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님의 서재입니다.

우주 경제 세기에 메카 인양사로 살아남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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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노케로스
작품등록일 :
2024.05.08 10:59
최근연재일 :
2024.07.03 1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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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5.08 11: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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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쪽

마키나

DUMMY

00. 마키나.

마키나. 우주 세기의 주역이라 불리는 거대 메카의 총칭이다.


인류는 마키나의 골조를 만들 기술력을 상실했다.


연합회가 제창한 복사 방지법 때문이다.


그 누구도 연합회의 허가 없이는 3D 프린트로 마키나의 골조 제작은 불가능했다.


복사 방지법의 범위는 연합회의 소유라면 무엇이든 포함됐다.


전함과 무기, 우주 콜로니, 우주 토르티야, 공업용 3D 프린터까지.


연합회의 위상은 말 그대로 신이었다.


01 인양사.


붉은 행성에 거대한 분화구가 있었다.


분화구 안쪽에 인간이 만든 돔 단지가 보였다. 돔의 재질은 두꺼운 유리였다.


유리 위를 뒤덮는 강철도 보였다. 오랜 세월이 지나 유리는 깨졌고 돔 주위엔 붉은 모래로 가득했다.


돔 단지는 긴 관을 통해 서로가 서로에게 연결된 모양새였다. 돔 단지는 지반에 반쯤 파묻혔다.


파묻힌 돔의 뒤편으로 거대한 인간의 형상이 보였다. 강철의 로봇이었다.


거대 로봇의 주위로 키가 4m인 로봇들도 보였다. 로봇들의 손에는 망치, 드라이버, 몽키 스패너가 들려 있었다.


거대 로봇의 하반신은 파묻혀 보이지 않았다. 거대 로봇의 왼팔은 끊어져 바람이 불면 전선과 쇳조각이 흔들리며 소리를 냈다.


오른손은 주먹을 쥐고 있었다. 주먹 안에는 고철 조각의 산이 흔들렸다.


하늘에서 빛이 강림했다. 강렬한 빛은 함선에 달린 엔진에서 나왔다. 함선은 속도를 늦추며 거대 로봇 주위를 배회했다.


함선 하단에 달린 스캐너를 통해 주변 지형을 스캔했다. 착륙하기 좋은 지형을 찾아 내려왔다.


함선이 붉은 암반 위에 착륙했다. 착륙한 함선의 왼편으로 거대 크레인이 보였다. 함선의 옆면이 열리며 경사로를 만들었다.


경사로 위로 마키나 하나가 걸어 나왔다.


신장 3m에 위쪽에 둥근 드론이 있었다. 마키나의 상체는 둥글고 길쭉했으며 사람 한둘은 들어갈 크기였다.


마키나의 팔과 다리는 사람을 닮았다. 왼 손바닥에는 보조 추진 겸 토치가 달렸고 오른손엔 리볼버를 쥐고 있었다.


다리는 길쭉했으며 발은 군용 워커를 닮았다.


정식 명칭은 Tiny Type Welding Máchĭna - 020 통칭 TTW – 020 이지만, 현장에선 투 워커로 불렸다.


투 워커가 경사를 내려가 파묻힌 마키나를 향해 걸었다. 투 워커가 리볼버를 허리춤에 찼다. 파묻힌 마키나의 왼손이 보였다.


녹슨 강철의 다섯 손가락이 보였다.


투 워커가 맨손으로 파묻힌 마키나의 손을 잡고 끌어당겼다. 강렬한 소음과 함께 강철들의 연결이 끊기는 소리가 들렸다.


투 워커의 파일럿에게 연락이 왔다.


“어이, 루크! 섬세하게 작업하란 말이야! 팔다리 끊어먹으면 누가 고치는데! 그것도 다 돈이야!”


함장 조웰이 말했다. 파일럿 루크가 답했다.


“알겠다고. 얕게 묻혔길래 한 번 시도해 본 거야.”


투 워커가 잡아당기던 손을 놓았다. 조웰은 스캔한 자료를 토대로 3D 지도를 만들었다.


지도를 루크의 컴퓨터 화면에 띄우며 말했다.


“잘 봐. 이 그 녀석은 조금만 수고스럽게 땅만 파주면 돼.”


“알겠어.”


투 워커가 허리를 숙여 손으로 모래를 파냈다. 붉은 모래를 옮길수록 파묻힌 마키나의 윤곽이 보였다.


둥근 몸체 앞으로 튀어나온 카메라가 보였다. 루크가 혼잣말했다.


“이럴 거면 삽이라도 하나 만들어오라니까.”


“뭠마? 어차피 삽이 있어도 쓰질 못하잖아! 빌어먹을 사용 방지법부터 해결해보라고.”


“그러니까. 이 녀석도 돈 좀 주고 개조해보자니까.”


“안돼! 그러다가 좋은 값에 못 팔면 책임질 거야! 투 워커 하나만 800만 원짜리야! 은퇴할 때쯤 되면 2천만 원까지 치솟겠지. 잠깐 편해지자고 미래 자산에 마이너스 투자하는 바보가 어디 있냐.”


“조금만 편법을 쓰면 노동의 효율이 오를 텐데?”


“안돼! 절대 안 돼! 그 푼돈까지 아껴야 버는 거라고!”


“그래, 알겠수다.”


루크는 조웰에게 “수전노.”라고 송신했다. 조웰은 “닥쳐.”라고 했다.


루크의 화면에 묻힌 마키나의 왼 다리가 보였다.


투 워커가 왼 다리와 왼팔을 잡고 당겼다. 붉은 모래 속에서 마키나가 빠져나왔다.


겉이 녹슨 마키나였다. 오른손에 망치가 들려 있었다. 망치의 윗면도 녹슬었다.


자루 부위도 부식되었다. 조웰이 마키나의 모습을 보며 말했다.


“녀석은 투 워커의 아빠뻘 되는 녀석이구만. 별명이 정비공이었을 거야. 시가가 500만 원 정도 할 텐데. 내부는 어때?”


루크가 “기다려”라고 말했다. 투 워커가 양손으로 정비공의 몸을 들고 흔들어 모래를 털어냈다. 루크가 말했다.


“여기서 열어봐?”


“함선 내부에 쇳덩이 날아다니는 거 보고 싶다면 안에서 해도 좋고.”


“그럼 모래가 날아다닐 텐데. 뭐, 명령은 너가 했으니까. 난 모른다.”


투 워커가 왼 손바닥을 들었다. 왼 손바닥의 강철이 아래로 움직였다. 왼 손바닥에 구멍이 보였다.


투 워커의 엔진이 돌아가며 소음을 냈고 구멍에서 고열이 쏟아졌다.


투 워커가 고열을 이용해 정비공의 몸체 옆에 구멍을 냈다. 새로 만든 틈새로 모래가 흘러내렸다.


투 워커가 용접기를 멈췄다. 틈 사이로 손을 넣곤 철을 뜯어냈다.


정비공의 옆구리에서 모래가 쏟아졌다. 모래 사이로 오래된 사진첩과 옷가지가 떨어졌다.


루크는 떨어지는 모래를 자세히 관찰했다. 시체가 나오면 묻어줄 요량이었다.


‘같은 노동자로서의 최소한의 예의’라고 루크가 생각했다. 시체는 나오지 않았다.


루크는 안쪽을 확인했다. 구멍으로 엔진이 살짝 보였다. 눈에 보이는 곳은 녹슬지 않았다. 탑승석의 의자도 가죽이 해진 게 전부였다.


화면을 보던 조웰이 말했다.


“좋아 그대로 가져와. 크레인 내릴게.”


“알았어.”


투 워커가 정비공의 다리를 잡고 끌고 갔다. 그사이 함선은 크레인을 내렸다. 크레인에 마키나를 담을 컨테이너를 들고 있었다.


투 워커가 컨테이너 앞에 섰다. 컨테이너는 투 워커의 두 배 되는 크기였다.


투 워커가 컨테이너의 문을 열었다. 강철의 문이 열리고 어두운 안쪽이 나타났다.


투 워커의 카메라가 자동으로 야간 투시경을 켰다. 컨테이너 바닥에 기계로 만든 침대가 보였다.


침대 위에 정비공 마키나를 올려놓고 투 워커가 컨테이너를 나왔다. 컨테이너 문에 붉은 버튼이 보였다.


문을 닫고 버튼을 누르자 기계 침대에서 자력이 발생했다.


투 워커가 왼손 엄지를 세우자 조웰이 컨테이너를 띄웠다. 함선 내부에 컨테이너를 적재하곤 다른 컨테이너를 꺼냈다.


루크는 다른 정비공 마키나에 다가가 일을 계속했다. 두 사람은 저녁 8시까지 여덟 개의 마키나를 옮겼다.


루크는 “한 대 더 옮기고 끝내자.”라고 했지만, 조웰이 맥주캔을 땄다. 탄산이 터지는 소리가 전파를 타고 전해졌다.


“즐거운 음주시를 방해할 요량 말라고. 너도 와서 한잔해.”


“그놈의 술이 좋으시든?”


“인간이 만든 거 중에 최고가 뭐라고 생각하나. 바로 술이지! 차게 식힌 캔맥주야말로 인생의 즐거움이요. 풍요란 말이다.”


루크가 동의하며 투 워커를 움직였다. 함선의 경사로를 따라 걷고 안으로 들어갔다. 경사로가 위로 닫혔다.


투 워커 주위로 함선의 내부가 보였다. 마키나 정비실이었다. 정비실의 오른쪽 벽을 따라 긴 복도가 여섯 층 있었다.


왼편에는 마키나를 세워둘 벽과 정비 기계들이 보였다. 투 워커가 벽에 다가가 제자리걸음으로 돌아섰다.


루크가 투 워커의 자동 주차 기능을 켰다. 투 워커는 혼자서 벽에 몸을 붙였다. 발이 바닥에 부착됐다.


투 워커의 컴퓨터에 글씨가 보였다. ‘주차 기능이 활성화됐습니다.’


루크가 컴퓨터 화면 구석에 문 버튼을 눌렀다. 버튼을 누르자 투 워커의 정면 장갑이 양옆으로 벌어졌다.


강철의 누에고치가 반으로 갈라지고 루크가 보였다. 루크는 붉은 우주복을 입고 있었다.


우주복의 왼편에 뿔 달린 붉은 늑대의 견장이 빛났다. 루크는 투 워커의 몸 끝에 달린 줄을 잡고 바닥으로 내려갔다. 줄 끝에 발걸이가 달려 있었다.


바닥에 닿자 정면으로 통로가 보였다. 통로를 따라 날듯이 걷자 기밀실이 보였다. 기밀실에 들어오자 중력이 바뀌었다.


기밀실을 통해 선내로 진입했다.


루크는 기밀실 다음 방에서 우주복의 헬멧을 벗었다. 옆으로 넘긴 갈색 머리가 땀에 절었다.


헬멧을 벽에 걸고 우주복을 벗어 벽에 걸었다. 루크는 청바지와 반소매 셔츠 차림새였지만, 맨발이었다.


우주복 옆에 걸린 붉은 재킷과 운동화가 있었다. 루크는 재킷을 챙기고 양말과 운동화를 신었다.


긴 복도를 따라 걸었다. 복도 끝에 엘리베이터가 있었다. 엘리베이터를 타고 최상층에 도착하자 민머리의 흑인 사내가 보였다.


흑인 사내는 쿠션 있는 슬리퍼를 신고 있었다. 녹색 청바지에 녹색 깔깔이를 입고 있었다. 깔깔이의 왼 주머니에 선글라스가 꽂혀 있었다.


사내의 왼손에는 따지 않은 캔맥주가 있었다. 사내가 루크를 보곤 맥주를 건네며 말했다.


“오늘도 근면 성실한 자네에게 소소한 포상이다.”


루크가 맥주를 받으며 말했다.


“어련하시겠습니까. 술 상대가 없어서 그러시겠지.”


“그걸 아는 놈이 자꾸 술을 피해?”


“한두 잔은 괜찮지만, 넌 너무 마신다고! 내일도 일하는데 숙취로 헤롱 거리면서 죽어 나가고 싶지 않거든?”


“그렇단 말이지?”


조웰이 마시던 자신의 캔맥주를 단숨에 들이켰다.


“좋아. 일 끝날 때까지 한 캔만 마시겠다 약속하지.”


“그 약속 지키라고.”


조웰이 맥주캔을 새로 까 마셨다. 루크가 조웰을 보며 말했다.


“지금, 두 잔째인 거 알지?”


“맞아. 하지만 약속 전에 마신 거니까. 지금 마시는 거부터 쳐야지.”


“궤변하곤.”


“인생이 궤변 아니겠어? 적당히 마시고 쉬자고.”


두 사람은 맥주를 마시곤 각자의 방으로 돌아갔다. 아침이 되어 함선 내에 종이 울렸다. 두 사내는 아침을 먹고 일에 집중했다.


투 워커의 앞에 열두 번째 정비공 마키나가 보였다. 루크가 말했다.


“좋아. 이틀 만에 우리가 얼마나 벌었지?”


“산수는 쉽잖아. 500 * 13 아니지. 어차피 저 거대 마키나 손안에 있는 건. 고철값도 못 받을 거 아니야. 그럼 500 * 12 해봐. 6,000만 원. 물론, 이건 어디까지나 프리미엄이 빠진 옛날 시가라고. 잘하면 억이 될 거야!.”


루크가 억이란 말을 듣고 미소 지었다. ‘돈 많은 놈들이 사라진 덕을 이렇게 보다니.’라고 루크가 생각했다.


투 워커가 마지막 남은 정비공 마키나의 옆구리에 구멍을 냈다. 정비공 마키나의 몸에서 흰 연기가 피어올랐다.


루크가 연기를 보며 투 워커의 왼손을 뗐다. 정비공의 몸에서 계속해서 연기가 났다. 틈 사이를 향해 투 워커가 고개를 숙였다.


연기의 색이 검게 바뀌었다. 루크는 정비공 몸 안에서 튀는 불꽃을 보고 한 걸음 물러났다.


정비공의 몸체가 폭발했다. 폭발에 투 워커가 뒤로 날아가며 굴렀다. 강철의 돔 단지에 투 워커가 부딪혔다.


소리를 듣고 조웰이 자리에서 일어서며 말했다.


“뭐, 뭐슨 일이야!”


함선의 AI가 말했다.


“경보. 정체불명의 마키나 접근 중입니다.”


“괜찮냐! 응답해!”


“젠장, 엔진 연료가 남아 있었나.”


루크가 머리를 흔들며 답했고 조웰이 말했다.


“아무래도 경쟁자들이 냄새를 맡았나 본데! 빨리 돌아와!”


루크가 투 워커를 조작했다. 투 워커가 일어서기 위해 두 손바닥을 바닥에 댔다. 엔진이 고열을 뿜었다.


투 워커의 몸이 왼쪽으로 기울었다. 루크가 투 워커의 컴퓨터로 상태를 확인했다. 왼팔과 연결된 동력부에서 에러가 쏟아졌다.


루크가 컴퓨터로 왼팔과 동력부의 접속을 끊었다.


투 워커는 강철 돔을 딛고 일어났다. 투 워커의 왼쪽 다리가 후들거렸다. 조웰이 주위를 경계하며 말했다.


“어서 빨리 돌아와!”


“안돼! 다리를 당했나 봐! 속력이 안나와!”


돔 단지 저편의 작은 크레이터 위로 붉은 모래바람이 불었다. 조웰이 함선의 카메라로 상대를 확인했다.


무한궤도 달린 보랏빛 전차가 보였다. 전차의 전면에 방패와 창이 달려 있었다. 방패에는 불을 내려치는 망치가 금색으로 새겨져 있었다. 조웰이 침을 삼키며 말했다.


“저건, 연합회 중 하나인, 헤파이토스 회사의 상징인데?”


전차가 투 워커를 향해 내달렸다.


작가의말

안녕하세요. 3년 만에 웹소설이네요. 언제나 처럼 잘 부탁 드립니다.


추천, 댓글 주시면 정말 힘이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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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마키나 +4 24.05.08 185 11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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