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곤륜환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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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하랑
작품등록일 :
2023.05.10 10: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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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12.12 18: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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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회(2)

DUMMY

허공에 나풀거리며 흩날리던 눈발이 느려진다. 순백의 조각들이 낙하하던 그 자리에서 멈춘 듯 얼어붙는다. 떨어지는 시간을 한없이 잡아 늘린듯이.


간극의 영역이 아니다. 지금 이 순간 자리에 있는 모든 사람의 눈에 그렇게 보인다.


찬바람이 멎은 이유와 같다. 저편에서 걸어오는 여인의 기운 때문이었다. 허공을 가득 채운 압도적인 밀도의 기파. 바람을 붙들어 압제하고 흩날리는 눈발마저 묶어낸다. 그 범위가 아득했다.


‘기도가 투명해.’


백연이 생각했다.


그의 기감에 들어온 여인의 기운은 티없이 맑은 자연이었다. 실로 명정(明淨)했다. 하지만 동시에 압도적이었다.


스륵.


찰나였다. 저편에서 움직이는 인영의 움직임이 눈에 들어왔는데, 막대한 기파를 거느린 초월자답지 않게 장난치듯 가벼운 발걸음이었다. 그러나 더없이 여유로운 한걸음임에도 낮춰볼 수가 없었다.


사방을 어루만지듯 휘도는 기운. 그것이 전부 눈앞의 한 사람에게서 흘러나왔다.


가히 재해에 가깝다. 저 기운을 파괴에 쓴다면 분명 그러할 것이다. 인간의 형상을 취한 재해. 하지만 그런 일은 없었다. 외려 한걸음을 딛을때마다 감도는 것은 봄의 향취였다. 찰나지간 이곳이 자신이 발견했던 선란 군락지인가 착각할 정도로.


‘옷자락이.’


문득 깨달았다.


어느새 여인의 모습이 완전히 눈에 잘 들어올 정도로 가까이 와 있었기 때문이었다.


새하얀 목덜미 아래 짙은 흑색 무복이 반투명하게 일렁인다. 실제로 반투명한지 알기 어려웠다. 단지 그녀의 막대한 공력으로 인한 착각인지. 동시에 펄럭이는 검은 무복 위로 덧대어진 것은 흐르듯 파문을 그리는 연분홍빛 기파였다.


마치 봄날 산들바람처럼 몸을 휘감고 있는데, 그것을 보자마자 알 수 있었다.


‘호신강기야. 압도적이다.’


마치 길다란 장포를 덧대어 입은 듯 드리워져 있는데, 백연의 날카로운 눈으로도 어렴풋이 흑포 위에 분홍빛 기운이 스치듯 감돌고 있다는 것만 보였다.


‘숨길 생각이 없어서 그런가보군.’


아마 반박귀진에 이르렀을 고수이다. 호신강기의 기파를 숨길 생각이 없다는 것은 두가지 의미중 하나였다.


상대에게 위압감을 주기 위한 용도거나.


아니면 저것이 호신강기가 아니라 그녀도 의식하지 못한 사이 흘러나오는 기파의 여력이거나.


그때였다. 장포를 입은 인영이 백연의 곁을 스쳐 앞으로 걸어나갔다. 운결이었다. 언제 기척을 느끼고 밖으로 나왔는지.


차분히 걸어나간 운결의 앞에 봄날 바람을 휘감은 검신이 멈춰섰다.


이윽고 맑은 목소리가 풀잎에 맺힌 이슬방울 같은 울림을 머금고 울렸다.


“백의(白衣). 서찰이 아니라 이리 직접 보는 것은 처음이군요. 청해에서부터 먼 여정길 고생 많으셨습니다. 그리고......”


검신의 시선이 부드럽게 옆을 스쳤다. 백연의 곁에 선 유성을 힐끗 보고 지나가는 눈길이었다. 짧은 순간 그녀의 눈매가 웃음을 담고 휘어진 듯도 했는데, 확실하지 않았다.


“저희 아이를 잘 보살펴주셨다 감사를 드려야겠군요.”

“만나서 영광으로 생각하오. 검신(劍神). 그리고 감사 인사는 사양하겠소이다. 외려 저 아이에게 도움을 많이 받았으니 말이오.”


침착한 운결의 목소리에 백연이 미미한 감탄을 감췄다.


‘검신은 인격자네.’


한번에 평가가 상승했다. 본래도 유성의 스승이라는 말에 후한 점수를 주고 있었지만, 운결에게 존중을 보이는 것 만으로도 그녀의 성품을 짐작할 법 했다.


화산의 장문인인 운하검신은 비교적 젊은 나이에 장문의 위까지 오른이라 했다. 다른 구파의 장문인들에 비하면 연배가 젊다고. 허나 그렇다고 해도 그녀의 힘이 약해지는 것은 아니다.


천하오대검수. 그 자리에 일좌를 차지하고 있는 괴물이다. 그녀보다 강하다 지칭될 사람이 몇 없을 것인데, 그만한 힘을 쥐고도 타인에게 같은 눈높이를 유지하기란 어렵다.


운결의 나이가 그녀보다 많다 해도 존중을 보이기란 쉽지 않은 일이다. 그녀가 지닌 힘과 비교하면 가을 바람에 흩어지는 먼지와도 같기에.


“정말인지요? 나중에 유성이에게 물어봐야겠군요. 또 가서도 수련을 게을리 하지는 않았는지 걱정이 되어서 원.”


말하며 웃는 모습이 싱그러웠다.


“스승님, 그런 말까지 할 필요는......”


그녀의 말에 유성이 옆에서 조용히 불만에 찬 어투로 중얼거리는 소리도 들렸다.


“허허. 날도 험한데 헤치고 오느라 고생하셨겠소이다. 이만 들어가서 이야기 하는 것이 어떻겠소? 제자들도 추워 보이니 말이오.”

“그렇게 할까요.”


또르르 구르는 듯한 목소리 뒤에 눈을 밟는 무인들의 소리가 들렸다. 검신의 뒤편에서 무리를 이루고 따라온 서른 언저리의 무인들이 있었다. 하나같이 매화 꽃잎이 새겨진 검은 무복을 입은 모습. 화산파의 제자들이었다.


다들 뺨과 코가 얼어붙어 달아올라 있었는데, 그런 와중에도 침착하게 검을 쥐고 기운을 돌리는 중이다. 아롱지는 기파가 뻗어나가며 추위를 물린다. 가운데 모여 있는 것은 확연히 어린 티가 나는 아이들이었는데, 윗배분의 제자들이 추위를 막아주기 위해 기파를 퍼뜨리고 있는 모양이었다.


그 사이.


익숙한 외양의 무인이 눈에 들어왔다. 날카로운 눈매와 칼날같은 기도를 지닌 검객. 한자루 낡은 검을 연상시키는 무인이다. 수십의 화산파 검객들 사이에서도 단연코 눈에 띄었는데, 그것은 텅 비어 펄럭이는 우수(右手) 때문만은 아니었다.


외팔의 검객 천월. 일전 보았던 때보다 더욱 고강해졌다. 흘러나오는 기도가 피부로 느껴졌는데, 그 무위가 상승했다는 것을 단번에 알 수 있었다.


‘팔이 잘렸는데도.’


그 뒤로 어떤 뼈를 깎는 수련을 견뎌왔을지 모를 일이다. 속으로 감탄할 수 밖에 없었다.


“음?”


그때 문득 천월의 시선이 이쪽을 향했다. 백연을 눈에 담고 긴가민가 한 듯 움직이는 눈썹.


“......자네?”


확신이 없는 듯 중얼거리는 어조. 그에 백연이 고개를 살풋 숙이며 인사를 건넸다.


“천월진인. 오랜만입니다. 더 강해지셨군요.”

“암화(暗火)?”


그의 눈이 화악 커졌다. 묻는 목소리에 놀람이 가득 담겨 있었다. 성큼 다가온 그가 백연의 모습을 위아래로 훑어보고는 입꼬리를 조금 끌어올렸다.


“전혀 못 알아보겠군. 그 목소리가 아니었다면 웬 귀공자가 나타났나 생각하고 있었을지도 모르겠어. 짧은 시일 내에 이리 훌쩍 자랐을 줄이야.”

“천월께서도 달라지셨습니다. 기도가 한층 고강해지셨군요. 매화검수의 검끝이 지극히 날카로워 보입니다.”

“고맙군. 자네를 만나니 참으로 반가워.”

“저도 그렇군요.”


옅은 웃음을 지은 천월이 백연에게 손을 내밀어 맞잡았다. 이윽고 그의 시선이 옆의 유성을 향했다.


“유성이 너는 잘 지냈느냐? 말도 없이 훅 사라졌기에 걱정하다가 장문인께 소식을 듣고 놀랐다.”

“예. 즐겁게 지냈습니다.”

“표정이 좋아 보인다. 나머지 이야기는 들어가서 하도록 하자. 나도 할 말이 많다.”


천월이 객잔을 향해 성큼성큼 걸음을 옮겼다.


그 사이 다른 화산파의 무인들은 이미 운결의 안내를 따라 객잔으로 들어가고 있었다. 물결처럼 뭉친 행렬 속에서 언뜻 진무와 유걸의 모습도 본 듯 했지만 백연은 신경쓰지 않았다.


아직 바깥에 남아있는 커다란 기운이 시선을 잡아끌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운결과의 대화를 나눈 자리에서 기파를 두른채 하늘을 살피고 있는 사람.


무엇을 살피는지 허공을 가늠하던 그녀가 이윽고 천천히 시선을 떨구었다.


그리고는 자연스레 이쪽을 향해 시선을 돌린다. 일련의 동작이 미풍처럼 가벼웠는데, 백연이 인지한 순간 그녀는 백연의 코앞에 다다라 있었다.


‘무슨......!’


억지로 놀람을 삼켜야 했다. 눈을 휘둥그레 뜬 백연의 앞에 선 그녀가 눈매를 휘며 웃음을 지었다.


“네 이야기.”


음성이 숨결에 섞여 허공에 휘감겼다. 온몸이 숫제 봄바람으로 이루어지기라도 한 듯 했다.


그 기척을 파악하기가 어렵다는 소리였다. 그녀의 기척은 백연의 감각 속에서도 자꾸만 흔들리며 이지러지고 있었다. 인지되는 것을 거부하듯이.


“많이 들었단다. 우리 어여쁜 제자 녀석이 매일같이 궁상을 떨더라고. 이 녀석이 내 앞에서 다른 사람 이야기를 그리 많이 꺼내는 것이 처음이었는데.”

“스승님!”

“쉿. 잠시만 기다리렴, 제자야.”


운하검신 서일화가 백연을 향해 손을 뻗었다. 흩어지듯 부드러운 손길이 그의 머리칼을 스쳤다. 백연은 놀란 기분을 가라앉히며 가만히 그녀를 바라보았다.


그녀의 몸 위로 흐르는 기파가 여전했다. 뻗어낸 팔을 타고서도 새까만 무복 사이로 연분홍의 실을 엮어넣은듯 기파가 드문드문 모습을 드러냈는데, 코앞에서도 감지하기가 어려웠다.


“눈이 좋구나.”


그때 서일화의 음성이 속삭이듯 귀를 파고들었다.


“이걸 보다니.”

“......예?”


백연이 반문했다. 동시에 깨달았다.


‘나를 시험했어?’


그가 호신강기라고 순간 착각했던 기파. 호신강기가 아니었던 것이었다. 무공을 펼쳐 흘러나온 기운의 여파도 아니었다.


“평범한 눈으로는 보이지 않아야 정상이란다. 기감이 지나치게 뛰어나거나, 자연지기의 사랑을 받고 있거나......내 눈에는 두가지 모두로 보이는데.”


말하며 생긋 웃는다. 동시에 그녀가 손을 거두었다. 그 즉시 그녀의 몸을 타고 은은하게 흐르던 연분홍빛 기파가 삽시간에 자취를 감추었다.


의도적으로 기운을 일으키고 있었던 것이다.


어찌 그런것이 가능한지 알기 어려웠다. 다만 다분히 의도적인 행위였다. 그의 기감을 확인하려 했던 것인지.


“그 감각을 안법으로 녹여냈다지? 기회가 되면 한번 보고 싶은걸.”


툭. 얇은 손가락이 백연의 볼을 건드리고 지나갔다. 종잡기 어려운 사람이었다. 그 기파에서 느껴지는 것처럼 봄날같은 사람이라고 해야될까.


백연은 가만히 고개를 숙이며 답했다.


“비무제전때 마음껏 보실 수 있을겁니다.”

“기대하고 있을게.”


말끝이 가볍게 떨어졌다. 이윽고 서일화가 유성을 돌아봤다.


“성장했구나.”

“사실 잘 모르겠습니다. 아직 부족한게 많아서......”

“부족한게 무엇인지 알고 있다면, 그것으로 충분하단다.”


맑게 웃은 서일화가 걸음을 내딛었다. 부드러운 바람결 같은 걸음이 소년들을 지나쳤다. 자연스레 그들의 발걸음마저 잡아끄는 움직임이었는데, 어느새 두 소년은 서일화에 이끌려 객잔으로 걸음을 옮기고 있었다.


“춥구나. 빨리 들어가자.”


사박.


눈을 밟는 소리가 옅었다. 그제서야 백연은 서일화가 맨발이라는 것을 깨달았다. 검은 무복 아래 드러난 하얀 맨발이 눈밭과 비슷한 색채를 지니고 있었다.


무게가 없는 듯이 눈 위를 스치는 발걸음. 걸을때마다 주변을 따라 따스한 기운이 감돈다. 초월적인 무인이 활달한 아이처럼 움직이는데 그것이 전혀 어색하지 않았다.


화산파 운하검신.


더없이 인상적인 첫 만남이었다.



※※※



“섬서는 어느 정도 안정된 상황이다.”


객잔에 이른 뒤였다. 날이 좀 개이면 출발하기로 했는데, 일행은 모두 하루쯤 이곳에서 더 머무는 것은 개의치 않는 모양이었다.


덕분에 백연은 천월과 대화를 나눌 시간을 얻을 수 있었다. 섬서 수라궁 사건 이후로 처음 만나는 사람이다. 그 뒤로 어떤 일을 겪었는지 이야기 할 것이 적지 않았다.


“수라궁의 잔당은 거의 몰아내었다. 부궁주가 활동한다더니, 어느 순간을 기점으로 쥐 죽은듯이 모습을 감췄더군.”

“그렇군요.”

“그리고 광뢰야차를 사살했지.”


이것이야말로 놀랄만한 소식이었다. 수라궁과의 싸움에서 부상당해 도주한 수라궁의 사냥개 광뢰야차. 그를 끝내 찾아 죽였다는 이야기다.


천월의 말로는 몇달에 걸친 수색이 있었다고 했다. 결국 화산파 무인들이 찾아 그 목을 쳤다고.


“자네가 죽인 금안나찰과 광뢰야차의 사망으로 사냥개는 이제 한마리만 남았을테지만, 어디선가 다시 충원되겠지. 그렇다 해도 그만한 실력자들을 제거한 것은 큰 이점이야.”

“다른 사파의 활동은 없습니까?”

“수라궁만큼의 규모는 없다.”


그렇다 해도 여전히 돌아가는 상황이 어지러운 것은 마찬가지였다. 중원 무림의 중심지에 있는 섬서임에도 그러하다 했다. 매일 죽어나가는 민초들의 수가 상당하다 한다.


“덕분에 화산의 무인들이 눈코뜰새 없이 바삐 움직이고 있지. 종남도 마찬가지지만.”

“청성파는 아예 일대제자 대부분이 문파에 남는 듯 하더군요. 장문인께서도 늦게 움직이신다고. 당가주도 사천에서 아직 자리를 비우지 않았다고 했습니다.”

“그럴만 하지. 사천쪽은 심해. 그보다 외곽에 자리한 공동파의 검제께선 이번에 아예 걸음하지 못하실 가능성도 높은 상황이다.”


그만큼 사파 준동이 심각하다는 소리였다. 그 또한 잘 알고 있는 사실이었다. 청해부터 사천까지 하루가 멀다 하고 검을 휘두른 그들이었으니까.


“사실, 조금 걱정되는 상황이다.”


미간을 좁힌 천월이 턱을 쓸었다. 깡마른 무인의 눈매가 딱딱하게 굳어 있었다.


“이번 비무제전에 정파가 전부 모여들면 사도 육진을 비롯한 사파에 대한 견제가 필히 약해지고 말아. 이를 모르는 것이 아닐텐데.”

“그럼에도 강행하고자 하는 것 아닙니까? 정파 무림의 위세를 보여주기 위해.”

“......불가피하지. 여기에서 비무제전을 열지 않으면 민생이 더욱 혼란해질테니.”


천월이 한숨을 내쉬었다.


“두려움은 들불과 같아. 자네도 알겠지만 한번 번지게 두면 끝도없이 퍼져나가지. 지금 비무제전이 개최가 미뤄지거나, 안 열린다는 소문이 한번 도는 순간 민초들은 자신들에게 닥친 위험을 실감하고 겁에 질리고 말테니.”


비무제전은 그 자체로 민생 안정의 효과가 있는 것이다.


결국 걱정 외에는 해결될 것이 없었다. 백연의 마음 한구석에도 걱정이 가라앉아 있었으나 조용히 묻어두었다.


‘성공적으로 마무리 지어야 하는 일이다.’


이후로도 이야기가 흘렀다. 천월은 섬서 정세에 대해서 자세히 알고 있었다. 매화검수다운 자세. 통찰력과 경험 모두가 뛰어났다.


그 와중에 운결과 서일화 또한 무슨 할말이 있는지 조용히 이야기를 나누는 모습이 눈에 띄었다. 꽤나 신기한 광경이었다. 그 화산파의 장문인이 곤륜파의 장문인과 저리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니.


앞으로는 익숙해져야 할 일이었다. 곤륜은 더 높은 곳으로 갈테니.


그렇게 밤이 내려앉았다. 한밤이 지나자 마침내 눈바람의 소리가 멎었다. 구름이 개여 드러난 별밤의 모습이 화사했다.


“아침 일찍 출발하면 되겠구려.”


운결의 말에 서일화가 화답했다.


“그리 하지요.”


이튿날은 빠르게 밝았다. 새벽 노을이 막 하늘을 물들일 무렵이었다. 서일화의 무공으로 만들어진 노을이 아니었다. 부서지는 햇살이 순백의 설원을 다채로운 빛으로 적시는데, 그 빛이 떠오르기도 전부터 소식을 듣고 몰려나온 서안의 사람들이 있었다.


“화산파?”

“이 사람아, 저길 보게. 검신이시네!”

“화산의 신선께서 지상에 내려오셨다니.”

“어쩐지 눈이 일찍 그치더군.”


기후의 변화까지 서일화의 공덕으로 돌린다. 세간에서 살아있는 도가의 신선이라고까지 불린다더니. 그 말이 진실이었음을 알 수 있었다.


그 와중에 간간히 다른 목소리도 흘러나왔다.


“저기, 저 무인들은 누군가?”

“화산파가 아니구만 그래.”

“저 무복. 혹시 곤륜, 곤륜 아닌가?”

“그게 무슨 문파인가?”

“거, 못들었나? 관도에서 사파 무리를 싸그리 소탕하고 다녔다는......”

“협객분들이셨구먼!”


울리는 목소리들을 뒤로 하고 백연이 장포를 여몄다. 흩날리는 찬바람을 맞으며 소년이 걸음을 내디뎠다.


“바삐 움직이면 얼마 걸리지 않아 도착할 수 있을 거에요.”


청율이 말했다. 백연이 고개를 끄덕였다.


“서안에서 호북 운연까지는 짧은 거리니까요.”

“이제는 직행이군요.”


한무리의 무인들이 아침 노을을 향해 걷기 시작했다.


이제 여정길의 막바지였다. 더 이상 지나쳐 갈 곳이 없었다.


호북, 무당산으로 갈 시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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