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님의 서재입니다.

우주 경제 세기에 메카 인양사로 살아남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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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노케로스
작품등록일 :
2024.05.08 10:59
최근연재일 :
2024.07.05 12: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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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3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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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3,7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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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5.22 10: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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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
13쪽

헤라클레스

DUMMY

21. 헤라클레스.


헤라의 품에서 도망친 헤라클레스들은 법과 사회의 바깥으로 쫓겨났다.


혼자는 생존이 힘겨우니 자연스레 공동체 생활을 시작했다.


콜로니 한구석에 자리 잡곤 쓰레기통을 뒤지거나 거리에서 무차별적으로 사람을 습격하며 음식을 구걸했다.


경찰이 출동하면 아이들은 도망쳤다. 잡힌 아이들은 헤라의 고아원으로 보냈다.


그럴 때면 남은 아이들은 고아원을 급습했고 악순환이 계속되며 숫자가 불어났다.


일부 콜로니에선 아이들을 모아 추방하기에 이르렀다. 추방은 두 가지 형태로 진행됐다.


첫 번째는 온건한 방식이었다. 고물 우주선에 아이들을 태워서 다른 콜로니로 보내는 방법이었다.


넘어간 아이들은 새로운 콜로니에서 세력을 키우거나 이야기를 전달했다.


다른 방식은 기록이 남지 않았다.


다만 이후로 콜로니에 소문이 돌았다. 우주를 유영하는 유령을 보았다고.


22. 만남


함선의 모니터에 제제로 분화구의 모습이 나타났다. 분화구 중심에 둥근 유리로 덮인 제제로 도시가 보였다.


유리 동쪽 일부가 깨져 있었다. 깨진 부위엔 거대한 돌 덩어리가 쪼개진 채 바람을 맞으며 자리를 굳건히 지켰다.


유리 안쪽의 도시는 황야를 머금은 듯 누랬다.


도시 주위로 뻗은 크고 작은 유리 돔 사이로 모래 낀 통로들이 보였다.


도시를 중심으로 동쪽에는 버려진 비행장이 있었다. 남쪽에는 유리에 겹겹이 쌓인 다른 돔이 있었다. 루크가 말했다.


“저게, 제제로 도시인가? 주위에 쓸만해 보이는 건 없는데.”


아더가 말했다.


“서쪽에 계곡이 있을 겁니다.”


루크가 카메라를 조작했다. 화면에 도시 서쪽으로 뻗은 황야가 보였다.


황야에는 크고 작은 마키나의 흔적들이 있었다. 황야 한복판에 거대한 돔을 지나치자 입구가 좁은 네레트바 협곡이 나타났다.


협곡 사이로 온갖 마키나의 몸체가 쌓여 있었다. 조웰이 감탄의 휘파람을 불었다.


카메라는 죽은 마키나의 행렬은 따라 협곡을 지나 네레트바 계곡을 비췄다.


계곡 입구의 폭은 넓었다. 입구에도 마키나들끼리 싸운 흔적들로 가득했다.


입구에서 길게 늘어진 행렬은 왼편으로 길게 꺾이며 낮은 산을 우회했다. 산 뒤로 이어진 계곡의 끝으로 닐리 플래넘 평야가 보였다.


평야 중간에 거대한 마키나 두 대가 나란히 존재했다. 거대 마키나 뒤편으로 둔덕이 보였다.


둔덕 뒤로 움푹 팬 안젤리카 분화구가 보였다. 부서진 마키나의 행렬은 분화구 아래에서 끊겼다.


분화구 안쪽에 거대 마키나 한 대가 뒤로 쓰러져 있었다. 조웰이 말했다.


“대체 여기서 무슨 싸움을 벌인 거야? 온갖 마키나가 다 섞여 있잖아. 이거 우리끼리 해 먹기엔 스케일이 좀 되는데. 지금이라도 돌아가서 사람을 끌어모아야 하나?”


“이거야말로 도전 아니겠어? 투 워커 하나였다면 동의했겠지만, 우리에겐 아더가 있잖아. 해보자고. 우리 몸값도 올리고. 돈도 벌고, 이득이지!”


루크가 말하곤 일어섰다. 조웰이 카메라로 전에 자신들을 습겨한 이들이 없음을 확인하며 말했다.


“저번처럼 습격당하진 않겠지. 함선은 둔덕 아래 세워야겠어. 움푹 팬 곳에서부터 상태 좋은 놈만 골라잡아도 될 거고.”


조웰이 함선을 조종해 둔덕 아래에 인양선을 착륙시켰다.


안젤리카 분화구를 향해 문을 열었다. 말끔해진 백색의 기사가 황야를 향해 발을 딛었다.


따스한 햇볕을 받으며 아더가 걸었다.


아더의 왼편 어깨 뒤로 더블배럴 산탄총이 흔들렸다.


양쪽 옆구리 아래로 메탈 캣츠가 쓰던 총알 홀더가 흔들렸다. 아더가 말했다.


“제 첫 인양 작업이군요.”


“설레?”


“저에겐 그런 감정은 없습니다.”


“들떠 보여서.”


“루크가 그렇다면. 이 느낌은 설렘이 맞겠죠.”


“내 착각일지도 모르지만, 이 순간을 즐기자고. 좋은 게 좋은 거라고.”


아더가 안젤리카 분화구를 향해 걸었고 한 시간 뒤 구멍 난 구체와 마주쳤다.


구체 주변으로 흩어진 거대한 철통이 보였다. 철통에 무작위로 연결된 쇠줄이 보였다. 쇠줄 끝엔 날카롭고 길쭉한 호미가 보였다.


루크가 다가가 관찰하고 말했다.


“이거 도리깨 같은데.”


조웰이 함선에 보내진 영상을 보며 말했다.


“구체를 확인해봐.”


아더가 몸을 일으키고 구체에 다가갔다. 구체의 겉면에 작은 틈이 보였다.


틈에는 부스터가 달려 있었다. 구체의 높이는 아더를 넘어섰다.


구체 안쪽에 부식되고 모래 쌓인 강철과 전기 다발이 보였다.


관통되어 적은 쇳덩이만 남은 콕핏트 옆으로 뒤틀리며 끊어진 마키나의 손가락이 보였다. 손가락의 끝은 둥글며 날카로웠다.


루크가 말했다.


“지뢰 제거용 마키나 같은데.”


Tiny Type combat Máchĭna – 032 통칭 아르마딜로로 통하는 마키나였다.


“전투 상흔으로 봐선 지뢰에 당한 게 아닙니다.”


아더가 말했다. 루크가 동의하며 구체에 난 구멍을 봤다.


구멍의 입구는 넓었지만, 안쪽으로 들어갈수록 좁아졌다. 상태를 확인하며 루크가 말했다.


“이건 인양해도 못 쓰겠어.”


조웰이 말했다.


“일단 온 길 그대로 돌아와. 저게 있다는 건 거긴 지금 마인필드라는 소리니까.”


“마인필드라면 지뢰밭을 얘기하는 겁니까?”


아더가 묻고 조웰이 말했다.


“맞아.”


루크가 몸을 돌리며 말했다.


“돌아가자. 가시밭길 위에 계속 있고 싶진 않아.”


아더가 온 길을 되돌아갔다. 루크가 돌아올 동안 조웰은 자신들이 찍은 영상을 켰다.


닐리 플래넘 평야에 부서진 거대 마키나를 확대했다. 거대 마키나의 하반신은 인간의 다리와 닮았지만, 지금은 무너져 내려 허리 위만 보였다.


남은 거대 마키나의 하반신은 전차였지만, 반으로 쪼개져 형태를 알아보기 힘들었다.


거대 마키나 주위에도 부서진 아르마딜로 마키나들이 여럿 보였다.


마키나들은 전신이 쪼개지고 으스러졌다. 어떤 마키나는 발이 보이지 않았다. 조웰이 말했다.


“거대 마키나가 주위엔 얼씬도 말아야겠군. 안젤리카 분화구랑 플래넘 평야는 포기해야겠어. 차라리 계곡 쪽을 노리자. 굳이 이런 심각한 위협을 감수할 필요 없잖아.”


루크가 걸으며 조웰이 보내준 영상을 확인했다. 조웰의 의견에 수긍하곤 돌아와 인양선에 탔다.


인양선은 날아올라 둔덕과 거대 마키나의 잔해를 지나 네레트바 계곡 입구로 향했다.


입구에 인양선이 내리며 주위를 둘러봤다. 끝없는 마키나의 잔해를 보며 조웰이 말했다.


“여긴 별일 없겠지.”


“없기를 바래야지. 열심히 컨테이너나 내리라고.”


루크가 함선에서 내리며 말했다. 온갖 마키나가 뒤엉켜 있었다.


루크는 상태가 좋아 보이는 마키나만 선별해서 컨테이너에 적재했다.


종일 20대의 마키나를 적재했다. 하루 마무리를 위해 조웰이 맥주캔을 깠다.


지친 루크가 브리지로 들어서며 말했다.


“노다지도 이런 노다지가 없는데?”


“적재할 컨테이너가 부족하겠어.”


조웰이 루크에게 맥주캔을 건넸다. 루크가 맥주캔을 따며 말했다.


“그래도 과욕은 금물이야. 마시고 바로 자야겠어.”


“그렇게 피곤하냐?”


“일반 마키나 조종보다 피로하지. 아더는 서서 몸을 직접 움직이니까. 그렇게 심한 건 아니지만. 저 무게를 직접 들어 올린다고 생각해봐. 운동하듯이 온몸이 뻐근해.”


“그럼 페이스 조절을 좀 해야겠군.”


조웰이 맥주를 들이켜며 ‘대체 무슨 기술이 집약됐길래. 근육의 부하까지 만드는 거지?’라고 생각했다.


루크가 맥주를 모두 마셨다.


“크으, 온몸에 스며든다는 게 이거지.”


루크는 맥주캔을 쓰레기통에 버리고 자러 갔다. 조웰은 한 시간 동안 적재 목록을 작성했다.


조웰은 마지막으로 함선 내 전체 산소 소비량을 확인했다. 평소보다 더 쓴 게 눈에 보였다.


조웰은 ‘루크가 아더를 쓴 뒤로 호흡량이 늘어나겠거니.’ 하며 신경 쓰지 않고 잤다. 다음 날엔 새롭게 20대를 인양했다.


루크가 시계를 봤다. 오후 4시였다.


“시간이 제법 남는데 안쪽도 보고 올까?”


“왜. 푹 쉬고 싶은 거 아녔어?”


“솔직히 좀 궁금해졌거든. 아더 너는 어때?”


일하는 동안 조용하던 아더가 말했다.


“제 의견 말입니까? 저는 루크가 좋다면 상관없지만, 지금은 쉬어야 합니다. 루크의 신경 반응 속도가 느려졌습니다.”


“그럼 반대한다는 거군.”


조웰이 답했고 루크가 말했다.


“좋아. 그럼, 내일은 점심때 둘러보는 걸로 하자고. 솔직히 궁금한 게 있었어.”


“뭔데?”


“우리가 분화구 앞에서 본 마키나 기억해?”


“그 구멍 뚫린?”


“맞아. 내가 알기론 그 마키나는 이중 장갑이라서. 관통은 힘들 텐데. 무슨 종잇장이 마냥 뚫어놨잖아. 그런 무기가 있다면. 이것도 한몫 잡는 데 도움 될 거 같아서.”


“일리 있어. 일단은 쉬라고.”


조웰이 맥주캔을 따는 소리를 송출한 뒤 연결을 종료했다.


루크는 따뜻한 물에 몸을 지지고 잠들었다. 다음 날 점심을 먹고 루크는 아더를 타고 계곡 안쪽을 걸어갔다.


루크의 정면에 절벽이 보였다. 절벽 위로 솟은 산이 보였다.


산을 중심으로 계곡이 오른편으로 둥글게 꺾였다. 루크가 산을 오른편에 끼고 걸어간 끝에 산의 반대편이 보였다.


산 중턱에 구멍이 보였다. 구멍 아래로 쓸려 내려간 흔적이 보였다. 흔적에 끝에 찌그러진 쇳덩이가 보였다. 루크가 말했다.


“그 구체 있던 상처랑 똑같아. 화성 양반들 화끈한데.”


“야포로 쏜 건가?”


“그럴지도. 어마무시한데.”


“뭐가 됐든···.”


조웰이 말을 멈췄다. 소리가 들렸다. 아더가 돌아섰다.


계곡의 끝인 협곡 쪽에서 소리가 들렸다. 루크가 침을 삼키며 말했다.


“다른 인양업자인가?”


“노다지니까. 경쟁자가 있어도 이상치 않지. 살짝만 보고와. 여차하면 나도 함선으로 합류할게.”


루크가 빠른 걸음으로 계곡을 지나쳤다. 계곡 주위엔 둥글고 좁게 파인 구멍들이 여럿 보였다.


구멍 지대를 지나 좁은 협곡에 다다르자 쇠끼리 부딪치는 소리가 들렸다. 널브러진 마키나의 언덕 뒤에서 소리가 들렸다.


루크가 언덕을 오르자 네 대의 마키나가 보였다.


세 대의 마키나가 한 대의 마키나를 포위하고 있었다. 포위한 세 대 용태가 이상했다.


정면을 가로막은 마키나의 양팔의 길이가 맞지 않았다. 오른팔이 더 길었다.


오른손엔 손가락이 달렸지만, 왼팔 끝엔 날카로운 집게가 달려 있었다. 손에는 부스터 달린 해머를 쥐고 있었다.


루크는 '팔 짧은 걸 저따위로 때웠다고?'라고 생각했다.


후방을 가로 막은 마키나의 팔 길이는 동일했지만, 왼손의 검지가 아래로 향했다. 오른손엔 칼을 쥐고 있었다.


포위대의 마지막 마키나는 둥근 몸체와 다리 사이에 보랏빛 전차의 몸체가 박혀 있었다.


조웰이 말했다.


“대체 무슨 일이지? 선상 반란이라도 났나? 저 거지 같은 마키나는 또 뭐야?”


“이건 또 어떤 미친놈이 만든 거야? 규격도 엉망에 땜질도 개판이잖아.”


두 사내가 당황하며 말을 잇지 못했다.


포위된 마키나는 등에 강철로 된 봉과 쇠사슬을 엮어 만든 자루를 메고 있었다. 묵직한 몸체 전체에 크고 작은 둥근 쇳덩이가 달려 있었다.


머리는 몸체보다 작은 상자 형태였다. 머리가 돌아갔지만, 목은 보이지 않았다.


무릎 아래로 철골이 보였다. 철골 중심에 강철 기둥이 움직였다. 강철 기둥과 철골 주위에 묵직한 세 개의 발판이 보였다.


발을 떼자 강철 기둥이 치솟으며 발판이 위로 들렸다. 앞으로 발을 뻗자 기둥이 바닥을 때렸다.


충격과 함께 발판이 바닥을 내리치며 몸체의 균형을 유지했다.


포위된 마키나의 두 팔은 길쭉하여 손끝이 무릎에 닿았다.


포위된 마키나가 긴 팔을 사방으로 휘둘렀다.


휘두른 손가락의 끝이 날카로워 적이 접근하지 않았다.


아더가 말했다.


“루크, 저 중간에 있는 마키나 움직임. 여타 마키나들과 다릅니다.”


“그건 동의해. 마치 뭐랄까. 싸울 줄 모르는 애가 살려고 발버둥 치는 느낌이야. 정했어. 조웰. 저 포위된 마키나에 가세하자.”


조웰이 말했다.


“우리가 괜한 일에 휘말리는 거 아니겠지?”


“누가 알겠어. 부잣집 자제님이 화성에 오고 싶다고 몰래. 밀항했을지.”


루크가 언덕을 내려가며 등 뒤에서 더블배럴 산탄총을 뽑았다.


아더의 뛰는 소리에 모두가 돌아봤다. 루크가 언덕에서 내려오며 점프했다.


적들이 물러서며 확성기를 켰다.


“넌 뭐 하는 놈이야!”


루크가 확성기를 켜고 말했다.


“지나가는 인양업자다!”


루크가 총구를 앞세우자 적들이 뒤로 물러나며 말했다.


“미친놈!”


“모르는 사람한테 미친놈이라니 너무한데!”


루크가 방아쇠를 당겼다.


총성이 울리며 탱크 몸체의 왼팔 일부가 날아갔다.


“미쳤어요? 총을 왜 쏴요!”


포위된 마키나에서 소녀의 목소리가 들렸다. 루크가 말했다.


“뒈지기 싫으면 꺼져!”


적들이 물러서며 몸을 돌려 뛰었다. 소녀가 말했다.


“우리도 죽기 싫으면 도망쳐요.”


“무슨 소리야 총이 있는데.”


“저기 보라고요!”


소녀가 탄 마키나가 협곡 위를 가리켰다. 협곡 위에서 먼지를 흩뿌리며 보랏빛 전차 두 대가 뛰어내렸다.


전차 뒤로 보랏빛 마키나 두 대가 부스터를 켜며 내려왔다.


루크가 말했다.


“까짓것 다 잡으면 돼!”


소녀의 마키나가 아더를 노려봤다.


네레트라 계곡.p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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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의 모든 권리는 나사에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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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헤라클레스 +1 24.05.22 27 3 1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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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 스페이스 드림의 현실 +2 24.05.15 42 4 13쪽
5 스페이스 드림의 시작 +1 24.05.14 49 5 10쪽
4 우주 콜로니 +3 24.05.11 62 6 12쪽
3 반격 +1 24.05.10 67 7 10쪽
2 연합회 +4 24.05.09 119 8 11쪽
1 마키나 +4 24.05.08 188 12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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