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곤륜환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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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하랑
작품등록일 :
2023.05.10 10: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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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9.21 18: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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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5.09 18: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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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쪽

권마(拳魔)(2)

DUMMY

※※※



궁주는 잿빛이었다. 권역을 펼치고 있다는 소리이기도 했는데, 그렇기에 백연은 한순간 벌어진 일을 이해하기가 어려웠다.


‘대지가......’


출렁였다.


거인이 자리에서 일어나 거대한 주먹을 지면에 후려친 순간이었다.


쿠콰콰콰콰콰콰!


단단해야할 지면이 일순 뒤틀린다. 권격이 대지를 짓이기는 순간, 일대의 땅거죽이 모조리 크게 들려올려졌다 다시 내려간다. 눈에도 그리 보였다. 출렁이는 대지가 치솟았다가 다시금 내려앉는데, 그 여파가 파도처럼 원형으로 뻗어나간다.


그리고 그것이 백연에게 닿기 직전-


“조심하게나.”


늙수레한 목소리가 흐르는 것과 함께 백색 도포의 노검객이 성큼 앞으로 한걸음을 내딛었다. 뒷짐을 지고 걸으며 제운종 기파를 여상히 휘감은 채였는데, 그것이 진각과 함께 오른발 앞코에 옮겨지는 것이 순식간이었다.


그대로 노검객이 발을 구르듯 가벼이 대지를 툭 걷어찼고.


콰아아아아아아아!


파도치며 그들을 향해 밀려오던 지진의 파도가 그대로 이름모를 각법과 충돌. 직후 검선의 발끝을 기준으로 땅거죽이 쪼개지며 주욱-위로 치솟았다. 해일이 몸을 일으키는 것 같은 광경이었다. 두 힘이 충돌한 지점을 기점으로 부서지고 쪼개진 바닥이 거대한 벽마냥 치솟는다. 그 앞에서 검선은 어느새 검을 뽑아들고 있었다.


“오늘따라 인사가 격렬하군 그래.”


백연은 생각했다.


‘인사?’


직후 검선이 낡은 송문고검을 태연하게 휘둘렀다. 그 순간 흑백의 태극이 돌연 검끝에 현현. 어느 순간 발현된 태극검의 거대한 원형 검기가 치솟던 대지의 벽에 그대로 충돌했다.


콰아아아아앙!


찍어누르는 듯한 검기의 여파로 치솟아오르던 땅거죽이 그대로 부서진다. 그 형태와 규모를 보며 백연은 생각했다.


‘산사태를 일으키기에도 충분하겠군.’


흔들리던 대지가 태극검의 압력 앞에 점차 가라앉는다. 뒤틀리고 갈라진 땅거죽이 눈에 들어온다.


일권으로 거대한 파괴를 자아낸 셈인데, 그 묘리를 파악하기까지가 찰나였다.


수라궁주의 영역에서는 발경력을 뽑아낼 수가 없다 했다. 체외로 진기 발출이 안되는 이상 그러한 형태의 모든 것이 불가능하다는 소리. 그렇다면 방금 찰나의 순간에 놈은 주먹에 두른 수라진결을 거두고 대지를 후린것인가.


‘거리가 멀어서 가능한 일이었군.’


백연은 머리에 새겨두었다. 궁주의 권역을 거두고 뿌리는 속도가 거의 즉각적이라는 사실을.


“노부가 보여줄 수 있는건 스무합 정도까지일세. 봐두게.”


백연은 고개를 끄덕였고, 그 순간 저편에서 거대한 진동이 울렸다.


별안간 허공으로 날아오르는 거대한 회색의 인영. 이번에는 영역을 거둔 것이 아니었다. 순수하게 강화한 육체로 대지를 박찬 것이었는데, 그 높이가 까마득하다. 일고여덟장에 달하는 거리를 도약해 그대로 이편을 향해 날아오는 거인의 신형.


말 한마디 없이 번뜩이는 적색 안광이 꼬리마냥 길쭉하게 그 뒤로 늘어진다.


작렬하는 위압감이 온몸을 찍어누른다. 입매를 비튼 백연이 자령안을 일으키며 그림같은 후퇴보법을 밟은 직후, 허공을 날아온 잿빛 혜성이 대지에 틀어박혔고.


콰아아아아아아아아앙!


곧장 검선의 코앞에서 거대한 굉음이 터져나왔다. 그러나 대지가 또다시 출렁이는 일은 없었다. 진기 한톨 바깥으로 새어나오지 않은 탓이었다. 그 여파로 궁주가 착지한 대지의 표면이 쩌억 갈라지고, 옅은 진동이 주변으로 흘러나왔을 뿐.


그리고 백연은 느꼈다.


‘이게 수라진결.’


뒤로 훌쩍 물러나던 백연의 시야에 잿빛의 권역이 들어온다. 한순간에 검선을 포함한 주변의 일정 영역이 잿빛으로 물들었는데, 그 속에서 유일하게 색(色)을 지닌 것은 둘이었다.


새하얀 도포자락을 흩날리며 검을 휘두르는 검선과, 핏빛으로 번뜩이는 궁주의 적색 안광.


그와 동시에 궁주가 주먹을 휘둘렀고.


“......!”


잿빛의 영역에서 폭풍처럼 튀어오르는 회색 불티와 함께 적막이 내려앉았다.


찰나지간 허공에 피어오른 타점의 개수는 열일곱.


궁주가 내뻗은 회색 권격이 내려앉은 위치기도 했다. 그 앞에서 검선은 열두번 검을 휘둘렀고, 나머지 다섯은 어디선가 현현한 묵빛 비도가 받아쳤다.


권마의 주먹이 앞선다. 그러나 검선은 그것이 이미 익숙하다는 듯이 전진하며 검을 내쳤고, 다시 여덟번의 불티가 일었다. 시뻘건 불꽃은 터져나오는 순간 이미 색을 잃고 잿빛으로 화하며 허공을 수놓았다.


도합 스무번의 칼질.


백연은 보았고, 뇌리에 새겼다.


‘발경력은 전부 봉인. 순수하게 검에 밀어넣는 진기는 괜찮다. 양쪽 모두 체내에 진기를 갈무리하고, 압축하는 것으로 승부를 봐.’


때문이었다. 잿빛 권역 내에서 일어나는 검과 주먹의 속도가 점차로 빨라지는 것은.


진기를 뿜어낼 필요가 없기에 외려 투로에 집중하게 된다. 오로지 검법과 권법의 정교함만으로 승부를 보는 것.


본래라면 크게 뿜어냈어야 할 진기를 전부 체내에 갈무리해 스스로의 육체를 강화한다. 어떤 면에서 보면 가장 순수한 싸움이었다.


그렇게 찰나지간 도합 스무번에 달하는 합을 전부 눈에 담은 백연의 곁으로 뚝 떨어진 천독이 그의 어깨를 짚었고.


“이제 가도록.”


백연은 그대로 보법을 밟았다.


뇌광을 휘감은 소년의 머릿속에서는 직전 본 권마의 권격이 수없이 되풀이되기 시작했다. 스무번의 합을 보았고, 그것에 적응해야 했다. 초월의 영역에서 주먹을 뿌리는 이에 대항하기 위해서였다.


계획대로 모든 일이 풀린다면 그 또한 저 영역 내에서 검을 휘둘러야 할테니.


그러나 당장 그의 전장은 이곳이 아니었다.


어느새 권역의 바깥에서 진기를 뭉클 피워올리는 천독을 뒤로한채 소년의 시야가 지평으로 넓게 주욱 뻗어나갔고.


그 순간.


우우우우웅-


거대한 진동과 함께 장강을 넘어 당가의 무인들이 질주하기 시작하는 것이 눈에 들어왔다. 전력 출진이었다.



※※※



카가가가가각!


검이 휘어진다. 한순간 검선은 자신의 사각으로 날아드는 육중한 주먹을 보았다. 본래라면 그의 육신을 짓이길 거대한 일격. 피해야 옳았지만, 그는 피하지 않았다.


십척이 넘는 거인의 주먹이 떨어지는 순간, 묵빛 궤적이 인지보다 빠른 속도로 별안간 허공에 나타났고.


쩌엉!


맑은 소리와 함께 권마의 주먹이 뒤틀렸다. 궤적이 아주 조금 휘어진 것에 불과했지만 그 정도면 충분했다. 유운신법의 기파를 근맥에 실은 검선은 구름처럼 부드럽게 일보를 내딛으며 권마의 품으로 파고들었고.


파앙!


그의 송문고검이 큰 궤적을 그리며 거인의 가슴팍을 베어냈다.


한순간 붉은 핏물이 눈에 들어온 듯도 했지만, 그보다 회복이 빨랐다. 찰나지간 벌어졌던 가슴의 상처가 즉각적으로 사리졌고, 그보다 배는 큰 거인의 손아귀가 낙하했다.


“거참. 잠깐 멈추지도 않고 이리......”


뇌까린 검선이 그대로 시간을 되감은 것 같은 후퇴보법으로 몸을 뺐다. 그럼에도 그를 쫓아오는 권마의 손아귀가 재빨랐는데, 마찬가지로 어디선가 날아온 비도에 의해 저지당했다.


잠깐 주춤한 직후 이어지는 권격 투로.


캉! 카가가가강!


날카로운 소리가 피어오르다 이내 침잠하며 사라진다. 적막이 드리운 공간 속에서 검선은 저릿한 손아귀를 가늠하며 숨을 가다듬었다.


지독하게 불리한 전장이다. 눈앞의 거인은 베어도 죽지 않고, 그의 검강도 봉쇄당했다. 천독의 지원이 아니었다면 발을 들이는 순간 죽었겠지. 이런 와중에도 못버틸 지경이 되면 천독 본인이 시간을 벌고, 다시 합을 겨루는 식으로 며칠을 묶어두었다.


소모되는 것은 이쪽의 힘 뿐이었다.


무한히 샘솟는 기력을 지닌 초월자는 말 그대로 괴력난신이었다. 물론 천독 본인도 괴력난신이라 말할 초월자였으나......


‘그걸 잡아먹기 위한 괴물이니.’


철저히 천독을 죽이기 위한 무공.


노검객이 합류하지 않았다면 이미 크게 수세에 몰렸을 것이었다.


허나 오늘만큼은 다르리라. 그렇게 마음먹은 검선이 다시금 숨을 뱉으며 검을 휘두르려던 찰나.


“이상하군.”


잿빛의 거인이 입을 열었다. 적빛으로 번뜩이는 안광이 섬뜩함을 담고 주변을 훑었다.


“암화는 어째서 합류하지 않지?”

“아이 하나를 죽여 없애려 하나. 노부의 목이나 욕심내보게.”


그에 천천히 입매를 비트는 권마의 눈이 형형하게 일렁였다.


“남평이 죽었다. 위험한 씨앗은 더 크기 전에 여기서 제거해야 옳겠지.”

“위험하다? 그대같은 괴물이 그리 느끼나?”

“본좌는 경시하지 않는다.”


그리 말하며 권마가 주먹을 쳐들었다.


그 손아귀에 막대한 진기가 웅웅거리며 근맥을 툭툭 불거지게 만드는 것을 알아채는 것도 잠시.


“그것이 무엇이라도.”


권마의 주먹이 노검객의 머리 위로 떨어지는 순간이었다. 그의 앞에서 대기가 비틀리듯 찌그러졌고, 별안간 큰 키의 사내가 불쑥 솟아오르듯 자리에 현현했다. 그와 함께 소매 속에서 튀어나온 비도 두자루가 종횡으로 교차.


콰아아아아아앙!


천독이 권마의 일권을 받아냄과 동시에 검선이 전진했다. 태극검의 유려한 동작이 길쭉한 검격 궤적을 이끌어냈고, 거한의 복부에 길쭉한 검상이 새겨졌다.


찰나의 교전과 함께 노검객이 시선을 들어올렸다. 그의 눈에 저편으로 길게 이어지는 백광이 눈에 들어왔다.


주름진 입가에 옅은 미소가 피어올랐다.


노인은 속으로 끌끌 웃었다.


‘씨앗이라.’


궁주는 그렇게 평가하는가.


‘노부의 생각과는 조금 다르군 그래.’


그것이, 이 싸움에 변수를 만들어 낼 점이었다.



※※※



쩌엉! 쩌저저정!


날카로운 소리가 귓가에 파고든다. 당가 무인들의 신형이 번뜩이며 뛰어올라 비도를 날리고, 사이에 끼어든 비구니들이 웅혼한 금빛 장법을 뿌리며 전진한다. 그 속에 섞여든 칠룡들의 검창이 번뜩일때마다 수라궁도들의 머리가 하늘로 치솟았다.


그야말로 거대한 전장.


장강 이남을 기준으로 압도적인 숫자의 수라궁도를 향해 전진하는 무인들이 매서웠다. 그 수의 차이는 거의 스무배에 달할까.


“사령귀(邪靈鬼)님! 어떻게 해야......”

“호들갑 떨 필요 없다. 천독 본인이 나서는게 아니면.”


그 맨 뒤편에 쭈그리고 앉은 한 사내가 전장을 내려다보며 중얼거렸다.


“수로 밀어붙여라.”

“하지만 놈들이 평소와 다르게 강을 넘어서 진격하고 있습니다!”

“배수진(背水陣)이라도 치려는건가? 자살 행위일 뿐인데.”


번뜩이는 흑색 안광이 전장을 한눈에 담는다. 길쭉한 쌍검을 등뒤로 교차해 맨 사내의 얼굴은 곧 죽을것 마냥 퀭하기 그지없었다.


사령귀. 마지막 남은 사냥개였다.


궁주가 천독과 검선을 상대하는 동안은 전장의 지휘를 맡은 이이기도 했다.


그만큼 머리가 잘 돌아간다는 소리와도 마찬가지였다. 본신의 무력이 다른 사냥개들과 비해도 우위에 있는데, 그럼에도 전면에 나서는 일이 거의 없었다. 책사란 귀한 존재기에.


“어느 쪽이어도 무리수인 것을.”


사령귀가 뇌까렸다.


지금 이 순간.


눈에 들어오는 전장의 풍경이 이해를 벗어난 까닭이었다.


본래 장강을 끼고 좁은 길목을 틀어막고 있던 정파의 잔당들이었다. 그로써 압도적인 수라궁의 숫자의 힘을 무마시킨다. 소수 정예가 길을 틀어막고 교대하며 버티면 뚫어내기 어렵다.


장강 이남을 빠르게 넘어와 수라궁의 본대를 헤집고, 다시 장강을 끼고 버티며 싸운다.


지금까지 놈들이 서주를 수호할 수 있던 이유였다.


어떻게 보면 장강 자체를 거대한 성벽 삼은 셈인데, 그에 맞서 사령귀는 소모전을 치르기로 결정했다.


서주공방전(叙州攻防戰)이라 불러도 좋을 거대한 싸움.


지금까지는 사령귀의 의도대로 풀려가고 있었다. 적들은 수라궁을 무너뜨릴 수 없고, 놈들의 힘은 소모된다. 압도적인 숫자로 장기전을 이끌어내면 언젠가는 무너진다.


천독과 검선이 궁주님의 손에 죽는 순간. 그날이 사천이 사마외도의 땅으로 변하는 순간이었다.


그리고 그것만을 도모하는 것도 아니었다.


별동대를 만들어 살아남은 청성의 무인들이 합류하지 못하게 뒤를 치게 만들었고, 그를 통해 새로운 변수까지 창출해내려 했다. 청성산을 정리하고 뒤에서 나타나는 부궁주의 군세를 적들은 막아내기 어려웠을 터이니까.


헌데.


‘꼬였다.’


며칠 전 전장에 별안간 낙하한 은빛 궤적.


그 아래 떨어진 나찰극마의 쌍극을 마주한 순간 사령귀는 무언가 잘못되었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암화 백연.


그 또한 알고 있었다. 같은 사냥개중 하나였던 금안나찰의 목을 날린 놈이니까.


허나 그가 부궁주의 목을 들고 나타날 것이라고는 상상도 하지 못했다.


부궁주의 목이 전장에 떨어진 이후, 저들은 크게 기세를 되찾았고 이쪽은 당황했다.


그렇잖아도 별동대라는 것의 합류 이후 전장의 간합을 크게 내준 상황이었는데 기세까지 더해졌다. 며칠간 수라궁은 꽤나 큰 피해를 입은 참이었다.


물론 그 때문에 전황이 완전히 뒤바뀌지는 않겠지만, 이전보다 크게 밀려난 것은 사실이었다. 장강 이남 전체를 포위하고 그들이 넘어가던 상황에서, 이제는 저들이 강을 넘어 이쪽을 공격하고 있었으니까.


‘하지만 그렇다곤 해도.’


저렇게 대규모의 숫자가 넘어오는 것은 계산 이외의 상황이었다.


장강을 넘나들 수 있는 구간은 한정되어 있다. 군세가 한꺼번에 넘나들 수 없다는 것인데, 그것 때문에라도 양쪽은 한번에 일정한 숫자만이 강을 넘었다. 퇴각을 상정한다면 다같이 움직여야 하니까.


하지만 지금은 아니었다. 그야말로 물밀듯이 강을 넘어오는 정파의 무인들. 그들을 마주하며 사령귀는 생각했다.


저들은 정면으로 붙어도 이길 수 있을 것이라고 착각하고 있는가?


‘아니다.’


그렇게 멍청한 놈들이 아니다. 그렇다고 하면 무언가 다른 것이 있다. 분명 꿍꿍이가 숨어있는 것이 틀림없겠지.


그러나 당장 그것이 뭔지 알아내는 것은 불가능했다. 끊임없이 강을 넘어오는 무인들을 보며 사령귀는 입매를 비틀었다.


“일단은 계속 밀어넣어라. 몰아붙여.”

“존명.”


궁도를 더 집어넣는다. 정면승부를 하고자 하면 박살내면 그만이고, 꿍꿍이가 있다면 그것을 드러낼때까지 몰아붙이면 그만이다.


그렇게 이른 새벽의 노을이, 온전한 빛으로 변해 하늘에 이를때까지도 전투는 변함없이 이어졌다.


그러던 어느 순간.


“음?”


전장을 관조하던 사령귀는 깨달았다.


적들의 군세를 이루는 무인들 중, 당가의 무인들이 일제히 뒤로 물러난채 얇고 길쭉한 진영을 형성하고 있다는 사실을.


강가를 따라 죽 늘어선 거대한 진은 지독하게 얇았지만 동시에 수라궁의 군세 전체를 집어삼킬만큼 길쭉했다. 병법서에 나오는 학익진(鶴翼陣)을 보는것 마냥.


그것을 인지한 순간 사령귀는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며 크게 외치려했다. 웅웅거리는 육성이 증폭되며 경고를 알리려는 그때.


“아미타불.”

“원시천존.”


도호와 불호가 전장에서 산발적으로 터져나오며 거대한 공명으로 확장. 별안간 절초를 크게 내친 정파 무인들이 훌쩍 몸을 날리며 뒤로 후퇴보법을 밟았다. 그와 동시였다.


강을 끼고 늘어선 당가의 무인들이 일제히 소매를 펼쳤고, 그 속에서 빛살같은 비도가 길쭉한 선을 이끌며 하늘로 날아올랐다. 허공을 수놓는 은빛 선율들이 다채롭게 눈을 어지럽힌다.


동시에 그 아래 선 당가 무인들이 다시 한번 손을 휘두르며 하독했고, 희끄무레한 독연(毒煙)이 일제히 공기를 타고 퍼져나오며 흐른다는 사실을 인지하는 것도 잠시.


어디선가 태연하게 나타난 여인이 자리에 걸터앉았다. 화려한 칠현금(七絃琴)을 앞에 내려놓는 동작과 함께였다.


그것이 며칠전 사냥개 하나를 격살한 당가의 가모(家母) 공손령임을 알아채는 순간.


퉁.


그녀가 가볍게 현(絃)을 튕겼고.


휘이이이이익!


높다란 휘파람 같은 소리가 울려펴지며 거대한 진기의 파도를 일으켰다. 그와 동시에 허공을 수놓던 은빛 소리비도가 일제히 그에 화답.


쩌어어어어엉!


막대한 울림과 함께 거대한 소리의 태풍이 전장을 휩쓸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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