다. 고민하듯 이를 깨문 그가 뒤이어 말을 뱉었다.


“내가 암화보다 약하다.”

“무슨......!”


찰나 주변이 술렁였다. 팽악이 말을 입밖으로 내뱉은 뒤였다. 몇몇은 자신들이 정확히 들은것이 맞는지 주변 사람들에게 되물어보기까지 했다.


백연 또한 마찬가지의 기분이었다.


팽악이 대련에서 자신에게 밀리는 모습을 보여준 것과, 약함을 인정하는 것은 별개의 문제이다. 승패는 병가지상사(兵家之常事)의 것. 허나 스스로 상대방보다 무위가 낮다 말하는 경우는 거의 없다. 눈에 띄게 차이가 나지 않으면 명확히 수치화 할 수 없는 것이기 때문이다.


자존심 높은 무림인들은 대부분 함부로 남보다 약하다는 이야기를 스스로 뱉을리 없는 것은 물론이요, 타인이 비교하는 것조차 달가워하지 않는다. 팽악은 그런 이들의 선두에 서 있을 인물.


검룡을 상대로도 자신이 약하다 한 적이 없다. 수없이 패배했을 것임에도.


“그러니 너는 나부터 이겨야 한다.”


허나 주변의 술렁거림에도 팽악은 거침이 없었다. 그가 이를 드러내며 웃었다.


“나를 이기지 못하면 암화와의 비무도 굳이 볼 필요가 없겠지.”

“그 무슨 말도 안되는 소리입니까.”


모위진이 반발했다.


“당신을 상대하고 암화를 연달아 상대하란 말입니까? 그런......”

“뭔 소리지? 네놈은 암화랑 붙을 일이 없다고. 이해가 안되나?”


팽악이 스스로의 머리를 톡톡 두드렸다. 명백한 비아냥이 섞인 행동.


“애시당초 웃겼다. 몇몇 사람들의 입에서 나온 소리만으로 암화의 이름이 점점 올라가고 있다? 허명? 그딴 소리를 잘도 지껄이는군. 그 몇몇 사람중 하나가 나다. 그리고 저기 저놈도 있고.”


군중의 시선이 팽악의 손끝으로 쏠렸다. 언제 나왔는지 전각 앞에 비스듬히 기대어 선 당소하가 머리를 갸웃 기울였다. 언제나처럼 냉막한 시선과 표정으로 주변을 훑은 그가 입을 열었다.


“손가락 치워라. 기분 나쁘게. 그와 별개로 그놈의 말은 맞다. 공증하지.”

“독룡......!”

“들었지? 저놈도 그렇고, 아 그래. 남궁의 가주놈도 마찬가지다. 지금 네놈은.”


언뜻 주변 사람들의 사이에서 남궁이라는 이름이 속삭여졌다. 지금은 그리 중요하지 않았다. 당장 칠룡중 둘이 백연을 비호하고 나섰다. 스스로를 낮추면서까지. 그 사실이 주는 충격이 서서히 퍼져나가고 있었다.


“우리 모두를 싸잡아 모욕한거나 다름 없다는 소리다. 곱씹을수록 기분이 나쁘군. 다시 생각하니 아무래도 이제 암화와 상관 없어졌다.”


팽악이 콧김을 훅 내뿜었다. 으르렁거리는 범의 울음소리같은 음성이 더욱 낮아졌다. 진기를 실은 목소리가 위협적으로 내리깔렸다.


“안그래도 슬슬 칠룡의 서열 정리를 한번 해야겠다 싶었지. 우선은 점창의 그 검끝부터 뭉게버리는 것으로 시작해야겠군.”


침묵이 내려앉았다. 간간히 사람들이 낮게 중얼거리는 것을 제외하면 그랬다. 모위진의 얼굴도 어느때보다 차갑게 가라앉아 있었다.


팽악의 말이 강했다. 모위진의 입장에서도 크게 도발을 당한 셈이었는데, 가만히 보아 넘기기 어려웠다. 판이 깔린 것이다.


‘의도대로 되었어.’


언행이 불같고 생각없이 막 던진듯 보이나 결과적으로 빠져나갈 수 없는 판을 만들었다. 물론 평범한 이라면 그 뒷감당을 해야 하겠으나, 이자는 광도룡(狂刀龍) 팽악. 원래부터 이런 사람이라는 인식이 기저에 깔려 있는 것이다. 욕은 좀 먹을지 모르지만 평소의 기행을 생각하면 크게 놀랄일도 아니다.


‘이래서 미친개는 상대를 안해야 하는데.’


단단히 물린 모위진이 잠깐이나마 불쌍할 정도였다. 그러나 이윽고 백연의 시선도 차게 가라앉았다. 저편에서 그를 쳐다보고 있는 사형들의 모습이 보였기 때문이었다.


사형들의 말대로라 하면, 모위진은 부러 사형들을 도발했을 가능성이 높다. 자신과의 승부를 만들기 위해.


좋게 봐줄수가 없는 것이다.


팽악에게 물린것도 저들의 업보라면 업보.


이윽고 모두의 시선이 집중된 가운데 모위진의 입이 열렸다.


“좋습니다. 한번 어울려 주도록 하지요, 팽악. 이번에야말로 그 천지분간 못하고 날뛰는 버릇을 고쳐줄 수 있겠군요.”

“꿈이 비대해서 터져버릴 지경이군.”


코웃음을 친 팽악이 고개를 까딱였다.


“반시진 뒤. 무당파 연무장에서.”

“늦지나 마십시오.”

“도망가지 않고 나오길 바라지.”


얼굴을 딱딱하게 굳힌 모위진이 몸을 홱 돌렸다. 성큼성큼 걸어 빠져나가자 다른 점창파의 사람들도 순식간에 자리를 비웠다. 그러나 다른 무인들은 바로 떠나지 않고 조금씩 눈치를 살피는 모습이었다.


백연은 신경쓰지 않았다. 약한 한숨을 내쉰 그가 팽악을 쳐다보았다.


“감사하다 해야겠습니까?”

“감사? 무슨 감사?”

“필요 없을거라 생각하긴 했습니다. 멋대로 한 일이니.”

“당연하지. 네놈을 위해서 한게 아니라, 내 순서가 밀리는게 싫은거다.”


팽악이 백연을 내려다보며 말했다.


“저녁에 대련, 잊지 않았겠지?”

“......그것까지 챙기는 겁니까?”

“당연하지. 내가 애초에 왜 나섰다고 생각하나?”


헛웃음이 새어나왔다. 백연이 절래절래 고개를 저었다.


미친개에 물린건 모위진만이 아니었던 것이다.


“기억해두겠습니다.”

“좋다.”

“흐음, 나는 술이나 한병 사와야겠군. 좋은 안주거리가 생겼다.”


그 사이 휘적휘적 다가온 당소하였다. 녹빛 장포를 걸친채로 머리를 쓸어넘기는 모습이 여전했다.


“여기서 마신다고?”

“안들키면 그만이지.”

“헛소리 말고. 내가 차라리 차라도 한잔 얻어올게.”

“요즘은 그런 고급진 취미도 즐기나? 귀공자 다 되셨군.”


그렇게 시간이 훌쩍 흘렀다. 눈 깜짝할 사이에 반시진이 지나갔다. 사형들에게 일련의 사건의 자초지종을 듣는것을 막 마치고 나서야 연무장에 도착했다.


이미 무인들이 구름처럼 몰려든 장소. 칠룡중 둘의 비무였다. 볼 기회가 비무제전 본선이 아니고서야 흔하지 않다. 지금 이 시점에서 이런 일이 벌어지는 것은 큰 관심을 불러모았다.


시작이 어땠느냐는 이제 중요하지 않았다. 무대 위에 올라선 순간 도검을 겨눈 두 사람은 일체의 잡다한 것을 전부 지워낸다. 같은 배분의 후기지수중 가장 위라 꼽히는 일곱의 괴물들. 서로의 자존심이 한없이 드높다.


일이 벌어진 이상 반드시 이기고자 할 터.


“선수는 없다. 동의하겠지?”


출수의 시작점도 두지 않는다. 서로 동등함에 가깝다 인정하고 시작한다. 모위진이 가볍게 고개를 끄덕여 화답하자 팽악이 이를 드러내며 웃었다.


고개를 숙인다거나 하는 간단한 절차도 생략했다. 각자 손에 든 무기만이 평소와 달랐다. 비무제전을 코앞에 두고 무기가 상하는 것은 두 사람다 피하고 싶은 일인 바, 무당파에서 지급한 대련용 도와 검을 손에 들었다.


“검째로 박살내주마.”

“느립니다.”


두 사람의 목소리가 스치듯 번지는 순간. 유려한 보법과 함께 두 신형이 서로를 향해 쇄도했다. 허공을 찢어발기며 거대한 대도(大刀)가 낙하하고, 얇은 검격이 솟구치듯 일점을 향해 비상했다.


콰앙!


굉음이 터졌다. 당소하가 차를 한모금 홀짝이는 것과 동시였다. 군중의 일부가 숨을 크게 들이켰다. 비무의 시작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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